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3-05 07:47

ㆍIP: 110.xxx.89

인생은 풀코스

인생은 풀코스

한영택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에 설렘만큼이나 두려움도 따를 것이다. 충분히 훈련된 사람이 아니고는 달려보고 싶어도 완주할 수 없고, 경험자라도 정해진 시간의 목표 달성이란 쉽게 이룰 수 없는 오직 자신만의 싸움 ‘가을의 전설’로 가고 있다. 장시간을 가쁜 숨과 근육의 피로 다리의 무게를 견디며 끝까지 뛰어야 하는 의암호 순환 코스에서 또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순간의 고통이나 고난을 참는 것은 뒤에 찾아올 즐거움을 위한 투자라고 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결과에 얻게 되는 성취감 때문일까? 달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1km 달려도 5km 달려도 20km 달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다만 꾸준히 연습했다면 조금은 덜 힘들겠지만, 그 과정 또한 힘든 건 사실이다.

짙은 어둠이 깔린 밤이다. 전날 일찍 잠은 청했지만, 새벽 1시 50분에 일어나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춘천까지 가서 곧바로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 으흐흐 미친놈~~~ 마냥 청춘인 줄 아냐? 그러나 움직임이 바쁘다. 대구스타디움에서 2시 40분에 일행과 출발 5시 40분 원주휴게소에서 들러 장을 비우고 6시 30분 춘천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하다. 예약된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곧바로 경기장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고 물품보관소에 소지품을 맡긴 후 각자의 행동에 들어간다. Start Line으로 향하던 중 공지천 잔디 구장에 설치된 포토라인에서 일행이 찍어 준 기념사진 한 장은 이번 경기에 참가한 달리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주는 듯, ‘달리는 나는 아름답다’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 아름답다.

정각 9시부터 5분 간격으로 A조에서 F조까지 순차적으로 start line을 밟고 뛰어나간다. C조인 나는 좀 늦게 참가자 틈을 헤치고 무난하게 달려 나간다. 아침 온도 19℃ 좀 쌀쌀하지만 달리기에는 적합한 날씨다. 그렇다. 마라톤은 남녀노소가 누구나 함께할 수 있기에 그 어떤 운동보다도 활기가 넘친다. 대회 때마다 느끼지만 마라톤은 단지 뛰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만나고, 가을을 만나고, 높은 하늘과 잔잔한 호수를 만나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달리미를 만나고, 그들과 어우러진 단풍을 만나고, 그렇게 인생의 행복한 시간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리는 나도 아름답고 모두가 아름답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진 풍경을 보면서 한참을 달렸는데, 의암댐 신연교를 지나 10km 지점에서 왼쪽 장딴지에 약간의 통증이 왔다. 곧바로 미리 준비해온 진통제 ‘탁센’ 한 알과 파워 젤을 먹고는 이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난히 잘 달렸는데, 신매대교 직전 20km 지점에 다다르자 갑자기 왼쪽 장딴지에 뜨끔 하는 느낌이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나? 이럴 경우를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빨리 온 것 같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는데... 남은 진통제 한 알과 파워 젤을 먹었지만, 곧바로 통증이 가시지 않아 무게 중심을 오른발로 하고 힘겹게 뛰어간다. 1km 정도 고통스럽게 뛰다 보니 그만 멈추고 구급차라도 타고 가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는 건 결코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꾹 참고 달렸다. 25km 지점에서 나누어주는 파워 젤 2개를 받아 하나는 먹고 하나는 챙긴다. 가져온 것 3개에 10km 지점마다 1개씩 먹기로 했지만, 에너지 보충이라도 하면 통증이 사라질까 하고 먹었다. 은은한 오르막 서상대교 3km 구간을 지나 28km 지점까지 달리다 보니 통증은 사라지는데, 이젠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역시 몸은 솔직한가 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짧게 뛰어본 10km와 10월 6일 부산마라톤에서 21km, 10월 20일 비슬산 산행 23.5km 종주가 장거리 훈련의 전부다. 풀코스 완주를 위해서는 최소한 30km 이상을 몇 번은 뛰어줘야 한다. 경험자들이 누차 강조하는 말 연습한 만큼만 뛸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하고 있다. 체력의 한계점에 다다른 30km 지점에서 오르막 구간을 지나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한 여성이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목표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편하게 뛰어가자며 위로한다. half 지점까지 뛴 기록이 1시간 53분이라 충분히 서브-4 할 거라고 자신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뛰어온 1km에 5분 20초 페이스로 본다면 3시간 47분 정도에 골인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어쩌랴? 서브-4는 이미 물 건너갔고 남은 10km 가 걱정이다.

32.5km 지점 식수대에서 이온 음료와 바나나를 먹었지만, 좀처럼 힘이 나질 않아 할 수 없이 걸어간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달려보지만 얼마 안 가서 이젠 허벅지에 쥐까지 나기 시작한다. 어찌 이런 일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근육이 땅겨 어쩔 수 없이 또 걸었다. 35km 지점부터 주로 옆 간간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놔둔 음료와 과일을 먹으며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가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40km 지점까지 천천히 달리다 걷다 반복하니 오만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지? 아침 9시 15분 start 오후 2시가 다 돼간다. 공지천교 골인 지점이 저만치 보이는데 여기서 달리는 흉내라도 내야겠지, 털털 털~~~ finish 4시간 32분 59초.

결과지만 구간별 기록을 분석하면 5km 26분, 10km 27분, 15km 26분, 20km 27분 하프 1시간 53분, 이후 25km 31분, 30km 33분, 35km 43분, 40km 43분, 42.195km 16분이었다. 처음부터 1km에 5분 41초 페이스만 뛰었어도 무리 없이 서브-4 가능했었는데, 초중반 1km에 5분 22초로 19초나 앞당겨 뛰었으니 결론은 over pace 훈련 부족과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결과라 분석이 된다.

살아가는 일도 그럴 것이다. 주어진 삶에 정해진 목표가 없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 생각이 든다. 안 해도 되니까, 편한 대로 하면 되니까, 삶이 평생이라지만 몇 년만 살고 간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면 길게 보면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신기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시작했다는 것과 그것을 지속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라톤처럼 이미 시작되었기에 행복을 찾아 지속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힘들면 뛰다가 걸어가더라도, 멈추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내 미소를 띠며 골인하는 마라토너처럼 목표를 향해 끝까지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생은 풀코스 / 한영택

가슴이 답답하고
말 못 할 상념이 휘몰아칠 때
신발 끈을 묶어라

가슴이 쪼여오는 통증은
나를 넘어서는 인내가 필요하기에
나에게 물어보는 순간이다

심장을 찌르는 숱한 질문이
곳곳에 아픔과 통증으로 몰려오지만
극한 상황을 체험하면 안다

추워도, 더워도,
불어도, 젖어도,
힘겨운 언덕길 오르내려도
포기하지 않고 가야 하는
인생은 풀코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2 (19.10.28)

김상화 2020-03-05 23:04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먼저 고생하셨다는 말부터 해야겠네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10km 지점에서 왼쪽 장딴지에 약간의 통증이 왔다고 하는 글을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걷다 뛰다 하길 거듭하면서 완주를 하셨다니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과연 작가님께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셔야 하나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운동은 자기 몸에 맞게 적당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앞으로는 적당히 운동하시기 바라고요 코로나 19 잘 이겨내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장선희

2020-03-06 18:56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42.195km 16분이라는
결과를 세우신 마라톤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마라톤은 계속 뛰는 게 아니라
뛰다가 걷다가 잠깐 숨도 돌리며
완주 하는 목표가 중요하지요

인생도 마라톤 같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든 목표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거에
행복감도 더 큰 것 같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과 함께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한영택	장선희 작가님 잘 계시지요? 40km ~ 42.195km 구간 2.195km 16분, 총 완주는 4시간 32분 59초였습니다 뛰다보면 기록을 의식하고 좀 더 잘 뛰려하는 것이 마라토너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설렘과 열정,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자신감에 뛰다가 고통을 겪습니다 ㅎㅎ 10km는 가뿐하게, 하프는 좀 뛰었네, 페이스메이커는 재미로 고루 해보았습니다 무엇이든 목표가 있어야 열정적으로 다가갈 수가 있겠지요 한 살이라도 젊고 힘이 있을 때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건강 잘 지키시고 활기찬 생활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3/6 22:40

정찬열 2020-03-07 07:23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우선먼저 끝까지 완주하신 인내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항상 나이가 들어도 젊은 청춘으로 생각이 가기에 마음은 앞서가고 몸은 나이가 거듭할수록 따라주지 않은 것인데 그 연세에 대단한 완주의 성과를 올리셨군요 그렇게 용기와 의지가 뒷받침 한것은 오직 젊은 시절의 해병대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해주고 싶네요 다시한번 축하 드리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경북과 대구의 실정이 코로나 때문에가슴아파 오는데 작가님 생각을 대구에 확진자가 늘어났다하면 생각 됩니다. 항상 건강에 유념하시고 편안한 3월 슬기롭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영택 2020-03-06 17:09	《Re》김상화 님 , 김상화 작가님 감사합니다. 장거리에서 충분한 연습이 되지 않았을 때 종아리 부상이 옵니다 마리토너에게 힘들게 그걸 왜 하지? 물으면, 왜 사느냐? 묻는 질문과 같습니다 매년 한 번씩 클럽회원 단체로 풀코스 뛰기로 정하면 휩쓸려 뛰는 경우가 있지요 동아, JTBC, 조선, 메이저급 대회는 마라토너라면 꼭 뛰어보려고 합니다 인생도 단맛 쓴맛을 봐야 듯이 마라톤도 마찬가지입니다 ㅎㅎㅎ 첫 풀부터 이 대회까지 마라톤에 인생이 담겼습니다 고루고루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좋았고요 이 대회를 끝으로 단거리 위주로 가볍게 즐달하고 있습니다 過猶不及 모든 건 적당히,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19’로 출퇴근 시간 외에는 거리가 한산합니다 사람 출입이 많은 식당, 사우나, 등등 문 닫은 곳이 많아 불편이 많습니다 꽃피는 봄이 왔는데, 올해는 봄이 실종 된 거 같습니다 빨리 안정을 찾아 활기찬 생활이 되기를 바라네요 건강하시고 무탈하십시오.

한영택 2020-03-07 11:49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잘 계시지요?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40대에서 50대,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갈 때면 신체적 변화를 느끼지요 잘 관리해서 젊은이 못지않게 하려하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모든 건 때와 시기가 있는 법, 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가 있지만, 해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늙어서라도 해보고 싶은 게~~~??? ㅎㅎㅎ 요즘 이곳은 거리가 텅 비고 상가나 음식점이 문을 닫거나 썰렁합니다. 국내 확진자 급증에 다들 힘들어하고 불안해하는 와중에 좋지 않은 소식이 있네요 뉴스에는 일본과의 사실상 출입제한 조치를 하는 등 전쟁이네요 모두가 한마음 되어 슬기롭게 대처하고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기력보충 잘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박목철

2020-03-08 14:48

포기하지 않는 극기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마라톤은 해보지 않았지만 달리기는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군대에서 10km 구보를 하면 항상 선두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예비군 평가 훈련에서 5km구보를 시간안에 들어오면 하루 훈련을
빼 준다기에 옛날 생각하고 달려서 1등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탈진해서 그냘 종일 아무것도 하지를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쉽지 않다는 걸 느껴봐서 안답니다. 암튼 존경스럽습니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까짓 코로나는 한방이겠지요, 작가님,


한영택	박목철 작가님 감사합니다 춘천 의암호를 한 바퀴 도는 순환 외길코스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딱 중간지점에서 부상으로 뛰기 힘들었고 몇 번의 경기에서 서브-4까지 했는데, 그만 멈춰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당장 구호 요청도 어렵고 해서 꾹 참고 뛰었습니다 작가님은 신체 조건도 좋으시고 1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 등 뭐든 잘하셨죠 한참 안 하다가 갑작스레 과하게 하면 누구라도 후유증이 따르지요 예비군 훈련에서의 일화는 웃자고 하신 말씀인거로~~~ ㅋㅋㅋ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지만 슬기롭게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생활이 되십시오.	3/8 22:20

전병일

2020-03-10 11:32

작가님 안녕하세요?

추워도, 더워도,
불어도, 젖어도,
힘겨운 언덕길 오르내려도
포기하지 않고 가야 하는
인생은 풀코스.

마라톤은 인생길 인듯 합니다
뛸수 있으니 행복하고 감사해야죠
수고하였습니다

봄비 내리는 화요일 입니다
이 비에 코로나 말끔히 가져 갔으면 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고 건강하세요...


한영택	전병일 작가님 안녕하시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단지 얼마만큼 연습했느냐에 따라 무난하게 완주할 수 있겠습니다 암튼 마라톤 입문 후 5번의 풀코스 뛸 때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격한 운동이라 아무래도 젊고 힘 있을 때가 훨씬 유리하겠습니다 처음엔 설렘, 열정과 성취, 갈수록 힘겨운 역주 어쩌나요? ㅎㅎㅎ 봄비가 촉촉이 내리니 마음은 한결 여유로운 듯합니다 ‘코로나19’ 봄비가 말끔히 가져가면 정말 좋겠지요? 빨리 정상화되고 활기찬 생활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안 건필하십시오.	3/10 18:27

길 위의 인생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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