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홍성기
ㆍ작성일	2024-02-22 16:14

ㆍIP: 180.xxx.252

야바위꾼에 대한 단상

德松/홍성기

옛날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우리 집에서 호남선 철로를 따라 약 3km 남짓한 거리에 신태인읍이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 신태인국민학교가 있었다. 신태인읍 거의다 가서 철길 옆에 야바위꾼들이 날마다 자리를 펴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야바위판을 벌이곤 하였다. 야바위는 사전적으로 "교묘한 수법으로 남을 속여 돈을 따는 노름의 하나이다"라고 되어 있다. 야바위꾼들은 항상 바람잡이들을 동반하고 다닌다.
사람들이 모여들면 손님으로 가장한 바람잡이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첫번째가 다가와 손님인 척 내기를 건 후 돈을 따서 간다. 이어서 두번째도 나타나 내기를 하고 돈을 따서 간다. 손님들이 볼 때 나도 하면 금방 딸것같은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 정말 그들의 수법은 기기묘묘하여 언제 바꿔치기 하는지 도무지 마술처럼 알아낼 수가 없다. 바람잡이들의 존재도 새까맣게 모른 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친구들은 잠시 구경하다 학교에 늦는다고 부지런히 학교로 갔는데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몰래 남아 야바위판을 계속 구경하였다. 손님 인듯한 어른들이 돈을 묻고 숨겨둔 카드를 찾아 내자 돈을 배로 주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카드가 나오니 욕심이 생기고 ‘나도 하면 쉽게 돈을 따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정상적인 어른들이라면 야단을 쳐서 보내야 옳은데 돈을 걸라고 해 처음에 100원(그 당시 돈으로)을 걸고 했는데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다.

카드가 세 장인데 한 장만 다른 색으로 되어 있으며 세 장을 이리저리 위치를 바꾼 후 그 카드를 맞추면 건 돈의 두 배를 주는 것이다. 내 눈엔 분명히 가운데에 다른색 카드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확인해보니 옆에서 나왔다. 또다시 눈을 크게 뜨고 다시한번 도전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마지막 남은 100원을 걸고 눈을 다시한번 동그랗게 떴다. "아저씨, 손대지 마세요!" 내가 봐둔 카드를 얼른 짚었다. 그러나 열어 보니 엉뚱한 카드가 나왔고 돈을 도로 돌려달라고 애걸복걸 했지만 헛수고였다. 나는 돈을 다 잃고 울면서 터덜 터덜 학교로 갔다. 교실로 들어간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싹싹 빌면서 선생님께 용서를 구하였다.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틀림없이 육성회비를 가져오겠으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지각했을 뿐만 아니라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크게 혼날 줄 알았는데 다행이도 선생님께서는 매를 안대고 혼만 내셨다. 혼은 많이 났지만 겨우 위기 탈출을 할 수가 있었다.

막상 집에 오니 한번 가져간 육성회비를 또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내가 말하면 믿어 주시는 아버지께 다음과 같이 거짓말을 꾸며 대었다. “아버지, 제가 똥구가 많이 아파서 그런데, 약값 좀 주세요!” 아버지는 얼마나 많이 아프냐며 같이 병원에 가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나는 “아니요, 저 혼자 병원에 가도 되니까 300원만 주세요!”
아버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돈을 꺼내 주셨다. 그리고 꼭 약을 사서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께 너무나 죄송하다. 이렇게 해서 다음날 육성회비를 무사히 갖다 내고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전혀 생각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가 교회에 다니게 되고 어느날 기도하던 중 어린 시절 철부지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돈을 타갔던 그 사소한 일이 큰 죄였음을 깨닫고 회개하며 흐느껴 울었다. 그 후론 헛된 사행성 놀이나 행위는 절대하지 않겠다며 나 자신과 약속을 하고 지금까지 잘 지켜왔다. 그런데 몇년 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이었다. 동대문 지하상가 모퉁이에서 야바위꾼들을 다시 목격하게 된것이었다. 휴가 나온 군인 이 나와 똑같은 일을 당하고 억울해 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어느새 바람잡이들이 나타나 빙 둘러싸고 겁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버젓이 야바위꾼들이 건재하고 있음에 회의감을 느끼며, 누군가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먹으려는 못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배정숙

2024-02-22 17:30

존경하는 홍성기 작가님!
어린 시절에 육성회비를 몽땅
털리시는 스토리가 있으셨군요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묻지 않으시고
거금 300원을 주셨네요
아마 꼭 필요한 곳 쓸때가 있을 거라고
믿어주시고 눈 감아주신
은혜로우신 아버지
덕분에 위기를 면하셨군요

한올 한올 작품을 엮어서 서재에 올리시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히 배독합니다 .^^


홍성기	존경하는 배정숙 시인님 첫걸음으로 저의 서재를 찾아 주시고 훈훈한 덕담 주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어릴적 받은 충격적인 사건 이라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아 적어 보았답니다 바쁘겠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	2/22 23:07

황영칠

2024-02-23 19:50

존경하는 덕송 작가님
세컨드 하우스 두 집 살림 차리시니
기분이 어떠신가요?
참을 흥미진진한 글입니다. .
이기를 아버님 덕분에 면하셨군요.
당시 300원이라는 거금을 길바닥에서
날리셨으니 선생님이 아셔야 혼이 나는 건데
위기 탈출의 대가십니다.
매끄러운 세련된 문장 너무 늦게 등단 하셨습니다.
준비된 작가님이신데
저는 서울에 올라와서 서울 지리 익힌다고
점심은 김밥 사 먹고 일요일에 남산 둘레 길을 산책하다가
길섶에 야뱌위꾼이 종지 엎어놓고 하는 짓거리를
구경하다가 어느 얼간이가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고
옆에서 훈수를 두었다가 그놈들 깡패에게 얻어터질 뻔 했습니다.
아무 튼 흥미진진한 수 필 잘 감상했습니다.
명 작가 님이십니다.
축하 드립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황영칠 작가님 요즘 문예대학 수강하시느라 많이 힘드실텐데도 저의 서재를 찾아 주셔서 귀한 말씀으로 용기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아 나무에 오르다 팔도 세 번이나 부러졌답니다 야바위꾼들보다 제가 영리한 줄 잘못 까불다 큰 코 닥쳤습니다 어리석은 일임을 자신과 타인에게 고백하는 차원에서 글로 적어 보았답니다 작가님께서도 훈수를 두실 정도이시니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암튼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힘써야 겠습니다 작가님의 좋은 말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준비하신 시집도 대박 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24 23:00

염경희

2024-03-02 19:41

안녕하세요 감동의 글 잘 읽었습니다
짧은 잇사 글 남깁니다.

좋은 글로 많은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바쁘실텐데도 잊지 않으시고 찾아 와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작가님 글들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으머 잘 배우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많이 관심갖고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13 10:27

짝사랑 여인

금대산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