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대수
ㆍ작성일	2022-05-04 14:45

ㆍIP: 123.xxx.203

리치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꼽으라면 당연 점심시간이다. 뭘 먹는 것 가지고 그러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아침 식사가 부실한 나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아침은 왕처럼 먹어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꿈같은 이야기다. 일어나면 입도 까칠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오래된 혼밥이 갈수록 번거롭고 귀찮아서 간단하게 먹어치우거나 때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출근길 긴 시간 대중교통에 시달리고 오전 일과를 하고 나면 당연히 점심은 기다려진다. 점심때가 되면 건물 밖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나온다.
"식사하러 어디 가세요? "
"삼환 건물 지하 신세계푸드로 갑니다."
"먹을 만해요?"
"좋습니다."
"가격은?"
"22년부터 200원 올라서 한 끼에 6,200원 합니다."
"이만한 가격은 어디에도 없고 좋아요."

약간 격앙된 어조가 나도 모르게 점심 장소 전도자가 된 듯하다. 전에는 점심때만 되면 오늘은 또 뭘 먹을까를 고민하면서 인근 식당에서 카드 돌려 막기 식으로 메뉴를 돌려가면 먹어도 질리고 집집마다 짠 집, 매운 집, 위생적이지 못한 집, 비싼 집, 조미료 맛 등으로 고민하게 했었다. 또 밥을 적게 달라, 더 달라, 반찬도 추가로 요청하는 불편함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점심때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에서는 그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고 눈치가 보였는데 지금은 고민할 필요가 없고 먹는 스트레스가 즐거운 시간에 영양보충까지 충분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자랑할 만하다.

12시가 임박해서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간다. 일 년 가까이 이용한 결과 키오스크 기계에서 식권을 구매하는 일은 이제 익숙하다. 무엇보다 자율 배식이라서 더 좋다. 밥과 국 그리고 여섯 가지의 반찬들을 식판에 골고루 담는다. 줄을 지어 사람들이 플라스틱 식판에 음식을 채워 자리로 가서 식사를 하는 형식이다. 나도 식판이 묵직하게 담아 먹는 편이다. 처음에는 많이 담아가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상관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참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허기라고 했는데 정말 실감을 하면서 진지하고 맛있게 나만의 만찬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반찬이 있어야 할 자리에 처음 보는 것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초콜릿 색깔에 둥글게 생긴 것이 우리나라의 야산에서 볼 수 있는 산딸나무 열매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과일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뚱맞은 모습에 호기심을 보인다.
"이게 뭐야?"
"과일인가?"
"딱딱할 것 같은데" 등등
물어보니 "리치" 란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손안에 모바일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리치는 지름 3cm 정도에 껍질에 돌기가 거북이 등처럼 생겼고, 시고 달콤한 맛에 독특한 향기가 난다고 한다. 원산지인 중국 남부에서는 과일 중에 왕이라고 하며, 양귀비가 좋아했던 과일 여지=리치는 껍질을 까서 생으로 먹는 열대 과일이라고 한다.

언젠가 티브이 프로그램 중 "TV쇼 진품명품 1311회"를 보던 중에 "여지, 국화무늬 청자 대접"이 의뢰품으로 나왔다. 대접 안쪽에 그려진 과일을 두고 출연자들이 문제를 푸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포도같이 그려진 것이 바로 "리치"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
"어떻게 먹어요?"
"줘도 못 먹냐!"
"ㅎㅎㅎ"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 과일 리치를 서너 개 가져가서 먹어본다.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색깔의 과육이 드러난다. 신맛은 살짝 덜 익었을 때 느낄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신맛은 없고 수분이 많아 크게 달지 않고 식감이 부드럽다. 커피 색깔의 둥글고 큰 씨가 들어있고 모양은 좋지만 깨물면 쓴 맛이 난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장기화는 시장 경기도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그리고 먹는 문화도 크게 바꿨다. 게다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3개월째로 이어지자 세계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여 2008년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기름값, 가스, 생필품, 식재료 등의 물가 상승은 장바구니와 식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었고, 식당들도 줄줄이 음식값을 올렸고, 사람도, 양도 줄이고 있다. 특히 우리 것이 좋은 신토불이도 WHO(세계 무역기구), FTA(자유무역협정), CP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등으로 가격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우리의 농가와 밥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니 과일의 왕이라도 마뜩잖다. 팍팍한 생활에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은 점심때가 되면 방황한다. 다 오르는데 월급만 안 올라간다는 5월 가정의 달이 짠해진다.

염경희

2022-05-04 16:40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의.식.주 중에 식을 책임지고 있는 일원으로써
공감되는 글 잘 배람했습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는 요즘 직장인들 당연히 점심시간을 기다립니다
30년을 하고 있는 일이지만 맛을 내기란 참 힘듭니다
입맛이 제각기 달라 불평도 있지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기위한
노력은 꾸준하게 합니다. 조미료 전혀 안 쓰고 맛을 내지요
저희도 쟈율배식을 합니다
그래도 양은 있으니 모든사람들이 골고루 먹게끔 개수 제한은 할 때가 있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업주분들 힘드실겁니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 미소가 생길겁니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대수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 시인님 반갑습니다. 의,식,주 모두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지요. 경기가 나빠지면 당연히 먹는 것에 지출을 줄이게 되잖아요. 그리고 대충 먹게 되고...ㅎ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맛을 낸다고 하시니 역시 주부 단수가 높으십니다. 몸에도 좋은 식단이고, 건강해지는 식사가 되겠습니다. 봄은 절정인데 바람이 차갑고 기온 차이가 심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5/4 21:31

박희홍

2022-05-06 04:04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대량생산으로 인해 가격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우리의 농가와 밥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니 과일의 왕이라도 마뜩잖다. 팍팍한 생활에 지갑이 얇아진 사람들은 점심때가 되면 방황한다. 다 오르는데 월급만 안 올라간다는 5월 가정의 달이 짠해진다.“
새로운 괴일 ”리치“를 통해 개방의 파고를 걱정하시는 모습에서
우리 농촌을 사랑하는 열정을 봅니다, 고맙습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개방의 파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쉽습니다.

작가님,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하시는 일이 술술 잘 풀리는 신록의 계절을
행복하게 지내면서 기쁨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정대수	존경하는 박희홍 시인님 반갑습니다. 작은 회사지만 그래도 일을 하면서 겪는 일상입니다. 또 시장을 보며 살림을 하다 보니 장바구니 물가와 농산물에 관심도 생겼지요. 변해가는 우리의 먹거리가 안타까울 때가 있지만 거세지는 수입품에 안타까움만 더합니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고 귀한 글을 남겨주시니 감개무량 합니다. 5월 가장의 달이고 여름이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환절기 모쪼록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5/7 09:45

염규식

2022-05-08 18:57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의 열정으로 지피신 작품을 읽다가 마지막에 좀 짠해집니다
작가님을 앞에서 보는것 같은 일상을 표현하셨습니다
하루에 한 끼는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것을 자시기를 바랍니다
홀로 계신분들은 제일 중요한 것이 식사를 거르는것입니다
항상 좋은 소재로 귀한 작품을 열정으로 지피시는 작가님
늘 강건하시구요 서재의 고운 인연 잇기를 기원합니다.
향필하시구요* 수고하셨습니다---*


정대수	존경하는 염규식 작가님 반갑습니다. 매 끼니가 소중하고 거르면 다시는 못 오는 식사라고 들 하는데 갈수록 귀찮아져서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나마 점심으로 만족하니...ㅎ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소중한 말씀 남겨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5월도 중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고 좋은 일들로 행복한 5월 만사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5/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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