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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길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길선
ㆍ작성일 2011-08-10 19:16
ㆍIP: 121.xxx.217
비 오는 사월의 첫 날!
 비오는 사월의 첫 날 !
 
                                   소암/이길선

주룩 주룩 봄비 내리니 잿빛 속을 헤집어 달린다.
알지도 못하는 오솔길에서 저만치 머리탑비에  은해사!
진입로의 산새는 단아함을 자랑하고
사찰로 이어지는 봄비 속에 더한 운치는 청아, 숭고함이다.
좁은 길 비좁고 들어서니, 무수한 세월을 읽어내는 산수유가.......
치닫고 치달아 얼마나 올랐을까?!
 비바람에 닳아 다듬어져 말갛게 속살 보여주는 듯,
한 아름들이 암벽들이 우리를 반기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끊임없이 치달아 오르니,
또 다른 암벽들이 성을 이루며 신비로움 앞에서 선채로 말을 잃었다.
올려 다 보면 저만치 손짓하는 또 다른 암벽들!
형용하기 조차 힘들지만
주룩 주룩 그 비를 맞으며 신비로움에 사로잡혀
미끄러지며 서성이다 시간속에서 가슴 채워지는 무엇인가의 기운을 얻는다.
바람 안고 다시 올라서니 중암, 바위벽이 갈라져 천왕문 만들고,
하늘에 이르게 함 인가 그 좁은 돌문사이를 비좁고 들어가 보니,
신선들이 머무는 곳일까.......
육중한 돌기둥들이 제각기 포개져 성을 이루고
아주 작은 돌덩이 사이에 구멍 절을 바라보며
전해지는 느낌으로,속저고리 얻어 입고
천왕문 입구에서 알지 못하는 걷 옷 한 벌 얻었으니....... 
그 산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으며,
三수암 위에 올라서서 다시 내려다보니,
암자의 존재가 무지 신비롭다.
곧 쏟아질 듯 한 세 개의 큰 바위가 횡대로 멈춰 선 채
암자의 처마 끝이 되었으니,
그 바위의 위엄과 위상은 무아지경 그 위에 내가 있다.  이럴 수가......!
무엇을 얻기보다 버려야 함을 알지만
다시 염원하는 것은 내 작은 기도로 깨달음이 부족하다,
왠지 지난밤 꿈속에서 허우적이던 그곳처럼 느껴져 겁이 난다.
알지 못하는 기운을 안은 채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이 순간의 흔적을 담아내며,
우산 받쳐 들고 그 산 위에 머무르니-  어디선가 -
이제 그만 하산하라며 등 떠미는 비바람의 영을 안고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잠재운다.
 여기 저기 신선들의 기운을 느끼며 보이지 않는 영상과
그 신비로움을 주섬주섬 담아서 돌아서는데
뛰는 가슴에 와 닿아 안기는 기분 좋은 무게!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하산 길은 내려 숙인 외길
그 오솔길은 아직도 정겨움으로 선하다. 
믿기지 않아서 잊어버릴 수 없는 사월의 첫날!
아프고 씨린 마음의 무게를 그 빗속에서  암벽 더듬어 씻어 버렸으니
내 생에 다시없을 귀한 일로 여겨 소중한 삶의 여로로 기억하리라.
다시 오르고 싶은 맑은 날의 하루를 꿈꾸며
구비 구비 끊임없이 쏟아 내리는 폭포수의 출렁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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