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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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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수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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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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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1-12-30 1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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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을 보내며
한 해 동안 쓴 일기장이 두툼한 책이 되었다. 쳇바퀴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일기는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발자국이 된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책을 읽듯이 일기장을 훑어본다. 다 기록은 못하였지만 말 그대로 나의 소소한 일상이 보이며 지나온 날들이 스크린처럼 지나간다. 많은 일들 중에서도 가장 큰일은 부끄럽지만 지금까지도 사랑이 뭔지, 행복이 뭔지, 인생이 뭔지, 삶이 뭔지,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을 미완성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고 위안을 삼는다.
2021년 신축년 흰 소의 해 초만 해도 산행에다 턱걸이 4회를 하는 등 그럭저럭 체력을 유지하였는데 왼쪽 윗 어금니 보철물이 느닷없이 떨어져서 크라운 보철로 교체하는 치과 치료를 시작으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설날에는 지난해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시던 울산 집을 마지막으로 다녀오고 이후에 매매를 하여 추억이 사라지는 아픔도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을 그냥 두니 관리도 안 되고, 신경이 쓰여서인지 처분하자는 여론에 못 이겨 처분을 했지만 내내 마음이 아프고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잊히리라
일기를 기준으로 한 해를 정리해본다.
첫째, 독서다.
둘째, 글을 쓰고 있다.
셋째,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동인지 "달빛 드는 창"에 "시간을 쪼개자"는 수필로 참여를 하였다.
넷째,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아 8월 14일 건강검진을 했다.
다섯째, 대한 문학세계 겨울 행사에 참석해서 "한국문학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여섯째, 코로나19 백신 접종 1차 6월 17일, 2차 9월 2일, 3차는 22년 1월 5일 예약이 되어있다.
*읽었다.
"성경"은 구약성경 39권, 신약성경 27권으로 전체 66권으로 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기독교의 성서다. 불교는 불경, 이슬람은 쿠란(코란)이 경전이라면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이다. 성경을 완독 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것은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종교적인 언어에다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기독교인이라 하여도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영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 교회에서는 성경 공부를 특별히 한다. 성경은 하나님이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쓴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을 믿음으로 인해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한복음 3장 16절) 사람이 죽으면 그만인데 성경에서는 영원한 삶 즉 영생을 말한다. 믿져 봐야 본전이라고 믿어서 손해 볼일은 없다.
"내가 부르다 죽을 노래여"는 김동길 교수의 에세이집이다. 해박한 지식과 언변으로 교단을 주름잡았던 사람이 쓴 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꼼꼼히 읽었던 책이다. 1985년에 읽고 36년이 지난 올해 한번 더 읽었다. 책에는 바르게 사는 길, 청년, 가난, 역사와 자유, 사람 등 삶의 지혜이자 길잡이 같은 내용들이 담겨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책은 오래되어 볼품없이 바래졌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후대에도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느끼는 책이다.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애장품이 되었고 수십 번 이사를 하면서 많은 책을 마지못해 버려지게 되었어도 잘 간직해온 책 중에 한 권이고 내가 사랑하는 책이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분의 삶의 이야기가 한때는 나의 꿈이 되기도, 모티브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여류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25살에 발표한 첫 장편 소설이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살벌해서 선 듯 내키지 않았는데 내가 독서를 하면서 아들의 추천으로 책장에서 오래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와 묵은 먼지를 털고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83세의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독신 작가다. 그의 많은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거구에, 뚱보에, 못생긴 데다, 괴팍한 성격으로 알려져서 사람들이 꺼려했는데 연골 암이라는 희귀병으로 2개월 후면 사망한다고 알려지자 전국에 내로라하는 기자들이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모여든다. 그중에 일부만 허락을 받고 인터뷰를 하지만 모두 도중에 실패하고 쫓겨나다시피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여기자의 끈질기고 집요한 노력 끝에 어떻게 살인자가 되었고, 건강법은 무엇인지가 밝혀지게 되는 가슴 쫄깃한 내용이 흥미롭다.
"적의 화장법" 도 아멜리 노통의 장편소설이다. 한 남자(제롬 앙귀스트)가 공항 대합실에서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데 웬 낮선이(텍스토르 텍셀)가 무작정 그의 옆에 진을 치고 앉아서 자기 삶을 파 해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대화로 이어지는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책에서 처럼 어쩌면 내속에 두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화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이지만 나를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Zoo"는 오츠이치 작가의 "SEVEN ROOMS"를 비롯하여 열 가지 제목의 단편 소설이 묶인 책이다. 좀 공포스럽기도 하고 고독하기도 하며, 암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내용들이지만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흥미가 있다. 장편 소설의 지루하고 뻔할 것 같은 스토리 나열에 지겨움을 느꼈다면 독자 각각의 무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이 책은 느낌이 많이 다른 인상 깊은 책이 될 것이다.
"왜 소설인가"는 유한근 교수가 강의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소설을 쓰기에 있어서 소설 창작론 강의나 소설을 읽는데도 소설론 공부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이 쓰였다. 즉 작가로 데뷔하데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나도 글쓰기에는 교육을 받지도 못했기에 무뎃포로 쓴다. 그러니 공부를 한 사람들에 비해 모든 게 서툴고 우왕좌왕한다. 그나마 이 책을 보고 부끄러운 나의 주제를 알았다. 글을 쓸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글을 이해하고, 응용하기까지 그리고 줄거리를 잡는 과정을 잘 설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기본, 작가의 자세, 문장, 문맥, 착상, 스토리 만들기, 구상, 인물, 주제, 묘사, 퇴고에 이르기까지 작지만 큰 책이다.
"글 숲에서 길을 찾다"는 권해성 선생님에서 교장 선생님으로, 작가로서의 자전적 에세이다. 글 숲이 제목으로 너무 좋다. 나는 예전에 울산에서 만화방을 몇 년 운영한 적이 있다. 간판의 상호를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내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는 것이 농부와 견줄 만은 못하지만 나의 작은 책 공간으로 "글밭"이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숲과 밭은 뭔가 통하는 점이 있을 것 같아 단숨에 읽었던 책인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요즘 선생님은 "셈"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어디 교장 선생님을 쳐다보기라도 했던가. 그런데 이 책을 통하여 수고하시면서 느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카테고리들을 보면서 훌륭한 스승에 위대한 제자가 탄생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책이 되었고 읽으면서 내내 감사를 드렸다. 언제고 만나게 되면 술 한잔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사람은 길을 내고 길은 역사를 쓴다"의 김재근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드린다. 우연히 만나도 뭔가 많은 이야기가 통할 것 같은 분위기가 든다. 시간, 여력, 환경, 체력 등의 조건 때문에 이루지 못한 소망을 이루고 계신 작가님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나를 느낄 수 있는 오감이 대리 만족했다. 나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 책에서 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은 길잡이가 된 책이다. 길에서 만나는 풍경, 역사기행, 산성의 역사 이야기, 섬의 발자취, 서울 부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까지를 부지런히 탕방 하면서 땀과 노력으로 집필한 책이다. 덕분에 주변을 살펴보는 동기가 되었고, 유명하고, 역사적인 길과 장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멀리만 다니려고 했다가 포기하고 시간만 허비했음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나온 많은 장소들을 더듬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예배란 무엇인가"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필독서 같은 책이다. 최주훈 저자는 루터교회 목사이자, 박사다. 목회를 하면서 겪었던 기독교 예배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이 책을 통하여 자세히 알게 해 준다. "예배란 누구를 변화시키는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신비와 일상을 연결하고, 중보 하는 종교적 행위로써 의미가 있다. 여기에 기독교 예배의 특성은 언제나 개인으로 출발하여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이고 지난 2천 년간 기독교 예배가 일관되게 강조한 덕목이다." 고 했다. 그리고 예배는 신과 사람의 소통 창구임을 말한다. 종교를 넘어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는 자식들 잘 되라고 해, 달, 나무, 물, 땅, 하늘, 새벽이며, 밤이며, 시시때때로 장소를 불문하고 기도인지 염불인지 알 수 없는 혼자 소리로 중얼거렸음을 안다. 간절함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했다.
"한홍구와 함께 걷다"는 한홍구 교수가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직접 발품을 팔아 문화유산 기행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배운 점을 강의하며 인상 깊었던 곳을 골라서 답사기로 엮은 책이다. 답사기는 보는 사람의 취향, 사상, 학문, 관점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본 곳도 있고 가보지 못한 곳도 있기에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책이다. 전쟁기념관, 나눔의 집, 국립 서울 현충원, 경복궁, 독립공원과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강화도, 국립 4.19 민주묘지, 남산과 명동성당, 광장, 인천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10곳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녀오면 역사 공부도 되고 느낌도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와 영화"는 서양 고전 학자 강대진 교수가 영화를 보고 신화적인 해석을 더한 책이다. 좀 흥미롭고 재밌기는 한데 영화도 보지 않고 신화나 고전에 대한 책도 대충 읽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살면서 영화관에 가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영화나 영화관이 필요 없을 정도니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도 들면서 앞으로는 영화관도 가볼 요량인데 코로나가 문제다. 하긴 요즘 젊은이들은 "넷플릭스"를 통하여 집에서 아주 편하게 영화를 감상한다고 하니 영화관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나의 근무지는 서울의 중심 종로구에 있다. 근처에는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그리고 을지로 명보극장 등이 영화인들과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영화산업이 죽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내로라하던 영화관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명보극장, 단성사, 서울극장이 줄지어 문을 닫았고, 피카디리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에 극장 앞에는 예매를 하고 표를 구입하는 사람들로 줄을 섰고, 연인, 가족, 친구와 어울려 영화를 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영화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팝콘이다. 바늘 가는 데 실간다고 영화와 팝콘은 공존해야만 하는 필수 관계였다. 단성사와 피카디리 극장은 길 하나를 두고 쌍벽을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정해지다시피 했기 때문에 극장 주변으로는 맛집들이 즐비했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제는 그런 모습들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 덩그러니 보이는 건물만이 옛 영화를 떠 올리게 한다.
"푸른 기와집"은 이정이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평범한 주부로 살던 사람에게 이루지 못한 꿈이 꿈틀거리면서 늦은 나이에 대학 공부를 하게 되고, 문학공부도 하여 책을 낸 것이다. "수필은 나의 역사이기에 맺힌 한들을 다스리며, 못다 한 말들을 쏟아내려고 발돋움하며 내면에서 아우성을 쳤습니다."는 작가의 의지가 대단해서인지 내용이 현실감 있고 와닿는 부분이 많다. 푸른 기와집이라 해서 나는 청와대를 일컫는가 했는데 작가가 결혼한 후 살았던 시골집이었다.
* 기타 신문 칼럼, 논설, 사설 등
예전에는 책을 읽어도 두서없이 읽다가 팽개치고 다른 책이나 잡지를 읽고는 했는데 올해는 끝까지 정독을 하였다. 12권의 책들과 신문의 칼럼들은 출, 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왕복 2시간에 읽은 것들이다. "어떤 책은 맛을 보고, 어떤 책은 삼켜버리고, 어떤 책은 십어 먹어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고, 또 그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음으로는 갈수록 정보는 쏟아지고 나이를 불문하고 지식이 해박한 사람들로 주변에는 늘어나는데 가만히 있으면 나만 뒤떨어질 것 같기도 해서 선택한 것이 독서다.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갑자기 나훈아의 테스 형 노래가 불러보고 싶다.
* 쓴다.
살면서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동안 뭘 하느라고 바빴을까? 이루어 놓은 것도 하나 없는데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았을까? 그렇게 세월에 밀려 살다 보니 환갑을 넘기고 고령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다. 그러나 더 나이 먹고 늦어져서 돌이키지 못하는 후회를 하기보다는 내 안에 살아 꿈틀거리는 글쓰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아무거나, 무엇이든 쓴다. 정리되지 않은 노트며 메모지는 쌓여 여기저기 뒹군다. 일을 하며 짬짬이 그리고 새벽 조용한 시간이나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쓴다. 문제는 좋은 생각이 나서 막상 펜을 잡고 글을 쓸려고 하면 기억이 가물거리고, 내용 연결도 오락가락하고, 컴퓨터 자판을 부지런히 두드리다가 모니터를 보면 한글이 아닌 영문들이 줄지어 서 있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그래도 쓴다. 말도 이러다 저랬다 하고, 생각도 가물가물, 동작도 어설프고, 눈도 침침하고, 힘도 떨어지는데 못다 한 의욕을 풀어나가려고 과한 무리를 하다가 몸도 마음도 늦었음을 실감한다. 의욕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나이를 먹고서야 알게 되고 보니 좀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예전에는 할 일이나, 할 말, 준비해야 할 것들을 기억을 했다가 순서대로 하곤 했는데 이제는 바로바로 해도 도중에 잊어먹는다. 말을 하다가도 핵심을 잊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삼천포로 빠졌다가 엉뚱한 이야기로 끝을 맺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메모지를 항상 들고 다니고 기억나는 대로 쓴다. 해야 할 일도 당장 하지 않더라도 물건을 일부 근처에 챙겨 놓으면 시간이 지나서 잊었다가도 그 물건을 보고 기억이 나서 처리하곤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핸드폰이 효자 역할을 한다. 전화번호, 할 일, 시간 알람, 약속 등을 저장해두면 그때그때 알려주고, 모르는 길도 알려주고, 생일이 되면 누구보다도 먼저 축하를 해준다. 2022년에는 나만의 산문집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부지런히 쓰고 있다.
*걷는다.
젊어서는 놀이 삼아 걸었고, 나이를 먹어서는 건강 때문에 걸었다면, 지금은 지나온 길을 글로 쓰기 위해 걷는다. 그냥 걸으면 아무것도 아닌 길이지만 의미를 가지게 되면 그 길이 글이 되고 작품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938년에 출간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박태원의 소설에서 주인공 구보씨가 하루 동안 서울 거리를 걸어 다니며 겪은 일이 소설의 바탕이 되었다. 100년 전의 서울의 모습들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걷는 길을 글로 역기란 쉽지가 않기에 직접 걸어보고, 느껴보고, 관찰하고, 체험함으로 작품이 되는 것이다. 여행작가들이 고행 같은 수없는 발품을 팔아서, 산악인들이 거칠고, 아름답고, 때로는 무서운 산행이 책으로 재 탄생되는 것이다. 그러다 다쳐서 불구가 되기도 하고 목숨을 읽기도 하지만 말이다. 동네, 공원, 들, 천, 강, 산을 걸어보자.
*배운다.
젊은이는 늙은이가 하는 말이 귀찮고, 듣기 싫어하고 거리를 둔다. 나도 그랬다. 실없는 소리로 받아들이고,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말이라고 무시를 했다. 이제 나이를 먹고 보니 내가 그 꼴이 되어가고 있음에 지난날이 부끄럽고, 후회가 막심하다. 지나온 생에 경험을 토대로 삶에 지혜를 가르쳐 주려는 것인데 표현이 투박하고, 강압적이고, 훈계적이고 배우지 못해 말주변이 부족해서 전달하는 과정이 서툴러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잘되라고 한 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것을 세대차이라고 단순하게 말한다. 젊어서 어른들의 교훈을 잔소리로 무시했던 것이 어떤 값진 것과도 비교가 안 되는 소중함을 알고 나니 그분들은 없고 그 자리에 내가 서있다. 많이 들은 만큼 많이 배운다.
"少者添一歲(소자첨일세), 老者減一年(노자감일년)" 다 같이 한 해를 보내고, 맞이 하지만 "젊은 이는 나이 한 살을 더하게 되고, 노인은 수명 한 해가 줄어든다."라고 하니 세상사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해가 지나면 수명은 줄어드는데 세월의 흔적 주름은 늘어나고, 몸이 아파서 먹는 약의 숫자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 "배워서 남 주나"라고 한다. 배워서 글로 남기려고 한다. 그 글을 보고 털끝만큼이라도 삶에 도움이 되었다고 찾아오는 이가 혹시 있을는지 누가 알겠는가?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21년 신축년을 보내며, 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에는 마음을 열고 귀를 세워 더 많은 것을 배우기를 기도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은 한 해가 끝날 때, 그해의 처음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느낄 때이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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