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약산(載藥山) 산행기

1. 산행 등반 코스 :  밀양의 표충사를 들머리로 하고 해발 1108미터의 재약산 정상까지 등반한 뒤
                      다시 표충사로 내려오는 코스

주) 오늘 소생이 등반한 코스를 말씀드리면 표충사 매표소를 지나 홍제교를 거쳐 표충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효봉선사 사리탑을 거쳐 대숲을 지나 샘터를 거쳐 하늘 아래 첫 동네에 있는 고사리 분교를 지나고
사자평을 거쳐 재약산 정상까지 산행하였습니다. 다시 하산하는 길은 고사리 분교를 지나 사자 교에서
층층폭포를 거치고 층층 골을 계곡으로 따라 내려오다가 흑룡폭포를 지나서 대원암을 거쳐 다시 표충사로
귀환한 코스입니다. 등반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2. 재약산(載藥山) 산행기

1. 표충사를 찾아서

고봉 준령이 까마득한 가지산 석남사를 지나고
배내골 가는 길을 지나쳐 울밀성을 끼고 돌아서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석남 터널을 지나고
얼음골을 비켜 지나서 밀양 표충사를 다시 찾았다.

드디어 재약산(載藥山) 정상이 눈앞에 보이고
천 년 고찰 표충사에는 사명대사 호국의 얼 배었다.
신묘한 약수 " 영정(靈井) "의 물맛은 너무나 달고
오월의 산사는 나그네의 마음을 붙잡고 놓칠 않더라.

아무리 보아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 산세(山勢)는
금방이라도 손을 내밀면 잡을 것 같은 흰 구름과
한 줄기 이마를 스치는 바람에 실려오는 솔 향기
잔디를 깔아놓은 듯 푸른 신록의 숲 속에서
휘파람새 휘~이익 나그네를 반긴다.

층층나무 하얀 꽃송이 거목을 드리웠고
불두화(흰 수국처럼 생긴 꽃나무) 흐드러져 있을 때
향기 없는 목단화 절집 뜨락에 피어있으며
석류꽃도 어느새 떨어져 아기 석류 빨갛게 매달려 있다.

향 불 하나 피워올린 후 정중하게 합장하여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님께
삼배의 예 올리는 행동 아직도 서툴지만
정성을 모아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근세의 빼어난 선지식 효봉선사 열반한 참선 도량에
젊은 수행자가 창가에 드리운 대나무 발을
들어 올리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간다.

구도의 마음에 어디 승(僧)과 속(俗)이 따로 있으랴
내 마음도 어느 날 활짝 열리어 한 소식 얻어듣게 되면
날마다 마음공부 게을리하지 않은 것 되지 않겠는가
이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재약산 풍경

높은 산 흰 구름을 헤치면서
석남 터널을 통과한 뒤에
호박소 계곡 입구를 지나서
충절의 고장 밀양으로 내려올 때

눈 들어 앞을 바라다보면
온통 푸른 숲 펼쳐있는 높은 능선들
첩첩산중으로 펼쳐있는 영남 알프스
천 미터 넘는 고봉이 여섯이 넘고

오늘 찾아가는 재약산 기슭의
저 유명한 사명대사의 영정을 모신
밀양의 표충사를 찾아간다.

얼음골을 지날 때 주변은 온통 사과밭
조막만 한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다시 내달려 표충사를 찾아갈 때

높은 산비탈에는 밤나무들이 많아서
지금은 밤꽃의 계절 산자락에 어김없이
하얗게 벙그는 밤꽃들의 자태가 아름답다.

표충사 찾아가는 샛길로 진입하여서
대추가 특산물인 단장면으로 들어섰을 때
도로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있는 대추나무
심지어 가로수도 대추나무로 되어있었다.

분홍색 접시꽃도 가끔 눈에 들어올 때면
첩첩산중에서 맑은 물이 모여 흘러내리는
계곡물 흐르는 냇가에서 다슬기 잡는 촌부들 하며
낚싯대 휘두르는 정겨운 모습을 뒤로하고
드디어 도착하여 표충사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등산준비를 재점검 후 배낭을 고쳐 매고서
지팡이 손에 들고 표충사 입구를 좌측으로 돌아서
효봉선사 사리탑을 지나 대숲으로 들어섰을 때
어제 마신 술기운이 아직도 남았었는지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에 소금기 있어 눈을 따갑게 한다.

산새 소리 지저귀는 숲 속의 등산길을 따라 오를 때
개망초 꽃 지천으로 널려 피었고 엉겅퀴는 참으로 우람하고
숲길에 햇볕이 찾아들지 못할 정도로 우거진 숲들
땀 흘리며 숲길 따라 산을 오를 때 너무나 행복한 마음
이마에 구슬같이 흘리는 땀은 보약보다 더욱 좋고
삼림욕에 맑은 공기, 욕심 비워진 순간 너무나 즐겁다.

또 한걸음 산을 오를 때 힘이 들면 쉬어서 가리
무엇이 급할 것이 있으랴 쉬엄쉬엄 산을 올라도
구슬땀은 계속 흐르니 건강이 절로 품속에 있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한 모금 너무나 달고
산 목련꽃 숲길에 떨어져 꽃길을 만들었다.

바위에 잠시 걸터앉아 앞을 바라보면
까마득한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있었다
폭포소리 귓가에 들릴 때 호랑나비 한 마리 팔랑 인다.
깊은 산 숲 속의 솔향 너무나 상큼하고
흐르는 땀방울 많아도 즐거움이 넘친다.

산딸기

빨갛게 익은 깊은 산의 야생 산딸기밭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
지나는 길손도 떨어질까 두려워서
차마 산딸기 하나 따먹지 못하고

산길 바로 옆 나무 그늘에 있는
산딸기나무 한 그루의 잎사귀 뒤에
몰래 숨어서 익은 산딸기를
겨우 하나 따서 맛보았을 뿐입니다.

메뚜기

깊은 산 인적 드문 곳 숲속에는
철 이른 귀뚜라미 크기가 엄지만 하고
메뚜기 파드닥 날갯짓으로 풍경을 전할 때
왕잠자리 날갯짓에 뜨거운 햇살도 숲 속에 숨는다.

샘물 맛

숲 속 샘물 맛은 약수라 부를만하고
건너편 병풍바위 까마득히 높다
건듯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와
푸른 솔향 풍길 때 산행은 즐겁다.

풍경소리

천 년을 한결같이 서 있는 석탑 귀퉁이
앙증맞게 매달린 작은 풍경 하나가
불어오는 바람 앞에서 뗑그렁뗑그렁
법고(法鼓)는 아직 울지 않아도
오히려 풍경이 딸랑 산사를 먼저 울린다.

선승의 사리탑

커다란 자연석 바위 위에
역시 자연석으로 된 사리탑을 세워놓았다.

근세에 유명하였던 선지식 효봉대선사
서래각 선원에서 영원히 참선에 들었으니
제자들은 스승을 추모하여
대숲에 자연석으로 사리탑을 세웠다.

생사를 다투는 용맹정진 참선끝에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으니
근세의 빼어난 선지식 되었구나
깨닫고 보니 이 세상은 한바탕 연극이었네

말없이 서 있는 자연석 효봉대선사 사리탑은
아직도 욕심 비우지 못한 나그네에게
말 없는 말로서 오직 자연을 닮으라 법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