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홍성기
ㆍ작성일	2024-02-22 16:17

ㆍIP: 180.xxx.252

짝사랑 여인

德松/홍성기

고등학교 시절 3년 동안 내내 짝사랑으로 몸살을 앓았다. 틈만 나면 그녀를 만나 편지를 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 어느 날은 동네 앞산에 올라 그녀가 사는 동네를 내려다 보며 많은 상상을 하기도 하였다. 함께 가까운 내장산에 놀러 가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오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멀고 서로 만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말문이 막혀 글로 써서 전해주려던 짤막한 편지 한 장을 손에 쥔 채 돌아서고 만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느 날 아버지가 벗어둔 양복을 몰래 입고 그녀의 집을 찾아 나섰다. 무작정 대문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는데 마침 집에 있어서 만날 수 있었다. 얼굴이 하얗고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보름달처럼 환한 미소를 띤 수줍은 아가씨가 걸어 나왔다. 그러나 큰 오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큰 오빠를 모셔와 허락을 받고 나서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의 집 마당은 노랗게 익은 탱자들이 주렁주렁 달린 탱자나무 울타리로 되어 있었는데 둘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동안 혼자 짝사랑 하면서 쓴 편지와 일기 그리고 서툴디 서툰 시들을 하나하나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영화가 좋아 몰래 영화 본 이야기와 많은 남자들로부터 받은 연애편지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안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나와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다.
“야 이년아, 외간 남자와 만나 그렇게 오래 이야기하는 것 네 아버지가 알면
다리 몽둥이 부러진다”
라고 말하며 머리채를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짜고짜 비짜루를 들로 그녀의 여리디여린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순간 나도 모르게 비짜루를 빼앗아 들고
“따님이 무슨 잘못입니까? 모든 게 제 탓이니 저를 때려 주세요!”
내 말을 듣자 화가 좀 풀린 듯 한마디 한다.
“예수를 믿는 사람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을 많이 나누냐! 아버지 오시기 전 에 얼른 내보내거라”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에 나는 놀란 토끼되어 허겁지겁 방을 나왔다. 그녀도 같이 따라 나오며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남긴 채 헤어지려니 다시 큰 오빠를 불러다 준다. 그는 나에게 호남선 철길을 따라 걸으며 많은 충고를 해주었다.
“지금은 연애보다 공부에 더 전념해야 할 때이니 공부만 열심히 해라. 우리 동생은 하루에도 수십통의 연애편지가 오지만 내가 미리 받아보고 몰래 불에 태워버렸다. 그러니 앞으로는 절대 찾아 오지마라!”
나는그의 충고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 채 먹구름 낀 먼 하늘만 쳐다보며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중년이 훨씬 넘은 나이에 고향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녀도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 처음 본 그녀는 곱게 늙어가고 있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계기는 이러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그녀는 다른 친구들보다 공부도 잘하고 예뻐서 모든 남자들의 우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말 한마디 나눈 일도 없고 직접 본 일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내 앞에 우상처럼 나타났고 그날 이후로 내 머릿속엔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들어차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어린이회 임원으로 매주 한번씩 회의를 위해 만남을 가졌다. 너무나도 수줍은 나는 그녀의 곁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회의가 끝나면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상사병이 날 정도로 온종일 그녀 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찼고 거의 빠짐없이 일기장에 그녀 이야기들로 채워 나갔다.

고등학교 때는 내 명함사진 뒷면에 푸쉬킨의 유명한 시 <삶>을 적어 그녀에게 전하려고 그녀가 다니는 고등학교 정문 앞에 미리가 기다리며 손에 땀이 나게 쥐고 있다가 용기가 나질 않아 건네 주지도 못하고 그냥 다시 되돌아 오곤 했다. 결혼 후에도 내 앨범 안에 그때의 사진이 색이 바랜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아마 이때부터 문학적인 소년이 되었는지 모른다. 틈만 나면 일기와 시를 쓰고, 일기장엔 그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기장을 없앨 수가 없어서 결혼 후 얼마 동안 아내 몰래 간직했지만 어느 날 아내에게 발각이 되어 고향집에 내려가 모두 불태워 버렸다. 가슴은 아팠지만 가정의 화목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요 희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일이 나에게 문학도의 꿈을 키워 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교회 장로의 아내이자 권사로 봉사하며 세 자녀들의 훌륭한 엄마로 살아가는 그녀, 이십여년 전부터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통해 일년에 두 번씩 함께 만나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몇 년 전에 아쉽게도 모임이 헤체되었다.

얼마전, 몇 번을 망설이다 먼저 등단한 시인의 권유로 시를 써서 내게 되었는데 신인문학상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이 되었다. 늦깎이로 시인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열기까지 알게 모르게 밑바탕이 되어준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배정숙

2024-02-22 18:30

존경하는 홍성기 작가님!
정성으로 집필하신
"짝사랑 여인"
감동으로 배람하며
큰 박수를 드립니다

풀어놓은 2월이 바퀴를 달은 듯
달려갑니다
또 오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배정숙 시인님 귀한 걸음으로 오시어 응원의 댓글로 힘과 용기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저의 서재지만 더욱 정진하여 아름답게 가꾸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행복 가득한 나날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22 23:07

한영택

2024-02-23 12:17

홍성기 작가님 반갑습니다. 먼저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고교시절 사랑앓이가 심했네요. 대상이 무엇이든 간절함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길을 찾아가는 거 같습니다. 누구에나 있을 법한 소싯적 학창 시절의 사랑이야기 그래도 그 시절엔 순수함이 가득 했습니다. 저도 그 시절 저를 몹시 따르던 후배 여학생이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려 아련한 옛 기억으로만 있을 뿐입니다. 그 시절 회상하며 미소 지어봅니다. ㅎㅎㅎ

집필하신 글 재밌게 배람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홍성기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저의 등단을 축하해 주시고 저의 부족한 글을 읽으시고 공감의 글로 용기주시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작가님의 서재를 찾아가 많이 배워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월대보름! 즐겁게 보내시고 문운 창대하시길 두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24 23:06

황영칠

2024-02-23 20:00

존경하는 덕송 작가님
저는 이 작품을 가장 우수작으로 꼽았습니다
흥미 진진 하여 한 편의 소설입니다
작가님은 어렸을 때부터 연애 기술과
여자의 마음을 읽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나 봅니다.
용기도 대단하고요.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는 말이 있지요.
혹시 초등학교 졸업사진 있으면 보여주세요
엄청 궁금합니다.
동창회 사진이라도요.
이런 작품 올리면 제가 더 날뜁니다
잼미있잖아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또 오겠습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황영칠 작가님 부족한 저의 글을 예쁘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가 고교시절 철없이 짝사랑한 이야기를 적어 본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동창 모임에서 만나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의 이상형은 키 175cm 이상은 되었어야 했답니다 163cm 인 제가 넘봤으니 언감생심 말이나 되었겠습니까? 그래도 좋은 친구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언젠가 황작가님께서도 애틋한 사연을 들려 주셨는데 저도 많은 공감을 가지고 들었답니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들인듯 싶네요 날씨의 변동이 심한 이때 감기 조심하시고 작가님의 앞날에 문운 창대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24 23:16

황영칠	무척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사실은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련한 추억을 그리면서 주름진 입가에 미소 머금고 살아가는 노인의 석양에 비친 미소는 참 아름답지요. 더구나 시인이고 작가가 되어서 아름다운 시와 수필로 지난날을 추억 할 수 있는 인생.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노인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렇게 살면서 시와 수필로 아름다운 소년 시절의 추억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생각하면 홍시인/작가님은 누구보다 가슴 떨리는 인생을 멋지게 살고 계십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2/25 09:48

홍성기	존경하는 황영칠 작가님 여러 가지로 바쁘실텐데도 저의 서재를 방문해 주셔서 귀한 말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시인으로 작가로 글을 쓰며 보람찬 노후를 보낼수 있게 됨은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 주신 선배 작가님의 변함없는 격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해드리며 더욱 더 정진하여 점차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애정으로 자켜봐 주시고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저도 작가님의 서재에 자주 들러서 많은 것들을 배워 오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오니 환절기에 과로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라오며, 준비중이신 시집이 독자들의 큰 사랑받아 대박나시길 거듭거듭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25 16:15

최미봉

2024-02-27 10:02

반갑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남자분들에겐 거의 있을 법 한 사춘기에 추억이 아닐는지요
감회가 있는 아름다운 풋풋한 첫사랑
등단 하심을 축하드려요


홍성기	존경하는 최미봉 작가님 저의 서재를 방문해 주시고 귀한 말씀으로 격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첫사랑이 아니고 짝사랑이랍니다 상대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저 혼자 사랑하며 가슴앓이 했답니다 지금은 좋은 친구로 동창들 모임을 통해 잘 지내고 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저의 등단을 축하해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문운 창대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28 05:40

최승태

2024-02-27 16:35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홍성기 시인님
작가로 또 한번 등단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자주 뵐 기회나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작가님을 뵐 때면 고향 형님을 오랜만에
만난 거 같이 반갑고 그렇습니다
연배 차이는 많이 나지만 같은 글을 쓴다는 입장에서
친근감도 있고 좋습니다

작가님의 개성을 살리시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 존경을 표합니다
앞으로 제가 어찌 살아야 되는지, 또 어떻게 글을 써야 되는지
멋진 길잡이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새싹과 꽃들이 피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여유롭게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가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최승태 시인님 저의 서재를 찾아 주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함께 경기지회 모임에서 뵐 때마다 반갑게 맞아 주심, 늘 잊지않고 있답니다 저도 시인님의 활발한 활동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애정으로 서로 격려하며 문인의 길을 걸어 갈수 있길 기대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아름답고 멋진 작품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28 05:51

장계숙

2024-02-29 13:26

아름다운 글입니다.
추억 속의 그녀가 ...덕분이라고 하시니
그녀도 등단 소식에 기쁜 맘으로 축하 했을것 같습니다.
예전엔 이성 친구 사이에 왜 그리 금을 그었는지...
시대의 흐름이 그러 했으니...
그 시절 가슴앓이 하던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세월 지나도 그때 그 감정은
고스란히 글속에 남아있으니
짧은 만남의 아쉬움이 가득 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이야기 감사히 배람했습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장계숙 시인님 고운 걸음으로 저의 수필 서재를 찾아 주시고 격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고교 시절의 가슴앓이 짝사랑을 추억속에 담아 두었다가 적어 보았습니다 공감으로 다가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2월의 마지막날 잘 마무리 하시고 활기찬 3월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3/9 06:42

정연석

2024-03-01 23:29

존경하는 홍성기 시인 작가님
작가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짝사랑 수필 잘 읽었습니다
누구나 짝사랑의 추억을 갖고있지만
작가님처럼 실타래를 풀듯 쓴 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작가영역에서 시로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마음껏 성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앞으로 작가 서재에서도 자주 뵈어요
재삼 축하드립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정연석 작가님 삼일절 뜻깊은 날에 저의 서재를 찾아 주시고 귀한 공감의 글로 격려해 주시며 축하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작가님의 서재를 찾아 많이 배워오드록 하겠습니다 새봄을 맞아 작가님 서재가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 넘치게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9 06:42

염경희 2024-03-02 19:40	존경하는 작가님!!! 작가 서재 개설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 방에 오셨는데 오늘에야 인사드렸습니다. 워낙에 2월은 바쁘게 보내다보니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는데 앞으로는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홍성기 2024-03-03 07:01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여러가지로 바쁘신데 저의 서재 개설을 축하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이끌어 주시고 좋은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작가님 서재를 찾아 많이 배워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봄을 맞아 작가님 서재가 많은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 받으시길 바라오며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정대수

2024-03-06 06:49

존경하는 홍성기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작가로 등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짝사랑 여인"
지난날에 짝사랑을 되돌아보는 작품이네요.
당시에는 용기가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가님은 만나서 이야기라도 하셨네요.
아예 주위만 맴돌다가 끝난 경우도 허다하지요.
아무튼 그로인해 시인으로 작가로 활동을 하시게 되었으니
그 마음을 글로 표현하시면서 회상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셔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 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홍성기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저의 서재를 방문해 주셔서 등단을 축하해 주싱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글을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좋은 글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의 길을 걸어보겠습니다 선배 작가님께서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작가님 서재를 찾아 많이 배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갖가지 향기로운 꽃들 만발한 새 봄엔 더욱 건강하시고 독자들의 큰 사랑 받으시며 문운 창대하시길 기원드립니다.	3/9 06:43

아카시아, 꽃향기

야바위꾼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