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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홍은자 문학서재

ㆍ작성자	홍은자
ㆍ작성일	2009-02-11 11:20

ㆍIP: 121.xxx.136

뫼(山)를 얻다.

뫼(山)를 얻다./ 홍은자

울퉁불퉁 길은 험하고 좁게 이어지고 있다
시야에 드는 것은 추위를 이겨낸 잔풀들과
코흘리개 소매 단에 뭍은 것처럼 찐득한 것들.
더러 빠끔히 내민 새색시 얼굴은
낯설음인지 수줍은 인지 새파랗게 혹은 노랗게 질려있다.
저 여린 것 아프게 밟아버리고 싶은 짓궂음과
비켜 가주고 싶은 감상적 마음이 교차한다.
오를수록 목까지 차오르는 숨결은 빨라지고
거대한 몸뚱이 발끝부터 밟혀온 아픔 때문인지
그저 느긋하게 누워있어야 할 그가
조금씩 일어서며 다가오고 있다 곧, 달려들 것 같다
홀로 상대하기엔 너무 덩치 큰 그
아직 절반 밖에 그가 보이지 않으니 대결은 어렵다
슬그머니 옆구리 한 자락 깔고 앉아 숨을 고른다.
언제 그랬느냔 듯 편안한 미소로 품어주며
팔다리를 흔들어 산소 힘껏 불어 넣어준다
거만하기만 한 그를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는데
이젠 되 물릴 수도 없다
목덜미로 흐르던 물기가 선뜻하게 소름으로 돋우면서
다시 그의 머리꼭대기를 향해 구름 밧줄을 당긴다.
만물이 한눈에 들어오고 귀때기 잡고 상투에 올라서니
그제야 항복한 듯 발아래 조아리는 거대 친구
주변으로 다양한 벗들이 그를 지켜 우러러보고 있다
딱히 좋아라. 코드 맞는 사람만 벗하는 자신을
갈참나무 뿌리 근처 한줌도 안 되는 존재로 낙하시킨다.
들, 강, 바다, 집촌,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로
그가 더욱 돋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어디선가 내려가라, 내려가라 이명이 들려온다.
구름을 밟고 둥둥 걸음으로 내려오는 길
등 뒤에서 변함없이 지켜보고 있을 그에게서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음과 인내를 겸허하게 득하고
천금 같은 벗 하나 동량棟梁 삼으니
꼬르륵 소리에도 배가 부르다.
하품하는 하늘 아래 희미한 그림자 앞서는데
그, 묵묵히 앉아 언제든 다시 오라 바람 한 점 또 일어준다.

정병옥 2009-02-11 11:51	홍은자 시인님^^ 고독한 산행을 하셨나봅니다. 저도 산행을 좋아하지만 오를때마다 힘이 들어서 오늘은 이산을 언제 품을꼬~~한답니다..ㅎㅎㅎ 구름을 밝고 올라선 정상은 참으로 묘한 매력을 느끼곤한답니다. 시인님의 멋진글에 다녀갑니다..건강하세요^^

홍은자 2009-02-11 13:37	일착 격려글 주신 정병옥 시인님 감사합니다~~ 산행을 좋아하지만 자주 하지못해 아쉬운 요즈음이랍니다 중도포기를 여러번하다가 정성에서 소리를 지르고나면 세상이 모두 내것, 발 아래있지만, 존재의 가치에 고마움을 비움으로 담아오게되지요. 바다와 산이 주는 특별양식인데 요즘은 영상으로보고 느낌으로 표출하고있답니다 과거 대구팔공산 갖바위 등정때를 기억해내어보았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홍은자 2009-02-11 13:39	정정-> 중도포기를 여러번 생각하다가 정상에서 소리지르고나면 세상이 모두 내것, 발아래 있는것 같지만,

박경순 2009-02-11 16:54	그러고보니,,, 홍 시인님은 바다와 같고 산과 같은 분이신 거 같습니다 산 처럼 높은 기상 바다처럼 넓은 관용 그래서 주변을 두루 보살필 수 있는 포용력도 크신 거겠죠 저도 산을 좋아하는데, 이 핑계 저핑계로 못 오르고 있습니다 하다 못해 가까운 양성산이라도 오르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좋은 글 감상하고 갑니다 ^^

홍은자 2009-02-11 21:33	반가운 울 박지회장님 다녀가셨네요~~ 수년전에 대구 팔공산 갓바위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더랬습니다 그 험난한 산새로 중도에 주저앉기를 수번, 그때마다 눈 앞으로 연세드신 보살님들이 땀을 흘리시며 오르시는걸보고 부그러워 일어나곤 했었지요.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세상은 다 가졌으나 정작 품은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외려 비움으로 새롭게 나는 한줌 흙이 비웃을 작은 존재라는 존재의 가벼움만 담고 왔었어요. 밤새워 갓바위 불상 앞에 조아려 기도하는 모습으로 있었으나 실상 집중한것은 단 몇초에나 불과 삼계개고三界皆苦에 들곤 했답니다. ()()~~성불요~~

강승희 2009-02-12 04:41	홍은자 시우님 힘들게 오른 산 마루에서 얻은 희열 구름 밟고 둥실 둥실 내려오는 길 들과 산과 내와 시골 집들이 눈앞에 선 합니다. 싱인님 덕분에 방안에서 산행 잘하고 갑니다. 건필 하십시요

김정남 2009-02-13 04:25	홍은자 시인님~ 산을 품은자는 세상에서 가장 부요한자 인듯 합니다 세상의 귀한것 모두 얻을수는 없지만 높은산의 기슭에 잇는 깨긋한 공기 , 새 ,나무 이런 모든것을 내가슴에 품으니.. 가장 세상에서 행복한자가 시인님인듯 하네요 저도 언제쯤 행복한 산행자가 되어 그 행복을 조금 담아와야할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잠시 마음의 오솔길에 들렀다 갑니다 봄과함께 늘 행복하세요

주환 2009-02-13 08:57	시심에서 생명의 저력을 느낍니다. 흔히 대하지 못하던 산문시를 봅니다. 평안하시리라 믿으며 머물다 갑니다^^*

김영진 2009-02-13 10:58	홍 시인님 안녕하시죠? 산을 올라 산을 품었고 산을 노래하고 산을 얻었으니 오가는 객의 마음도 흐믓한 쾌감입니다. 건안하시고 행복하세요.

최길준 2009-02-13 11:19	홍은자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죠? 하품하는 하늘 아래 희미한 그림자 앞서는데 그, 묵묵히 앉아 언제든 다시 오라 바람 한 점 또 일어준다...... 산은 말없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습니다 우리들 지친 영혼들을 쉬어가라며 안식처를 줍니다 산이 저기 있기에 오르는것이 아니고 산을 사랑하기에 오르는 것입니다 귀한 글향에 쉬었다 갑니다 행복하세요^^*

홍은자 2009-02-13 22:19	늘, 챙겨 격려글 주시는 강승희 시인님 감사합니다 평생 같이할 산같은 벗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늘 그자리에서 철마다 다른옷은 입어도 시원하게, 따듯하게 품어주고 받아줄 산 같은 친구... 이제부터라도 둘러 보아야겠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홍은자 2009-02-13 22:21	김정남 시인님 방문과 격려글 감사드립니다 먼저 찾아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누군가가 먼저 마음을 내려주셔야 좁은 마음의 문이 열립니다 고쳐야할 부분임을 잘 알면서도... 봄이 찾아오듯 훈훈해지는 마음은 시인님처럼 와주시는 분이 계셔셔인가 봅니다 저도 인사드리러 곧 찾아 뵙겠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홍은자 2009-02-13 22:24	오랫만이예요 주환 시인님~~정말 반갑습니다~ 지난 여름 대전컨벤션에서 분홍색 티셔츠가 너무 잘 어울렸던 모습이 선합니다 여전히 글 많이 쓰시고 계시지요? 우리 문협 최고 다작 시인은 당연 주환시인님 아닐까싶습니다 쓰다보면 그 어느건가 길이 남을 명작이 나오겠지요? 꼭 이루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홍은자 2009-02-13 22:26	언제나 김영진 시인님의 흔적만 보아도 절로 미소가 걸립니다 털털,소탈하여 편안한고 화끈하고 ... 이번 경기지회 모임에 오시겠지요? 반갑게 뵙게되길 기대합니다. 차 가져오시지 않게되면 평택역에서 전화 주세요~

홍은자 2009-02-13 22:34	최길준 시인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정중하고 중후하고 멋지신분으로.. 통합지회를 할때가 더 좋았던것 같아요 따로 갈라놓으니 행사때 눈인사뿐이고...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가 많이 그립습니다 그 그림 속에 있었던 떠나신분들... 가장 기억에 남는분은 대전지회장이셨던 한종남시인님.. 여기저기 대전지회식구들을 각 지회모여있는 곳으로 찾아다니며 "일동 저어얼~~" 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각인이되신분.. 최길준 시인님의 풍기외모로 오래 각인될듯 싶습니다 하시는 일 잘 되시고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홍은자 2009-02-13 22:35	정정->최길준 시인님은 풍기는 중후한 외모로 오래오래 각인될듯 싶습니다

박걸주 2009-02-16 15:33	뫼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 것 ? 아마도 정상에서의 순간만은 그러하지요. 모두가 발아래 있으니. ㅎㅎ 지쳤을 때 깔딱(?)고개 만나면.... 휴! 죽여(?) 주더구만유. 엉금엉금 한 점 바람 시원합니다.......()()()

홍은자 2009-02-17 16:53	겨울 같은 추위 속에 반가운 박시인님 다녀가셨네요~ 오늘 갑자기 도로 겨울 속으로 들어간 기온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산과 바다,,,,,,,,,,,,,,,,,,, 유일하게 자연속에서 비움과 참선을 얻음으로 주는 영원불멸의 스승이지요 다가갈수록 어려움을 주지만 그 안에서 깨우치는 모든것 제게 바다와 산은 어머니 품 같으면서도 혹독한 스승입니다 지회 모임에서 반갑게 만나뵐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기차로 오시면 전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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