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길선
ㆍ작성일	2012-01-03 02:58

ㆍIP: 121.xxx.117

가죽바지

가죽바지

                   소암/이길선

결혼 31주년 자축 하면서 아련하지만
결혼한 그 해 첫 월급날을 기억 하면 지금도 미소 가득이다.
출근 한 남편은 점심시간에 빠른 걸음으로
36만원의 첫 월급 봉투를 건내 주면서 활짝 웃는다,
그 봉투 받아 들고 좋아라며 시내 쇼핑을 가겠다는 내 심도 있는 말
내 큰 뜻을 남편은 알지 못 한 채 다녀오라 했다.
결혼 후 혼자서 하는 첫 나들이라 마음이 분주하다,
시골에서 1시간을 버스 타고 시내 중앙상가에 도착한 나는
생에 첫 월급이 아니다, 결혼해서 첫월급이니 - 빨간 내의를 구매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
그렇게 입고 싶었던 승마 가죽바지를 구매하고자
쇼윈도우의 마네킹을 이리 저리 살피며 쇼핑에 몰입!
옷가게 마다 들어서서 물어보면 없다고 한다.
한 시간 반을 헤매였지만 지친 심신은 포기 할 줄 모르고,
가게 마다 기웃거리며 묻고 , 또다시 들어가 묻기를  그 기웃거림은 계속되는데 -
아! 더디어 발견 그당시 꽤 괜찮다는 이미지메이크 마네킹에
내가 원하는 그 승마 가죽바지를 입혀 놓았다,
반짝이는 내 눈을 깜빡이며 거침없이 점원에게 저거 얼마예요?
32만원이란다, 가격은 귀에 들리지 않고
한번 입어 보기를 청하니 사람을 아래 위 쫙 훌터 보면서
마네킹 입은 한 사이즈 뿐이라며 귀찮은 듯 한 표정은
내가 시골티가 나서 일까?! 주저하는 점원에게 내가 독촉하는 말은 입어볼래요 였다,
왠일이니 입으니 딱 맞다, 깍아 달라는 말은 형식적이었는데,
쉽게 4만원을 할인해 준다며 믿거나 말거나 하는 표정이다,
점원의 의아해 하는 모습이 밉지만 나는 좋아라 하며,
월급 봉투를 열어 계산하고 당당히 나서니
점원이 멋쩍어 하며 '예쁘게 입으세요' 깍뜻하게 인사하며 배웅한다,
봉투에는 4만원만 남았다 - 몇 시간을 헤매였으니 배도 고프다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봉투를 열어 보니 2만 6천 5백원이 남았다 .
종점에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다시 한시간 반을 달리는 버스안에서
나는 지겨운 줄도 모르고 마냥 싱글벙글이다,

집에 도착하니 퇴근한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 구매하느라 늦었다면 쇼핑백을 남편에게 건내며,
빠른 동작으로 저녁 준비를 하는데 -- 안방에서 남편이 묻는다
이거 얼마줬어? - 응 32만원 - 뭐라고 - 얼마줬다고? 응 32만원 했더니 -
남편 하는말<"이사람 정신이 있나 없나" > 은
지금도 아니 평생동안 내게 미소를 선물 한 셈이다.
한달을 어떻게 사느냐는 남편 질문에 내 엉뚱한 대답은 -
평생 나누기 하면 5백원도 안되는데.......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하지만 내 깊은 속내를 남편이 알 리가 만무하다.
그순간 남편 생각은 앞으로 이 여자와 한평생을 어떻게 사느냐 였다고,
몇날을 고민했다는 나중에 남편 말씀이다,

지금껏 살면서 해마다 겨울이 오면
남편에게 당당하게 하는 말 -
당신에게 첫 월급은 기억속에서 사라졌겠지만
내겐 이렇게 가죽바지로 보존되고 있으며,
추운 겨울날이면 당신 사랑이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함을 자랑한다,
나만의 방식 그 평생나누기 방정식을 풀어보면
지난날을 추억하기에 더 할 수 없는 사랑인것을
그때는 이해하기 힘던 남편이 마냥 미웠지만 - 어디 내 남편 뿐이랴 -
세상의 어느 남자가 첫월급을
가죽바지 값으로 몽땅 쓰고 돌아온 아내를 이뻐 할 수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누기 평생'을 소화해 주는 남편이 그져 고마울 뿐이다 -
해마다 겨울이 오면 옷장 정리를 하고
가죽바지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나는 혼자서 웃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죽바지를 입고 외출하지만 -
남편의 첫월급을 평생 나누기 했던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물어보고 싶은 말로, 당신의 첫 월급을 기억하십니까?!
요즈음도 어떤 물건이던 구매에 앞서 깊이 생각할 가격이라면
평생 나누기 방정식을 가금씩 쓴다,
현실과 타협 하기에 버거운 가격 앞에서 자기 합리화이겠지만
내 깊은 속내를 다시 한번 들 춰 보이면서 허락을 받아내면 - 남편하는 말
'당신은 정말 못 말려'  하면서 어줍어 하는 남편의 이해가 그저 고맙다.
내게 있어 이 가죽바지는 당신의 영원한 사랑이라는걸
결혼해서 받은 첫 월급의 의미를 크게 담아 낸 내 작은마음을
당신은 진정 몰랐으니 말입니다.
사는 동안 오래 오래 추억하며 당신을 사랑합니다!

설연화 2012-01-04 01:51	`이길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말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 네요. 성격이 소심하고, 뭐든 미리 걱정하는 타입이기에 절대 그런 걸 못하거든요. 돈이 생기면, 먼저 어디에 얼마 어디에 얼마, 그리고 다음달에 어디에 얼마 이거 모두 계산 해 두고, 그 나머지에서도 비상금으로 얼마 빼놓고, 뭐 때문에 얼마는 남겨둬야 하고 어쩌고 하다가 보면.....한달 생활비는 쥐꼬리. 여하튼, 한달 생활비로 가죽 승마바지를 사서, 평생 남편의 첫 월급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면 황당하지만, 어떤 의미로 보면 참....멋진 일이기도 하네요. 좋은 글에........ 살짝 미소 짓다 갑니다

전성권 2012-01-06 16:34	`이길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새해 향필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글을 탐독하다보니 제 첫 월급이 얼마였고 무어에 썼는지 가물거립니다. 꽤 많은 돈이었는데, 그것도 첫 월급이라하여 현금으로 받았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특하게도 부모님 내복은 산 것 같고... '음, 제가 부군의 입장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신혼초에는 넘어갔을 수도 있겠다 생각됩니다. 그 땐 뭐든지 사랑스러웠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랬다면 .... 좋은 글에 마음 내려 놓습니다. 고맙습니다.

최평균 2012-01-09 18:02	`이길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참으로 따스한 추억이네요. 사람마다 살아 가는 방법은 다 다르고 누구에게나 배울점이 있는 스승이라지만 이길선 작가님의 나누기 방정식은 오래 되었어도 참신하고 부군과의 사랑 만큼이나 오래도록 훈훈히 심신을 감싸 주는 것이 겠네요. 잠시 걸음 멈췄다 가며 감사의 작은 흔적 놓고 갑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만땅 받으시길.......

이길선 2012-01-05 18:54	《Re》설연화 님 , 고맙습니다 - 함께 해 주시고 마음자락 내려주심에 깊은 고마움입니다- 첫월급의 의미를 크게 두고자 했음인데 - 현실감이 없어 황당한 글인데 - 설작가님께서 백번 소화해 주셧습니다 - 고맙습니다 -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는 오래된 습성으로 인해 베란다 한 구석이 조약돌에서 바위 만한 수석까지 - 하여튼 "의미"를 담아내는 내 삶의 이야기랍니다 -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이길선 2012-01-06 23:38	《Re》전성권 님 , 서재 방문 고맙습니다- 저희는 결혼 한 그해 직장을 바꾼지라 ~ 웃지 못할 일 많았답니다 - 시인님말씀대로 신혼 초라 그 어떤 일도 사랑으로 덮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린거죠 - 철이 없어서가 아니고 - 의미를 부여 하기에 합당한 시점이라 가능했겠죠 - 지금도 가끔씩은 나누기 평생 방정식을 적용하면서 소리내어 웃으며 추억하는 그 날입니다. - 댓글 사랑 - 감사드립니다!

이길선 2012-01-10 02:41	《Re》최평균 님 , -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 하신 바 크게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이렇게 어줍은 글에 머물러 주시고 - 마음자락 까지 ...... 작은 흔적은 제게 크다란 '에너지'랍니다 - 진정 고맙습니다 - 언제까지나 행복하세요 !

그랬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