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5-16 16:58

ㆍIP: 118.xxx.100

이와미 긴잔(石見銀山)의 눈물,

이와미 긴잔(石見銀山)의 눈물,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일본 시마네 현의 오다 시에 속한 이와미 긴잔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지금은 찾는 이도 많지 않은 한적한 유적지에 불과 하지만, 한때는 은 생산으로 번영하던 곳이라고 한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이곳에서 생산된 은을 군자금으로 조선을 침략할 준비를 했다고도 하니,

이와미 긴잔은 우리와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실을 모르는 우리는 무심한 관광객일 뿐이다.

한때 일본은 전 세계 은 생산량의 삼 분의 일 이상을 생산했다고 하고, 이와미 긴잔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일본은 은 본위 화폐 제도를 유지한 국가이기도 할 만큼 은의 생산이 많고 이를 산업에 활용하였다.

얼마 전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조선이 자신들에 속해 있었다고 해서 한바탕 시끄러웠는데 사실 조선은

중국의 간섭에 시달리기는 했다. 중국에서 과다한 금이나 은의 조공을 요구했기에 견디다 못한 조선은

광산을 폐광하고, 우리는 광물의 생산이 없는 나라라고 중국에 알리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이와미 긴잔은 아주 외진 한적한 곳이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옛 일본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매력 있는 곳이기에 다섯 차례 정도 이곳을 다녀갔어도

한 번도 지겹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을 만큼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 일정에 이곳이 포함된 것을 알고도, 또?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마을을 돌아보며 역시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시 오자 한다 해도 기꺼이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차를 빌려서 다닌 탓에 어렵지 않게 이와미 긴잔을 찾았다.

예전보다 더 한적한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보니, 자그마한 선물 가게 등은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다른 곳은 일본인 특유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손님을 유혹하지만 이곳의 가게들은 우리의 옛 가게와

비슷한 분위기로 뭔가 시간이 멈춘듯한 묘한 분위기가 풍기는 가게들이 있었다.

은을 가공해 만든 수 공예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도 있었고, 투박하게 구워낸 옛 맛의 과지 가게도

있었고, 전통 반찬을 파는 가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비가 와서 그런지 시간이 멈춘듯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백 년이 넘었다는 커피점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영업하고 있었다)

예전에 들렀던 자그마한 카페에 들려 카레밥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이곳에 들렀다 간 분들은 이곳 분위기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와미 긴잔 하면 이 식당을 떠

올리곤 한다고 했다. 식사를 끝내고 나서려고 하니 한두 방울씩 뿌리던 비가 제법 세차게 뿌리고 있었다.

문 앞에서 난감하게 서 있으려니, 식당 주인아저씨가 우산 4개를 가져와서 쓰라고 했다.

아무래도 그냥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가져오게 하기로 하고 우산을 반납했더니

괜찮겠냐고 여러 번 걱정스럽게 물었다. "차를 가져오기로 해서 괜찮습니다" 역시 일본인은 친절하다.

차에 있으라고 하고, 소운과 박인영 작가만 갱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나무가 울창한 숲 길가로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사방에 죽순이 솟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죽순을 부러뜨려 놓은 것이 여기저기 보였다. 한국 같으면 죽순은 귀한 먹거리인데,

아깝다는 생각에 죽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관광객을 위해 개방해 놓은 갱도 주변에도 작은 토끼 굴 같은 갱도가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다.

저 작은 구멍으로 기어들어 가 허리도 펴지 못하고 광석을 캐냈을 인부들의 삶을 생각해 보니 가슴이

짠했다.

이와미 긴잔 인근에는 신사나 절이 많다고 했다.

권력자를 위해 좁은 땅굴에서 광석을 캐내는 삶, 열악한 환경과 고된 노동, 위험에의 노출 등으로

이곳 인부들의 수명은 삼십을 갓 넘길 정도였다고 하니. 이들이 기댈 곳은 신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눈 만 뜨면 좁은 땅굴에 기어들어 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엎드려 광석을 캐내야 하는 삶,

주 갱도에서 사방으로 뚫린 갱도는 말 그대로 토끼 굴 정도의 작은 구멍이었다.

폐소 공포증이 아니더라도 저런 곳에서 작업하려면 온전한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권력자들은 이와미 긴잔을 두고 쟁탈전을 여러 차례 벌여 뺏기도 하고 뺏기기도 했다.

이외미 긴잔 마을에는 인부들을 감독하기 위한 관리들의 저택도 있었다.

아마, 권력자의 쟁탈전은 인부들과 무관했을 것이다. 생산된 은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인부들은 땅굴에서 죽어 갔을 것이다. 인부는 은을 캐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니,

갱도를 오가는 길에 보이는 초라한 무덤들의 황량한 모습이 가슴 아렸다.

세계 문화유산이라고, 옛 일본의 전통 마을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매력 있는 곳이라고,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권력자의 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자, 위험에 내몰린

인부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은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비가 뿌리는 이와미 긴잔을 돌아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좋은 세상 한 번 못 보고 땅굴에서 죽어 간 숱한 영령이 뿌리는 눈물 같다는 생각,

이와미 긴잔의 눈물을 그렇게 보았다.

이와미 긴잔의 눈물 소운/박목철

이와미 긴잔에서

수백 년 전통의 과자를 먹었다.

백 년이 넘었다는 커피점의 커피도 마시고

빨간 우체통이 예쁘다고 사진도 찍고

카레밥도 맛있게 먹었다.

폐광(廢鑛) 갱도에서

폐소 공포증을 느꼈다.

기어들어 가 머리나 들 수 있었을까?

갱도 붕괴의 공포는 어쩌고,

스산한 숲길에

여기저기 입 벌린 토끼 굴

이끼 낀 묘비의 침묵

쇠락한 神社, 오백 나한의 해학,

비 내리는 이와미 긴잔에서

눈물을 보았다.

은(銀)이 서러운 원혼의 눈물을,

정찬열 2017-05-16 19:12	소운작가님! 이웃집 드나들듯 일본여행에 많은 부러움을 느낍니다. 일본 시마네 현의 오다 시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긴잔' 두어번 가본 일본여행이지만 지명도 낮설고 참 일본이 예전에 은생산이 그토록 많았군요 우리 고향에 가면 일제때 켓다는 금광굴이 여러곳 있는 곳을 보았는 데 일본사람들 두더지 인생들이군요 "이와미 긴잔(石見銀山)의 눈물," 가슴으로 배독하고 갑니다. 늘 건안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7-05-16 20:41	소운 작가님. 일본에 대한 전문가이십니다. 요즘 또 일본을 다녀 오셨군요. "비 내리는 이와미 긴잔에서 눈물을 보았다. 은(銀)이 서러운 원혼의 눈물을," 이 한 싯귀에서 소운 님의 애국충정을 보았습니다. 일본은 과거엔 가깝고도 먼 나라 였는데 이제 아주 가까운 나라로 자리매김 하여야 하겠습니다. 좋은 여행기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이석희 2017-05-16 23:11	소운님 덕택에 가만히 앉아서 일본여행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5-17 08:10	《Re》정찬열 님 , 작가님 평안 하시지요? 날씨가 낮에는 한 여름 같이 덥습니다. 몸이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손주 녀석이 수족관 가고 싶다해서 인솔자로 갔다 왔습니다. 비가 계속 와서 불편하긴 했지만, 일본은 좋은 여행지 이지요, 여름 행사 때 뵙겠습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7-05-17 08:13	《Re》백낙은 님 ,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뵙고 싶어도 행사가 일요일에 열리는 탓에, 늘 아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여행을 갈 때는 글에 대한 구상이 많지만 다녀오면 게을러서 잘 안됩니다. 열심히 하는 분들을 부러워 합니다.

박목철 2017-05-17 08:15	《Re》이석희 님 , 공부를 많이 해야 깊이 있는 글이 나오는데, 아는 범위 안에서 편하게 글을 쓰곤 한답니다. 좋은 계절 행복하시고 좋은 글 많이 기대 하겠습니다.

김종덕 2017-05-17 13:40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일본에 살았어도 이와미 긴잔은 몰랐었네요. 일본을 조금 안다고 생각핸것이 전혀 아니네요. 그냥 글만 읽어도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게 세밀하게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요토미히데요시를 신으로 받드는 나라가 일본일진데, 그 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약하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삶을 눈물나게 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5-17 15:46	《Re》김종덕 님 , 일본에 사셨다니 일본을 잘 아시겠습니다. 일본을 다녀오고 쓴 글이 십 여편 됩니다 만, 제 생각일 뿐 이지요, 원래는 사진을 위주로 글을 씁니다 만, 사진이 빠진 글이라 뭔가 어색합니다. 찾아주시고 좋은 말씀 주시니 감사 드립니다.

김상화 2017-05-20 00:37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주 뵙고 해야 하는데 그리 힘드네요 일본에서 교육을 받느라 1년 이상 있었지만 이와미 긴잔이란 곳을 처음 들어보는 이름 같았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빚으신 작가님의 글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와미 긴잔이란 곳에서 생산되는 은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은의 삼분의 일이라 하니 대단한 곳입니다 많은 것을 알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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