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이성진
ㆍ작성일	2017-11-10 01:40

ㆍIP: 175.xxx.18

로마에서

로마에서
이성진

내 사전에 로마에 올 기회가 있겠나 싶었다
불행이 예기치 않은 날 오듯이
행운도 예기치 않은 날 오는가 보다

지난여름 불현듯 뉴욕을 찾았듯이
페르시아만 카타르 도하를 거쳐 장장 15시간 비행끝에
에메랄드 빛 잔잔한 지중해 연안 로마를 찾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얄궂은 법칙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가보다 비몽사몽 간에 도착한 로마공항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관광객 수용하기에는 작기도 하거니와
편의 시설이 태부족이다 그러고 보면 인천공항이
전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택된 것도 이해가 된다
내 집만큼 편안한 곳 없고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
실감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 될 만큼
고대 유물로 온통 채워진 로마지만
공중화장실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질적인 면이 공존하는 곳이자
관광객들 차고 넘치는 곳이라 그런지
이들을 위한 배려는 사치라 생각하는 듯
내 첫인상의 로마다

업무차로 방문했기에
여타의 여행객들과는 시간 씀씀이에 차이가 있으니
여장도 풀기 전에 콜로세움을 찾았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왔던 원형 경기장이자 극장인
콜로세움! 우선 크기에 압도당했다 이미 이천 년 전에
이렇게 웅장한 크기의 건축물을 어떻게 지었는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유적이 발굴되는 생생한 장면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로마사람들

그러나 건물 안으로 내 첫발 딛는 순간
오금 저리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원형경기장 내부 지하 모습 드러낸 공간을 보니
그동안 영화에서 봐왔던 검투사들 모습이 겹쳐 나온다

얼마나 절망했을까
얼마나 고독했을까
날마다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한 마리 투우처럼 살아온 그들
날마다 한판 죽음을 걸고
살아내기 시합을 하였으니
사람이 사람에게 가한 가장 잔인한 몹쓸 짓이다

지하 칸막이 드러나고 그 위에 원형경기장이 있으니
어제 나와 뜨거운 심장 출렁거렸을 동료가
오늘 적이 되어 휘두른 칼에 콸콸 솟아낸 피가
금빛 모레 바닥을 적시고도 모자라 도랑물처럼 흘렀을 것이니오늘 내가 딛고 선 이 장대한 건물은
오롯이 그들이 제물로 바쳐진 피의 제단인 것이다

잔인한 로마인들
민주주의 공화정을 처음 시작한 그들이지만
철저한 계급사회인 그들은 지구상에 가장 악랄한
역사를 기록한 선조들이다

가을빛에 반사되는 콜로세움 위용이 찬란하고
그 아래 수많은 관광객 발걸음 이어지고 있다

콘스탄티누스대제 승전을 축하하기 위한 개선문이
콜로세움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전장의 생생한 장면들이 개선문 테두리에 조각되어
있으니 역사는 언제나 이긴 자가 피를 먹고 기록하는
잔인한 독설임을 또다시 절감한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이것이 프랑스 개선문의 원형이라나

가을 햇볕에 반짝이는 상앗빛 대리석은
로마인들 보물이다 온통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개선문이
찬란하게 승리의 그 날들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또 그렇게 진실은 모른 채
번쩍이는 외모만 바라보고 바보처럼
이천년이 넘도록 들러리 서고 있고

20171024

김인숙

2017-11-10 01:54

`이성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얼마나 절망했을까
얼마나 고독했을까
날마다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한 마리 투우처럼 살아온 그들
날마다 한판 죽음을 걸고
살아내기 시합을 하였으니
사람이 사람에게 가한 가장 잔인한 몹쓸 짓이다

시인님 안녕하세요 ~^^
시인님 덕분에 글 속에서 여행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진	김인숙 시인님 귀한 발걸음 감사합니다 가을이 깊어 졌습니다 남은 가을 멋지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11/10 13:48

김나현

2017-11-10 03:04

`이성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 장거리 여행에 피곤도 가시기 전에
이 새벽에 로마를 서재에 옮겨 놓으셨네요
바쁜 일정에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섬세히
담아오셨는지 꼼꼼하심과 성실하심에 놀랍습니다
불행도 예기치 앓은 날 오듯이
행운도 예기치 않은 날 온다
축하드리고 저도 예기치 않은 날의
행운을 바램해 봅니다 부럽습니다 ㅎ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이성진	김나현 시인님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서재 찾을 용기가 생깁니다 남은 가을속에 건필하시고 그 향기 늘 시인님 서재에 피어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11/10 13:51

주응규

2017-11-10 09:28

`이성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께서 곱게 지펴 놓으신 시향에 마음을 적셔봅니다 감사합니다.
깊어가던 가을이 이제는 정점에 이르러 계절의 뒤안길로 사라지려합니다.
기온차가 심한 요즘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십시요.
언제나 행운과 동행하시고 건필을 기도합니다.


이성진	주응규시인님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건강유의 하시고 향필 하시길 바랍니다	11/10 13:53

이정규

2017-11-10 10:00

이성진 시인님 ~~~
올려주신 옥고에 즐감하고 갑니다
세월이라는 시계는 고장도 없이 기다려주지도 않고 순리대로 잘도 흘러갑니다...
삶에서 계산기를 빼고 마음으로만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를 갖어봅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옷 단단히 여미시고 목도리도 하시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면서
오늘도 건강한 날 되시고 따뜻한 유자차 한잔 내어놓습니다 ^^


이성진	이정규시인님 감사합니다 입동지나고 가을이 깊었습니다 꽉찬 들녘도 어느새 비움의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는 시절 점점 다가오니 마음도 따라 바빠집니다 이럴때 건강유의 하시고 향필 히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11/10 13:58

석옥자

2017-11-10 16:51

시인님! 안녕하세요?
곱게 물든 가을날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가을의 끝자락 갈바람이 부는 날
낙엽은 하나 둘 떨어지겠지요.
맛깔스럽게 집필하신 향필에
로마 여행기 마음 두고 갑니다. 늘 단풍잎처럼
고운 날 되십시요 시인님!


이성진	석옥자시인님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가을도 익어서 끝물로 가고 있습니다 환절기에 건강유의 하시고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11/11 00:16

박외도

2017-11-10 22:02

이성진 시인님~~
"로마에서"
마치 로마를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얼마전에 로마에 다녀 왔기에
더욱 기록이 새롭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을이 영글고 오곡이 풍성한
좋은 가을에 좋은 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 하십시오.


이성진	박외도시인님 귀한 발걸음 감사합니다 부족한 여행기에 귀 기울여 주심에 용기를 얻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1/11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