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의 민낯

어제는 한글날이자 10월 두 번째 공휴일이었다. 아침부터 날씨도 쾌청해서 한글날을 기념한 태극기를 달았다. 공휴일에 겹친 탓은 아니겠지만, 아파트 단지 내 대부분 가정이 평소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걸지 않은 풍습이 대부분이다. 물론 꼭 걸어야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이 세계의 모든 언어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자부심이고 긍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가 “순우리말 글짓기 전국대회”를 매년 가을 행사 때 시행한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이 만들어진 지 573년을 기념하여 시행하는 대한문인회 정회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전국 공모전이다. 본시 중국의 한자를 빌어다 문자로 쓰던 문화권이었기에 지금도 우리말에서 많은 한글의 오남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화 시대라는 이름으로 각종 문자가 한글과 섞여 사용되고 있고, 모바일 시대라는 이름으로 한글을 변형해서 사용하는 외래어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한글 창제 573년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로 작품을 써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이사장님과 임원님들의 생각으로 매년 가을 행사 때 ‘순우리말 글짓기’ 공모전을 개최한다.

오늘날 신조어는 스마트 폰이나 모바일 기기 등장으로 인터넷이나 SNS상에서 주로 전달된다. 또한, TV 예능 프로그램 등은 더욱 확산 속도가 빠르다. 뜻을 알 수가 없고 철자도 틀린 데다가 국정 불명의 신조어는 눈살을 찌 뿌리게 한다. 또한, 기괴한 신조어는 세대 간의 소통에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의사소통에 지장을 준다. 실제로 인터넷 이용자나 인기 프로그램의 일부 출연자들조차 의사소통에 길들어 지고 있다. 황당한 신조어의 경우는 ‘안불 안 궁’은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 낄끼빠빠’(낄대 끼고 빠질 때 빠지라)등 줄임말이나 ‘OO(응)’  ‘ㅇㄱㄹㅇㅂㅂㅂㄱ(이거 정말 반박 불가)’등 첫머리글자를 딴 암호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글들이 무차별 범람하는 시기에 대한 문인 협의회에서 의미 깊은 행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순수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순수우리말의 소중함을 널리 사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긍정적인 대회이다.

한글이 이처럼 변용되고 틀리게 쓰여 가는 데 대해 “순우리말 글짓기 공모전”에서는 대회 취지를 잘못 알고 있는 회원님들을 위하여 주의 사항 몇 가지를 올려 주었다.

1, 무분별한 옛말(고어) 사용으로 문장의 흐름이 맞지 아니한 경우

2,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예쁜 단어만 나열한 경우

3, 철자법 및 띄어쓰기 오류가 있는 경우

4, 옛말 (고어)을 사용하였으나 문장의 연결이 안 되고 단어 설명(주석)이 없는 경우

5, 옛시조나 한시 등에서 인용 및 모방 또는 표절하는 경우

위의 경우처럼 많은 작품이 무리한 옛말(고어) 사용으로 내용의 흐름이나 뜻이 어색하고 문장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우며, 인위적으로 꾸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은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가장 좋은 작품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작품이 심사자의 눈길을 끌 것이라면서 말이다.” 공지에서 주지하다시피 “무분별한 고어(古語) 남용으로 인해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하기만 하다면, 요즘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나 외래어보다 못할 수도 있다.” 라고 말이다. [순우리말 공모전 안내문 일부 인용]

나는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조간신문을 한 시간 정도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요즘 신문의 기사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본다. 예를 들면 “빛 고을 핸드메이드 페어가 9월 1일부터 4일 간(금속, 토기, 목, 칠, 섬유, 종이, 가죽,)수 공예품”이해하기 힘든 글귀나/ 암호 같은 단어의 첫머리글자만 딴 항공우주 관측 큰소리친…. “항 우연”은 한국 항공우주 관측 연구원의 줄임 말이었다. 휴지통의 기사 제목에 “너는 내 은교…. 속옷 색깔 뭐냐” 교수가 성희롱 이런 주(主) 제목 아래 ‘부제(副題)’로 독서 모임 등에서 여제자-졸업생 추행/ 50대 사립교수 불구속 기소 이렇게 말이다. 나는 알 수 없는 “내 은교”라는 단어 때문에 바쁜 시간을 빼앗기며 내용을 끝까지 읽었다. ‘여 제자 B 씨에게는 70대 신인과 17세 여고생의 관계를 그린 영화’ “은교”에 빗대 “너는 내 은교다.” 라고 많은 사람이 소통하기 어려운 내용은 ‘강제 추행 혐의로 불구속으로 기소된 내용 중의 한 단어’였다. 이런 신조어의 글자들이 한글날에는 휴간되고 월요일에 독자들이 바라보는 신문 내용일 때 평소에는 얼마나 많은 신조어 들이 판을 흔드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순수 우리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우리 후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를 찾아 글의 흐름과 시의 주제 그리고 의미하고자 하는 확실한 내용이 전개될 때 좋은 작품으로 선정될 것입니다. 라는, 우리 대한 문인협의회의 취지와는 달리 한글날을 하루 앞둔 9월 8일 경기도 여주 세종 대왕릉 일대에서 열린 세종 백일장 및 그림 그리기 대회장에서 어느 모 신문 기자가 “한글날 기념 여주 백일장을 가보니” 하며 눈이 끌려 글을 읽어봤다. 주제는 “아들아, 엄마 쓰는 거 베껴… 賞 타야지”라고 30푼트 이상 큰 글씨로 써진 그 아래 부재를 보면 “일부 특목중 입학 때 수상 실적 반영” 부모 수십 명, 초등생 자녀에 훈수/ 아예 직접 써주는 등 요건관리/ 주최 측 “장소 넓어 감독 힘들다.” 뒷짐, 이런 주재와 부재만 봐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필과 관련한 예기가 몇 년 전부터 나오면서 논란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라는 기사 내용에 더욱 상반된 생각을 느꼈다.       

                                    2016년 10월 11일 기(記)

   *진즉 써놓은 글 이제야 올립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