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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염규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염규식
ㆍ작성일 2021-12-06 13:50
ㆍIP: 211.xxx.61
혼자 가는길


형님이 세상을 떠났다. 형님은 젊은 시절엔 건달이었고, 홀로 계신 어머니의 가슴에 수없이 눈물을 흘리게 한 아들이었고 내가 자라서는 형제의 마음도 무던히도 아프게 하였다.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버렸다. 홀로 가신 것이다. 혼자 있으면서 식사를 제대로 안한다고 동생인 나는 형님에게 무던히도 타박하였고 자주 아파서 병원에 데려 가면 주사를 안 맞지 않으려고 고집 피워서 나에게 서운한 말도 많이도 들은 형님이었다.

하지만 형님은 자신의 친구들에게는 내가 항상 형님의 자랑이었다. “내 동생 같은 동생이 너희들은 본 적이 있느냐”고 하면서 늘 나를 자랑하셨다. 가시고 나니 혼자 계신 형님께 좀 더 부드럽고 착한 동생이었으면 하고, 좀 더 잘해주지 못함에 가슴이 늘 저려온다. 사람은 주위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어차피 혼자이고 홀로 가는 인생이며 모두 다 한 걸음씩 이별의 시간으로 가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달콤한 인간관계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사람도, 환경도 결국엔 혼자의 시간을 견디어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추모관에서 이별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고 생각이 많다. 다른 주위의 사람과의 이별에서 느끼지 못하는 무엇인가의 허무와 회의가 몰아온다. 내가 7살 때 일이다. 당시에 너무 가난하여 엄마는 식당에 일하러 가고 형님은 늘 건달로 돌아 다녔지만 늘 동생들은 끔찍이도 챙긴다. 저녁을 건빵으로 떼우는데, 큰 봉지의 건빵은 50개 정도 들어있다. 20개씩을 누나와 나에게 나누어주고 형님은 10개만 먹는다. 밖에서는 못된 짓만 하고 다녀도 나에게는 듬직한 형님이었다.

밖에 떠돌다가 어쩌다 저녁에 같이 자게 되면 한 이불속에서의 발장난하던 시절이 그립다. 혼자 계실 때의 늙은 형님의 쓸쓸한 절망의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하고 마지막 가는 잡은 손을 놓아야하는 아쉬움과 슬픔의 시간 속에서도 세월은 흐르고 또 이렇게 산 사람은 저 높은 곳에서 부를 때 까지 살아야한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세상과 씨름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먼 기억 속에 남겨질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소망하는  매 순간의 삶에
나는 그대의 곁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살아온 삶도 나아갈 삶도
내가 대신 살 수 없고
내 삶을 당신이 살 수는 없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사랑이란
먼 지평선에 한 발자국 내딛는 것처럼
우리의 사랑을 위해 나란히 같이 걸어가야 할 그대와 나는
조금씩 내어주며 외로움을 채우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먼 기억의 추억 속으로 옮겨갈 인연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의 사랑이 파랑이나 빨강보다
보랏빛 무늬의 찬란한 사랑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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