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대수
ㆍ작성일	2022-06-12 10:40

ㆍIP: 58.xxx.154

문학기행-순수

경기도 안성에 있는 박두진 문학관을 다녀왔다. 대한 문인협회 경기지회는 2017년 경기도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1762~1836) 문학관, 2018년 충남 당진의 심훈(1901~1936) 문학관, 2019년에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황순원(1915~2000) 문학관을 다녀온 후로 코로나 19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2022년이 되면서 코로나 19 감염자 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불안 속에 근심이 커졌는데 4월이 되면서 차츰 그 숫자가 줄어들었고 드디어 4월 18일부터 기대와 우려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 덕분에 5월 29일 경기지회 문인들이 모여 문학기행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등단하기 오래전에 경춘선을 타고 춘천의 김유정(1908~1937) 문학촌, 강원도 원주의 박경리(1926~2008) 문학관 등을 다녀오면서 남다른 소회가 있었는데 문학인들과 함께하는 문학기행은 처음이라서 설렘도 컸다.

대형 버스 한 대가 송내역, 금정역, 광교 중앙역을 두루 돌며 작가, 시인님들을 태우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간단한 인사를 한다. 아침에 살짝 드리웠던 구름은 문학관에 도착할 10시 30분쯤에는 눈부시게 햇살을 비추었고 조금 덥고 화창했다. 거리두기도 해제되었고 5월 2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해제가 되어 푸르른 5월의 마지막 휴일은 문학인들의 마음을 더욱 띄웠다.

공원 언덕에 지어진 문학관은 시인이 묻힌 기좌리와 안성의 진산 비봉산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안성맞춤랜드 북쪽 끝자락에 2018년에 건립되었고 흡사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듯 보였다. 안성맞춤랜드(031-678-2672~3)는 2012년에 준공된 시민공원이며 남사당 공연장,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 캠핑장, 사계절 썰매장, 잔디광장, 야생화단지, 수변공원, 분수공원 등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처와 힐링 장소가 되고 있는데 그중에 박두진 문학관(031-678-2466~7)도 있다.

버스에서 내려 개별적으로 도착한 사람들과 함께 문학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북카페와 수장고, 2층은 전시실과 다목적실, 3층은 전망대로 설계되어 박두진의 시와 일상과 예술세계를 종합적으로 만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고 관람료는 무료다. 해설사의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관람을 마치고 3층 전망대의 조형물들과 내려가는 계단에서까지 느껴지는 예술적인 풍미는 누구라도 문학인의 감성으로 빠져들게 했다.

박두진(1916~1998)은 경기도 안성이 고향이다. 유년시절을 보낸 안성의 자연환경은 문학적 배경이 되었다.
1939년 정지용 시인의 추천으로 "문장"지에 (향현), (묘지송)등을 발표하고 조지훈, 박목월과 청록집을 간행하면서 청록파 시인으로 알려졌다. 1949년 첫 번째 개인시집 "해"를 시작으로 1000여 편의 시에 17권의 시집과 다수의 수필집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박두진의 문학은 그 배경이 자연환경이 있는데 그중에 돌이 있었다. 수석과 사랑에 빠져 개인 전시회도 열었고 10여 년 동안 수석을 주재로 한 시가 300편이고 (수석 열전)등 3권의 시집이 있다.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은 신나는 일"이라고 여겼다는 것을 보면 역시 타고난 문학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부분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려운 작업임을 쓰는 사람들은 다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어렵게 탄생된 원고를 옥고(玉稿)라고 높여 부른다. 영혼을 짜내는 글쓰기는 산고의 고통이 수반된다. 그런데 시인은 신나는 일이란다. 아마도 이렇게 표현한 사람은 없을 듯싶다. 미국의 세계적인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하루에 쓰는 글이 500 단어였다고 한다. 타자기로 치면 잠깐이면 끝나는 문장이지만 고치고, 지우기를 수없이 작업한 노력의 흔적이리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남한산성", "칼의 노래" 등의 소설가 김훈은 2022년 "저만치 혼자서" 소설집을 출간하고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글을 겨우 쓴다."라고 했을 정도로 글쓰기는 어렵다. 박두진이 신나게 쓴 시를 한편 감상해보자.

하늘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럿여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문학관 관람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는 낮 12시의 햇볕은 따가웠다. 안성맞춤랜드 공원을 가로질러 삼삼오오 잔디광장과 수변공원 이모저모를 보고 걸어며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수변공원을 덮은 연잎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고 그 위로 도드라져 보이는 연꽃은 보석 같다. 물가 나무 그늘 아래에는 제법 큰 거위가 따가운 햇살을 피해 쉬고 있다. 사람을 많이 보아서인지 가까이 가도 도망가기는 커녕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사람들이 거위가 신기해서 보는 건지, 거위가 가까이 오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떠나지 않고 있는 건지도 모르게 웃음을 더해 주었다.

점심을 먹고, 냉커피도 한잔 하고, 공원 산책을 하며 대형 고인돌 근처로 다 모였다. 준비해 간 현수막을 걸면서도 재밌다. 무엇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실수를 하던, 푸르른 5월의 문학기행은 웃음꽃으로 활짝 피어났다. 코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 총력전으로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거 운동원들의 유세 소리가 공원을 쩌렁쩌렁 울렸다. 가져간 앰프며 마이크가 작동이 되질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우리는 생음으로 시를 낭송하며, 올라가지 않는 고음에 생각나지 않는 가사를 웅얼거려 부르는 노래에 으샤 으샤 분위기를 띄워가며, 이제 막 배우고 있다는 마술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과에 음료와 맥주도 마시며 오이 자르는 솜씨가 주부 구단 빰치는 멋쟁이 시인님의 "오늘 오이 자르러 왔다"는 위트에 또 한 번 까르르 웃는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너스레는 어디서 오는 건지 부럽기도 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기, 인천지역에서 29명이 모였다. 그중에는 교통사고로 망가진 차는 공장으로 들어갈 정도였지만 하늘이 도와 무사하기도 하고, 주일 예배를 빼먹고 오늘 하루만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처음이라서 망설이기도 하고, 몸이 불편해도, 다른 계획을 취소하는 등 그렇게 모여진 어른이들의 문학기행은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여행을 하며 동심을 소환하는 날이 되었다. 함께 모여 하루를 보내는 사이 남다른 친분이 쌓이고 정이 들어 처음 서먹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헤어지기가 아쉬울 만큼 되었다.

그랬다(정대수)

보았다
그냥 보게 되었다
평범한 것 같은데
수줍은 것 같은데
조용하게 드러내는 끼를
나는 보았다.

들었다
깊숙이 들었다
마음의 소리를
영혼의 울림을
가슴이 말하는
몸의 소리를 들었다.

느꼈다
온전히 느꼈다
비교 불가한 생명력과
억누를 수 없는 용솟음을
그것이 내가 가야 할 여정임을
마주하는 눈에서 느꼈다.

임원진의 준비에 감사를 드린다. 진행으로, 장비로, 먹거리로, 수건과 비누 등 기념품으로, 서빙으로, 운행으로 특히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바삐 움직이며 흘리는 땀을 마다하지 않은 그 열정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밴드에 올려준 사진을 보며 아름다운 추억이 오래도록 남게 될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옛날 소풍 같았던 이번 문학기행을 나는 "순수"라고 부제를 달고 싶었다. 함께하는 시간에서 순수를 보았고, 들었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여운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행사를 마치고 헤어지는 시간은 아쉬움으로 연신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다음을 기약한다. 벌써 2023년 문학기행이 기다려지는 것은 나만 그럴까.

염경희

2022-06-13 09:37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도 많이 설레고 어색하고 첫 인사를 어찌해야 할까
많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한마디씩 건네주는 다정한 인사에
무거운 마음은 봄눈 녹듯 풀어지고
하루 뜻있고 좋은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사진과 많이 다른 모습이 많아 그때는 잘 몰랐는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아! 그분이 그시인님이셨네~
제대로 인사 못 드린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음에 또 만날 기회 있으니까 하며 마음을 달래 놓았습니다
"순수" 멋진 문학기행문 읽으면서
어른들도 아이처럼 놀때는 같구나 하고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대수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도 문학기행은 처음이라서 좀 어색했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가까워지게 되었답니다. 사진에서 보다 하얀 머리가 문제...ㅎ 다음 기회에 저도 인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어서 참 좋았지요. 많이 더워지고 있는 6월 중순입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6/13 21:10

박희홍

2022-06-16 04:20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경기지회 회원님들과 함께 “박두진 문학관”을
다녀오셨군요. 참으로 좋았겠습니다.

작가님의 시 “그랬다”
너무 감명 깊게 지피셨군요.

<조용하게 드러내는 끼를
나는 보았다.

가슴이 말하는
몸의 소리를 들었다.

내가 가야 할 여정임을
마주하는 눈에서 느꼈다.>
“보았다 들었다 느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갑니다.

작가님, 고르지 못한 날씨에 늘 강건하시고
행복한 시간 속에 하시는 일에 멋진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정대수	존경하는 박희홍 시인님 반갑습니다. 문학기행은 참 좋았습니다. 문우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글로 남겨 보았습니다. 시인님의 왕래와 격려의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6월도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는 더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관리 잘 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6/17 07:34

박목철

2022-06-29 11:57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예전에는 경기지회와 행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고
경기지회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탓에 모두가
움츠리니 답답한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문학관 탐방기 잘 배독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뵐 날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정대수	존경하는 박목철 작가님 반갑습니다. 코로나에 잡힌 발목이 많이 풀렸습니다. 덕분에 문학 기행도 다녀오게 되었지요. 장마가 시작되어 습하고 많이 덥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7/1 07:20

홍성기

2023-07-04 06:33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무더위에 안녕하신지요?
지난번 대전 모임에서 뵙고 잊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생각나 서재에
들르니 주옥같은 좋은 글들이 있어
종종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문학기행을 경기지회에서
다녀오시고 소회를 맛깔나게
적어 놓으셨네요
특히 '보았다' '들었다' '느꼈다'
이 세마디가 모두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고 많은
글로 독자들 사랑 듬뿍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정대수	존경하는 홍성기 시인님 안녕하세요. 여름 행사 때 반갑게 뵈었었지요. 그 때가 생각이 나네요. 시인님의 등단작 "겨울 동치미" 낭송에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겨울 동치미 속에는 우리 어머니가 사신다" 저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정말 크게 느껴졌답니다. 진심으로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시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7/6 22:12

최하정

2024-01-02 21:08

안녕하십니까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정대수	존경하는 최하정 작가님 반갑습니다. 작가로 등단 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 많이 집필하시어 독자들의 많은 사랑 받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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