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창작 문예대학

ㆍ작성자	이금미
ㆍ작성일	2005-04-14 21:27

ㆍ추천: 0

합평 도마에 오른 '저물어가기 전에'
저물어가기 전에

이금미

찌그러진 양은 대야 세숫물 위로
후둑 떨어지던 코피처럼
번져가는 노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상처마다
빨간약 발라주는 노을 아래
그대와 나
산허리를 감아 도는 어스름처럼
그렇게 얼싸 안으며
한 몸이 될 수 있다면
깊은 어둠인들 무슨 상관있으랴

연착된 기차에서 내린 만남일지라도
붉은 신호등 앞에서도 멈출 수 없는
고장 난 브레이크 같은 운명일지라도

저물어 가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내 붉은 심장 당신 앞에서
환하게 불사를 수만 있다면

***************************************************************************

저물어가는 것, 그 유한한 삶에서 부르는 쓸쓸함의 노래

정토종의 창시자 원효는 일찍이 ‘절은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중생을 구제하고 중생 곁에 있어야 할 절이 산 속 깊이 들어가 승려들의
개인적 참선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시가 대중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평론가들과 시인들의 전유물인
부르주아 문학이 되어야 하는가?
이 시점에서 현대시의 난해성,
대중과 유리된 시 전개양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담론을 떠올려 본다.

몰튼의 발라드 댄스說에 의하면 원시인들이 큰 동물을 잡거나 큰 기쁨이 있으면
모닥불을 지피고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흥얼거리면서 뭔가를 두드리던 동작,
즉 문학과 춤과 음악이 미분화된 상태의 원시종합예술에서 문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 시는 흥얼거림과 같은 것이어야 했을 것이고 그래야만 구전(口傳)이
가능했을 것이다. 시가 문자로 정착된 이후에도, 아니 최소한 현대시의 시작 전까지만 해도
시는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야 했고 노래가 될 수 있어야 했다는 것이 이 담론의 시작이다.
왜 현대시는 대중과 등을 돌린 채 난해해져 가는가?

대중성을 지향하는 작품들로는 속칭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시들을 들 수가 있다.
물론 베스트셀러 작품의 허와 실을 이야기하는 평론가들 역시 많다.
이승하 시인은 이정하 시인을 비롯한 몇 명의 시인을 예로 들어가며
시인으로서 문장 수련의 기본도 되어 있지 않는 사람이라고 신랄하게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문학성과 노래의 배합을 잘 해내는 소수의 시인들은 대중에게도 시인들이나
평론가들에게도 많이 읽혀지고 있지 않는가? 근래 들어서 우리나라에서 시가 죽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 아직은 행복한 편인 듯 하다.
시가 난해의 골목길을 쓸쓸하게 걸어가는 프랑스 같은 경우는 시인들이 보통 몇 백 권을
출판한다고 하지 않는가? 시인들끼리 평론가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보아주는 서글픈
광경인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는 시인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성이 있는 시는 왜 대중성이 없는가?
왜 대중성이 없어서 작금의 베스트셀러- 이것도 조작된 경우가 있지만-
반열에 오르는 시들이 드문가?
작품성을 인정받는 시인들이 쉽게 쓰려고 하지 않고
시를 더욱 깊은 골짜기의 절로 끌고 올라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깊이 있는 개인적 사색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베이컨의 말처럼
'철학자와 함께 생각하고 대중과 함께 이야기하라.' 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각설하고, 일단 시가 쉬워야 한다는 관점에서 위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 마디로 이 시는 쉽게 읽혀진다는 점에서 대중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쉽게 읽혀진다는 점과 쉽게 써졌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찌그러진 양은 대야 세숫물 위로
후둑 떨어지던 코피처럼
번져가는 노을

1연은 ‘찌그러진 세수 대야(산등성이의 굴곡)에 떨어져 번져가는 코피(노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아픔처럼 번져가는 노을을 묘사한 시행인데
섬세한 감각의 칼날이 아픔을 객관적 이미지의 시각화로 형상화하고 있다.

저물어 가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내 붉은 심장 당신 앞에서
환하게 불사를 수만 있다면

이 시의 4연을 보면, 화자가 노을이라는 시적 대상을 보며 느끼는 정서가 드러난다.
노을은 소멸과 인간 유한성의 상징이다. 기형도 시인은 노을을 ‘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라고 노래했다.
한 생애의 마지막에서 자신을 소각시키는 삶, 인간은 지친 몸을 끌고서라도 삶이
저물어가는 나날들에 자신을 소각시켜 버리고자 한다.

2연은 노을이라는 시적 대상을 내적 아픔(코피)으로 인식하던 1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상처에 발라주는 빨간 약으로 노을을 인식하는 2연으로 시가 전개된다. 즉 아픔의 객관적
상관물이 아픔을 치유하는 매개물로 전환되는 것이다. 상처가 상처를 쓰다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를 연시(戀詩)임을 인식시켜 주는 3연은 어느 정도의 상투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손질해야 할 부분이다. ‘
운명’이라는 시어는 구체성이 부족하다.

시적 대상에 대한 표현과 시상 전개는 상당히 숙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시적 대상에 대한 ‘낯설게 하기’에 더욱 고심하기를
바란다. 또 그리움, 사랑, 외로움 등 많은 여류시인들이 갇혀 있는 자아 토로라는 틀을
과감히 깨고 현실세계의 깊은 곳으로 천착하여 다양한 시세계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민 시인

이금미: 제 졸작을 합평해 주신
박성민 시인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치부(?^^)가 낱낱이 들어나지만
좋은 말씀을 많이 써 주셔서
다른 시인님께도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용감하게 퍼다 올립니다
모쪼록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04/14-21:32]-

장경복: 좋은 평과 함께
좋은 시를 다시 볼 수 있어 기쁨니다.
이금미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
-[04/15-08:02]-

안 선미:
참 아름다운 토론의 장이군요. 좋은날 되소서. -[04/15-09:52]-

이종관: 박성민 시인님의 합평글을 볼수 있게되어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금미 시인님의 시에대한 열정과 학구의 노력이
비상하는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글 많이 보여주세요^^
합평해주신 박성민 시인님과 이금미 시인님의
건강과 성필을 기원합니다^^* -[04/15-10:18]-

장강현: 2005년 대전충남지회 2월 정기모임 공고란의
이금미 시인님의 합평에 관한 댓글에서,
시인님이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 있군요.
이 장에서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시인님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04/15-16:33]-

이금미: 장경복 시인님^^*
반갑습니다
축하 받을일은 아닌것 같은데요..^^*
부족한 글을 이리 저리 내놓아 부끄럽지만
배움을 나눌 수 있는것도 좋은일인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고운 봄날 되세요^^*

안선미 시인님
이곳에서도 뵙네요^^*
정말 궁금한 분입니다
안선미님도 행복한 봄날 되세요^^*

이종관 시인님^^*
안녕하세요?
그렇게 좋은 말씀만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흔적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저녁 되시고 주말인 내일
기쁨 가득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장강현 시인님^^*
정말 놀랍습니다
어찌 그걸 기억하십니까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나네요^^;;
오래도록 글을 쓰시고 모두가 인정하시는 분들도
시의 길은 멀고 험하다 하시는데
저야 글 쓴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늘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거야 당연하지요
항상 용기를 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주셔서
참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04/15-17:50]-

임주영 2021-10-06 14:59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