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창작 문예대학

ㆍ작성자	이금미
ㆍ작성일	2005-06-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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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전체가 칼날인 시/이성복

손잡이 전체가 칼날인 시 -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이성복(시인,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신춘문예를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데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기야 요즘은 이러이러한 유형의 시들이 자주 당선된다든가, 모모 신문사의 신춘문예에는 모모 씨가 심사위원으로 들어오니 이러이러한 유형의 시를 내보내는 것이 좋겠다든가 하는 말들이 있고, 그것이 전혀 뜬소문이 아닌 경우도 자주 있어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위해 시를 쓸 때나 투고할 때 각별한 신경을 쓰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염려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비하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닐 테고, 때로 그런 염려들이 본말을 전도시키고 시업의 전도를 흐려버릴 수도 있으니,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므로 이 토막글에서는 시창작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 할까, 혹은 학생 자신이 스스로 한 시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들을 두서없이,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 사실 주마간산이라 했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사태를 가장 정확하게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대체로 사물의 본질은 흐릿한 눈과 희미한 귀를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지와 애매함을 그 매혹의 숨결로 삼는 시의 경우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눈꼬리로 힐끗 스쳐 지나간 장면들, 그것이 삶의 한 단면이어도 좋고 사람이나 사물의 한 몸짓이어도 좋고, 어떻든 시에서는 설명이 지나치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마는 법이다.

이와 더불어 지적해야 할 것은 시에서는 착안이 절반이라는 점이다. 아니 절반 정도가 아니라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서너 사람이 들어도 꿈쩍 않는 피아노를 이삿짐센터의 인부가 혼자서도 번쩍 들어올리듯이, 사물과 사태를 마주할 때는 그것들의 요점과 급소를 움켜쥐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그래서 대상이 무엇이든 보이지 않는 손잡이를 찾아내 번쩍 들고 뒤집어버릴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실 기술이라 했지만 그건 이미 정신이다. 뒤집는 기술과 뒤집는 정신은 하나이다. 그리고 그 민첩한 정신에 의해 대상이 뒤집어질 때 정신도 같이 뒤집어지는 것이다. 즉 정신은 대상을 뒤집으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뒤집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라는 칼은 손잡이까지 칼날이다. 시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라는 칼의 독기와 살기가 가장 먼저 닿는 곳은 당연히 그 칼날을 쥐고 있는 손이다. 먼저 스스로 찔리지 않고서는 시라는 칼로 남을 찌를 수 없다. 시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보다 스스로를 겨냥한 독기와 살기이다. 쓰는 이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는 시는 잔고가 없는 채 발행되는 수표와 마찬가지이다. 그에 반해 가장 아름다운 시는 전 재산을 걸고 떼어주는 백지수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감히 그렇게 무모할 수 있을 것인가. 비용이나 보들레르나 랭보 말고는 말이다.

우리는 그들처럼 그렇게 멀리까지 나아갈 수도, 나아갈 자신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허우적거렸던 땅, 아무도 발 딛으려 하지 않았던 조악하고 추잡한 삶의 늪이야말로 시가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지옥은 시의 낙원이다. 단적으로 말해 시를 시작하는 사람은 필히 더럽고 불편한 삶의 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티끌 먼지도 없는 높은 산언덕 위에서 연꽃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시라는 연꽃은 온갖 퇴적물이 부패하고 발효하는 진흙수렁에서만 무성하게 피어난다. 본래 깨끗하고 예쁜 것을 지금 깨끗하고 예쁘다 해서야 무슨 대수일까. 지금 추하고 흉한 것이 본래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보여줘야 그게 정말 대단한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 얘기를 한두 마디로 간추리자. 소위 좋은 시의 요체는 가장 비시적인 혹은 반시적인 일상사의 급소를 급습해서 순식간에 뒤집음으로써 매몰된 진실 혹은 아름다움을 구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뒤집히는 것은 다름 아닌 글 쓰는 이 자신의 삶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늘 진지하고 심각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때로 유희나 농담보다 더 엄숙하고 비극적인 것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연주를 그치지 않은 타이타닉호의 선원들처럼 지극히 무거운 것을 가볍게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시가 갖는 반전의 힘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시 또한 예외일까. 오히려 위에 든 좋은 시의 속성들을 가장 뼈저리게 구현한 시야말로 신춘문예를 거치고 나서도 거듭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반기룡: 늘 좋은 시심에 도움이 되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잘 읽고 배우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06/22-18:13]-

주현중: 잘 보았습니다. 여기서 칼이라는 말은
작가의 머리와 붓이 칼이요,
작가의 붓의 갈김으로 난도질 당하는
원고지는 도마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 도마위에 무엇이 올려져 난도질 당하는가
유심히 보고 배워야 하리라 생각을 하면서 물러갑니다.
이금미 시인님 늘 운문이 대길하시길 빕니다. -[06/22-20:13]-

김원규: 이금미 선생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삶, 그자체가 바로 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 유용한 자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06/22-20:35]-

장강현: 무더운 날씨에도 수업 챙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람의 지옥은 시의 낙원이다]
[뒤집음으로써 매몰된 진실 혹은 아름다움을 구조하는 것이다]
두 대목 노트에 필기해 갑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06/23-11:01]-

박 일 춘: 고맙습니다 좋은 자료 행복 깃는 나날 되시 옵소서! -[06/23-13:06]-

이금미: 반기룡 시인님^^*
잘 지내시는지요
자긍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답니다^^;;
건필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주현중 시인님^^*
늘 깊은 사유의 강가에 서 계시는 시인님
덕분에 다시 한번 정독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잘 지내시지요?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김원규 시인님^^*
맞아요
삶 자체가 바로 시라고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시가 안 되는 게 없으니까요^^;;
좋은 시간 되시고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장강현 시인님^^*
무더운 날씨에도 빼먹지 않고 수업 참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스스로 찔리지 않고서는 시라는 칼로 남을 찌를 수 없다"
전 이대목에도 빨간줄을 그었지요^^;;
열심으로 참석해 주시는 시인님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
사모님과 함께 주말 멋지게 잘 보내세요^^*

박일춘 시인님^^*
이 더위에도 늘 열심히 글 쓰시고
찾아 다니면서 챙겨 주시는 모습 보면
참 감동입니다^^*
좋은 주말 되시고 건강하세요^^* -[06/25-15:37]-

박 세 영 : 이금미 시인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극히 무거운 것을 가볍게 뒤집을 수 있는 것....'
깊히 새기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06/27-11:03]-

감문주 : 詩 는 가슴으로 ,정신지주는 칼날 ...머리로 입으로 손으로 다듬는것이
아니라 ...곰삭은 인생으로 ...깊은 가르침을 새겨들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07/02-20:55]-

임주영 2021-10-06 14:57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