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규식
ㆍ작성일	2013-04-26 18:17

ㆍIP: 110.xxx.211

꿈속에 잃어버린세월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다. 나는 젊을 때 일찍 사업을 시작해서 나와 접촉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 보다 십 년 정도는 연배가 많았다. 그래서 유달리 새치머리가 많은 나는 구태여 흰머리를 염색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았고 나이도 늘 상 몇 살씩 올려 말했다. 내 나이 오십 이전엔 세월 가는 줄 몰랐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기에 남은 날이 더 많은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오십이 넘어서고 나니 참으로 인생은 유한한 것이구나. 하고 깨달을 땐, 벌써 훌쩍 오십이 넘어 환갑이 넘었눈데 아직도 꿈을 쫓고 있는 내 자신 볼 때 참으로 한심스럽지만 돌이킬 수없는 환경을 만든 내가 부끄러워진다. 인간들의 보이지 않는 욕심과 욕망, 그리고 아집 속에서 소리를 내고 부디 치는 현실 속에서도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참 빠르게 지나간다.

어릴 적 철없이 마냥 좋아 뛰놀던 그 고향은 아니라도 내겐 가장 그리운 소년시절의 장소가 있다. 그리움에 또 그 그리움의 환상을 잊지 못해 그곳을 찾게 되면 그 시절의 추억도 그립고 그 환경이 보고 싶어 많이 가고 싶었지만 결코 가지 않은 것은 그 동안의 세월과 우리의 시대의 흐름이 그 환경을 다 바꾸어 놓았다면 실망만 크질 까봐 가지 않았다. 우연히 어린 시절의 그 장소에 지날 기회가 있었다.

늘 그리움에 꿈꾸던 그곳엔 항상 내가 그리워하고 보고 싶었던 대나무 숲과 탱자나무 그리고 개울과 저녁이면 온 동네 어린이와 형과 누나와 뛰놀던 당산나무, 그리고 시냇물 흐르던 개울가 등의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주택과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 그 그립던 세월의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허무한 마음으로 속히 그곳을 빠져 나와서는 며칠 동안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세월이란 놈은 묘한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네 삶의 아픔을 때론 시간을 통해서 잊게도 해주지만 시간이란 동반자를 통해 희로애락을 늘 느끼는 순간 세월이란 놈은 멀리 한발자국을 내딛는다.

난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날 잘 아는 친구들은 날더러 진돗개라고 들 한다. 한번 하고자 한 것을 타의에 의해 중단 된 적은 있어도 한번 목표한 것을 꼭 이루어야 한다. 아직도 설악산이 어디에 있는지 속리산 제주도 등이 어딘지도 수많은 날을 서울 출장 다녀도 남산 구경 한번 못했다.

내 꿈이 무엇인지 이젠 지쳐온다. 무엇을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왔는지 한편으론 한심한 생각도 들지만 마음속으론 절대 부끄럽지 않다. 난 내 삶을 그만큼 최선을 다해 살아 왔다고 자부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 모든 지난 세월이 말 그대로 잃어버린 세월 인 셈이다.

1997년도 일이다. 회사가 경영난에 의해 어려워져 결국 부도가 나서 반년 정도 구치소에 수감된 적 이 있다. 내가 남에게 의도적으로 피해 입힌 것 도 아닌데 회사의 모든 자산과 미분양 아파트, 집, 등이 가압류가 붙었다. 채권자들이 조금만 기다려주면 충분히 정리하고 도 남을 자산인데도 경매에 들어와 나도 망하고 채권자도 한 푼도 못 챙기는 일도 있었다.

남들은 세상을 즐기면서 살아도 나처럼 살지 않더니만 난 왜 이런가 하고 그 노력의 시간과 세월이 너무 안타까워 생각하니 구치소에서 보름 동안 음식을 못 먹고 내 영혼과 육신은 야위어갔다.

그 후 담임 목사님의 면회와 기도와 격려로 수용시설 안에서 내가 가진 기술로 봉사활동을 하며, 마음을 변화시키자 내 영혼은 맑아졌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수용소 안에서의 작은 자유가 허락되고 매일의 점심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그 한 시간 동안의 넓은 운동장은 나의 찬송으로 콘서트장이 되었고 수용시설 안의 내 별명이 할렐루야로 불리면서 수많은 재소자들의 항소이유서와 탄원서를 대필하면서 참 인생은 묘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도둑놈은 수용소 밖에 더 많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못 배우고 가진 것 없고 알지 못해 들어온 불쌍한 죄인들도 많았다. 물론 흉악범 등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지금도 종종 생각해보지만 내 평생 제일 행복했던 시간은 어릴 적 엄마를 따라서 시장가는 것 제외 하곤 재소자 시절의 수용기간 동안이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왜냐하면 그 수용시간 동안은 지난세월의 나의 삶을 앞만 보며 달려온 세월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부족한 나 자신과 미래를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었고, 남을 위한 봉사의 기쁨을 깨달은 귀한 시간이었기 때문 이었다.

사라졌다. 내 꿈을 키우며 달려온 그 금 쪽 같은 세월 내 인생의 절반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처자식을 부양 못하는 졸지에 못난 남편 아빠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후 아내는 가정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미 서로를 위한 신뢰와 믿음이 깨져 아내도 가정도 다 잃어버리고 내 꿈을 위해 달려온 그 세월도 잃어버린 것이다. 아직도 그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미 나의 마음은 아직 청춘이지만 몸이 따르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인생이 영화의 필름이라면 다시 되돌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번 가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인생 인데 더 이상 지난 세월에 아파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도 내 삶의 끝은 아니니까 설사 그 잃어버린 세월보다 더 아픔이 올지라도 열정을 다해 뛰어 보고 싶다. 후회하는 삶은 싫다. 왜냐하면 누구를 위한 것이든 간에 이제 남은 것은 그 꿈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어릴 적에 이웃에서 내게 한문을 가르치시고 아껴주시던 담배 집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식아, 세상에서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때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있으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꼭 명심해야 된다.” 고 하신 말씀을 어릴 때는 몰랐지만 새삼 이 나이에 그 말씀의 뜻을 왜 모르겠느냐, 마는 내 삶의 운명이 어디에 이어졌는지 알 수 가 없다.

지금껏 살다 보니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도 그리고 때론 하기 싫어도 우리의 삶이 우리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 될 수 없다는 것도 덤으로 배워 지는 것이 우리 인생인데 할아버지께서도 이런 말도 해주고 싶었겠지만 아마 어린 내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안 해 주신 것 같다.

그렇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고 바꾸는 것은 자신에게 있다고 하지만 우리자신의 노력은 한계가 있어 우리 인간이 알지 못하는 우주의 삼라만상의 미묘한 신비를 우리 인간이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다만 우리는 주어진 틀 속에 최선을 다할 뿐이 아니겠는가, 그 지난날의 세월들의 수많은 개개인의 삶들이 어찌 다 잃어버린 세월일 수 있을까마는 살아온 저마다의 세월들이 꽃이 피고 열매 맺는 귀한 세월일수도 있으련만, 나 자신을 돌이켜 생각하면 열심히 살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잃어버린 세월이 많고 아쉬움이 많은 삶이라고 고백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늘 우리의 삶이 때로는 삶에 지치고 힘들어 사는 자체가 지옥같이 느껴지고 고달프고 이제 인생 다 살았다 하고 체념 아닌 체념도 하지만 모진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고통의 터널을 지나다 보면 또 살맛나는 순간도 있어 그렇게 잃어버린 세월도 잊어지며 사는가 보다. 모든 인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코 평탄치 않다. 성공한자 실패한자 마찬가지다.
물론 좋은 토양에서 특수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에 능력이다. 아무리 다 갖추었다 해도 능력과 보존성장을 시킬 열정이 없다면 한 순간에 사라지며, 가진 것 없어도 능력과 열정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한때는 나도 가진 자를 원망하며 같은 조건에서 삶의 현장에서 싸울 수 있다면, 하고 도 생각했지만, 가진 자는 가진 자대로 할 말이 있다. 자신이 노력했고 선조가 노력했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어른의 손가락이 어린이의 손과 달리 세월의 연륜처럼 마디가 굵어지고 그 마디의 관절이 없다면 힘을 쓸 수 없듯이 우리의 삶도 세월의 연륜의 마디처럼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 마디가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 손으로 힘든 일을 할 수 있을까. 때로는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아픔이 너무 크다 해도 그 아픔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해결의 방도는 근본적인 것이다. 참으로 나에겐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받은 교훈이다.

주역을 읽어 보면 흔히 점치는 책이라 다수의 사람들은 외면 하지만, 나는 독서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주역의 주제는 인간이 어려운 난관이 닥쳐 한계에 도달했어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하나의 통로는 있다고 한다. 단 당사자의 고난을 헤쳐 나갈 의지가 동반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사방 통로가 다 막혀도 다시 새로운 문이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명예와 권력, 부가 하늘에 닿아도 감사와 겸손을 모르고 선행을 외면 할 때는 한 순간에 없어진다는 것이 주역의 요체이다.

결국 우리의 삶의 초점은 우리 자신에게 있고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변치 않는 것도 없고 결국엔 잃어버린 세월도 한 순간 지난 꿈인 것을 힘들고 어려운 것을 극복하면 그것이 나의 지적 영양소가 되어 미래에 나에게 닥칠지 모르는 삶의 난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나의 마음을 바꾸니 훨씬 편해졌다.

저마다의 삶 중에서 잃어버린 세월은 자신에게 지독한 아픔과 후회를 주기도 하지만 그 아픔은 또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준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세월이 너무 아깝지만 그리고 만회하기에 우리의 삶이 참으로 짧아서 가슴을 치고 싶지만 좌절하고 낙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 즐겁건 괴롭건, 세월이란 놈은 참으로 더욱 매몰차게 쏜살같이 지나가고 이승을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아쉬움이 많은 사람들이 차츰 늙어 가면서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기도 한다. 허나 우리네 삶의 대부분은 앞에 닥친 민생고와 자녀들의 문제 등으로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 일 뿐이다.
우리의 인생의 삶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때, 그저 자연에서 아무 가진 것 없어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에서 끈질긴 생명력과 강한용기를 배우기도 한다.

물론 우리의 삶이 힘들 땐 산수나 계절의 눈부심도 모든 것이 원망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는 아직도 오늘이 있으니까- 나에게는 어제가 없다. 다만 참고사항일 뿐이다. 미래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사실상 허상과 같다. 잡을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우리에게 부딪치는 것은 결국 오늘이다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이다 내일은 누구도 모른다.” 부닥치고 부딪히며 사는 삶이 오늘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열심히 살아본다. -끝-

안정순 2013-05-05 14:32	`염규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어찌 좋은 일들만 있겠는지요? 그래도 어려운 고비를 지나면서도 꿈을 잃지않고 잘 지내 오셨군요. 인생은 60부터 라지요.. 지금 부터라도 그 꿈 그 소망 꼭 이루 시기를 기원합니다.. 시인님의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행복한 오월이 되시길 비오며... 글 감사합니다.

윤혜석 2013-04-27 22:15	`염규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라도, 나이가 어떻든지 꿈을 잃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송준혁 2013-12-18 00:58	`염규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잃은것이 많아도 얻어가시는게 있었으니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시겠지요 깨우침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선배님 오늘 귀한 말씀도 경청해서 들었습니다 베풀며 나누며 사는 삶 분명 행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염규식 2013-04-28 07:35	귀한 댓글-감사드려요-오늘두 승리하시구요- 늘 건안,건필하시기를~~

염규식 2013-05-06 00:20	《Re》안정순 님 , 부족한 장문의 글 다 읽어주시고 귀한 댓글 내려주시니 감사드려요 그동안의 노력 결과로 흩어진 직원들이 다 모이고 지금은 열심입니다-아픔의 결과가 저를 나누는 사람으로 변모 시켰다고 봅니다 늘 감사하는 맘이죠--고운밤 되십시요

민만규 2020-10-08 16:48	존경하는 염규식 작가님 인생은 드라마라고들 하지요 생생한 서사수필 절반을 감명깊게 배람했습니다 나머지는 담 기회에 배람하겠습니다. 시인님이 댓글에 주로 쓰시는 용어가 "승리"하라는 말씀 이제서야 어렴푸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격지 않은 인생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마는 작가님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힘든 시절 잘 극복하셨으니 앞날의 영광만 함께 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집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삶의 4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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