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환 상
하늘을 날아 현해탄을 건너 그 곳으로, 어린 날의 제가 남긴 작은 발 자욱이 있는 땅들을 차례차례 더듬어 보려고 합니다.
도시는 부풀대로 부풀어 주변 위성도시들과 모두 시가지로 연결되었네요.
앗! 저의 모교인 초등 학교터는, 15층 건물인 시립국민주택이 서 있네요.
아버지 공장 터는 토요타 모타 서비스가 주변 땅을 싹쓸이 겸병하여 넓게 확장하였네요.
도시 고속도로는 거미 줄 처럼 얽히고, 요도 강 주변에 유수지를 설치하여 홍수를 조절할 뿐 아니라 운하의 수량도 풍부하게 하고 수륙 양면으로 교통이 잘 소통 되는 것을 볼 수 있군요.
첫 번째 소개지로 닐아 갑니다. 농촌의 여름이네요.
농촌에도 고속도로와 국도가 뚫리고, 옛날 박 씨네 집은 헐리고 새로이 검은 기와의 제법 규모 있는 현대식 농가들이 도로변에 즐비 해 있네요. 그래도 요도 강은 도도히 흐르고 그 큰 강에서 관개되는 수로들이 여전히 바둑 판 처럼 구획된 농지 사이를 물빛을 유난히 반짝이면서 흐르고 있군요.
두 번째 소개지는 어촌이네요. 계절은 초가을에서 겨울까지고요,
바다 건너편에 있는 섬에 공항을 건설하였기에 마을 옆에 관서국제공항대교가 바다 위를 가로 지르고 있고, 그 바람에 조용하던 어촌은 관광지로 탈바꿈하여 모래톱과 초원뿐이던 해변에는 콩크리트로 구축된 널따란 주차장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고, 요트 계류장에는 십 여대의 경기용 요트가 높은 닻을 하늘에 솟구치듯 세우고 얹혀 있네요.
전통어가는 거의 사라지고 모텔과 가든 식당하며 횟집 등에 좋은 자리를 모두 내주고 말았군요. 초등학교는 제자리에 있으나 목조건물은 모두 헐리고 콩크리트 2층 교사로 산뜻하게신축 되었네요.
세 번째이기도 하고 마지막 소개지를 향하여 북쪽으로 날아갑니다.
두 강은 예나 다름없이 그 곳에서 합류하고 조금 상류 쪽 강폭이 좁아진 곳에, 강의 양쪽에 있는 큰 마을과 작은 마을을 연결하던 나무다리는 콩크리트 다리로 바뀌고 전통농가의 집은 찾아볼 수 없고 모두 현대식 주택으로 개량되어 버렸군요. 뿐만 아니라 전원지대는 오므라들고 대나무 숲도 사라져 주택가로 바뀌고 보니, 옛날의 전원의 정감은 사라지고 없어, 왠지 허전하기만 하는군요. 겉보기는 제법 소 도읍으로 잘 가꾸어 진 것 같지만 어린 시절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는 저에게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네요.
형아들이 강 건너 마을 애들을 불러 편을 나눠 전쟁놀이를 하던 마을 뒷산은 공원으로 변신하여 잘 다듬어진 산책로에는 가로등이 쭉 도열해 있네요.
천진난만했던 친구들은 할아버지가 되어 어떤 이는 꽃 박람회 준비를 위해 꽃밭에서 꽃 손질을 하고 있고, 다른 이는 수목원에서 향나무를 손질하고 있네요. 특히 꽃밭의 국화는 여러 가지 형태로 잘 키웠으며, 수목원의 향나무는 참 아름다운 자태로 잘 손질되고 있군요.
아련한 두 소녀는 모두 시집을 가서 한사람은 시내 막내아들 집에서 손자 둘을 간수하며 살고 있고, 다른 이는 초등학교 너머 마을로 시집을 가서 4남매를 여우고 노부부 단 둘이서 오붓하게 살고 있군요.
그 때 우리 마을에는 6 년생인 형이 한사람이었고, 그 형이 제게 참 잘 해주었는데 지금 보니 노인당에서 바둑을 두고 있네요.
영화배우 그레이스 케리를 닮았던 아름답던 담임선생님은 몇 해 전에 돌아 가신듯, 그 녀의 묘비가 폭포 아래쪽 별장 뜰 오른편에 오롯이 서 있네요.
이처럼 세월이 무상함은 인간이 유한자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현실의 삶에 귀착한 저는 지도를 놓고 유년의 저의 족적을 따라 열심히 살펴봅니다. 그리고 가이드 붘을 보며 여러 가지를 익힙니다. 그런 후 때를 기다립니다. 몇 가지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이때 어디선가 저의 귓가에 들려오는 말씀이 있습니다,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여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노년에 여행하기는 어려운 것 이니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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