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17-04-10 14:48

ㆍIP: 61.xxx.62

남도의 벚꽃 나들이

남도의 벚꽃 나들이

지금 이 나라 산천은 나라 전체가 꽃밭처럼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찬바람이 불던 초봄엔 개나리가 봄을 몰고 오는 병아리처럼 노랗게 피어난다. 그리고는 춘분이 지나고 봄이 중간에 들어선 4월이면 진해 벚꽃 군항제를 시작으로 고궁이며 역사가 있는 공원과 가로에는 벚꽃이 만발한다. 해마다 25년이 넘어선 우리 동네 아파트 100여m 입구에는 도심의 따뜻한 기온 탓인지 일찍 벚꽃이 피었다. 그런데 올해는 어떻게 된 일인지 벚꽃 개화가 유독 느리다. 남녘의 첫 화신(花信) 매화는 일찌감치 피어났지만 주춤거리던 벚꽃 소식은 궂은 날씨 탓인지 이제야 벚꽃 소식과 함께 벚꽃이 만개하였다. 평균 수명이 60년이라는 벚나무는 100년 된 고목 벚나무도 있지만, 우리 사람처럼 30년이면 가장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여수에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영취산에 진달래 축제가 열렸는데 말이다. 이곳 남부지방에 예전에 유명했던 벚꽃 단지는 상록회관 구 농촌 진흥원 자리에 벚꽃과 광주 공항로를 벚꽃이 만발했다. 그리고는 주암호 변에 대원사 벚꽃이 유명하다.

4월의 첫 번째 일요일 날씨는 흐렸지만, 최근에 급격히 오른 수은주는 집안에 사람을 그대로 두지를 않았다. 덩달아 새벽부터 멀리서 들려오는 꿩 우는 소리를 시작으로 이름 모를 새들이 집에 그냥 있냐며 마구 부르는 것 같았다. 마침 날씨도 포근해진 4월의 두 번째 일요일 보성 쪽으로 나들이를 가자는 제안이 들어 왔다. 매주 주말이나 일요일에 결혼식이나 모임이 있었는데 마침 오늘은 별다른 약속이 없는 터라 함께 하자고 승낙을 하였다. 오전 9시 30분에 우리 아파트에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고 차를 돌리기 쉬운 곳 입구로 나갔다. 왠지 나도 모르게 산천에 피는 진달래며 만개한 벚꽃 들떠오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 같은가보다. 아파트 입구엔 나가니 벚꽃이 흐드러진 우리 아파트 입구엔 벌써 주민들도 외지인들도 여러 사람이 나와 절정인 벚꽃 전경에 자기 모습을 손수 담느라 셀카를 찍고 어떤 사람은 내게 사진도 찍어 달라며 휴대폰 카메라를 내민다.

얼마 후 도착한 우리 가 타려는 차량에는 마침 7인승 차량에 처남 내외와 동서 내외 그리고 우리 부부가 탑승했다. 서로가 광주 시내에 살면서도 서로가 바쁜 일상 탓으로 이렇게 한자리 나들이를 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첫 번째 목적의 코스는 전남 화순군 화순읍을 지나 벌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주암호를 끼고 있는 대원사를 거쳐 보성군 복내면을 거치기로 하였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의 고찰 대원사는 널리 알려진 절은 아니지만, 1980년부터 가로수로 심기 시작한 왕벚나무 4,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길 끝에 있다. 가로수 벚꽃은 나무가 굵고 가지가 많을수록, 또 길이 좁을수록 더 화려하다. 순천의 주암호 쪽에서 대원사로 드는 길이 넓지 않아서 양쪽 벚나무 가지가 서로 손을 맞잡듯 하늘을 가려 말 그대로 ‘벚꽃 터널’을 이루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사방 어디를 가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잘 뚫린 도로를 따라 봄기운을 흠뻑 마시며 달리는 것 이것이 여행이다. 다만 옛날보다 불편함을 꽂는다면 안개처럼 뿌옇게 낀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어 먼 곳의 전경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대원사로 드는 길뿐만 아니라 인근 도로에 30여 년생 왕벚나무 가로수 길이 있다. 이번 주말인 8일부터 사흘 동안 대원사 입구의 군립 백민미술관 광장에서 보성 벚꽃 축제가 열린다. 광주를 벗어나 화순 쪽으로 가는 차도는 모든 차가 나오기라도 하듯이 속력을 낼 수 없이 많은 차가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멀고 가까운 곳 역사가 있는 도로나 마을 입구에는 하얀 구름떼처럼 벚꽃이 만개하여 길 떠난 마음을 풍선으로 만든다.

덩달아 산 벚꽃이 해마다 조금 늦게 피는데 올해에는 산 벚꽃들도 모두가 기세를 자랑하고 산속에는 빨갛게 유혹하는 진달래꽃이 얼굴까지 화끈 달아오르게 한다. 겨울과 봄 가뭄이 계속된 탓인지 광주시민의 젖줄 주암호의 저수량도 3~40% 정도에 댐 수면 쪽을 드러내고 있다. 대원사 입구에 들어서니 행사 요원과 경찰이 질서를 위해 서 있지만 넘쳐 나는 차량에 500m 정도 들어가다 다시 돌아 나왔다. 그리고는 목적지 보성 회천면 율포를 길안내를 찍고 계속 달린다. 참 오랜만에 지나는 길이여서일까? 아니면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넘쳐 나는 벚꽃에 반해서일까 지루한 줄 모르고 보성 녹차 밭 옆을 지나 낯익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했던 보성군 회천면 율포 에 당도했다.

그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는 시간이었다. 큰처남이 자주 찾는 횟집에 안내되었다. 바닷가에 있는 이 층으로 된 넓은 주차장에는 차를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이런 풍경은 봄 벚꽃 나들이 겸 이곳을 찾는 인파가 많아서이다. 일 층에는 횟감을 흥정하여 떠주는 넓은 회 센터다. 200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이 층의 식당은 일 층에다 부탁한 횟감을 먹는 식당가이다. 어렵게 6명이 앉을 테이블을 잡고 앉았지만 주문한 횟감이 나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러서였다. 그곳에 자리한 지 한 시간 20분 만에 횟감으로 점심대용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시원한 보성만 바닷바람으로 차를 마시고 10여 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우린 남은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자는 타협 끝에 이곳 보성에 보행 약자를 위한 5,740m를 산악등반(더늄길) 덱 로드 길로 500고지까지 오를 수 있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을 걷기 운동 겸 도보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보성군 웅치면 제암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그야말로 사방을 둘러봐도 벚꽃이 너부러졌다. 돌아오는 길 오후 3시경 나는 갑자기 지난 10여 일 전 진도 팽목항 동거차도에서 인양한 세월호가 오늘 뭍으로 올라온다는 아침 뉴스를 보았는데 지금쯤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의미심장한 것은 3년 전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다가 귀가하지 못한 수백 명의 학생 생각이 난다. 그해 봄 그때도 산 벚꽃만 산천에 만발했었다. 그들이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늘 같은 벚꽃 만발한 봄의 축제장을 나섰을 텐데 말이다. 구조 활동을 폈던 동거차도 야산에도 벚꽃이 지천으로 피어났을 것이다.

생각건대, 목포 신항에서 바라다보이는 유달산에도 지금쯤 산 벚꽃이 꽃비 되어 휘날릴 것이다. 유난히 가지 체 하늘거리는 꽃잎이 흩날리듯 떨어져 마치 꽃비가 내리는 것을 연상케 한다. 말 그대로 화려하게 피었다가 쓸쓸하게 지는 데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느끼는 덧없음이다. 벚꽃의 꽃말은 순결과 처녀를 상징한다. 꽃은 갓 피어난 처녀의 아름다움이라면 열매는 천국의 열매로 비유된단다. 오늘따라 3년 만에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목포 신항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는 날이다. 채 피어나지 못한 채 하늘로 돌아 가버린 벚꽃의 꽃비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2017년 04월 09일 나들잇길에 기(記)

주응규

2017-04-10 15:16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모처럼 수필서재에 들어와 작가님의 좋은 글 배독합니다
좋은 계절에 행복도 아름다이 피우십시요.^^


정찬열	오랜만에 수필 서재를 찾아주시니 더욱 반갑습니다. 봄향기 그윽한 신록의 계절을 맞아 늘 건안 하시고 알찬 봄날이 되시길 빕니다.	4/10 19:50

이석희

2017-04-10 15:46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참 좋은 곳에 좋은 벗과 즐겁게 사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저는 달랑 우리 식구만 10여년 전에 이곳 충주에 와서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다 늙어서 왔기에 더 그런 것 같지만 실은 그보다는 성격 탓이라고 보아야지요. 오늘은 모처럼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하고 나온 김에 충주댐 벗꽃길이나 다녀오자고 하여 나갔습니다. 어제는 축제일이라서 차가 오르지를 못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평일인데도 교행이 어려울 만큼 차가 많았습니다. 벗꽃길이라야 고작 한 2킬로미터 쯤이나 될까 싶지만 그게 대수는 아니지요. 아무튼 찬사를 터뜨릴만큼 멋졌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보니 은근히 나도 자랑이나 해야지 하는 생각에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정찬열	잊지않고 달려와흔적을 남겨주신 이석희 작가님 감사함 전합니다. 봄을 뽐내는 벚꽃이 동시다발로 피어나니 더욱이 금방 개화되었다 금방 저버린 벚꽃의 특성이 아쉽기만 할뿐입니다. 작가님께서야 되심에 사시다가 효심으로고향찾아 가시다보니 아무래도 적적하시겠지만 금방 벗들이 많을것으로 사료됩을 느낌니다. 늘 편안 하시고 알찬 봄날 행복하세요	4/10 19:56

백낙은

2017-04-10 20:33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나들이를 하신 소회(所懷)를 즐겁게 보았습니다.
저도 오늘 경주로 나들이를 갔었습니다만
좀 늦어서 꽃비만 맞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백제문화가 꽃피운 충청과
호남쪽을 돌아 보는 것이 평소의 염원이었습니다.
그쪽으로 가는 길이 있어도 차로 한바퀴 도는 정도였으니까요.
"벚꽃의 꽃말은 순결과 처녀"를 상징하니 그래서 더 애틋한가봅니다.
즐거운 봄날 멋진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정찬열	부족한 졸작을 아름답게 봐주시여 감사합니다. 어떻게 된일인지 금년도 벚꽃은 산벚꽃과 함께 거의 개화시기가 대동소이 합니다. 늘 편안 하시고 행복한 저녁 되시길 빕니다. 황우분과 위원장님!	4/12 22:05

김상화

2017-04-10 22:58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서울까지 남도의 벚꽃 내음이 풍겨오는 듯 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벚꽃만큼 화려한 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살고있는 석촌호수도 지금 벚꽃이 만개하였습니다
송파구청에서 행한 벚꽃 축제가 어제 끝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더 화려한 느낌이네요
123층의 불꽃놀이는 세계인들을 서울로 집중 시키기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화려한 장면이 연출 될때는 나도 모르게 으와~^^
소리를 몇번이나 질러댔답니다
정찬열 작가님 저는 남도를 별로 가보지 못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열거하신 것을 보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시간이 되는 대로 꼭 가보렵니다
곱게 빚은 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정찬열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멋지게 지펴주신 기행문을 배독할때마다 감동으로 돌아옵니다. 부족한 글 예브게 봐주시여 감사드립니다. 밤으로 가는 시간 행복한시간 되세요	4/12 22:07

김종근

2017-04-11 09:09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남도의 벚꽃나들이~즐거운 마음으로 배독합니다.
꽃구경 할 여건이 되지 않아 글로서 대리 여행합니다.
출근길 하천변 벚꽃도 이젠 푸른빛이 만연하더군요.
휴일에는 짬을 내어 시골마을 뒷산이라도 올라야 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날 되세요.


정찬열	김종근작가닌 너나없이 이번 벚꽃이 부름에 나들이를 갔느데 평일에는 직장에서 주일이면 주말농장이 지금한창 봄준비를 놓치면 어려움 때문이시겠지요 고귀한 시간을 아껴쓰시는 작가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늘 편안 하시고 행운이 충만 하시길 빕니다.	4/12 22:11

김종덕

2017-04-14 14:37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언젠가 부터 벚꽃이란 말을 들어면 세월호의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꽃이 피었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운 청춘으로 피었을까하는 생각이, 지고난 후에는 의미있는 열매를 맺는데, 우리 인간들을 꽃 지고 난자리에 왜 세월을 맺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 그지 없읍니다. 항상 새 길을 제시해 주시는 작가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정찬열	김종덕 작가님 안녕하세요 3년전그해의 그날도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다가 꽃비로 산화하고 뻐꾸기가 슬피울때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운 화신풍이 불었던 봄날에 청순한 꽃잎들이 산화된 아쉬움 탓이겠지요 그때의 슬픔탓인지 요즘날 목포신항 부두에 조석으로 찬바람이 힘들게합니다.^^ 늘 편안 하시고 알찬 불금에 주말 되세요^ㅋ^	4/18 17:38

김경렬

2017-04-17 22:54

글만 배독하고 나가곤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남도의 벚꽃에 감동 합니다.
가족들이 화기애애 참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겁게 지내시기바랍니다.


정찬열	바쁘신중에도 흔적을주시여 늘 감사합니다. 환경에 지배가 나이가 들수록 묶어지는것같아 현실이 씁슬하기 그지 없습니다. 늘 건강도 신경 쓰시고 편안하나날 되시길 빕니다.	4/18 16:34

박목철

2017-04-27 19:32

정찬열 작가님 덕에 벚꽃 구경 잘 했습니다.
예전에 쌍계사 벚꽃길에서 본 황홀한 꽃비가 눈에 선 합니다.
한때는 일본 꽃이라 하여 벚나무를 자르기도 했지만,
원산지가 제주도라 하는 바람에 나마 살아난듯 합니다.
나무가 국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애국이 나무 잡는단 우스개 소리가
나올 법 합니다. 남도 지방은 참 좋은 곳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개발에 소외 된 것이 오히려 지금으로 봐서는 잘 된일이 아닌가 합니다.
작가님 덕에 남도 벚꽃을 몸으로 흠뻑 느끼는 호강을 한 셈입니다.


정찬열	소운작가님 고운걸음에 감사합니다 이글을 쓰기 전까지 저역시도 벚꽃이 일본 국화 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전을 찾아보니 일본국화가 아닌것을 발견하고 좀더 인터넷을 뒤젔지요 이제야 깨달의며 당초 일본 국화라는 말을 삭제했지요 부족한글 배독해주시여 감사드립니다. 늘 편안 하시길 빕니다.	4/27 22:15

어른이 없다

까치 피해의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