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전선희
ㆍ작성일	2023-11-23 13:40

ㆍIP: 106.xxx.102

나의 길

시간의 흐름 앞에 하루 24시간을
현실과 부딪히며 치열하게 일 년처럼 살아가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리워할 사이도 없이 눈앞에 놓인 현실에 급급하다

밤샘근무를 끝내고 난 뒤 초췌한 얼굴을 한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낯이 익은 듯도 하고 낯설기도 한
푸석한 얼굴이 불쌍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른 동료들은 야간근무가 끝나고 나면 그대로 집으로 가서 쉬기도 하고
부족한 잠을 자기도 하고 가족을 위해
부엌에서 이것저것 만난 음식을 만드는 주부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달리

집에 들를 시간조차 없이 길 위에서
또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나는
커피 한잔으로 밀려드는 잠을 쫓아내고 흩어지려는 정신을 끌어 모아
다른 직장으로 액셀을 밟는다

거리에는 은행 잎이 샛노랗게 물들어
솔솔 불어오는 갈바람에 우수수 쏟아진다
가을이어서 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백미러로 보이는 뒷좌석에는
켜켜이 개어져 있는 옷가지들과
화장품 간식들이 줄지어 앉아
물끄러미 주인을 응시한다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또 다른
직장의 주차장에 도착하여
선팅이 짙게 되어 있는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출근 5분 전 의자를 뒤로 젖혀 비스듬히 누워 혹 그대로 잠들어 버릴까 봐 알람을 5분 후로 맞추고 잠시 눈을 감는다
이 오분의 시간이 어쩌면
양쪽으로 근무하는 날의 가장 편안한 시간으로 하루 일정표를 보기도 하고
입금할 곳은 보내주고
전화해야 할 곳은 통화를 하면서
5분의 자유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한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불쑥 튀어나오는 생각
난 왜 이렇게 늘 바쁘게 살아가지?
내가 별난 건가? 자신에게 물어보며
나를 위한 위로를 해본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헤쳐 나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단단해지고 더 강하게 훈련되는 것 같다
그렇게 긴 시간 단련되어서일까

어느새
내 몸은 나의 정신에게 지배를 당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천근만근 몸이 무겁다며 가라앉기도 하고 졸린다며 뒤틀리기도 하고
잠 좀 자자고 아우성을 쳐도
단단히 무장된 정신이
일어나서 또다시 힘을 내자 하고 주문을 걸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는 내 몸을 본다

집에서 푹 자고 출근하는 밝고 맑은
평범한 일상을 하는 사람들과 내기라도 하듯 맞서며 하루의 근무시간에 충실하려 애쓴다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비록 힘들지라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훗날은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다독인다

여유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내가 정한 나의 목표를 위해서
지금은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좌절하고 주저앉을 일이 아니니 힘을 내서 즐기라 한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저만치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한 노파의 걸음이 나를 향해 점점 가까워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눈이 마주쳤다
순간 "그 녀석 자수성가하겠네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 인물 했을 텐데" 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시곤 나를 지나쳐 간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평생
머릿속에만 남아있었는데
살아오면서 이제야 그 말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곤궁한 부모밑에서 자랐던 친정에서도 시부모님들이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시댁에서도 이조시대에나 있을법한 결혼을 했던 애들 아빠에게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이들 네 명을 낳아 키우며 살아내느라

평생 쉬어본 적 없이 두 가지 일에 세 가지 일에 많이 할 때는 한꺼번에 네댓 가지 일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아이들 대학만은 졸업시켜야지
집 장만은 해야지 하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걸어온 길
이제 막내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점점 내가 정한 목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예전에 마주쳤던 한 노파의 이야기가 귓전에서 노닌다
살아보니 내 말이 맞지 하며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려준다

고생은 했지만 살아낸 과정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점점 목표에 도달해 가니 마음이 뿌듯하고 한편으론 든든해지며 나 자신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을 토닥거려 준다

그렇다고 모든 일상이
일만 하는 삶은 원치 않았다
일찍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내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정해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일을 할 때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만
쉬는 날이 돌아오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돌아다닌다
산과 바다 강이나 호수가 바라보이는 한적한 곳이나 파도가 물결치는 바다
가을을 볼 수 있는 단풍이 든 풍경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

내가 욕심이 많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녀도 많고
직장도 갑절로 다니고
하고 싶었던 공부도 다 해보고
가고 싶은 곳은 찾아가며 한치의
여유도 없이 바람이 세상을 스치듯

나는 나만의
다채로운 빛깔을 내며
오늘도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살아있어서 행복한 날들이다

염경희 2023-11-23 17:01	꿋꿋하게걸어오신 그길에 꽃다발 한아름 내려 놓습니다 읽어 내려오는 내내 제 머리속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생각케하였고 또 열심히 살아 온 미래에 밝은 빛이 비추는 걸 느꼈습니다 힘들었던만큼 기쁨은 배가 되고 맡은바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스스로가 토닥토닥 두드려주게 됩니다 작가님의 진솔하신 삶의 이야기 잘 감상했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장선희 2023-12-13 12:05	전선희 작가님 정말로 열심히 살아 오셨네요 수필 작품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항상 보아도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에 생기가득 하신 표정이 좋아보였답니다 이젠 지난 날 너무 바쁘셨으니 글로 풀어내시며 여유있는 시간들이 되실 것 같아요 자신을 아끼며 하고자 하는 일에 행복하시리라 믿어봅니다.

이환규 2023-12-26 11:19	작가님의 첫 인상은 항상 웃음을 짓고 있으나 그 내면은 장군의 모습이었습니다 강인함을 속으로 갈무리 하고 있으나 그 것을 볼줄 아는 사람은 보이더군요 행복한 삶을 위하여 ~~

빛나는 네 개의 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