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4-30 15:10

ㆍIP: 118.xxx.100

파사성, 2 천년 세월을 품다.

파사성, 2 천년 세월을 품다. 대한문학세계 기자 /박목철

여주 이포 나루를 지나다 보면 길가에 파사 성이라는 관광 안내판이 보인다.
자주 지나치며 한 번 둘러 보아야지 하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선뜻 찾게 되지를 않았다.
늘 다니는 길이니, 다음 한가할 때 편하게 돌아보자 하는 생각에서 다음 또 다음으로 밀어 온 셈이다.
일본을 다녀 보면 어디를 가건 성이 있어 일정에 상관없이 혼자서라도 꼭 성을 찾아 둘러 보곤 했다.
우리나라도 웬만한 지역에는 성이 있지만, 산성이 대부분이라 큰맘 먹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평지성을 빼고는 대부분 성을 가보지 못했다.

소운은 역사적 유적지 돌아보는 것을 아주 즐겨 하는 편이고 특히 성을 아주 좋아한다.
아쉬운 것은 위에서 지적했듯 우리의 성이 대부분 산성이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평지에 있는 읍성으로는 낙안읍성, 고창읍성, 해미읍성이 그나마 온전히 보존된 성이고
강화도에 가면 작은 성이라 할 수 있는 보들이 해안가를 따라 배치되어 있어 한때는 강화도를
자주 찾았다. 서울에 있는 아차산에도 강화도와 비슷한 보의 흔적이 발견되어 복원해 놓았다기에
둘러 본 적이 있다. (아차산 보에 대해서는 예전에 글을 써 이미 소개 한 바 있음)

우리의 성을 돌아보면 외국의 성과는 형태나 성을 쌓은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와 달리 일본이나 유럽의 성은 견고하게 지은 성주의 저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내전을 대비해 쌓은 성이지만, 우리의 성은 외침에 대비해 준비한 피난처가 산성이라,
성의 개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의 성은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쌓은
성이라 성이 함락되면 성주가 바뀌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나는 탓에 성이 아주 견고하고
다중으로 방어시설이 겹겹이 쳐 있지만, 우리의 성은 그렇지 않다.
이곳을 넘지 마! 하는 경고 수준의 성이라 어찌 보면 애교스럽기까지 한 게 우리의 성이다.

우리는 전쟁이 나면, 웬만한 물건은 숨기고 마을을 비운 채 산성으로 피신해 버린다.
적군은 황당한 경우 일 것이다. 마을을 점령해서 포로도 잡고 재물도 약탈하고 식량도 조달해야
하는데, 싸울 상대도, 식량도 구경할 수 없으니 맥이 빠질 것이고, 산성을 치려면 攻城 장비를
동원할 수가 없어 헉헉거리며 기어 올라가 싸워야 하는데, 그 성을 빼앗아 봐야 별 소득도 없다.
전 국토가 적이고 전 산성이 항거하니, 산성을 점령해 봤자 방어선이 뒤로 물러가게 하는 효과
이상은 얻을 게 없고, 승리의 대가치곤 미미한 것이라 침략군의 사기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주 파사 성(대한민국 사적 251호)은 삼국시대 때인 신라 5대 파사왕(서기 80년?) 때 쌓은 성이라
전해진다. 해발 250m 파사 산 정상에 쌓은 산성이지만, 피난처로 쌓은 성은 아닌듯하다.
인근에 큰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강 상류를 조망하고 감시하기가 아주 좋은 전략적 요충지에
쌓은 성이기 때문이다. 삼국은 한강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역사적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
서울의 아차산 산성에서는 고구려군이 황급하게 성을 버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다.
파사 성은 전략적 요충지인 한강을 수호하기 위한 성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임진왜란 때는 류성룡이 건의에 따라 의암이 승군을 동원하여 성을 중수했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사실 산성은 상주하는 병사가 없으니, 승군의 역할이 크다.
평소에 집단으로 조직된 상비군이 지방에는 없으므로 집단화되어있는 승려들이 산성을
사실상 지키는 역할을 해야 했다. 산성에 절을 짓고 유사시에 대비해 물자 비축이나 숙박을
할 장소를 미리 마련해 전란에 대비했는데, 임진왜란 때 승군의 역할이 뛰어난 것도 다 이런
배경에 힘입은바 크다 하겠다.

파사 성은 두 곳의 성문 흔적이 있다.
이포 쪽으로 접근하는 남문과 천서리 쪽으로 접근하는 동문지가 있는데,
남문지는 성루가 있었던 흔적이 있고, 동문 쪽은 옹성(성문을 보호하는 성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략적 가치 때문인지, 파사 성의 성벽은 산성치고는 견고한 편이었다.
둘레 1,800m, 높이는 높은 곳은 6m 남짓, 낮은 곳은 1,5m 남짓인데, 산성의 경우 지형적 조건에
따라 거의 성벽이 필요치 않은 곳도 있게 마련이고 쉽게 적이 접근할 곳은 성벽이 높게 마련이다.
(여장이 복원되지 않았으니. 실제 높이는 여장이 있다면, 1m 정도 더 높다고 봐야 한다)
파사 성은 어느 곳에서나 사방의 조망이 아주 양호했다. 지형적 조건은 잘 갖춘 성이라 하겠다.

성안에는 우물의 흔적도 있고 건물터의 흔적도 있다.
성은 우물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적이 포위해도 상당 기간 버티려면 우물은 필수이고,
군 지휘부를 위한 시설 및 식량과 무기를 보관할 창고도 갖추어야 하니 그런 건물터가 아닌가
추측된다. 하지만, 국가지정 문화재 치고는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안을 정비하고, 간단한 유물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성벽이 무너져 여기저기 돌무더기가 널려 있었다. 성벽 복원 시 성벽 위에 돌을 메꾸어 놓은
것을 보니 걱정스러웠다. 장마철에 빗물이 돌 틈으로 스며 성벽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해빙 시
성벽이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물 처리 시설 등 전문가의 의견이 꼭 필요한 사항이다.

성벽 위에서는 어디서도 조망이 아주 양호했다.
일본의 성을 다녀 보면 대부분 조망이 좋았다. 성의 존재하는 이유를 조망에서 깨닫게 된다.
성안의 면적은 만 평 정도? 손을 대지 않아 잡풀이 무성하고 성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일본에서 돌아본 성들은 현(우리의 도) 차원에서 아주 잘 관리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되었다.
성벽도 동문 쪽 성벽은 가까이 다가가 보려 해도 잡풀이 무성해 접근할 수가 없었다.
다시 반복해서 말하지만, 성안도 정비하고 성벽도 잘 복원한다면, 좋은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컸다.

성벽을 따라 성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성이 왜 이렇게 작아? 할지 모르지만,
성은 크면 지키기가 어렵다. 1,800m 면 2m에 한 명씩만 병사를 세우려 해도 천 명 가까이
필요하다. 예비병력, 지원 부대 등을 생각하면 성이 크면 적은 병사 수로는 지키기가 어렵다.
임진왜란 때 왜 서울 도성을 비우고 달아났을까? 서울 도성에 병사를 배치하려면 수만의
병사가 있어야 하는데, 신립이 서울에서 모병해보니 200명도 간신히 모았다 한다.
그러니 달아날 수밖에,

우리는 풍수지리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철학적 내용은 알기 어렵지만, 절을 돌아보면
절이 자리 잡고 있는 터가 참 아늑하다는 느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 절을 찾아보면, 그런 느낌은 더욱 확실해진다. 한겨울에 내소사를 찾았을 때
갑자기 겨울에서 딴 세계로 온 듯한 따사한 기운에 참 절터를 잘 잡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구 몇만의 도시로 계획된 한양이 인구 천만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 지혜가 놀랍지 않은가?
파사 성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성에서 바라보면 바로 눈앞에 이포교 수문 시설이 보이고
대교가 보인다. 지금 시각으로도 한강의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 이만한 곳이 없겠다.
천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파사 성은 한강의 맥을 지키는 파루인 듯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파사 성을 돌아보고 내려오려니 시원한 강바람이 오를 때 났던 땀을 시원하게 식혔다.
봄꽃이 여기저기 화사하게 피어 따뜻한 봄날의 정취를 한결 돋우고 있었고,
파사 성, 국도에 면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 00여 m 만 걸어가면 성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아마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적지는 흔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 천년 세월을 품은 국방 유적지이니 그 존재 가치를 새겨 잘 가꾸어야 할 것이다.
잘 정비하고 널리 알려지면 많은 사람이 찾는 좋은 사적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파사 성을
올려다보았지만, 숲 뒤에 숨듯 파사 성은 보이지 않았다.

* 한 때 -한국과 일본의 성 비교- 라는 책을 쓰고 싶었기에 일본 성을 인용 했지만,
친일적 사고는 아님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7-05-01 06:37	소운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올려주신 " 파사성, 2 천년 세월을 품다."깊은 관심으로 배독했습니다.서기 80년 신라 5대 파사왕 때 쌓은 성이 지금까지 존재한다는데 우리 오랜 역사를 보는것 같아 무척흥미롭습니다.기술하신것 마따나 고창 읍 성이나 낙안읍성등은 잘 간직되어 실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천년고도 나주 읍성은 군데군데 남은 흔적을 역사의 토대로 복원중에 있어 훼손되었다는 것이무척 아쉬움이 었습니다. 그런데 둘래가 1,800m평균높이가 1~1.5m로 그오랜세월을 버티고 있었다는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좋은 역사적인글 감사합니다. 편안한 오월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김경렬 2017-05-01 06:57	파사성 2천년 세월을 품다/ 자세하게 펴 놓으신 글 배독하며 성에대한 공부를 제대로 한것 같습니다. 감사 합니다. 가까운 곳이므로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백낙은 2017-05-01 14:52	소운 작가님. 멋진 자료에 놀라움이 가득입니다. 저도 성에 대하여 관심이 있긴 하지만 자주 찾지 못했습니다. 해미읍성, 청주 상당산성, 구미 천생산성, 진주성, 부여 사비성 등 몇 개 뿐입니다. 성에 대하여 관심이 있으시니 구미에 있는 천생산성을 추천해 봅니다. 임진왜란 때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이 아닌 "보"의 흔적이라 하셨는데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농사를 지을 때 보를 만드는 것은 보았지만 그 보가 그 보인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파사성이 신라 5대 파사왕(서기 80년?) 때 쌓은 성이라 하시니 놀랍습니다. 물 처리 시설까지 보시니 전문가이십니다. 저도 일본의 구마모토 성을 가 보았습니다만 우리 나라 기술자들이 우리 기술로 축성했다고 하여 놀랐습니다. 그리고 파사성이 접근성이 좋다고 하시니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친일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7-05-01 20:54	박목철 작가님 글로나마 뵈오니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대단하시구나 하말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성(城) 성에 대해서 폭넓은 연구를 하셨다는 것을 글을 통해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참 대단하십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간혹 성을 본답니다. 제가 아는 상식과 알려고 하는 것은 언제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쌓은 것인가 하는 고작 그것뿐이었으니까요 작가님과 같이 성에 대한 연구라든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많은 관심으로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생각을 일깨워 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작가님!

이석희 2017-05-02 08:36	소운님! 좋은 정보를 주셔서 단숨에 배독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역사에 흥미를 갖고 있기에 많은 사적지를 찾곤하지만 성 중에서도 파사성은 그 이름이 생소하니 저의 소견이 좁아서인지 덜 알려진 성인지 모르겠습니다. 충주성만 하여도 드라마에 나왔으니 알지 그 전에는 잘 모르고 지냈거든요. 사찰도 막상 가보면 뭐 아는 게 없어서 그냥 구경삼아 다녀오고 잘하면 인증샷이나 남기는 정도이니 이게 여행이지 기행은 아니지 않을까 자조해보기도 합니다. 소운님! 오늘 좋은 자료를 주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가고 싶은 유적지는 사전에 인터넷이라도 검색해서 알찬 기행이 되도록 노력할랍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5-02 09:19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찾아 주셨군요, 예전에 나주에 들려 나주 곰탕을 먹고 군청에 들러 관광 지도를 얻은 적이 있습니다. 군청에서 내려다 보니 성의 흔적인것 같은 둔덕이 길게 보이더군요, 내려가 보았으나, 성벽은 찾지 못했습니다. 토성의 흔적이거나 무너지고 흙만 남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복원 한다니 반갑습니다. 자꾸 일본 얘기 하기가 그렇지만 일본은 지자체에서 성 복원 사업을 하는 곳이 많았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서 부러웠습니다. 나주는 전라도의 명칭을 있게한 전통 있는 고을 이지요, 전주와 나주에서 한자씩 따서 전라도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 평안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5-02 09:23	《Re》김경렬 님 , 여행을 가면 딴분들은 거의 성을 가자 하면 고개를 젓더군요, 저는 꼭 둘러 봅니다. 일본에는 가는 곳 마다 성이 있었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없어도 성벽은 완벽하게 있습니다. 성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전투의 현장을 상상해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별난 취미 이지요, ㅎㅎ 작가님, 오늘도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5-02 09:36	《Re》백낙은 님 , 위원장님, 구마모토 성은 저도 가 보았습니다. 우리의 원수 가등청정의 성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곳은 전투도 여러번 치룬 곳이기에, 철옹성이지요, 城과 鎮과 堡와 墩臺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진과 보와 돈대는 군사적 요지에 적을 방어 할 목적으로 군사를 주둔 시키는 시설을 말 하는 군사 기지 입니다. 진은 대대 규모, 보는 중대 규모, 돈대는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돌출부에 설치한 소규모 군사 시설로 진과 보에 속합니다. 강화도에 가면 어재연 장군이 신미양요 때 전사한 광성보가 있습니다. 아차산에는 고구려에서 쌓았다는 보가 있습니다. 위원장님, 저는 대충 아는 건 있는데 깊이가 늘 부족하답니다. ㅎㅎ

박목철 2017-05-02 09:42	《Re》김상화 님 , 원래 남자는 무기와 연장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남자인지라 작은 칼도 열심히 모은적이 있답니다. 총은 경찰서에서 하도 귀찮게 해서 니네 가져라 하고 포기하고 다시는 곁에 두지 않습니다. 대신 성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넓게는 지식이 있지만, 깊이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ㅎㅎ 성격이 파고 드는 면이 부족하답니다. 대충 상식 선이지요,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 한 깊이가 없답니다. 격려의 말씀을 새겨 더욱 노력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7-05-02 09:46	《Re》이석희 님 , 상당산성은 저도 가 보았습니다. 문경에 있는 관문도 여러번 가 보았습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성문 주위에만 성벽이 있고 성이 연속되어 있지 않은 점이 의아했습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름 담을 찾기는 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글로 다뤄볼 생각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석희 작가님,

이와미 긴잔(石見銀山)의 눈물,

책으로 글 보는 세상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