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3-12-09 17:26

ㆍIP: 210.xxx.166

환상을 초월한 여행

글 / 염경희

이날이 오기만을 꿈꾸며 거침없이 달려왔습니다. 신혼 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여행입니다. 동네 유원지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며 살았지요. 하물며 직장 동료 상갓집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와도 꼬투리가 잡히고, 직장에서 1박 2일로 관광을 다녀오는 날이면 이유도 모르고 트집이 잡혀 불화가 잦았습니다. 그때마다 식구들은 불안해했고 두 딸은 은근히 엄마가 어디를 안 갔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속마음은 아닐 것인데 즐겁게 다녀온 것이 아니라 날마다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였을 겁니다. 직장에서 회식 자리가 있어도 비밀리에 먼저 퇴근해 집 식구 밥상 챙겨두고 회식 자리에 참석하는 날이 다반사였으니까요. 일하며 살림하며, 죄지은 일 없이 허구한 날 가슴 졸이며 살아오다 보니 한때는 삶을 접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녔습니다. 그런 날을 잘 이기고 견뎌오니 정녕 원하던 환상의 여행을 할 날이 와서 처음으로 유럽 하늘을 날아보고, 땅을 밟아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고 적금여행비를 납입하여 지난 추석 때 9박 11일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환갑이란 나이가 옛날 같으면 노인층에 들었는데 지금은 새파란 청춘이라고 합니다. 어디 가서 환갑이라고 감히 명함도 못 내밀지만, 자신만의 삶의 가치가 다르니까 자신의 계획에 맞게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환갑과 정년퇴직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했던 것입니다. 나이가 두 살 줄어져 호적에 올라 2년의 직장생활을 더 하게 되어 저에게는 아주 잘된 일입니다. 일에 지쳐 지겹다가도 아버지가 매우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크루즈여행 다녀온 사람들 경험담을 듣고 몇 날 며칠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준비했습니다. 선상에서 입을 드레스 여러 벌, 옷에 맞는 신발도 챙기고, 항구에 내려 여행할 때 입고 다닐 옷과 신도 따로 챙겨 넣다 보니 캐리어가 가득 찼습니다. 여행하고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며 작은 사위가 셀카봉을 사주어 공항 가는 날부터 추억을 담을 수 있어서 아주 고마웠습니다.

비행기에 올라 장장 6시간 타고 아부다비공항에 도착해 3시간을 머물다가 로마공항 도착한 것이 아침 7시였습니다. 하룻밤을 하늘에서 보내며 여러 가지 멋진 풍경도 보고 그간의 삶을 회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아부다비공항의 밤 풍경을 굳이 말한다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마행에 오르기 전 장시간의 비행에 지친 사람들은 빈 의자를 하나 둘 채웠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타인들이 뒤섞여 삼삼오오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비좁은 공항 대기실에는 바닥까지 누워 자리가 없었습니다. 말로만 선진국 유럽이지 공항 시설도 많이 뒤졌고 차림새도 노숙자들 못지않았습니다. 외국물을 먹어봐야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숙자들만이 떳떳하게 누릴 수 있는 특혜를 유럽인들은 떳떳하게 남 의식 안 하고 남녀노소 혼합이 되어 공항 바닥에서 자는 모습이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여유가 있는 것일까? 걸음걸이 역시 느림보처럼 걷고 공간만 있으면 누워 자는 것이 일상인 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남의 의식 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빨리, 빨리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에 타서도 뛰어 오르내립니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이제부터는 조금 여유롭게 움직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 가지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얀 셔츠에 검은 상·하의를 입고 휠체어를 미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돈벌이 수단인 줄 알고 궁금증에 못 이겨 우리 측 인솔자에게 물어보니 통역을 해주었습니다. 직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였습니다. 나이 드신 여행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등이 필요하면 휠체어에 의지하여 짐을 싣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이런 정책은 잘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화장실이나 물 문화는 아주 미흡해서 불편했습니다. 지난날 휴지통에 화장지와 위생 품을 버리는 수준이라 매우 지저분하고 불쾌했습니다. 화장실 문화와 위생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고란 자부심이 들어 은근히 어깨에 힘을 줬습니다. 기내를 벗어나는 순간 후덥지근한 기운이 온몸에 전달돼 매우 힘들었고, 검열 과정도 허술하고 미흡한데 에어컨 작동도 안 되어 인천공항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그렇다고 벼르고 벼르다가 다녀온 여행이 다 불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타고 간 배가 토스카나 호인데 선상 층수는 20층에 선실 수가 2.663개 최대 승객 수는 5.322명이 승선할 수 있는 아주 큰 배입니다. 여러 가지 시설이 갖추어 있어서 밤새도록 즐기며 지낼 수 있는 멋진 배입니다. 유럽 3개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관광하면서 각 나라를 비교하자면 이탈리아가 최고로 기항지나 건물들이 낡았던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하다던 나폴리 항구는 주위에 있는 낡은 건물 탓에 아주 뒤처져 보였습니다. 프랑스는 건물들이 그나마 깨끗했고. 스페인은 명품 거리가 인상에 깊었습니다. 언제 또 가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이번 여행은 살면서 자신에게 처음으로 큰돈을 투자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일에 묻혀 살다가 나가보니 문화와 여행에 관한 정보도 잘 몰랐지만, 난생처음 여행다운 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이 적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억지로 늙어가는 삶이 아닌 세월을 즐기며 계절 따라 익어가는 황금 같은 인생길이 되기를 바라며, 언제나 소녀 시인으로, 작가로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면서 성장해 보리라 마음먹는 시간입니다. 저와 인연 된 모든 분이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젊어서 속박당하면서 못한 자유로운 삶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즐기는 법을 터득하고 좋은 여행지 찾아다니며 지난날이 아주 아팠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나온 과정의 한 페이지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잘못한 것 없이 집안의 평화를 위해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던 지난날의 모습이 두 딸에게 아주 미안해서 앞으로의 모습은 당당한 엄마로 살 것을 약속합니다. 두 딸이 엄마처럼 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에 응원의 손뼉을 쳐줍니다.

장계숙

2023-12-09 21:10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멋진 여행을 하셨습니다.
유럽여행은 볼거리가 가득 하지요.
동남아 여행과는 또 다른 느긋함....
스토리가 있는 곳 마다 공부도 되고
돌아와 생각하면 의미있는 추억입니다.
크루즈 여행이라 더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네요.
저도 한때 여행을 즐겼는데...
지금은 시간 내기가 힘이 드네요.
치열한 삶의 댓가로...이제는 자신을 위한 즐거움도
누리며 살아야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세계는 넓고 갈곳은 많고~ㅎㅎ
여행중에도 멋진 감성 놓치지 않고
따님들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글을 쓰셨네요.
그러니 천상 시인이십니다.
감상하는 동안 즐거운 여행길 함께 하며
저도 뿌듯한 기분이 드네요.
어딜 가봐도 우리나라가 최고예요!!!!


염경희	안녕하세요 주말을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오늘 모처럼 스크린 골프 쳤습니다 너무 오래 연습을 하지 않아 작은 놈이 제 맘대로 가더니 몇 홀 지나니 재대로 돌아 오더라구요 재밋게 놀고 들어와 할 일 했습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리고 좋은 여행지 정보 감사합니다 시간내서 다녀 볼게요	12/10 19:33

이환규

2023-12-09 21:52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디며
가정을 꾸리시고
두딸들을 출가시키녔군요
그리고 크루즈 여행까지~~
작가님의 삶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저도 두 아들를 장가 보내고
손자를 얻어 삶의 재미가 배가
되었답니다

여행도 맘껏 다니고요

작가님도 이제 휠훨 날아다니세요


염경희	손주들은 참 이쁩니다 아이들은 이쁜 생각 못하고 키웠는데 손주는 너무 이버요 저도 손주가 넷입니다 크리스마스때 온답니다 주머니 열어야겟어요 즐거운 저녁 되세요	12/10 19:35

황영칠

2023-12-10 04:48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지난 추석에 크루즈 여행을다녀오신것으로 짐작은 했는데
어찌 여행기가 나오지 않는가 하고 궁금해 하던 차에
그래도 해는 넘기지 않으셨네요
황홀한 여행 잘 다녀 오신 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중 하신 문장력 이어서 더 실감이 납니다.
작가님은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시면서도 의지가 강하셔서
하나 하나 큰 일을 해내시는 용기와 추진력이 부럽습니다.
저는 우물쭈물하다가 뜻도 이루지 못하고 세월만 다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용기도 안 납니다.
좋은 작품 감상하면서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
작가님의 인생에 박수를 보냅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늘 공감해 주시고 이런 저런 얘기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방이 많이 외롭지요 그래도 찐 독자님들 덕에 불을 켭니다 또 오시라고 불켰습니다	12/10 19:36

박기숙

2023-12-10 09:41

존경하고 친애하는 염경희 시인 작가님!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좀 춥네요
험난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이기고, 이제 별이된 소녀
처럼 희망찬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고 기쁘게 문학가로서의
길을가시니 인생최대의 보람찬 길을 가시고 있는게 이닐까요?

곱게도 집필하신 ^환상을 초월한 여행^ 잘 감상 하였습니다

저도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젊으실때 다녀야지,
나이가 많으면 여행 다니는것도 힘이 듭니다.

시인 작가님의 추억의 여행 기록, 다시한번 지난날의 여행을
소환해보며, 시인 작가님의 행복과 사랑이 가득찬 아름답고도
희망찬 삶의 질이 더욱더 강건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힘드시게 집필하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주일날 거룩하고 경건한, 은혜가 풍성한
주님의 날 보내세요 .

대전 행사날 반갑게 찾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염경희	고맙습니다 ㅇ왕언니 선배님~~~ 멋지신 시인님께 많은 배움합니다 행사 때 아주 반갑게 뵐게요 언제나 함께 공감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12/10 19:37

민만규

2023-12-12 06:18

크루즈 여행 기행문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발표하시는 군요
멋진 여행이 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잘 다녀오셨습니다
이제는
하고픈 거
먹고픈 거
가고픈 거
갖고픈 거
내키는 대로 다 하시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붉게 물들이십시오
고생 끝
행복시작입니다
덕분에 유럽 여행 잘 했습니다
멋진 글 잘 감상했습니다
오늘도
행복을 나래를 펼치시고
멋진 시간으로 꽃피우시길 응원합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바바서 이제 썼습니다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스토리로 초대장 보낼지 생각 중입니다 그때도 꼭 놀러 오세요	12/12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