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2-24 09:47

ㆍIP: 121.xxx.72

아버지의 기침 소리

글/ 염 경희

아버지는 19세에 가장이 되셨는데 할머니와 엄마, 아버지 세 식구가 살고 있을 때 6.25전쟁이 났고
피난길에 큰 기와집에 먹을 것을 찾으러 들어 갔었다고 하셨다.
그 집 방안에는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노부부가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두 분 중에 한 분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서
한길을 택한 것 같았다고 말씀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저기서 총소리는 들려오고 마음이 다급해 노부부의 얼굴만
천인지 이불인지 모르는 물건으로 가려 놓고 광에서 쌀 한 말 남짓 메고 도망 나와 보니
포 소리가 코앞에서 들려 그길로 임진강 물속으로 숨었다고 하셨다.
추위에 물속에서 떨었던 것이 감기로 이어지고 海獸[해수]병을 앓게 되어
아침이면 기침 때문에 두어 시간은 고생을 하신 기억이 난다.
새벽 서너 시경 잠에서 깨신 아버지는 옷을 입는 시간이 꾀나 긴 시간이 걸렸다.
기침이 한번 터지면 다리 한 짝 끼고 기침하고 또 한 짝 끼고 기침하고, 연 이은 기침 소리에
새벽 잠을 설칠 때면 짜증이 나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다.
시골집에 방이 없어 할머니와 오빠들은 같은 방을 쓰고 막둥이인 나는 엄마 아버지와 방을 같이 썼었기에
늘상 겪는 일이었다.
지금 와 생각하니 철이 없어도 한참 없었다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련히, 아버지를 찾아 옛날 시골집에 살던 추억을 찾아 떠난다.
오일장이 되면, 내 어릴 적 오일장에 가시던 아버지가 아주 많이 그리워진다.
금촌 장날, 광탄 장날, 법원리 장날,
장날이면 아버지는 여니 때와 변함없이 한껏 채비를 하시고 대문 밖을 나서셨다.
연회색 한복에 두루마기, 중절모.....
반들 반들 길이든 지팡이가 아침 햇살에 유난히 반짝였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서쪽 하늘 재 너머로 붉은빛이 꼬리를 길게 드리운 채
숨박꼭질을 할 무렵이 되면 턱에 다다른 숨 가쁜 기침 소리로 가장의 귀가를 알리셨다.
바퀴가 셋 달린 버스에서 내려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눈물, 콧물로
뒤 범벅이 된 두루마기 소맷자락을 추스르며 바깥 마당 툇마루에 걸터앉으시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막둥이인 나는 아버지 옆에 가서 재롱을 떨곤 했다
늘 상 밴댕이 한 두름, 자반고등어 한 손을 잊지 않으셨고
두루마기 주머니엔 아기 주먹만 한 눈깔사탕 몇 개가 있었으니까.....

아버지는 피곤에 지친 듯 일어서선 엉덩이를 툭툭 몇 번 털어 재끼곤 대문 안에 한발 들이면서 하는 첫마디!
여 봐여~~ 여 봐여~~ 화롯불 담았소~~ 예 있소~
바싹 구워 저녁 먹게 하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툭 던지고 방으로 들어 가셨는데 또 기침이 시작되었다.
식구들은 아버지의 기침 소리 멈추어지기만을 기다리고, 마루 귀퉁이에 놓여 있는 화롯불 석수에선
고등어자반이 맛깔스럽게 익고 있었던 기억에 군침이 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기침으로 고생하시다가 환갑도 못 사시고 59세의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지금 나도 가끔 오일장 구경을 하는데 어물 가게에 가면 아버지가 아주 많이 생각난다.
자식들을 사랑한 아버지의 마음에 이제야 고맙다고 인사를 해 본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어느새 어둠이 깔려 밤하늘엔 별들의 속삭임이 시작되고, 꿈나라로 향해야 될 시간,
오늘 밤엔 아버지 무릎에 앉아 옛날이야기 듣는 꿈을 꿨으면 좋겠다.

정대수

2022-02-24 20:45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시인님 안녕하세요.
"아버지의 기침 소리"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당 시대에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막내 딸로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더 받았으면 좋았으련만
59세의 이별은 많이 야속하네요.
꿈속에서 나마 사랑하는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왔다 고는 하지만 아직 많이 춥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집필하시는 열정과 만사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정대수 작가님! 그때는 그렇게 아버지께서 힘드신 것을 몰랐습니다 화롯불앞에 앉아 듣던 아버지의 생활이 옛날이야기인줄 귀를 쫑긋하며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젠 정말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다녀가신 첫 걸음 감사드립니다 2월의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주말 잘 지내시고 또 뵙겠습니다	2/25 17:15

배정숙

2022-02-26 08:19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염경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버지의 기침 소리 감사히 배 독합니다.
마음 시린 사연이 있는 아버지의 기침
지금과 달리 예전엔 아침이면 집마다 기침으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어른들은 다 기침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2월의 끝자락 주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고 다가올 꽃피는 춘삼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꽃 나들이 갑시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귀한 걸음 하셨네요 이제 봄이 왔어요 정말 좋은 날에 꽃놀이 가요 건강 챙기시고 즐거운 휴일 되세요	2/28 21:11

염규식

2022-02-26 17:24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고운작품 배독하고갑니다
작가님은 아버지의 정을 많이 받으셨군요
앞으로 더욱 정진하시는 시인님의 열정이 기대됩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시구요 향필하십시요--^


염경희	안녕하세요~~ 엄마가 계셔요 저는, 92세신데 아주 건강하십니다 아버지는 일찍 떠나셔서인지 많이 생각납니다 토요일에 모시고 왔다가 오늘 모셔다 드리고 왔습니다 으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2/28 21:14

민만규

2022-03-03 06:11

아버지 생각을 마음의 글에 담으셨네요^^
"아버지의 기침 소리" 감명깊게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글로 자주 뵙길 희망합니다.
작가님 덕분에 참으로 오랜만에 작가의 마을에 발걸음했습니다.
좋은 하루
아름다운 시간
향기로운 봄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


염경희	고맙습니다 시인님!! 종종 초대 해야될텐데 걱정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3/3 09:47

유순호

2022-03-06 21:05

작가님은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으셨네요.
부모님은 자식들의 효도를 기다려 주지않는다는
예말처럼 언제나 그리움에 젖어있는게 우리모두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아버님 꿈 많이꾸시고 행복하세요.


염경희	네 네 ~~ 아버지가 많이 아프셨지만 그리고 너무 일직 돌아가셨지만 막내인 저를 많이 이버하셨어요 저도 아버지를 많이 챙겼지요 할 줄 모르는 이발도 해드리고 기침때문에 힘들어 하시면 마루에 눕게하고 댓돌에 물 떠다놓고 머리도 감겨 드리고 효녀 흉내좀 했답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3/7 16:24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

돌아보는 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