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과 회의(盲信과 懷疑) (1)

  종교생활의 신앙에서 맹신이 옳은 믿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맹신이 바른 믿음의 방식이 된다면 평생 책 한 권이면 족 할 것이고 폭 넓은 앎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받아들인 “신의 앎”이 “자신의 앎“으로 알기 때문에 목자를 따르는 순종하는 양떼가 되어 기복신앙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지성이 결여된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각자의 종교논리에 얽매게 되어 보편타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서로 인정 포용하기보다는 차이를 차별로 착각해 배타하게 됨으로서 서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들어 내보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럴 때에는 맹신이라는 것이 썩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 됩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인간이 귀한 존재라고 선포하는 게 공통점이고 자비든 사랑이든 다 같은 것 일진데, 신은 기독교인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종교인에 대해서도 그 종교의 논리대로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편하고도 타당한 진리를 추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회의가 따르고 회의를 쫓다 보면 철학적 신의 인식(신의 존재증명)으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수한 이성(理性)은 이상적인 신앙을 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한 이마누엘 칸트도 “신앙은 앎의 신앙이 아니라 앎을 실천하는 것(옳게 여기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이마누엘 칸트는 그의 실천철학에 이바지함으로서 신 계념에 충분한 기초를 닦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철학적 신학의 발흥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특히 그의 후계자들-피히테, 셀링, 헤겔등-은 다시 강조하여 신개념(神槪念)을 철학의 중심점에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칸트는 신의 존재를 단지 이성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다고 보고 여러가지 방법 (존재론적, 우주론적, 자연신학적)으로 검증해 보았으나 끝내 형이상학(形而上學: 초자연적이고 다만 이성적사유나 또는 독특한 직관에 의하여 포착되는 궁극적인 것, 신의 학문) 안에서 모든 시도들이 전적으로 실패하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 안에는 어쨌든 신에 대한 사상이 있기 때문에 신의 개념은 “신의 선하고 합목적적인 규정을 우리 이성의 본성의 성향 안에 가져야한다”고 추측합니다. 신개념은 감성적(感性的)인 것 안에서는 어떠한 적합한 대상도 주어질 수 없는 “하나의 필연적인 이성개념”으로 특정 지어지는 “이념”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해서 최고의 본질(신)은 “순수이성의 한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칸트는 지복사상(至福思想: 신으로 부터 복 받는다는 생각)을 도입함으로서 도덕신학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복은 무엇보다도 명확하게 도덕명령과 연관되어야 하는 것으로 도의적으로 행동하는 삶은 누구든지 지복에 대한 욕구를 가지며 따라서 각자는 자신의 태도에서 지복에 걸 맞는 정도로 지복을 희망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의성의 체계는 지복의 체계와 분리 될 수 없게 연결 되고 있다는 것이며, 지복이 도의성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요구의 우회로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신을 전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도덕율은 최고선(最高善: 신)의 가능성을 위해 필연적으로 속하는 것으로서 신의 실존을 요청 해야만 한다. 즉 신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히테는 칸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최고의 선이 우연히 아니라 인간이성에서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후기에 근본적으로 입장을 수정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맥락에 따라 감각적 세계로부터 출발하여 감히 신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리고 “지복(至福: 신으로 부터 복 받는 것)은 인간의 감성과 연결되어 있어서 순수 도덕성의 영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지복을 위해 사람들이 내세우는 신은 유령이다. 초월자로 부터 지복을 바라는 것은 잡신(무당)을 믿거나 우상 숭배하는 것과 같다.”

  요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헤겔은 칸트의 이성과 피히테의 감성을 고려하여 “감성과 이성의 종합적인 존재”인 전체인간을 생각 해 냈습니다. 단지 이성만을 고려할 경우 소수의 지성 층의 집단에만 적합할 뿐 다수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종교로 발전 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

  철학적 신학은 서양사유의 역사를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헤겔에서 그 정점을 이룹니다. 헤겔의 종교철학은 그 자체로 철학적 신학이며 진정한 신학은 동시에 종교철학이라는 것입니다. 철학은 단지 신만을 대상으로, 그리고 본래적이고 유일한 대상으로 갖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헤겔은 철학을 전적으로 신학이라 칭함으로서 신은 철학의 단 하나의 대상이며, 신에 몰두하고, 신 안에서 모든 것을 인식하며, 모든 것이 단지 신으로부터 나오는 한에서, 신의 광채로부터 살고, 그 영혼을 갖는 한에서만 정당화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과제라고, 종교철학강의에서 헤겔은 주장합니다.

  또 헤겔은, 신은 유일한 즉자존재(卽自存在)의 절대자이기 때문에 진정한 인식은 절대자로 부터 시작한다고 하면서 절대자의 완전한 변증법이 전개됩니다. 이것은 곧 즉자(卽自)가 스스로의 발전에 의해 그 자신 속에 자신을 부정하는 대자(對自)를 낳고, 다시 이 모순을 지양함으로서 새로운 통일을 얻게 되어, 테제(正), 안티테제(反), 진테제(合)의 삼계기(三契機)가 무한히 발전 해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헤겔의 신 개념은 기독교의 신의 표상과 일치되기에는 창조에 대한 사상의 영역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독교는 유일신이 우주 삼라만상을 지어낸 창조주인데 반하여 헤겔의 신은 전적으로 창조주로 칭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러나 헤겔은 기독교의 근본교리에 자신의 철학을 합치시킵니다. 성육신(聖肉身)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도 철학적 신학적 해석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런데도 헤겔이 신을 창조주로 칭하지 않고 절대정신, 절대자로 본 탓으로 범신론자(汎神論者)로 몰려 성서를 믿는 아주 고루한 기독교신학자의 가면 아래서 헤겔의 체계는 무신론으로 폭로 됩니다.

  브루노 바우어가 헤겔의 범신론을 보고, “그대들이 종교 안에서 숭배 하는 것은 그대들 자신이며, 신은 그대들이 그대들의 밖에서 본다고 생각하는 그대들이다.”고 하면서 또 “실현된 자기의식은 다음과 같은 예술품이다. 즉 자아는 한편으로 자신을 거울 안에서와 같이 이중화 시키고, 그 후 자아가 자신의 거울의 상을 수천 년간 신으로 여겨 온 후, 마지막엔 그 거울 안의 상이 자기 자신이라는데 이른다.” 고 하였습니다. 또 종교는 이러한 거울의 상을 신으로 여겨 왔으며, 철학은 이러한 환상을 지양하고, 인간에게 거울 뒤엔 아무도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브루노는 주장합니다.

  이와 같이 브루노는 헤겔이 범신론을 구실로 가르친 것은 무신론일 수 있고 그것은 “종교의 파괴”를 넘어선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은 정말 지나친 것이며 헤겔의 종교철학을 무신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좌절 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실제로 형이상학적인 신의 개념에 대한 파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포이어바흐는 헤겔에게서 암시되고 그 다음 브루노가 변용시킨 형식으로 진술 된 철학적 신학으로서의 형이상학을 파괴 할 것을 자신의 과제로 명백히 설정합니다. 그리고 말 합니다. “신학의 비밀은 인간학이다.” “신의 본질은 인간자신에 대한, 인간자신의 고유한 본질에 대한 앎이다.“ 따라서 인간은 철학함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인간의 첫째 대상은 인간이다.“ 인간학적인 시각으로 포이어바흐는 ”새로운 시대의 과제“를 보았습니다. 이 시대 안에서는 ”신의 현실화와 인간화가 -즉 인간학 안으로 신학의 변화와 해체가 다뤄지게 됩니다.

  마르크스는 “철학은 사상 안으로 들어와 사유적으로 서술된 종교와 같다.” 그리고 포이어바흐의 증명을 “위대한 행위”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포이어바흐와 전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종교비판은 근본적으로 포이어바흐를 통해 끝났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중요한 어떤 것이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종교비판은 모든 비판의 전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와 일치합니다. 그에게도 중요한 것은 인간을 모든 사유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고 종교가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다.”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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