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규식
ㆍ작성일	2013-04-27 09:52

ㆍIP: 110.xxx.211

부모의사랑

계절이 바뀌면서 일 년에 두 번씩은 방학이 시작되고 어린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름과 겨울의 방학 시즌이 돌아온다. 우리네 어린 시절의 방학은 정상적인 방학생활을 하려면 사실상 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나 숙제는 뒷전이고 실컷 산이나 들로 뛰어다니다 보면 개학하는 날짜가 되면 밀린 방학숙제를 마치기 위해 몇 칠을 날밤을 새며 고생했어도 지금 학생들처럼 빡빡한 방학생활은 아니었다.

개구리도 잡고 여치도 잡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꿈과 웅지를 펼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 볼 때에 참으로 불행하고 가여운 생각이 든다.
늘 성적 때문에 학원과 공부에만 시달리다 보면 어린 시절의 귀한 추억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 서울 출장을 다녀오면서 지하철에서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구걸하는 40대 후반의 남자를 보았다. 아버지는 다리를 절고 아이는 그런대로 구걸행색의 차림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음 역을 지나서 단속요원이 들어 올 때 급히 피하다가 팔려고 했던 껌과 안내종이의 호소문 등이 와르르 솟아지고 말았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쳐다 볼 때 물품을 줍기 위해 아이가 넘어지고 소지품과 동전 등이 떨어 졌는데도 넘어진 아들을 먼저 안아 일으키면서 누런 이빨로 웃는 아버지의 사랑이 비록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아버지라도 아들을 아끼는 아버지를 보면서 소년에게 부러움이 느껴졌다.

필자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보지 못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께선 스물여섯의 고운 청춘에 우리 삼 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막내인 나는 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가슴속에 흐르고 있었다.
내가 여섯 살 때 이야기다, 예전엔 셋방살이 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임대보증금을 내고 당당히 주인행세를 하고 살지만 예전에는 집주인인 큰방주인과 셋방에 사는 사람들의 격차가 클뿐더러 셋방살이 설움의 아픔이 많았다. 아마 이러한 사유로 젊은 신세대 들을 제외한 중년층들의 주택에 대한 소유개념이 강하지 않나 싶다.

하루는 내 또래의 집주인 아들과 같이 놀면서 사소한 일로 다툼이 생겨 싸움이 벌어져 큰방 집 주인 아저씨와 아줌마까지 나와서 자기아들을 두둔하며 같이 서로 싸웠는데도 나만 나무라셨다. 어머닌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나를 방으로 데리고 가서 회초리로 수없이 종아리를 때리신다.
나는 또 없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한없이 울었다. 당시의 어린 나의 마음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글을 쓰는 지금도 필자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답답해온다.’ 그때의 내 마음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가난한 셋방살이와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또 매를 맞는구나 하고 생각했고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지 못했다.

당신께선 같이 울면서 마침내 어린 아들을 때리시던 회초리를 던지신다. 그리고 어린 나를 안고 하염없이 우신다.
그 보고 싶은 어머님이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다. 며칠 후 어머니와 우리가족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다.

잘못 없는 막내를 때리신 세상에 대한 무언의 항의를 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랑하는 귀한 막내에게 회초리를 든 당신의 아픔과 어린 나의 아픔이 어찌 같을 수 가 있으련마는 어린 내 가슴은 항상 아버지 없는 설움에 항상 손해를 보고 상처를 받았다.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식이란 소리 듣지 않게 하시려고 무던히 애쓰신 당신의 아픔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인간관계가 아무리 복잡해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빈부귀천을 불구하고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그 부모님의 사랑도 형제애도 부모에 대한 공경과 애정도 메말라가는 시대인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변해도 부모와 자식의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며칠 전에도 엄마가 보고 싶어 산소를 다녀왔다 늦게 철든 못난 자식이 오는지 가는지 아시기나 할까- 살아생전 걱정만 끼치던 사랑하는 자식이 왔는데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원하는 시간 편한 시간에 맞추어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모유보다 우유를 더 선호하고 각종 이유식으로 자녀를 키우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네 부모들처럼 자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작은방에 온 식구가 한 이불을 덮고 서로 발장난을 치며 살아온 형제애를 비교해 볼 때 이 시대의 부모의 사랑은 한 두 명만 나아서 양육이 아닌 목적을 위해 사육하는 느낌이 든다.

살아생전 늘 걱정만 끼치고 불효한 내가 무슨 부모님의 사랑과 자녀교육을 논할 자격이 있겠냐마는 이제 세상도 많이 변했다. 가족의 개념은 핵가족으로 변한 지 오래 됐고 이젠 아예 자녀를 낳지 않고 자신의 인생만을 위해 사는 물질만능 시대를 보면 우리네 부모님들의 자녀 사랑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요즘 세상 모양을 보면 예전에 한글도 잘 모르는 무식한 부모님이라도 사람 사는 바른길을 가르치며 인간의 근본을 가르치는 우리네 부모님들이 훨씬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남을 해코지 않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게 모진 욕을 먹지 않고 성실히 살게끔 교육하신 그 엄마가 너무 그리워 가슴이 새로이 젖어온다.

요즘은 흔히 우리세대를 마지막 효도하는 세대요. 그리고 처음으로 자녀에게 배신당하는 세대라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다. 조금은 포장된 말일지라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사실상 현재 우리나라의 가족 개념은 최근 급격히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교적인 가부장 제도가 바뀌고 호주제도의 변경 등 하루가 다르게 가족관계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현실은 권위 있는 아버지나 엄하게 가르치시는 선생님보다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부모와 교사를 원하는 세상이 되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부모가 자식의 눈치를 보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세대인 것만큼은 사실인 것이다.

나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의 슬하에서 너무 엄하게 자랐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을 때까지 발표력이 없었다. 모든 면에서 주눅이 들기 일쑤였고 나약하게 키워졌다. 모든 자녀는 어머니의 사랑으로부터 이해심과 사랑을 배우고 아버지로부터 용기와 도전정신을 배워 세상을 개척해야 하는데 나는 어머니의 사랑은 이세상의 누구보다 많이 받았으나 어머니가 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은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가르치는 세상에 대한 도전의식과 용기는 나 스스로 세상과의 분노와 슬픔으로 배워 나갔기 때문에 때론 너무 치우쳐 직설적인 면도 있으나 이제 불혹을 넘어 오십을 넘기고 육십을 바라보니 많이 다듬어진 편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아직은 평가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못난 자식 위해 새벽잠을 설치시며 기도하신 어머님의 가르침에는 크게 벗어난 삶은 아닌 것 같다.

이 시대의 우리 아버지는 아내에게 자식에게도 위로 받거나 큰소리도 말고 그저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며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 있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도 출세해서 집안을 빛내라- 그리고 효도해라 강요하고 싶지 않다. 다만 바른 가치관을 가진 열정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주었으면 더 바 랄 것 이 없다. 항상 어린 나를 앉혀놓고 하신 어머님의 말씀이다.

한 자식은 늘 나에게 걱정과 아쉬움만 남기고 한 자식은 열심과 열정이 남달라 한편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아버지로서 늘 죄책감이 가슴에 남아있다.
어린 아들의 피가 맺힌 종아리를 보시며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고 이 못난 부모 한데 태어나서 고생이냐며 우시던 당신의 마음이 지금 나의 마음인가 싶다. 때론 못난 아버지의 버리지 못한 꿈 때문에 지금도 힘들어 하는 아이들 에게는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슴이 젖는다.
하지만 변명도 숨김도 싫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의 살아온 삶이 그렇듯이 이 못난 아버지에게도 너희들이 결코 세상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는 꿈을 위해 살기 때문 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다만 나 자신이 아버지란 사실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 시절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 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날 그쪽으로 인도하지 않았다. 그 꿈은 예전에 사라졌고 늘 나는 새로운 곳에 도전해왔고 그렇게 살아왔다. 내의지로 나의 열정으로 살아온 인생이지만 남은 인생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이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라도 알아준다면 그 동안의 나의 삶이 조금은 덜 외롭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런 중늙은이가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사춘기도, 젊음에 대한 자유도 누리질 못했다. 그리고 젊음에 대한 내놓을 만한 추억도 없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원칙 이고 어떠한 것이 삶의 정도 인지 알 수 없지만 목표에 대한 열정과 의지와 타인에 대한 배려만 지키는 선 이라면 얼마든지 젊음을 마음껏 누리라고 하고 싶다.

나의 젊은 시절은 배가 고팠고,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살아온 지난 삶이 결코 후회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젊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이 이제 새삼 생각하니 천년만년 살 줄 알고 뛰어온 나의 삶이 인생은 유한하다는 것을 알았을 쯤 아이들 에게는 이상과 목표도 중요하지만 삶의 기쁨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실패도 해보며 세상에서 터지며 깨지도 보고 그리고 삶의 맛도 즐기라고 하고 싶다.

이제 나도 젊음은 가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나 때문에 아팠던 사람 그리고 힘들었던 사람들, 이 부족한 사람을 믿고 따라준 많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나의 삶의 목표를 인생의 즐거움과 인생의 맛을 위해 바꿀 수 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삶은 내 것이고, 아이들의 삶은 자신들의 인생이니 아비의 삶에 연관 시키지 않을 작정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고 때로는 인생의 삶 속에서 걷다가 돌아보니 아무도 없음에 아무도 선뜻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눈물지으며 지난 길을- 아이들에게도 제각기 자신이 개척하고 이룰 인생이 있는데 강요할 수 도 없다.

딴 것은 의지와 노력으로 되지만 자식농사는 나의 뜻대로 나의 의지대로 할 수도 그리고 해서도 안 된다고 결정짓고 나니 한편으로는 서운하지만 마음이 편해온다. -끝-

윤혜석 2013-04-27 22:03	귀중한 옛 이야기, 마음에 울림을 가져옵니다. 세대가 바뀌고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한들 자식위한 부모의 사랑, 그 진정은 한결같지요. 감사합니다.

염규식 2013-04-28 07:27	아침에 새소리에 잠깨어 님의 고운향기 오셨으니 오시는 그걸음-행복당첨권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구요-건안,건필하소서

안정순 2013-05-06 18:34	님의 글을 볼 때마다 지난 일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갑니다. 아버님을 일찍 여의시고 어머님께서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셨겠군요. 그래도 그 어머님의 바람처럼 꾿꾿하게 잘 자라 오신 막네 아들이 든든 하셨겠습니다. 그 어머님께 효도를 하려고 해도 벌써 이 세상에 계시질 않으시는군요.. 사는 것이 다 그런가 봅니다.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처럼 어머님께서도 그러시군요.. 그렇지만 하늘에 계시는어머님 또한 아들의 그 간절한 마음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아버지의 빈 자리가 얼마나 소중 한 지를 느끼셨기에 자녀 들에게도 그 사랑이 남 달랐을 것 같습니다. 그 끈끈한 사랑으로 자녀들과 행복한 삶 쭉 이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늘 행복하시구요 장문의 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염규식 2013-05-06 19:54	《Re》안정순 님 , 긴 장문의 수필을 끝가지 읽어주신 님의 귀한 사랑이 고맙군요- 세월이 변해두 우리의 삶 중에 변하면 안되는 것이 크게 2가지가 있죠 나를 있게 해주신 부모님의 사랑과-우리의 오늘이 있게해준 스승님의 사랑이 그렇죠 이제 조금있어면 어버이날과,스승의 날이 다가옵니다 카네이션을 들고 어머님을 뵈러갈 예정입니다 늘 행복한 삶,나누는 삶,베푸는 삶으로-승리하시길 기도합니다--

송준혁 2013-12-18 01:43	제가 아홉살 때 아버님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선배님과 같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럴때 마다 어머님이 아비없는 자식이라 흉본다하시며 내게 호통치시던 삐뚤어질때마다 호로자식이란 소리 듣지마란 말씀 아무것도 모르고 방황하며 객기 부리던 시절도 어머님 우시며 인도해주시던 젊은 날들이 떠오르네요 아픈 마음 함께하렵니다 선배님 행복하세요~ 건강하시고요...파이팅입니다^^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아픔속에 꿈을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