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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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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안선희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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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안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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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3-09-25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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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실천수기] 사랑과 협동을 나눠 먹는 밀밭 두레반
사랑과 협동을 나눠 먹는 밀밭 두레반
열린교육의 실천사례? 쓰겠다고 덥석 의욕은 부렸지만 컴퓨터 앞에서 잠시 망연해진다.
열린교육이라면 의당 열린교사의 입을 통해 언급되어야 할 텐데, 내게 그만한 자격이 있던가?
책상의 유리 밑에 깔린 쪽지 한 장을 내려다보니, <열린 선생님의 10가지 특징>이 메모 되어 있다.
"첫째, 항상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
둘째, 아이들이 선생님만 보면 좋아한다.
셋째, 1등이 누구인지 모르게 학급을 경영한다.
넷째, 학급 어린이들 하나하나에게 자기가 제일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준다.
다섯째, 아이들이 질문하면 정답보다는 정답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섯째, 학교에서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는다.
일곱째, 어떤 일을 할때, 1안, 2안, 3안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갖고 있다.
여덟째, 자기자신을 늘 다듬는다.
아홉째, 취미가 다양하며 인생을 값지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열째, 아이들 각자가 하고 싶어하고 창의력이 요구되는 과제를 내준다."
자신있게 내가 열린교사다,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본래 활달하거나 통솔력있는 위인이 못 되는
나는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안고 혼자 끙끙 앓아왔었다. 생각은 많지만 표현이
섬세하지 못한 나는 아동들에게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정을 줄 수가 없어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보상심리인지 열린교육의 관심이 환기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협회의 회원에 가입하는 등
내 부족함을 채울만한 방편을 기웃거려왔다. 몇 가지 경험담과 갈등을 동료교사들에게 털어놓는
것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길이라 생각하며 부끄러운 글을 띄운다.
손길이 덜 가는 고학년만 내리 6년을 맡다가 3학년 담임으로 배정 되었을 때 눈앞이 깜깜했다.
몸이 달린 나는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봄방학 동안 교보문고에 들락거리며 학급 경영에 관한
책자들을 뒤적였다. 그때 우연히 펼쳐든 <365일 열린교실을 위한 학급 경영>은 내게 열린교육
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라는 감각을 일깨웠다. 특히 성경 구절에서 착안했다는 '밀밭 두레반'이란
명칭이 맘에 들어 우리반을 '밀밭 두레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정신이
야말로 교육에 없어선 안 될 토양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예습을 하고 들어갔던 그해는 짧다란 내 교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3학년11반 밀밭 두레반에서 한해의 굵직한 목표로 삼은 것은, 문집의 편집과 자율적이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생활 태도였다. 이를 위해서 학기 초부터 밀알들의 사진과 글들을 수시로 모집하였고,
세종대왕상(경필대회), 밀알상(상표가 많은 경우)을 비롯한 각종 상을 고안해서 어린이들의 사기를
높이기로 했다. 토요일마다 일기를 녹음하여 친구들에게 들려주게 했더니, 횟수를 넘어갈수록
목소리도 커지고 배경 음악을 깔아 분위기를 내는 등 자신을 얻어갔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코너학습을 했는데 어머니들이 문제집에서 뽑아 문제를 제출하는 때가
많았다. 어머니들은 코너대, 반기, 두레책장, 액자에 넣은 급훈 등을 자원하여 만들고 교실에 퍼즐
매트를 깔아 주어서, 러그 미팅이나 두레별 역할극 때 활용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기는
소풍이나 견학 때 반장이 맨 앞에서 들고 갔다. 두레는 학습센터, 밀밭은행, 밀밭 우체국 등 기능별로
구성되었는데, 두레원이 교체될 때마다 경연대회를 열어 표창하였다. 싸움없고 욕하지 않는 반이
되도록 서로 간의 충돌을 줄이는 데는 속삭임 공책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선생님을 포함한 우리반
전체가 무제공책을 만들어 교실 벽에 매달아 놓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해당 사람의 공책에다
편지로 적어놓고 답장도 쓰고 하면서 마음의 우정을 가꿔 나갔다.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매주하여
답장을 대나무 발에다 붙여 게시했는데, 거기에는 구구절절 가난하지만 사랑을 잃지 않는 부모와
자녀의 정이 향기롭게 배여 있었다.
열린교육을 배우고자 인천으로 무박2일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전국열린교실연구 응용학회가
인천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워크샵을 개최했던 것이다. 학회의 교사들이 배정된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 출장 온 장학사와 교사들은 밤새도록 돌아다니며 전학년의 학생이 되어 열린교육을 배웠다.
선생님들은 기타를 치며 러그미팅의 노래를 부른다든지 손가락운동, 다정하게 말걸기 등, 도입부분
에서 마음을 열기 위해 별별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다.여러 가지 말이나 동작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교사와 학습자의 창의력이 요구되었다. 더우기 교사 자신이 자신있고 기쁨에 넘치는 모습을 연기해야
효과가 돋보였다. 학교로 돌아와 '박수하며 말하기'를 활용했는데, 예컨대 국어시간엔
"읽자읽자 짝짝! 듣자듣자 짝짝! 읽자 짝! 듣자 짝! 읽자듣자 짝짝!"
자연시간엔 "실험실험 짝짝! 관찰관찰 짝짝! 실험 짝! 관찰 짝! 실험관찰 짝짝!"
사회시간엔 "지도지도 짝짝! 찾아찾아 짝짝! 지도 짝! 찾아 짝! 지도찾아 짝짝!" 등, 찌개박수,
울퉁불퉁 박수, 빨래박수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응용할만했다. 요는, 어린이들이 즐겁게 학습할 수
있어야 되는 것임을 느꼈다. 워크샵에서는 열린교육의 형상화를 귀중히 보고 왔다.
먼젓번 학교에서 사회과 단원의 '학교 연혁'을 배울 때 '응암의 노래'를 지었는데, 애교심을 키우는
효과가 컸다. 그래서 정곡초등학교에 와서는 5학년에 '학교 연혁' 단원이 없음에도 굳이 '정곡의 노래'
로 개사했다. '내 동생'의 곡조에 맞춰 교훈, 교목, 교화, 개교기념일 등 본교의 역사를 대입하여 손가락
운동과 율동을 곁들였다.
"우리학교 정곡학교 여섯살 난 내 친구
향나무 개나리는 우리학교 상~징
바르게 익히는 어린이, 아름답게 가꾸는 어린이, 튼튼한 어린이가 될~거야!
랄랄랄랄랄랄랄라 93년 10월 25일에 났죠."
'정곡학교'나 '우리학교 상징' 부분에서는 허공에 동그라미를 커다랗게 그린 후 양쪽 팔로 산모양을
만들어 정곡의 교표로 표현했다. '정곡의 노래'를 신바람나게 불러온 밀알들은 우리학교에 대해서 잊지
않았고, 어느 누구보다 정확하게 개교기념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곡조는 있던 것이라도 쓰임에 따라
개사하면 적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창작할 수가 있었다. 밀알이 백 개가 되면 두레를 새로 바꿨으므로,
두레가를 짓느라 어린이들은 개사 박사가 되어 갔다. 계속되는 두레 경연대회 때 신체를 이용하여
움직이느라 남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담성도 키워졌다. 자주 신체를 활용하다 보니, 움츠린 곰
같던 나의 몸도 리듬을 타게 되었고, 표정마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엔도르핀이라도 흘러나오는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올들어 교직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어느 해는 즐겁고 활기찼다가도, 또 어느
해에는 몸의 상태라든가 별것 아닌 갈등들로 인해 회의가 밀려오곤 한다. 대개의 교사들이 비슷한 주기를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교실의 공간을 재배치하여 무슨무슨 코너를 꾸미거나 밀알을 모으는 예쁜
인형판을 따로 만드는 노력은 발휘하지 않았다. 다만 '밀밭 두레반'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반 명칭과
무엇을 하든 두레별로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협심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기를 계속할 따름이다. 아마도
몇 번의 연수에서 깊이 각인된 이미지들이 가늘지만 끊이지 않는 선으로 내 교육관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나를 되돌아본다. 십 년의 경력도 못 쌓은 내가 컨디션 운운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음을
발견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교육을 백 년의 계획이라 일컬었던가. 한두 해하고 말 교직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열린교사로 몰아가려고 애쓰면서, 우리반의 이름 <밀밭 두레반>이 뜻하듯 나 역시 음지에서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
1998년 11월 13일 서울특별시 강서교육청 열린교육 연구회에
아직은 닫힌 교사 안선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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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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