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3-12-10 19:29

ㆍIP: 210.xxx.166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글 / 염경희

벌써 시간이 꽤 흘러 강산이 한 바퀴하고도 반 바퀴를 더 돌고 있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배움에 목말라, 하나 둘 꿈을 안고 모여든 교정이 매우 그립습니다. 공부를 못 한 것이 내 탓이 아닌데 남들 앞에서 주눅 들어 의기소침했던 때가 늘 생활처럼 함께 따라다녔습니다. 상급학교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소주 몇 병 먹은 사람처럼 화끈거렸습니다. 고등학교 교정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50을 넘은 중년들, 그중에 몇몇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정규 학교에 다니다가 문제가 있어서 옮겨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행동도 올바르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도 책상에 엎드려 잠자는 것이 출석 일에 1/2이 넘었습니다. 자식 같은 애들하고 같이 공부하면서 그 애들 태도에 화가 많이 났지만, 어떤 일로 퇴학을 당했는지 모를 일이라 내심 무섭게 느껴져 크게 나무라지 못하고 속으로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젊은 층들이 험악하지는 않았는데도 함부로 야단칠 수 없었습니다.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배우겠다는 의지는 고령일수록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았습니다. 눈은 더 초롱초롱 빛이 났고, 수업도 빠지는 일이 없었습니다. 직장 다니랴 공부하랴 또 집안의 가장 노릇하랴 모두 힘들었지만, 우리들은 함께 3년 동안 한배에 타서 꿈을 키웠습니다. 가슴에는 언제나 누구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큰 바윗덩어리 숨겨두고 희뿌연 안갯길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해 학업에 전념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만 출석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자율 학습을 하며 과제로 대신했지만, 그 열정만큼은 우등생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급식을 주요 업무로 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눔을 생활처럼 자연스럽게 하면서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그때도 어른들이지만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외부 식당을 이용하기란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도시락을 싸서 등교했는데 제 도시락은 언제나 큰 가방 가득 두 개였습니다. 10~15인분 정도는 꼭 가지고 다녀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한테도 소문이 번져 가끔 기분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칭찬이라기보다는 나누는 모습이 좋아 보였나 봅니다. 학우들 간에는 “ 염경희” 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같은 반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는 소리를 나중에 들었지만 과히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소풍 갈 때 가을 운동회 할 때 등등 크고 작은 행사가 있으면 당연한 듯이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이 그립고 학우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많이 늙고 먼 길을 떠난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면서 꿈은 더 크게 꾸게 되었고, 거기서 멈추기에는 뭔가 모르게 개운치 않아 고민에 빠지게 했습니다. 화장실 갔다가 뒤처리 하지 않은 듯한 찝찝함이 억압했습니다. 바로 대학 진학 문제였습니다. 한참 자녀들 학비 들어가는 때인데 본인의 등록금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슴에서 불타는 학구열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각 대학에서 입시 설명회를 오고 선배들의 경험담과 설득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기로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두 아이 등록금을 공무원 연금 학자금 대출받아 보내고 나니 제 등록금을 또 받기가 부담스러웠지만, 큰 결심 했습니다. “내가 버는데 나도 대출받아 가면 되지. 그리고 졸업 후에는 아이들 학자금대출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니 내 대출 건 정리하면 된다는 계산이 생겨 당당하게 입학했습니다. 같이 공부한 학우들도 설득했습니다. 지금 못 가면 대학 문턱 못 밟아본다고, 같이 끝까지 가보자고 했더니 용기를 낸 학우들이 17명이나 되었습니다. 함께 같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면서 큰 바윗덩어리 시원하게 빼 던졌습니다.

그 후에는 선배들이 우리들한테 도움을 준 것처럼 저 역시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고 이끌어 지금도 같은 취미로 대한 문인협회 시인으로 멋지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말은 안겠습니다. 더불어 자신만의 색깔로 가을 단풍 드는 것처럼 물들어가는 서로에게 응원의 손뼉을 쳐주며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아 참 좋습니다. 3년 동안 반장을 맡아 했고, 4년 동안 과 대표를 맡아 봉사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제가 나눔을 한 것보다 몇 배는 더 돌아온 것 같습니다. 선생님, 교수님께 인정받고, 대선배님들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윗사람에게 인정받고 학우들과 불평불만 없이 잘 지냈으면 최고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극성을 안 부렸으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조들처럼 독립운동가가 아니고 애국자도 아니지만, 함께 뜻을 같이하고 같은 길을 걸어 온 학우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배움에는 은퇴가 없다. 세 살 어린애한테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는 말“ 다시 실감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 줌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습니다. 굳이 학원에 등록을 안 해도 부지런하면 다 할 수 있어 참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이것도 혼자서는 못 할 일이었는데 친구와 단둘이 하다가 연결고리가 이어져 새로운 공부에 도전했습니다. 하나하나 배우다 보면 누군가에게 나눔이란 걸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요즘 새로운 나눔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밥하는 일이다 보니까 남은 밥을 이용해서 추운 겨울에 꼭 맞는 기부를 합니다. 아무리 양을 맞추어서 한다고 해도 조금씩 남아 그대로 잔반으로 처리하는 일이 늘 죄스러웠습니다. 굶는 사람도 많고 찾아보면 어려운 사람도 많을 거란 생각에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스 불이 놀고 있으면 짬짬이 프라이팬에 찬밥을 눌려 누룽지를 만들어 집 떠나와 숙소에 살고 있는 남자 직원들부터 나누어 주고 조금씩 모아 친정엄마한테도 보내 드리고 했는데 프라이팬에 굽는 것이 자칫하면 태우는 때가 많아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뭐 좋은 방법 없을까? 궁리 중에 거금 4,000만 원 넘게 주고 들여놓은 오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븐에 온도 조절해 실험 삼이 해봤더니 정말 과자처럼 잘 구워졌습니다.

요즘에는 남는 밥 하나 안 버리고 누룽지 구워 주위에 혼자 계신 어르신들도 드리고 또 지인들께도 나누어 드립니다. 추울 때 먹을 양만큼 그릇에 담아 커피포트에 물 끓여서 부어 놓으면 씻는 동안에 아주 구수한 누룽지탕이 됩니다. 드시는 방법도 함께 공유해 드리면 ”엄지척“ 해주시며 정말 고맙다고 하면 그 또한 나눔에서 얻는 기쁨입니다. 소소하게 작은 것도 나누면 그만큼 기쁘고, 보람되니 건강에도 생활에도 활력소가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지만 줄 수 있다는 것은 덕을 쌓는 것이라고 스님께서 일러주셨습니다. 덕을 쌓으면 내가 복을 안 받아도 대대로 복을 받는다고 나눔의 원리를 가르쳐 주셨기에 작지만, 저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나눔은 계속할 겁니다.

이맘때가 되면 방송에서는 연말을 맞이하여 성금 모금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띄웁니다. 골목 모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야채를 팔아 큰돈을 익명으로 내 놓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또 박봉에도 조금씩 모아 독거노인 댁에 해마다 연탄을 보내고 있는 그런 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하지만, 분명한 건 잘 먹고 잘살다가 남아서 나눔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쪼개고 아끼며 절약해 나눔으로 세상에 봄 햇살처럼 훈훈하고 따뜻한 빛을 주는 아주 훌륭한 사람들, 늘 존경되는 분들입니다.

나눔은 크든지 작든지 따뜻한 마음에서 실천되는 것, 물질이 아니더라도 재능기부로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을 열면 작은 것에서 큰 행복과 기쁨을 나누게 되는 셈이니까 서로에게 행복한 삶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나누면 우선 자신이 먼저 행복을 느끼고 삶이 즐겁게 다가옵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인 것을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이환규

2023-12-11 11:56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만학도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니
그 무게가 상당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시작은 고난이었으나
그 열매는 얼마나 달콤한가요
과정을 거쳐보지 못한 사람은
큰 희열을 느껴보지 못할것입니다
발판이 마련되면
딛고 올라갈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요
우리 사회는 아직
그 발판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소위 말 하는 장. 증 이 없으면
인정을 해주지 않으니까요
열정과 열망으로 이루어낸 결실을
소중하게 펴시기 바랍니다


염경희	그 시절 열심히 쪼개쓴 시간들이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지난 날을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증. 장이 중요합니다 자격증이 대변을 해줍니다 경력을요 저도 이런저런 자격증 미리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필요한 날이 오겠지요 다녀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12/11 16:25

민만규

2023-12-11 14:09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나눔이라는 봄햇살 처럼 따뜻한 말이
세상에 또 어디있을까요
나눔과 베풂
그것이 진정한 나의 행복인 것을요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신 누룽지
사랑이라는 베풂이 들어 있어서 인지
참으로 맛있더라구요
오랜만에 초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수필
가슴으로 잘 감상했습니다
겨울비가 하염없이 소리내어 웁니다
아픔이 있어서 일까요
그래도 소리내어 펑펑 울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울고 싶어도 가슴으로 울어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작가님
연말 행사장에서 반가이 뵙겠습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 열어가시길요
늘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염경희	베풀 수 있으면 좋지요 나 잘나 혼자 사는 세상인 것 같지만 어우러져 살기에 살아지는 겁니다 늘 함께 공감주시고 응원 해 주시고 한해도 덕분에 무탈하게 지나갑니다 시인님 연말 연시 잘 보내세요	12/11 16:28

황영칠

2023-12-12 09:25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삶을 살아오면서 누군가는
무덤덤 하고 당연한 것처럼 지나가는 학창 시절 이지만
작가님에게는 너무나 목 마르게 갈망하는
학구열에 불타는 젊은 날의 추억이었군요.

어렵긴 해도 저는 작가 님에 비하면
호사스런 학창 시절이었군요.

작가님의 배움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열매를 맺어
별을 따시게 되었군요.
큰 배움을 얻고 갑니다


염경희	고맙습니다 지금은 너무 잘했다는 생각에 제가 저를 많이 칭찬하며 지금도 기회가 오면 뭐든지 배웁니다 이제 풍선으로 만드는 작품 공부해 보려구요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또 초대 드릴께요 ㅎ ㅎ	12/12 16:56

장계숙

2023-12-12 12:21

그간 힘든 여정을 멋지게 펼치셨습니다.
꿋꿋한 의지로 살아낸 이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희망은 늘 살아있는 꿈이지요.
운명도 성실한 사람에겐 기회를 주고
끝내 싹을 틔웁니다.
자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로
든든한 멘토가 되어줄것 같습니다.
형편과 상황이 먼 길 돌아가게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게 하네요.
모두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는건 아니지요.
의지와 용기와 갈망을 가진 성실한 자만이
획득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도 더 큰 꿈과 소망으로
멋진 도약 하시길 응원합니다. 퐛팅!~


염경희	늘 함께 공감 주시는 시인님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늦은 공부가 부그러웠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배움에는 은퇴가 없다는 말 실감합니다 좋은 저녁에 행복한 시간 되세요	12/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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