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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홍은자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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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眞如 홍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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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8-07-27 2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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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알씨!
존경하는 알씨! (deserve well a pill)
眞如 홍은자
대략 생각에, 그가 나를 범 한 것은 머리에 앉은 쇠똥이 막 벗겨질 무렵 이었을 거야.
그땐, 어머니 앞치마에 말라붙은 밥알 한 톨도 맛나게 떼어 먹던 궁한기였었지.
이유도 없는데 마냥 내 달리는 나를 보며 울 엄니는
"자금 뗘 다녀라, 배때기 쉬이 꺼진다" 하셨었지만,
해는 길고 때는 멀리 있어 요동치는 뱃속을 달래려
길가 외무 하나 쑤욱 뽑아 씻지도 않고 우작 씹어대곤 했었지.
그러다보니 어느 한날은 똥독에 오른 퉁퉁 부은 얼굴로 학교를 가기도 했었는데
가끔씩 배가 뒤틀리고 때때로 어지럽기도 하는 거였어.
아버지는 뱃속에 벌레가 생긴 거라며 소다 한줌 털어 넣어라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지.
때마침 학교에선 변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어.
나는, 내 속에서 나올 벌레를 담아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했고 무서운 일이었어.
해서, 길가 누구 것인지 모르는 냄새 한 덩이 푹 퍼 비닐봉투에 담아 갔었지
그날, 불쏘시기처럼 부쩍 마른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는 종일토록 교실을 쟁쟁 울렸댔어.
" 야야, 인마야! 손 자주 씻고 아무거나 빨아 먹지 말거래이"
보잘것없는 차림새 비슷한 아이들 서너 명과 함께 양호실로 직행을 했었어.
거기서 아주 작은 알씨를 만나게 된 거야. 알씨는 보기완 달리 무척 힘이 세었어.
다음날 나를 이탈해 세상으로 나온 허옇게 구불거리는 그것들을 놀랜 눈으로 확인하게 했었으니까.
그렇게 알씨와 나의 인연은 이어져가기 시작했던 거야.
알씨, 그는 그림 하나하나가 결코 똑 같지 않은 3차원 언어 같은
벤 다이어그램(Venn diagram) 들로 이루어진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난. 점점 그가 흥미로우면서도 두렵고 무서워졌어.
나는 그를 잘 몰라도 그는 나를 모두 안다는 듯이 나를 점령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육신이 곧추세워지곤 했었으니까
그럼에도 알씨와 한바탕을 크게 싸우고 난 친구처럼 한동안은 그가 정말 싫어졌었어.
그 어느 날인가 무거운 눌림의 연속으로 알씨를 찾은 적이 있댔어.
원치 않아도 순응하는 동물처럼 모두를 접고 그를 맞아야했던 연약했던 날의 나,
준비 없이 그를 받아들인 게 잘못이었는지 갑자기 눈 커지고 얼굴이 빨개지며
앞이 노랗게 숨통이 막히는 거였어. 순간, 나를 덮치려던 그는 외려 엄청나게 화를 냈지
‘받아줄 자세도 안됐잖아! 캑, 캑!!’ 하고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 도망가는 거였어.
그런 경험 이후 나는 그를 별종이라 여기고 멀리 했었어.
때때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모종의 바이러스 씨가 나를 몽롱하게 가지고 놀아도
가능한 한 그를 만나지 않으려 참고 견뎌왔었지.
정, 견디기 힘들 때면 이웃 물씨를 만나 하소연으로 풀고는 했었어.
그럴 때 곁눈으로 훔쳐보면 선반 비상 통에 앉아 가소롭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알씨는
마치 기회를 엿보는 염탐꾼처럼 '넌 내 손안에 있어' 라고 주절주절 지껄이는 것 같았어.
하긴, 싱싱한 물푸레나무처럼 생을 차고 오르는 동안에는 뜸하게 그를 잊고 살기도 했었지
바쁘게 살다보면 자잘한 아픔 정도는 그냥 지나치는 것 같았어 한동안을 그랬었으니까
어느새 몸뚱이는 고사목으로 가는지 피부엔 드문드문 검은 깨가 묻어나고
함께 한 시간의 흔적이 옹이를 짙게 그리기 시작하면서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찾게 되는 거였어.
작고 단단한 체격에 운동을 좋아하는 날 보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겠다!'
'백 살을 살아도 절대 늙지 않겠다!' 라고 주변 누군가가 말한 적이 있었는데,
웬걸, 백 살의 절반 가까이 되면서부터 육신 여기저기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시작 되었던 거야.
그날도 여느 때처럼 일어나 옥상에 올라가 애견 흔적을 휴지에 담아 일어서려는 순간이었어.
갑자기 앞이 캄캄하면서 빙글빙글 도는 거였어. '어?, 어라, 이거 왜 이러지?'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가 천천히 난간을 붙잡고 내려왔지. 소파에 한참을 누웠다가 일어났더니 괜찮은 듯 해
남편과 함께 아침을 먹었지. 그저 멍멍하게 삼키며 '기운이 없어서 일거야. 많이 먹으면 괜찮을 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무 말 없이 치우고 뒤이어 출근 준비를 서둘렀댔어.
두개의 가방을 들고 대문을 나가는데 갑자기 계단이 일어서고 몹시 흔들리는 거야.
움직이면 앞으로 푹 쓰러질듯 해 난간에 기대섰다가 겨우 돌아와 큰 아이에게 소릴 쳤어.
"얘야, 나와 봐라! 엄마가 이상해, 이상하다 왜 이러지?"
앉아 있어도 온몸에 힘이 쑤욱 빠진 채 빙빙 돌아가는 현상의 연속, '아, 이러다 죽는 거로구나'
눈을 감고 뒤로 기대면 그대로 땅속으로 차악 가라앉을 것만 같았어.
다시는 눈을 못 뜨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눈에 있는 대로 힘을 주었어.
그리곤 축축이 젖은 손으로 남편에게 알렸지
"나, 이상해요 심하게 빙빙 돌고 어지러워 병원으로 곧장 가요"
힘겹게 도착한 단골 병원의 의사는 내 휘청거림을 놀란 눈으로 보더니
양손에 볼펜을 꼭 쥐어보라고 하더군! 그리곤 아래 위 눈동자를 돌려보라더니
과로에 심한 탈수현상 같다며 영양주사를 맞고 한숨 자면 괜찮을 거라는 거야.
생전 처음 죽음을 가까이 가 본 것처럼 충격적인 경험을 했는데
답은 "뇌출혈인가 했는데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이란다. '근데 너무 어지러워......,'
두 종류의 물씨 속에 강한 다른 물씨가 합류돼 혈관을 타고 내려와 빙빙 도는 눈을 내려감게 했어.
'맞아, 내가 너무 무리했었어. 그냥 쉬면 괜찮아질 거야'
처방으로 꼭 만나야 할 알씨 주소를 건네받았지만 무시해 버리고 이틀을 쉬면서 참아 보았지.
휴식으로 증상이 반 정도 줄었지만 어지러움은 계속 되는 거였어. 의구심에 다른 곳서 진료를 받아 보았지.
신세대 형식 클리닉 센터에서의 체계적인 실험 진단 끝에
달팽이관에 물이 차였다는 결론을 듣고 나서 그제야 엉킨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는 거였어.
'그랬구나, 그랬어. 만성 중이염 바로 그게 원인이었어.'
처녀 적부터 드문드문 앓아 오던 중이염은 중년이 되어서도 지겹게 따라다녔었지.
가랑비만 맞아도 귀에서 물이 흘렀고 연거푸 재채기는 감기의 신호탄으로
코가 맹맹해지면 곧바로 머리가 띵하게 무거워지곤 했었으니까.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며칠 동안 심한 몸살로 이불을 두텁게 덥고 땀 흘리며 자곤 했었는데
큰 아이가 방문 열고 들어왔다간 한증막 같다며 놀라기도 했었을 정도 이었으니까.
땀에 흠씬 젖어 뒤척이면서 물이 깊숙한 귓속까지 들어가 어지러움을 유발했던 거였어.
결국 물을 잦히는 처방으로 웬만해선 만나지 않으려 참아왔던 알씨를 직접 찾아가 만나게 되었지.
"거봐라, 언젠가는 나를 찾을 거라 말 했지?'
조막만한 것들 대 여섯이서 손바닥 위를 구르며 낄낄 웃어대는 거였어.
'그래, 지금 난 누구라도 필요해! 하지만 다신 널 찾지 않을 거야.'
도움을 갈구하면서도 이유모를 배척심이 생겨나는데 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
물씨와 달리 알씨는 내개 올 때마다 목에 걸리는 고통스런 어려움을 매번 주었었어.
그러다보니 통로 좁은 목구멍이 싫다고 거부하여 오랫동안 외면해 왔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과학의 힘을 빌린 것 보다 낫다는 자신이 만든 합리화 속에 멀리해 왔었던 거야.
간간, 어쩔 수 없이 받은 며칠 분 알씨가 손에 들어왔어도
겨우 한번 정도만 받아 드리곤 대부분의 알씨 모두를 휴지통으로 보내버리곤 했었지.
하지만, 세상사람 모두를 지배하는 벤 다이어그램 종족 알씨, 알씨는 정말 대단한 존재임이 틀림없었어.
어쩌면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느낌까지 주었던
그간의 불안감을 맑은 하늘처럼 쾌청이 개이게 해주었으니까.
세상에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아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지만
그들은 모두 함께 커 가는 숲의 일원에 한 존재들일 뿐
어느 누구도 알씨처럼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으로 다시 나게 해 주는 이는 없었으니까.
지구상 둘도 없는 존재 알씨! 이젠 그 소중함과 위대함에 존경스러운 알씨로 여기게 되어버린 거야.
중요히 필요할 때마다 고통을 씻어줄 생명의 은인 같은 그가 있다는 것에 든든한 믿음을 가지게 된 거지
그렇다고 아는 선배처럼 무조건적 맹신으로 한 움큼씩 털어 넣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지만
내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아낌없는 사랑으로 가슴 활짝 열고 그를 맞이할 거야
다만, 그가 너무 자주, 가까이 오는 것은 손사래로 거부 하면서 말이야.
------ END -----
 박걸주: 주말 잘 보내셨어요?
아직까지는 알씨와의 인연은 깊지 않은데...
관리해야 할 때인 거 같아요.
요사인 퇴근 후 한 시간 가량의 배드민턴으로
옷을 흠뻑 적시지요. 너무 좋습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부는 날 외에 땡땡이(?)는 없지요.
장 장문의 아기자기한 글,
숨 한번 몰아쉬고 단번에 읽었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07/28-11:18]-
眞如 홍은자: 박걸주 시인님도 주말 잘 보내셨지요?
반가운 이름에 미소가 실리네요~
배드민턴 정말 멋진 스포츠지요 스피드있고 박력있고(강한 스매싱때)
이사오기전 아파트 BT 전용구장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밤이면
배드민턴을 쳤었드랬지요 흠씬 땀을 흘리고 나서 샤워후 개운함은
산의 정상에 올라 메아리를 부를때와 같았어요
체신에 걸맞지 않게 운동이라면 다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 탓인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안해본것 것(수상스키, 패러, 스킨스쿠버,암벽타기)도 해보고 싶었지요
일단 시작하면 마스터를 해야하는 ... 그래서인지
저는 스포츠에 열심인 사람들이 멋져보입니다. 특히 스릴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특별한 스포츠맨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볼때면 그 멋짐에 빠져들기도하지요
우린 아직 알씨를 즐겨 찾을 때가 아니니 시인님 말씀처럼 철저한 관리로
가까이 오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반가움에 장문에 답글이 술우술....쌩유합니다~^^*
-[07/28-12:01]-
최 평균: ㅎㅎㅎ
그래도 알씨 물씨 멀리 하세요.
그들은 흑심을 품은 나쁜 종자들인지라
하나님 허락없이 제 멋대로 행사를 할 수도 있으니
건강한 마음과 신체만이 만수무강을 약속해 줍니다.
긴 글에 담긴 이미지 얻어 갑니다.
알씨 물씨 없는 한주 되시길....... -[07/29-00:17]-
박경순: ㅋㅋㅋ
시인님,,, 엉뚱하시긴,,,,
글구보지 저도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르네요
우리 이종사촌(동명그릇)이 한 동네에 살아서
붙어다녔는데
어스름 저녁,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는거요
시골이라서 차를 타려면 5리는 족히 걸어가야 하는디,,,
이건 분명히 맹장일거라고 자가진단을 내리곤
병원 진료를 했더니만
진단은 '횟배앓이'
회충이 많아서 이 놈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던거지요,,,,
그때의 충격이라니,,,,,
다시한번 어린시절의 가난함과 무지함을 떠 올리며,,,,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면서 처절하기도 하네요 ^^
여름휴가 잘 보내세요 ~~~~ -[07/29-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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