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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04 16:48
ㆍIP: 58.xxx.42
한복을 입으면 다 멋지다
#권영심의글
한복을 입으면 다 멋지다

          권영신 ( 2022 , 2 , 4 )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유별난 기록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자기의
고유의 것을 무시하고 없애는 데는 일등
이라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탓을 많이
하는데 그것만도 아니다. 우리의 것은 무조건 고루하고 복잡하고 귀찮고 힘들 다고 치부해버리는 데서 문제가 비롯 된다. 그중의 하나가 우리의 옷, 한복이 다.언제부터 우리 주변에서 한복이 사라 졌을까? 삼십여년 전만 해도 명절엔 한 복 차림들이 물결을 이루었고 사십여년 전엔 거의 일상복으로 입었었다. 시장에서는 철철이 놀이를 갔는데, 여자 들은 하나같이 한복들을 입었다. 내 기 억에도 평상시에 한복을 자주 입었던 엄마의 모습이 선명하다.
아버지도 잔치나 모임에 갈 때 두루마기
에 모자를 쓰고 길을 나섰고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멋있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입성을 유난히 챙기는 사람이
어서 여름에 모시 한복을 입혀 출입을 하는 남편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나도 모시 손질을 해봤지만 그것은 보통
의 공력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잘 손질한 모시 한복은 구겨진 매무시까지
멋스러워서 다른 옷이 따라올 맵시가 없
었다.시원하기로 또 모시만한 것이 없었
는데 입어 본 사람은 안다.

겨울엔 누비 한복에 누비 두루마기를 입
고 검은 머플러를 두르면 어떤 양복 차 림보다도 태가 났다. 어릴 때 아버지와 안동에 드나들면서 색동저고리에 분홍
치마를 입고 아버지와 함께 걷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나의 한복 사랑은 유별 났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복이 불편 하다고 누가 그랬을까? 한복을 입고별 별 일을 다해 보았으나 나는 불편함을 모르겠다. 넓은 앞치마만 두르면 못할 일이 없고 일하면서도 때깔이 남다르다. 명절이 되면색색의 고운 한복 차림으로 길을 메우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 로 갔을까? 지금은 예식장에서도 한복 차림을 보기 힘들다. 나는 친한 사람의 결혼식이나 전시회, 연주회를 가거나 고궁에 갈 때는한복을 자주 입는데 그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어떤 옷 도 한복의 화려함을 따라오지 못한다.
외국 여러 곳에 내 사진이 있을 텐데, 경
복궁이나 덕수궁, 등 궁궐을 거닐 때 외국인들이 다가와서 함께 사진찍기를
원하는 일이 많았다. 내가 남보다 고운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제대로 차려입은
나의 한복 맵시가 눈길을 끌었지 싶다.
나는 속옷에서 속치마, 저고리 삼작까지
차려입고 나서는데 한복은 속옷을 제대
로 입는 것이 옷맵시의 관건이다.

지금 고궁마다 넘치는 이상한 한복들은
우리의 옷과는 많이 다르다. 고유의 옷
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나 한중일이 뒤섞 인, 이상한 정체불명의 옷은 기가막힐 뿐이다. 요즘의 개량한복은 우리 고유의 디테일을 살려서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 지 홀릴 정도이다. 입기에도 전혀 불편 하지  않으면서 한복이란 테두리가 분명 하니 디자이너들의 솜씨에 그저 탄복한 다.그런 한복들을 왜 못 입는가? 무엇이 그리 불편하고 힘든지 이해를 못하는 내가 고루한가? 우리들이 지금 평상시 에 입는 옷들도 어지간해서는 그다지 완전히 편하지는 않다. 나라마다 명절이 있는데 그 날 고유의 복색을 하지않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세계는  글로벌화 되었으나, 그럴수록 자국의 문 화는 더욱 세심하게 보호하고 원형을 잃 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내 것을 한 번 잃어버리면 그것을 되찾기엔 너무나 많은 노력과 힘이 든다.그 곳의 고유한 것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다니고 그것이 관광 유산이 된다.

고궁을 찾을 때 시간이 맞으면 수문장 교대식을 볼 때가 있다. 그 때 깃발을 들고 북 치고 나팔 불면서 행진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아름답고 늠름한지 가슴이 다 울렁거린다. 다른 제복을 입 었어도 멋있었겠지만 우리 고유의 복색 이 그들을 그렇게 눈부시게 보이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젊은이들이 자국 문화 의 정수인 의복을 갖추어 입었을 때의  멋짐은 어느 명품 의상도 당하지 못한 다.사극에서 보다시피 우리 옷을 입었을
때의 연기자의 모습들은 현대의 옷과는 다른,품위와 격을 느끼게 된다.
중동의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이 모일
때 그들의 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그 모
습만으로도 자국을 향한 사랑과 긍지가
엿보인다.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의 대부
분의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들
고유의 옷을 즐겨 입는다.
절대 지켜야할 정신의 구현이 의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때때옷,꼬까옷이란,너무나 예쁜 우리 말
의 표현이 사라진지도 오래 되었다.
명절은 때때옷과 꼬까옷을 입는 날이었
는데 이젠 아무도 입지 않는다.
어느 집에라도 세배를 가면 공단의 빛깔
좋은 한복을 입고 맞이해주던 어르신들
의 모습이 새삼 그립다. 아이들에게도
설빔을 해주었으나 집안의 어르신에게
새 옷 한 벌을 지어주는 것을 당연한 것
으로 알았다. 다홍과 흑자주와 진초록,
청회색과 노랑 등의 고운 색깔의 옷으로
치레를 한 어르신을 보고, 할매요. 꼬까
옷 입었네예! 하면서 탄복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크게 웃으며 즐거워 했다.
아이들의 색동옷과 어울린 그 한복들의
따뜻한 색감은 이제 어디서 찾을까?
보름이 지나기 전에 한복을 차려 입고
좋은 곳에 나들이가고 싶다.
혼자서 고궁의 뜨락이라도 거닐면서 이
제 곧 다가올 봄의 느낌을 마음속 깊이
담아오고 싶다. 한복 치마의 넓은 자락
에 가득 담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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