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대수
ㆍ작성일	2021-04-19 14:58

ㆍIP: 123.xxx.203

아~하세요.

입 안에 28형제는 안녕하십니까? 나름대로 양치를 하고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입 안의 치아가 충치를 비롯하여 염증도 생기고 금이 가고 깨지는 등 아플 때가 생긴다. 벌써 임플란트와 신경치료 및 크라운 보철에 간단한 땜까지 제법 많은 공사를 했다. 병원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웬만큼 아파도 자연치유가 되기를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으면 약국에서 해결하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야 망설이고 미루다 병원을 갈 정도로 참고 살았는데 치아가 아프면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 병원을 찾게 된다. 그만큼 치아가 아프면 고통도 심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살면서 가능하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면 경찰서, 세무서, 그리고 병원이라고들 하는데 그중에서도 정말 가기 싫은 곳이 치과병원이다. 요즘이야 환경이나 시설이 참 좋아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치과는 가기가 정말 무섭고 겁난다. 그래서 더욱 치아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래도 치아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어릴 때로 돌아가 본다. 어느 날부터인가 오른쪽 윗잇몸에서 뭔가가 돌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혀로 문질러 보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커지더니 덧니가 자랐다.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를 비집고 잇몸 윗분분에서 자란 덧니는 정말 거슬렸고 불편했으며 보기에도 흉측했다. 그래서 생긴 버릇이 틈만 나면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덧니를 잡고 흔들어도 보고 혀와 입술로 덧니를 밀어내느라 입을 실룩거리기가 일수이다 보니 상처도 생기고 무엇을 해도 덧니 때문에 집중이 안되었다. 어머니께서 그런 상황을 아셨는지 어느 날 나에게 따라 오라신다. 한참을 걸어서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는데 나는 그곳에서 죽음의 공포를 체험했다. 병원도 특히 치과는 구경하기도 어려운 때에 시골 동네를 다니면서 일정기간만 야매 의술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짧은 순간 겁을 먹고 있다가 엉겁결에 거슬리던 덧니를 빼고 솜뭉치인가를 입안 가득 물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누며 집으로 왔다. 한참만에 물고 있던 솜뭉치를 버리고 나서 덧니 자리를 혀로 더듬어보니 이가 빠져나간 빈 구석으로 혀가 쑥 들어간다.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불편했던 때보다는 한결 좋았고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비어있다.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치과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치료 후에는 딱딱한 것들은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습관은 인간 생활의 최대의 길 안내자다.( 데이비드 흄)"라고 오랜 습관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명한 일화로 고려시대의 문인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에 실려 있는 이야기에는 화랑이던 김유신이 천관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매일 술을 먹고 다녔는데 모친이 "술과 여자나 쫓아다니느냐"라는 꾸짖음에 다시는 그 집에 들르지 않기로 어머니께 맹세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상태로 집에 돌아가던 중 말이 평소 길 가던 습관대로 그녀의 집 앞에 멈춰 서자 천관이 달려 나와 영접했는데 정신을 차린 김유신이 말의 목을 그대로 베었다고 한다. 사람이나 짐승까지도 반복되는 생활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습관이 된다. 단단한 것들을 즐겨 먹던 습관으로 의사의 주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치통으로 치과를 다녀오고 얼마 후 가까운 사람이 울릉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특산물로 마른오징어를 사 와서 선물로 주었다. 씹어 먹는 것으로는 아주 좋은 오징어에 군침은 돌았지만 이번에는 먹기를 망설이며 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막걸리 한잔을 하고 집으로 왔다. 시간이 좀 지나서일까 출출해서 먹을 것을 찾다가 울릉도 오징어를 보게 되었고 조심스럽게 조금 찢어 씹어보았는데 말랑말랑한 게 맛있다.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오징어라는 것이 한번 입에 대면 짭짤하면서 중독성이 강해 먹기를 중단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결국 막걸리에 한 마리를 다 먹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이를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자신감이 생겨 계속 오징어를 먹다가 동이 나자 시장에서 사서까지 먹는 무리를 하게 되었다. 시장에서 산 것은 울릉도 오징어가 아니어서인지 좀 더 딱딱했지만 십어 먹는데 용감해졌기에 또 한 마리를 다 먹었다. 다음날도 당연히 괜찮을 것으로 여겼는데 올 것이 온 것이다. 이가 아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으나 통증은 더 심해졌고 심지어 볼때기가 퉁퉁 부어올랐다.

먹는 것 때문에 치과를 다녀온 경우는 또 있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을 다녀오면서 황골이라는 지역에 머물렀는데 옥수수로 만든 막걸리와 황골엿이 제법 유명한 특산품이란다. 그래서 조금 먹고 맛도 좋아서 구입도 했다. 판매하시는 분이 지긋한 연세의 노인이었는데 황골엿은 천천히 입안에서 녹여먹어야지 씹으면 이에 달라붙으니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하지만 입안에 넣고 녹여 먹다 보면 시간도 걸리고 감질나서 달달함에 빠져 이가 빠지는 줄도 모르고 씹어 먹게 된다. 몇 번을 씹다가 뭔가 딱딱한 것이 느껴져서 가만히 입안을 혀로 둘러보니 크라운 보철치료 한 이가 빠진 것이다. 덕분에 비싼 오징어와 엿을 먹었다. 또 어떤 이들은 갈비를 뜯다가 혹은 칡이나 떡을 먹다가 등 듣다 보니 여러 종류의 이 빠진 사연들도 있었다.

치과병원은 치료실에 들어가자 견적이 나온다. 적잖은 부담을 안고 누워서 "아~ 하세요." 하는 소리에 여러 번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를 반복한다. 안쪽 어금니는 "더 크게 아~하세요."라는 주문에 최대한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무척 힘든다는 것을 느끼며 기계의 굉음소리와 함께 견뎌야 한다. 간단한 치료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만 대부부 보험적용이 안 되기에 공사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잘 먹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 튼튼한 치아인데 의료보험이 적용되면 많은 사람들이 비용 부담 없이 치과병원을 찾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며 늦었지만 단단한 것들은 먹기를 주의하며 양치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알겠지만 하루에 3번, 식후 3분, 3분간 양치를 333 양치법이라고 하며 나이를 먹을수록 잇몸이 약해지고 치아와의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에 치간칫솔 사용과 가글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복 중에 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이 아니라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아무튼 잘 먹고 건강하자는 뜻의 강녕(康寧)이 치아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유교에서 이르는 다섯 가지의 복. 보통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이르는데,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함과 자손이 중다(衆)함을 꼽기도 한다.(국어사전)
속담에 인간의 이(齒)가 오복에 든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는 다르지만 이가 좋아야만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듯하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중에서)

한영택

2021-04-20 13:28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나이 들면 자연히 체력도 떨어지고 신체적 변화가 오지요.
눈도 침침, 머리카락 숭숭, 정대수 아이고 이빨이야~~~ 건강할 때 건강 지키라는 말이 맞지요
어릴 적엔 덧니로, 성장해선 주의 소홀로 이빨로 큰일 치르셨습니다. ㅎㅎㅎ 아~ 하세요. 저도 이빨로 치과에 많이 다녔습니다. 건강한 뼈와 이빨을 유지하려면 골고루 영양섭취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이가 좋아야 건강하다는 말은 꼭꼭 잘 씹으니 무엇이든 잘 먹을 수 있어 건강해진다 하겠습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용의 글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정대수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건강할때는 잘 모르고 지나다가 아파야 그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며 잘 지켜나가기를 노력하는 것이 참 어리석은 사람인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가 아프면 아무리 맛있는 진수성찬이 눈앞에 있어도 그림의 떡이 라는 말이 이때 딱 맞는 표현이더군요. 그저 군침만...ㅎ 골고루 좋은 영양분을 잘 섭취해서 건강하자구요. 바쁘신 중에도 다녀가시며 귀한 글 남겨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만사 형통하십시요.^^	4/20 15:43

정찬열

2021-04-26 06:39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이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시는 군요
옛말에 이가 좋은 사람은 일억을 버는
사람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가 보군요

이가 좋고나쁨도 유전을 따른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기계도 사람도 무리는 금물이지요
허나 그래서 옛날부터 환갑이라는 나이가
외하필 60세인지 실감을 합니다.
오늘날 의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전하니
100세시대이야기를 하지만 아마도 60세의 나이가
인생의 한 바퀴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는 10년넘게 아침 식전에 꼭 가글을 200번이라는
숫자를 세어가며 해온 탓인지 치과에 가면 극찬을 받습니다.
가끔 급한 성격 탓으로 칫솔질을 자신도 모르게 강하게
급하게 하고나면 찬음식이나 물을 먹을때 시린 기운을 느낍니다.
아무쪼록 이가 좋아야 맛있는 음식도 먹을수 있는 것
잘 치료 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 하세요" 의미 있는 글 잘배람했습니다.


정대수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치아가 건강한것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저는 타고 난 것도 약한데다 관리까지 소홀했으니 이모양이 되었지요.ㅎ 연로하신분들을 볼때 잘 드시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하고... 때가 좀 늦었지만 관리에 신경을 쓰고는 있는데 자꾸만 탈이 나네요. 작가님께서는 가글을 잘 하시고 계시는군요. 모쪼록 이도 튼튼 몸도 튼튼 건강하시기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4/26 17:14

김종덕

2021-06-16 16:16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이빨 고생안하면 최고의 행복한 일생이 될 것입니다. 잘먹고 잘살기에서 필수적인 잇빨은 얼마나 잘 돌보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못먹어 며칠을 지나모면 확실하게 알 것 같은데 또 시간이 지나면 무심해지는 곳이 이빨이 아닐까합니다. 잘먹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합시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정대수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살면서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치아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좀 소홀히 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치아가 조금씩 고장이 나고 아프게 되면 그제서야 치아 관리에 중요함을 알게 되지요. 모쪼록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귀한걸음과 좋은 말씀을 남겨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모쪼록 내내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6/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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