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때 조선을 여행한 비숍 여사가 쓴 글을 보면 조선인은 먹기 위해 사는 사람 같다고 했다.
아침 먹고 잠사 후에는 오전 참을 먹고 좀 있다 점심 먹고 오후 참, 저녁, 밤참까지, 여섯 끼를 먹었으니,
이방인이 보기에는 이 사람들은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구나 놀랄 만도 하다.
그 무렵에 외국인이 찍은 멋진 사진 한 장도 우리의 먹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갓을 쓴 노인의 밥상인데, 밥그릇의 크기도 그렇지만 그릇 위에 고봉으로 담긴 밥의 양이 놀랄 만하다.
멀리 구한말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시골이나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밥 한 그릇은 양이 대단했다.
소운도 시골 처가에 가면,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밥 한 그릇을 4식구가 나눠 먹어야 했다.
그릇 위로 올라온 것(고봉)을 덜어 딸 아이 둘에게 나눠 주고, 아랫부분은 처와 소운이 나눠 먹으면
그 양이 적당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먹성에 대한 한국인의 말이 있다.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다큐를 보다 보면, 아프리카 원주민이나 아마존 정글에 사는 원주민들의 식사 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작은 물고기 몇 마리로 여럿이 한 끼 식사를 때우기도 하고, 먹는 양이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저렇게 먹고?
할 정도로 소박하다. 거슬러 올라가 조선조 때 일어난 임진왜란 당시에도 일본군은 원정군의 불리한
입장임에도 군량 문제로 시달리지 않은 것은 그들의 먹성이 아주 소박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조선군은 일본군의 4배를 먹여야 했다고 하니, 군량의 보급 면에서도 조선군은 불리한 전쟁을 한 셈이다.
요즘은 예전보다 먹성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다.
먹는데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부를 불러 일을 시켜 보면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집을 한번 지어본 사람은 다시는 집을 짓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일꾼들이 쉼 없이 먹거리를 요구하는 까닭도 있고, 이때 이들의 청을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 인심 박한
사람이라고 금세 소문이 나게 마련이고, 먹는데 인색한 사람을 우리 사회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남에게 먹거리를 가지고 떼를 쓰는 일은 없어진 것 같다.
일꾼들도 때가 되면 알아서 자기들끼리 해결하지 집주인 눈치를 보고나 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예를 들었지만, 일본인의 식단을 보면 그 양이 놀랄 만큼 작다는 것이다.
반찬도 우리 기준으로는 한 젓가락 분량 정도로 젓가락 가기가 민망할 만큼 양이 적다.
김 한 장을 열두 조각으로 쪼개 포장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인은 아주 적게 먹는다.
식당에서 내주는 우리의 반찬 정도의 양이면, 일본인은 열 명분 이상의 양이 될 것이다.
생선회를 일본에서 시켜 보면 회 대 여섯 점이 장식도 요란한 접시에 보기 좋게 담겨 나온다.
생선 종류가 다르면 생강으로 입을 가셔 낸 후 다른 맛을 혀로 느끼려 한다. 혀가 즐기려면 소식을
하는 게 맞다. 많이 먹으면 혀의 감각이 무뎌져 민감한 맛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음식을 눈으로 보고 혀로 즐기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소운의 생각이다.
우리의 식문화는 양이 푸짐해야 한다.
음식은 먹고 남게 차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인색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있다.
먹거리가 늘 부족하니, 먹을 기회가 오면 충분히 먹어둬야 한다는 어려운 삶을 살아온 우리이다.
잔치를 벌이거나, 집을 짓거나 일을 시키거나 상대적으로 넉넉한 사람의 일을 하게 되면 기회에
배를 채워야 하고, 가진 자는 이들을 잘 먹여야 하는 게 우리의 미덕이고 의무이기도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하게 되지만, 그렇게 하도 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우리의 삶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흉잡힐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영양 부족으로 문제가 생기는 세상이 아니다.
오히려 열량 섭취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더 문제인 세상이다.
서울 올림픽 즈음 미국에 가보니 미국 사회에서는 남자도 근육이 단단한 멋진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나없이 운동에 열중하고, 저열량 음식을 섭취하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배가 나오거나 살찐 사람은 상대적으로 빈곤층의 상징이기도 했다.
요즘 젊은 연예인들을 보면 여자는 물론이지만, 남자들도 멋진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우리도 과감하게 의식전환 운동을 한바탕 벌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배 고프던 시절 몸에 밴 잘 먹어야 한다는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필요한 열량 기준으로 식단을 짜면 소박함에 놀라게 되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
운동하는 지인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먹이는데 너무 집착한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일본 만큼은 어렵겠지만, 우리도 배가 행복하려고 먹는 식습관은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혀가 행복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건강은 좋아질 것이고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일본의 우동이나 라면집에서는 반찬을 주지 않지만, 다니다 보니 금세 적응이 되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식당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이 지나고 났으니, 또 한바탕 뱃살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소운도 며칠 만에 아랫배가 불룩 나왔다. 혀만 즐거운 식문화였다면 이런 낭패는 없을 터인데,
배 나왔다. 소운/박목철
일본을 다녀보니
왜인(倭人)답게
김 한 장 열두 쪽으로 나누고
꽃꽂이하듯 장식은 요란한데
소꿉장난 먹거리
눈과 혀만 행복하라고 먹더라,
설에 곯지 말라고
딸이 부쳐 온 푸짐한 음식
안주 핑계 삼아 막걸리 곁들여
꼴깍!
배가 행복하라고 먹었다.
설,
먹는 거 빼고 나면,
올챙이 마냥 배 만나왔다.
이석희
2017-02-01 20:57
박목철 작가님!
저도 시골 태생이라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고봉밥 구경도 많이 하였답니다.
저는 어려서 4살 이래 동생보다 밥그릇이 더 작았습니다.
욕심의 문제도 없지 않았지만 양 자체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키도 작고 몸도 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대부터 막걸리에다가 안주를 먹으면서부터
아랫배에 헛살이 찌고 배가 불룩 나오고 몸이 불었습니다.
아무튼 시골 농부들의 고봉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기에다가 막걸리를 한 대접씩 마시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지요.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모습들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김경렬
2017-02-01 22:56
91년도에 건강에 이상 이 와서
온갖 검사 다하고 큰일은 없어 다행이었으나,
몸관리를 잘해야 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한달간 생체식을 하였는데 머리가 맑고
피부에 잡티가 다 없어지는 기적이 생겼었 답니다.
그 무렵 경추협착증으로 걷지도 못할만큼 고생을 하면서
번거로워서 도로 화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글에서 깨달은바가있어 다시 한번 시작해 보려 합니다.
식탐은 그때 교정이 되어 다행이었으나,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억망이 되어서
큰맘 먹고 재 시도를 해야 겠습니다.
소식은 건강에 최고인것은 틀림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7-02-02 10:09
소운 작가님의 배 나왔다는 글은
나를 가리키며 하신 말씀 같아 부끄럽습니다.
말씀 하신 대로 옛날 저도 어릴 때 하루 여섯끼 먹고도 모자라서
밤참으로 무나 배추뿌리라도 깎아 먹어야 잠이 들었답니다.
그 습관이 남아선지 이렇게 뱃살만 늘었지요.
혀를 즐겁게 하는 식사법을 잘 실천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월도 즐겁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장계숙
2017-02-05 11:37
즐거운 마음으로 정독하였습니다.
우리의 음식문화가 좀 남다르긴 합니다.
고봉밥에 국에 반찬에~ㅎㅎ
저도 일본 여행하면서 느꼈답니다.
예쁘게 꾸민 음식을 죄다 끌어 모으면
우리 밥그릇 반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도 며칠 그 밥상을 받으니
이상하게 배가 부르더군요.
소식을 해야 장수한다는데
나이들수록 솔깃합니다.
우리네 명절도 조금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많은 음식과 수북한 상차림도
실속없이 보기 좋게만 마련된 듯 보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인데...
좋은 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편안한 휴일 되셔요.
정찬열
2017-02-07 14:39
소운작가님!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배 행복하라고 먹는 음식," 뜻깊은글 단숨에
보면서 예전에 는 놋그릇(大)-스텐그릇(中)- 사기그릇(小)
대체로 이렇게 변화된 시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몇년전 제가 일본 여행을 갔을때 몇조각의
기본 차림에추가되면 돈을 줘야 한다는 걸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식단도 우리나라처럼 뷔페 식단이 있을까?
속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예식장이나 잔치에
대부분 뷔페음식인데 그때는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더라구요
아무튼 걸고 푸짐한 우리 음식 문화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공지사항 
공지사항
소설.수필 메뉴
이달의 작가(예정)
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이석희
정찬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