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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남혁 문학서재

ㆍ작성자	전남혁
ㆍ작성일	2022-10-17 18:15

ㆍIP: 175.xxx.39

후회 외 아홉 편

후회

별것 아닌 말다툼에
폭력 후일
파리 다리 빌듯 빌은 지가 십수 년

자주 얻어맞던 지아비 어린놈이
폭력의 실마리인 잔상을 떠 올릴 때마다
악바리 같은 의지로 지웠지만

두 번 때렸다 아내를,
무식하게
한 번은 더 무식하게

그 짓은 아내에게
불도장 찍힌 가슴 속 상흔

아내의 술주정 때면
시퍼런 멍으로 울린다

용서 없어서
소태나무보다 쓰디쓴 맛이 여태
자른 도마뱀 꼬리처럼 꿈틀거려

오염된 창

바람이 불 때 마음이 몸처럼 흔들렸어.
그미의 짧은 치마가 시각적 성희롱과
펄럭였어. 항아리 떠받친 뽀얀 허벅지 힐긋,
되오른 상상이 야시꾸리했어.
눈을 감는다는 것은 속물인 내게 거짓말
엉큼함을 주어 담고 본 눈, 어떻게......

*야시꾸리: 분위기나 생김새가 야한 느낌이 있다

푸른 별은 비등점

벌거숭이 닭에 약초 집어넣고 보신하며
확탕지옥 두 번 겪고
말복이 지나면서

여느 대륙에는
45˚를 넘다 숲의 자발적
다비식에 메케하고

여타의 대륙에는
홍수에 국토가 잠겨
노아의 방주를 실감케 하더니

가면극, 변검처럼 변하는
코로나의 아류와 트윈데믹은 뭔가
별 희한한 것 따위로 뜨거운데
포탄마저 작렬하는 돈바스 소식에 숨 막혀

우리는 다투어 즐기던 욕망의 끝을
추스르지 않는 거만의 방관자야
늦지 않은 건가?

덥다는 말은 시원한 것이고
되풀이될 여름은 익힐 것 같아
지하세계로 옮길 날이 얼마쯤 남았을까

궤적과 염려

머리카락이 억새 꽃처럼 풀풀 날리는 바람 속에
어르신들이 그라운드 골프 경기를 한다
되풀이 숙달로 홀 포스트로부터 볼이
그다지 비껴가지 않는다 거닐며
과거와 현재를 걸쭉하게 주고받는다
걸어온 길이 꾸불텅꾸불텅했을 말로써
딱! 소리가 홀 포스트로 향하여 곧게 굴러간다
그 볼처럼 남은 시간이 굴러 가기를
신음했거나 즐거웠거나 잊지 않으려는
당신을 내게 담는다

설마, 반쪽으로 굳나?

그 녀석이 얘기했다
우리는 행복하고, 불행하고

“그들로 통일만 된다면
강철이 된다면
붙어 버리면 되지” 라고

칠십여 년 떨어져 자극 받은 극 세기는
약해지기도 하련만
반백 년만 더 가라, 십리 떨어져 있어도
우랄 알타이어 기원 찾겠어

반쪽들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주체 억양으로
단련된 것도 아닐 텐데

예리한 칼날에 베이다 건너온 시간이
사팔뜨기처럼 가늠되지 않아

중년 몸 읽기

고단한 시간이 어느새
여자를 물 먹인 소처럼 붓게 했다
어느 날 얼굴이 작아졌다고 확인 바람
-얼굴은 몸보다 부지런 떨었지

여자의 남자는 허리띠 몇 개 째며
수선한 바지인데도 허리띠 흘러내리는 인격이
목욕탕에서 서로가 겸연쩍은 눈빛으로
비켜다녀

낯선 나그네의 달

레고를 끼우듯 세워지던
도시를 떠나온 지 삼 년
삼경 무렵
고택의 간이 의자에 앉아
혼을 뿜는 시각
동 편 하늘이 놀라워
바람이 안 뜰의 가지를 꺾고
공중은 성근 잿빛 구름 뒤로
상현달이 빠르게 달아나고
샛별이 쫓아가네
숨 가쁜 간격만큼의 거리인
밤하늘이 낯설고
바람은 버틴 줄마다 부딪혀
곡소리로 에이네

성전 聖殿

마을 모퉁이에
나지막한 지붕 위 간판은
사랑 교회인데

흰 벽엔 돋음체 빨간 글씨로
“모두 여기 와서 사랑하라” 부제로 박아 놔
감성 많은 청년 되게 모이겠네

가까이 칡넝쿨 감긴 전봇대 중간쯤
일용할 거미의 채반에
어린 여치와 나방 하루살이 모기
걸려 들었는데 쥔은 안 보여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셨나

간절한 기도가 행렬로 이어져
유람선 같은 성전이 우뚝 솟는 날이 왔으니
기적이었다고 믿어 기쁜데

동산의 옛 기도가
강아지풀 같은 흔들림으로
모퉁이에 버려진 돌이 네 것이었네

동해의 전설

창너머 산등선이 스멀스멀 밝아져
새벽이 가볍나 봐
드물게 아내의 본가로
추석 쇠러 채비하는 시각
차 밀림 생각하며 설렘 등속을 챙기네

검푸른 바닷속 그물에 걸려
경매 부쳐진
시간 삶은 밍크고래 쿰쿰한 맛
떠올리며 침샘에 경련이 이네

정어리와 청어가 물 반으로 놀던 곳

그곳은 뿌옇게 명태가 알 뿜어
만선 어부의 웃음을 헤쳐 가르던 바다
-멀리 오징어 배 빛 찬란한 선단이 도시인 양
전설의 고래 항으로

가을 비창 悲愴

태워버려
가을에 뜨거운 문장이 한물지다가 한물갔으니
달랑 낙엽 한 장 구르는 소리가 바스락 이었어

된서리에 맞아 고꾸라지며
파란 빛살 돋는 해에
그대 모습 띄웠다고 노을이 숨 넘어갔을까?

옷 자락에 닿았지만
손잡고 노래 부르지 못했어

샛노랗게 가을이 바래 가며
주저앉은 마른 잎 밟고서
서푼서푼 돌아서 가던
내 절망의 언어야

동터 올 때도
수정 같은 햇살에 간절함이 찔리고
덜컹거리는 설움을 마시고 토하며
가을 한기에 몸서리치는 것보다
마음에 근육이 생겨 잊히면
또 이맘때겠나?

*서푼서푼: 발소리가 나지 아니하도록
가볍게 빠르게 내 걷는 모양

박희홍 2022-10-17 18:48	존경하는 전남혁 시인님 저는 한 번에 세 편인데 시인님께서는 무려 열 편 어찌어찌하다 보면 그렇게 되더군요. 댓글 주신 분들께도 좀금 덜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요. ‘후회 오염된 창 별나게 군다 궤적과 염려 N극, S극 중년 몸 읽기 분실한 나그네의 달 성전 聖殿 동해의 전설 가을 비창 悲愴’ 제목만 기지고도 한 편의 시가 되는군요. 감명 깊은 글향에서 많은 배움을 받아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을걷이로 요사이 바쁘시겠지요. 바쁘신 가운데도 건강 관리 잘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남혁 시인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염경희 2022-10-17 19:30	존경하는 시인님!1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시를 쓰시는지 존경스럽습니다 시마다 매력이 넘치고 의미 또한 깊은 듯하여 감탄을 금할 길 없습니다 행사 때 먼 발치에서 뵙기만 했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향필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민만규 2022-10-19 08:33	으와 짝 짝 짝 대단하십니다 주옥같은 시 아홉 편에 주눅이듭니다^^ 시인님 잘 지내시죠 변산에 가을도 잘 익어가겠지요 가을이라서 참 좋습니다 농촌엔 가을 걷이로 많이 바쁘시겠지요 송골송골 맺힌 굵은 땀방울은 정성이 낳은 행복이겠지요 농부들의 환한 얼굴이 보입니다 가을 걷이 잘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길요 그리고 건강하시고요 늘 응원합니다

황영칠 2022-10-22 03:12	존경하는 전남혁 시인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늘은 시인님의 걸작품 중에서 시인님이 쏟아 내신 열 편의 시의 빛이 너무나 화려하여 눈이 부십니다. 오늘은 "후회" 를 감상하고 갑니다. 남남끼리 만나서 평생을 마음 맞추며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다투고 난 다음에 남은 치유되지 않고 남은 상처 절묘하게 표현하셨습니다. "용서 없음이, 소태나무보다 쓰디쓴 맛 꼬리가 가시지 않아" 여운이 오래 남아 뒤돌아 보면서 발길을 돌립니다. 고맙습니다.

염규식 2022-10-24 16:23	시인님 건안하시죠 가을이 여기 저기서 손 내밀어 안녕이라 외칩니다 고운 시향 열정으로 지으신 작품 배람하고 갑니다 항상 초심으로 고운 작품으로 서재를 빛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가는 세월에 하나 둘 헤어지지만 늘 열정이신 시인님 응원합니다 이번 한 주도 늘 감사함으로 승리하시구요 좋은 작품 수고많으셨습니다-향필하십시요----*

황영칠 2022-12-31 22:52	존경하는 시인님 지난 임인년에 글밭에서 맺은 인연 참으로 고맙습니다 시인님께서 베풀어주신 배려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잠시 후면 임인년은 영원히 사라지고 계묘년 열차에 몸을 싣고 세월은 또 끊임없이 흘러 가겠지요 새해에도 시인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고 아울러 문운 창대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시인님과의 고운 인연 잊지 않겠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김선목 2023-01-01 00:08	전남혁 지회장님 안녕하세요 지난해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멋진 시와 함께 걱정 없는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건강하시고 해복하세요.

최이천 2023-01-01 09:31	존경하는 전남혁 시인님 계묘년 새날 아침입니다. 해돋이 신선함을 느끼며 시인의 시공간 없는 여행을 시작합시다 눈바람 차갑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심연의 생각에서 잉태된 시인님의 시, 가을 비창 동터 올 때도 수정 같은 햇살에 간절함이 찔리고 덜컹거리는 설움을 마시고 토하며 가을 한기에 몸서리치는 것보다 마음에 근육이 생겨 잊히면 또 이맘 때겠나 곱게 지은 시 감명 깊었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시인님 지나온 길에 염려와 성원 감사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 불 때마다 위로와 따뜻한 한마디 격려는 목마른 사슴의 한 모금 물이었습니다 시작하는 새해도 어깨동무 글동무 되어 시공간을 함께 여행해 주리라 믿고 의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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