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최상근
ㆍ작성일	2009-02-10 18:01

ㆍIP: 203.xxx.153

은행나무의 구혼

은행나무의 구혼

안산 최상근

나는 한 아름도 넘는
사람식으로 말하면 늙은 은행나무입니다.
내 늙은 겉 껍질에도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삼신할머니의 은덕으로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생겼고,
이어서 하얀 알갱이도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무지하게 뜨거운 여름 날을
나는 죽을 힘을 다하여 버텨가며
하얀 알갱이가 잘 익도록 도왔습니다.
내 밑둥이에는 물기조차 찾기 힘들었지만
오래된 경력을 밑천으로 해서 나는 물기를 쫙쫙 빨아들여
그 긴 여름날을 버티며 알갱이를 도왔던 것입니다.
이게 웬일일까요?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파란 잎들은 노래지더니 이내 내 줄기를 떠나
땅으로 땅으로 가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야속하게도
내가 그렇게 고생하며 공들여 만든
알갱이들을 하나둘 가져갔습니다.
남자 인간들은 싱글벙글하며 따갔습니다.
찬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는
늦가을이 되면서
나는 잎사귀도 없고 알갱이도 없는
까칠까칠한 껍질에 늙은 은행나무가 도로 되었습니다.
또다시 외롭고 슬픈 은행나무로 한참을 살아야 합니다.
인간님들이여,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서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 옆에다 갖다주면 안될까요?

http://cafe.daum.net/chldkst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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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옥 2009-02-11 11:47	`최상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최상근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문득 얼마전 천년묵은 은행나무에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이제는 너무 늙어 까칠해지고 은행알도 너무 작고 은행잎이 윤기도 없어서 마음이 조금 슬펐는데 제마음을 여기다 적어 놓으셨군요.. 시인님의 평안을 기원합니다.행복하세요^^

강승희 2009-02-11 08:19	`최상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최상근 시우님 늙은 은행나무는 홀로 사는 할아버지 외로운 할아버지는 말벗인 할머니를 그리워 하고 있군요 하얀 알갱이만 털어가지 말고 마주 보며 오손 도손 정담 나눌수 있는 할머니 은행나무 한 그루 심어야 겠군요 건필 하십시요

박경순 2009-02-11 16:59	`최상근`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의 따뜻한 마음이 한 그루 은행나무의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군요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암 수가 마주 보아야 열매가 열린다고 합니다 자연도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하는데,, 사람인들 어찌 혼자 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서로 안부도 묻고 서로의 마음을 기웃거리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가 봅니다^^ 어서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짝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싶어요,,, 혹시 베트남으로 원정 ?

최상근 2009-02-11 15:39	강승희 시인님, 정병옥 시인님께 제 생각을 들킨 것처럼 지적해주셨습니다. 점점 그런 생각이 나서, 써 보았습니다. 누구는 옆에 있어도 그립다고 했는데, 저는 옆에 있어도 외로운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길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정남 2009-02-12 11:56	힘써 한그루의 은행나무가 심어져 노오랗게 색을 피워낸 세월들.. 그속에서 느끼는 은행나무만이 느끼는 비애를 글로 노래 하셨네요 그래도 은행나무는 빈손이 되기까지 사람에게 소중한 자신의 잎이며 열매를 모두 내어 주기에 부요한 나눔의 나무라고 칭해도 될만 하네요..ㅋ 사람이든 만물이든 자신의 모든것 내어주는 이는 없거든요..^^ 잠시들러 주는사람의 좋은 이미지 교훈받고 돌아갑니다 늘 건필을 빕니다..시인님.

최상근 2009-02-12 15:08	《Re》박경순 님 , 마주보아야 된다/나란히 있으면 된다/옆에 있어도 외롭다는데, 없으면 저릴거에요... 월남 은행알 ? 감사합니다.

최상근 2009-02-12 15:09	《Re》김정남 님 , 김정남 시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갑자기 제가 무척이나 좋은 글 쓴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고맙습니다.

임정수 2009-02-12 16:17	안녕하세요. 최상근 시인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히 잘 지내시죠? 늘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자주 인사를 올리지도 못하고 항상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 잠시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제 자신이 때로는 한심스럽지만 나름대로 뜻하는 목표가 있기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나가야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처럼 시인님의 흔적을 따라 들어와 고운 글밭에서 머물다갑니다. 늘 건안/건필하시고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

주환 2009-02-13 08:52	외롭다는 건 어쩌면 열정이 꿈틀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외로워는 하되 쓸쓸하지는 마세요^^*

최길준 2009-02-13 11:13	은행나무의 구혼..... 나는 잎사귀도 없고 알갱이도 없는 까칠까칠한 껍질에 늙은 은행나무가 도로 되었습니다. 또다시 외롭고 슬픈 은행나무로 한참을 살아야 합니다..... 은행나무의 슬픔을 봅니다 비오는 아침 커피한잔이 주는 행복감에 젖어 비오는 바깥풍경에 젖어 봅니다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최상근 2009-02-13 13:15	《Re》최길준 님 , 세월이 흐를수록 외로움에 대한 학습을 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상근 2009-02-13 13:15	《Re》주환 님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기운 왕성하시기를 빕니다.

최상근 2009-02-13 13:16	《Re》임정수 님 , 잘 지내고 계시니 저는 좋습니다.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임시인님의 힘을 멀리서 느껴봅니다.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정태중 2009-02-13 21:26	안녕하세요 최상근 시인님 자주 안부 인사 내려놓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의 허물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기전에 인사 드려야지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박걸주 2009-02-16 15:29	이왕이면 젊음 은행나무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더 이상 외롭지 않을 따뜻한 봄바람 다시 불어옵니다. 즐거운 나날 되십시오.

김영진 2009-02-20 08:53	안녕하세요. 최상근 시인님! 잘 계시죠?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나 묘한 계절풍인 것 같습니다. 봄처럼 설레이고 가을처럼 그리워지는 예나 지금이나 가슴속의 아픔들은 글속에서 살아 전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도 그리움에 진물 나고 갑니다. ㅎㅎㅎ 건안하시고 행복하세요.

정수남 2009-02-21 16:35	은행나무 몇 그루 거느리고 삽니다 박사님 적절 하신 묘사에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제 마음을 들킨것 같아서요 ^*^

박종순 2009-02-26 12:12	ㅎㅎㅎ에구..선생님, 이제..은행나무를 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겠네요..선생님의 글이 떠올라서요..ㅋ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시인님, 늘,건안하소서...^^

김미애 2009-03-08 23:46	최상근 시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오늘 해남에서 은행 얻어가지고 왔는데요 ㅎㅎ 은행나무의 애환이 담긴 구혼을 보게되었네요 그 마음 헤아려보며 인사드리고 갑니다^^

최상근 2009-03-11 17:05	《Re》김미애 님 , 그러면 묵은 은행이 되나요? 요즘 나이든 사람들의 사랑이야기가 심심찮게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랑은 에너지의 근원이 아닐까 하여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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