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조명래
ㆍ작성일	2023-08-25 13:31

ㆍIP: 183.xxx.251

멸 치

멸치 조명래

내가 멸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5년 전이다. 당시 친척이 운영하던 수산물 회사에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다. 봄날에 보리가 팰 즈음이면 뱃사람들은 유자망 멸치 배로 다량의 멸치를 포획해 와서는 우리 공장 앞 항구의 방파제에 접안을 해놓고 거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어 나무상자에 담아 그 자리에서 상인들에게 팔았다. 이 멸치는 주로 젓갈용 또는 멸치 쌈밥, 횟감용으로 사용된다.

우리 바다에는 약 2만여 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식구를 거느린 물고기가 멸치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고 친숙하게 접하는 생선도 멸치다. 멸치는 주로 말려서 반찬으로 사용한다. 크게는 육수용과 볶음용으로 구분한다. 멸치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생선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좀 애매하다. 멸치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기도 하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 서민 생활과 뗄 수 없는 밀접한 먹거리다.

멸치를 포획하는 어업방식도 여러 가지다. 멸치는 권현망, 유자망, 안강망, 낭장망, 연안들망, 정치망, 죽방렴 등으로 포획한다. 이중 대표적인 어법이 권현망이다. 배 두 척이 거물을 던져 양쪽에서 끌어당겨서 잡는 기선권형망 방식으로 전체 멸치 생산량의 50~60% 이상이 이 권현망으로 어획한 것이다. 이렇게 조업한 멸치는 배에서 삶아서 운반선으로 육지로 이동하여 창고에서 냉풍으로 건조한 후 1.5킬로 종이박스에 포장하여 경매장에 보내진다. 물살에 그물을 바랑처럼 늘여뜨려 놓고 물때에 맞춰 들어오는 멸치를 잡는 정치망 어획 방법도 있다. 또 곁 수로에 브이 자 형태로 나무를 세운 뒤 대나무를 엮어 그 안에 그물을 쳐놓고 조석 간만 차이로 물살에 밀려 들어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는 멸치를 그물망으로 떠서 잡는 죽방렴 멸치 포획 방법도 있다. 정치망 포획 방법과 죽방렴에서 멸치를 잡는 방법은 물살을 이용하는 것은 비슷하다. 이렇게 포획한 멸치는 소량이긴 하지만 품질이 우수해 고가에 팔려 나간다.
이 멸치를 경매로 수매한 중개인들은 냉동창고에 보관시키기도 하고 각 지역 도매상인들에게 넘긴다.

나는 냉동창고로 입고된 상품화된 마른 멸치를 취급하면서부터 멸치와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는 자가 냉장 보관창고를 지어 멸치를 수매하여 보관도 하고 유통사업도 하고 있으니 멸치는 눈만 뜨면 접하는 내 수익원이자 동반자가 되었다. 멸치 경매장에서는 멸치 크기를 구분할 때 대부분 일본어를 쓴다. 일본어를 많이 썼던 공사현장도 요즈음은 대부분 우리말 쓰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유독 멸치 사이즈는 일본 말에서 바뀌질 않는다. 중개인들의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승계를 하다 보니 선친이 쓰던 말을 그대로 답습하고 새로 들어오는 젊은 중개인들도 선배를 따라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으니 결국은 일본어 명칭을 따라 하게 된다. 또 하나 일본어를 쓰게 하는 이유는 우리말로 사이즈를 칭하면 일본 말보다 세부적으로 사이즈를 구분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대멸, 중멸, 소멸(볶음용), 세멸로 구분하는데 비해 일본말은 오바(7.7센티미터이상), 주바(4.6~7.6센티), 고주바(4.0~4.6센티), 고바(3.1~4.0센티), 가이리고바(2.0~3.1센티), 가이리(2센티정도), 시루쿠(2센티미만), 지리멸(1.5센티이하)등이다. 멸치 수명은 일 년에서 일 년 반 정도라고 한다.멸치가 낳는 알은 보통 4천~5천 개 정도다. 작은 몸집에 비해 엄청난 숫자다.육식성 대형 어류의 먹이가 되는 멸치는 빨리 자라서 새끼를 번식시켜야 하므로 다른 어류보다 생식 주기가 짧다.
몇 년 전에 읽은 책 중에 “멸치 머리에 블랙박스가 있다“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그 작은 머리통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바다에서 멸치는 작은 플랑크톤을 먹고 살면서 더 큰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는데 특히 고등어의 주식이기도 하다.요즈음은 포획한 생멸치를 동결해서 냉동창고에 저장했다가 양어장 사료로 많이 팔려 나간다.동해안 멸치는 색깔이 좀 검은 편이고 거칠고 굵다.
동해가 수심도 깊고 물살도 세기 때문에 그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육질도칠고 사이즈도 크다.남해안 멸치나 서해안 멸치는 동해안 멸치보다 상대적으로 육질이 부드럽고 사이즈도 다양하게 잡힌다. 경매 가격도 비싸게 나간다.칼슘의 보고인 국민 생선 멸치도 어획량이 해마다 줄어 가고 있다.특히 죽방렴이나 정치망에서 어획되는 고가 멸치는 그 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황영칠 2023-08-30 08:54	존경하는 조명래 작가님 멸치에 대하여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멸치에 대한 수필은 접할 기회가 없는데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장계숙 2023-09-12 23:04	멸치에 대한 공부... 잘 했습니다. 예전에 기장항? 에서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는 걸 보았습니다. 참 신기한 풍경이였어요. 노랫소리에 맞춰 춤 추듯 그물을 흔들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네요. 그날 멸치젓갈을 사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멸치는 쟁여놓고 먹는 국민 반찬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많이 먹였던것 같습니다. 좋은 글 덕분에 멸치에 대해 구분 할줄 알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맘 전합니다.

외갓집의 추억

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