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 끝자락에

그 해 가을 끝자락에 갤러리 동료와 경주 보문을 가가다

접촉사고로 입원가료중인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해야만 했다.

환자가 혼자서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회복이 그저 고맙게 느껴지는 그날도 나는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면서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집고 병원 긴 복도를 지나 이곳으로 오고 있는 그를 느끼지만

나는 돌아보지 못한다. 나는 병원 3층 복도 끝에 놓여 진 컴을 차지하고

크게 의식하지 않고 매일 쓰는 글을 쓰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는 듯 하드니

돌아가는 발자국 소리 들으면서 조금은 미안함이다,

같은 환자이지만 걸음이 불편한 그를 인식하면서도 내가 양보 할 수 없음을,

한참이 지나 다시금 똑 같은 목발을 집고 걷는 소리는 분명 그 사람이다,

아직 내가 두드려야할 글은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계속되는데 곁에서 들리는 소리

“이것 드실래요?”한다 나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응답이 “사양 안 해요” 했다

그는 컴 테이블 끝자락 공간에 내려 놓은 음료수를 곁눈질하면서 고개만 꾸벅인다.

그는 또다시 돌아가고 나는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다 겨우 하루의 일과인

매일 글쓰기를 마무리 하는데 팔이 조금 아프다 링겔 꽂은 채 두드렸으니.....

일어나니 아무도 없다 - 병실로 옮겨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리고 웃는다.

어떤 남자가 내게 이유 없이 무엇인가를 전해 받았다는 것.

단지 병실에서 흔한 음료수를 전해 준 것뿐인데 무척 고맙고 기쁘다.

그리고 동료환자에게 자랑을 크게 한다 “ 어떤 남자가 내게 이것을 주더라”그리고는

활짝 웃는 나를 보고 그렇게 좋으니 -누군데 어떤 남잔데 하고 묻는다.

그렇게 그 밤은 지나고 병실의 아침은 분주하다.

빠른 아침식사는 내게 늘 불만이고 왜냐면 아침을 먹지 않는 내게 힘든 식사시간으로

약을 먹기 위해서는 이 식사를 꼭 해야만 하니까 - 회진 시간에 맞춰 환기를 시켜야한다

2인 병실에서 차례로 들어오는 의사들의 조언과 경과를 들으면 연이어지는 것은

자유시간들이다, 나는 링겔 대를 밀면서 뜨거운 물을 얻기 위해 한 층을 내려가야 하는데도

귀찮아하지 않고 부지런을 떤다

한나절 내내 문병객들로 시간을 채우면 저녁 회진이 있음인데 우리 병실은 없다.

저녁식사가 주어지고 배식 판을 내어 놓고 다시 환기를 시키면서

병실 문을 열어 둔 채 차를 우리기 시작한다, 이때 뚜벅 거리면서 다가오는 발자국에 놀라

문밖을 주시하니 목발의 남자다! 어제 음료수를 전해주던 그 사람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반긴다. 어제 고마웠어요, 하니 - 차 한 잔 마실 수 있나요? 한다. 당연하다는 듯

고개만 끄덕이며 찻잔 하나에 차를 따르는데 손이 후들 거린다 바보같이 가슴이 뛰고

이것이 무엇인가 그런데 그 남자는 깁스의 긴 다리를 뻗혀 방 입구에 걸터앉는다,

힘들어 보이는데 차 한 잔 마시고자 수고로움을 감수 하는 듯 그러나 미소 가득이더라.

차를 한잔 마시드니 차 맛이 참 좋아요 하면서 시계를 보드니 일어난다.

“한 잔 더마실 수 있나요?” 하면서 “네 그렇게 하세요,” 하니, 지금은 문병 올 직원들이 있어서

건너 가야하고, 다시 오마 한다. 정한 시간도 없이 나는 또 “네 그렇게 하세요” 하면서

뒷 모습을 내다 보니

바로 옆방 환자였다 - 문병이 끝났나 보다 - 닫힌 방문을 노크하는 그 사람을 반기는 나

다시 차를 대접하는데 동료환자는 외출을 한 뒤라 방안에 청하기엔 멋쩍어 하니

그는 조금 전에 자세로 그 입구에 이미 앉아서 차를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음이다

차를 우려 나눠 마시기를 1시간이 넘었는데 갈 생각을 않는다

문을 열어 놓은 채라 주고받는 이야기가 다른 방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인식하고는

옆방으로 오라한다 - 놀란 눈으로 내일 다시 차 대접 하겠노라 하니 - 밤이 지겨우니

옆방에는 음료수가 냉장고에서 넘치니 골라 마시는 재미를 권한다

못 이기는 척 대답이 “ 찻잔 정리 하고 나서 가겠노라며 보냈다.

나는 거울을 본다 틀어 올린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쿵쾅인다 겁도 없이 옆방으로 가서 노크를 하려는데 이미 문은 열려져 있었다.

어서 오라는 마중에 어리벙벙하면서도 궁금하기도 하고 미운사람이 아니다.

대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용기 백배 들어가니 깨끗하다 음악을 듣고자함인지

텔레비전 옆에 CD기가 있고 아니나 다를까 냉장고 문을 열고서는

꽉찬 음료수 그중 몇 개를 집어 어느 것을 좋아하느냐며 내미는데 나는 환한 웃음이다

그렇게 그 밤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이렇게 하나같이 기억함은

우연이란 사실이다 제 3자가 소개한 것이 아니고

사는 동안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인연 하나 있기를 기다리든 중이라면 속내가 보이겠지만 그랬다 -

너무 좋은 것은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는 것과

공감대 형성과 상대 배려와 무엇보다도 듣기를 좋아하나 나 혼자 떠들어대는데도
마냥 즐거워하면서 내가 묻는 말에 대답 듣기는

큰 숨을 두 번 쉬어야 겨우 들을 수 있는

무게감과 근엄함에 내가 매료되어 시간을 잃어버렸다.

처음 본 남자에게 내 삶의 깊이를 이야기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곡히 나만의 방식을 공개하면서 남편의 첫 월급으로 가죽바지구매 이야기며

금액이 큰 밍크코트 구매를 위한 평생 나누기 공식를 공개하다니.......그리고

마냥 즐거워만 했으니 -시간 속에서 간호사들이 병실체크를 하는 인기척에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내 병실로

건너온 나는 한 동안 멍 해 한다. -

내일도 차 한잔 마실 수 있기를 고대한다는 그 밤에 그 사람의 메시지를 받았으니

잠 못 이루는 것은 당연지사! - 퇴원 한 후 -

새해가 몇번을 오고 가도 소식 없던 그 사람이

그렇게 세월 흘러 수년이 지나도록 - 안부 인사 없던 그 사람이

잊혀진 얼굴인줄 알았는데 -- 그때 병원에서 차 한잔이 고마웠던 그 사람이 

현실 앞에서 잠수를 하고서는 --  글 쓰기를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타났으니 --

잘 지냈느냐고 -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느냐는 질문에 불쑥 내민 것은 --바로 

[특선시인선]! --  나는  이렇게 즐기며 살고 있었다고.....

언젠가 시간이 허락되면 다시 차 한잔 나눌 수 있기를 학수 고대하겠노라며 - 

이 책을 새해 선물로 줘야겠다는 고마운 그의 말에 감동 먹었으니--

지겨울 만큼 장황하지만 풀어낸 내심은 -- 수 권을 한 사람이 홍보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