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3-12-31 10:45

ㆍIP: 211.xxx.185

동네 목욕탕에서 생긴 일

글 / 염경희

한 달 전부터 동네 목욕탕 세신 하는 언니한테 예약을 잡아 두었다. 요즘 친정엄마께 전화 드리면 딸 집에 오고 싶은 마음을 자주 드러내셨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전해 오는 그 무언가가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연말에 연차 계획을 세워 놓고 엄마께도 언제 모시러 갈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애들처럼 좋아하셨다. 언젠가 많이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친정집 바로 아랫집 아주머니가 말씀하시길 “경희네 집에 가서 해 주는 밥 먹고 있으면 아주 편한데” 그런 말씀을 하셨단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다. 그런 내색을 하실 엄마가 아닌데 오죽 힘들면 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 아줌마! 아직 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집에 혼자 계시게 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여기는 경로당도 마음대로 다니고 말벗도 많고 한데” 그냥 속상해서 하신 말씀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 어디 그런가?
마음이 아파서 며칠 만이라도 모셔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장에 연가 내고 모셔 왔다.

몇 년 전에 모셔 와 좋아하시는 것 해드리며 이런저런 옛날이야기 털어놓으시며 좋아하시던 때가 생각났다. 많이 드시는 편이 아니고 밥도 애들만큼 드셔서 조금씩 하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다. 매일 많은 양의 음식을 하다가 아주 조금씩 하려니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장난스럽지만, 며칠 동안 요것 저것 골고루 해 드리며 효녀 흉내 좀 내 보아야겠다.

어제는 목욕탕에 모시고 갔다.
집 가까운 곳에도 있지만, 다니던 곳에 가야 세신 해 주는 언니가 신경 써서 해주니까 멀리 장호원에 있는 목욕탕에 갔는데 손님들이 무척 많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생각하니 힘들어하실 엄마가 신경이 쓰였다.
세신 하는 언니에게 예약했었는데 살짝 물어보니 까맣게 잊어 버렸다며 미안해했다.
“어쩔 수 없지 뭐”하고는 탕에 들어가 엄마 머리 감기고 샤워시켜 따뜻한 탕에 들여보내려니 뜨거운 곳에는 질색하셨다. 물도 미지근해야 했다. “큰일이었다. 탕에도 못 들어가면 추울 텐데, 어쩌지? 순서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해서 난감해하고 있는데 수중안마 하는 곳이 물 온도가 체온과 비슷하다며 거기에 들어가게 하라고 내 또래가 걱정스럽게 권했다.” 엄마 저기는 안 뜨거워 저기 들어가면 돼. 같이 들어가요“했더니 거기서는 앉아 계셨다. 다행이었다. 나는 따끈한 곳이 좋아 혹시 넘어질까 살피면서 온탕에 들어앉아 있었는데, 울 엄마 모습이 많이 신경 쓰였나 보다. 세신 해 주는 언니가 살짝 오더니 다음 분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나이 드신 분 저렇게 오래 있으면 위험하니까 먼저 해 준다고 했다. 순서 바꿔 먼저 해 줄 테니까 준비하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본인이 기억 못해 예약이 안 된 것이니까 엄마 먼저 씻겨 내보내라고 했다.

세신 하는 언니도 고마웠지만, 선뜻 양보 해준 분이 정말 고마워서 찾아 인사드렸다. 오늘은 시간이 급한 것이 없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그분도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이 나 그랬다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옛날에는 목욕탕에서도 정이 오갔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각자 목욕하다가 등을 밀 수 없으면 “등 같이 미실래요?” 하면서 서로 밀어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사람이 세신 하는 언니에게 맡긴다. 그만큼 목욕탕 인심도 세월 따라 각박해졌다는 증거다. 이런 때에 양보해 주신 분이 너무 감사했다.

어제는 목욕탕에 나처럼 친정엄마 모시고 온 딸들이 많았다.
주춤주춤 덜 손잡고 들어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마음은 온탕의 온도보다 높아졌다. 엄마를 세신 하는 언니에게 맡겨 놓고 탕에 앉아 있는데 풍채가 좋으신 어머님이 갑자기 딸을 바라보더니 나가신다. 분명, 혼자 목욕하는 딸내미 등 밀어주려고 나가시는 것 같아 “어머니 왜요? 달 등 밀어주시게요, 제가 밀어줄 테니까 그냥 계세요.” 했더니 당신이 밀어주신다며 밀어주시는 데 힘 있게 잘 밀어주는 걸 보고 다들 놀랐다. 딸 등 밀어주는 모습에서 엄마의 사랑이 잔뜩 느껴졌다.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부모 눈에는 어린 게 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주 고마웠다.

탕에 다시 들어오신 어머님께 연세를 여쭈었다.
“많아요, 구십이에요. 어머나! 정정하세요. 우리 엄마는 구십 사세이세요. 어머님은 풍채가 좋으신데 우리 엄마는 바짝 말랐어요.” 했더니 살찌면 다리가 몸이 아프다며 살찌면 된다고 하셨다.

목욕탕의 풍경을 보고 느낀 점이다.
어르신들 모시고 목욕 오는 걸 보면 거의 딸들이 모시고 온다. 며느리와 오는 경우는 드물고 들어서는 모습부터 다르다. 며느리도 자식이고 부모인데 불편한 관계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부모 역시 며느리와 목욕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아무리 잘해줘도 시어머니는 시어머니, 친정엄마는 친정엄마다.” “설탕이 제아무리 달아도 설탕일 뿐이고, 소금에서 단맛이 난다 해도 설탕이 될 수 없듯이 현실이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목욕탕에서 느낀 훈훈함은 목욕탕 안에 적혀 있는 수중 안마 온도 36.6℃, 온탕 온도 46.6℃, 찜질방 67.6℃보다 더 높은 사랑의 온도 100℃ 가 넘었다.
개운하게 목욕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모처럼 하얀 눈이 펑펑 내려 솜이불 덮어주듯 했고, 한 해의 허물을 덮어 새롭게 하얀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라는 뜻으로 보였다.

이제 얼마나 함께 할 시간이 있을까?
짧은 시간이지만 엄마와 함께 단둘이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저녁밥은 곤드레나물밥 짓고, 조기구이와 삼겹살, 우렁이 넣고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여 싹싹 비벼서 엄마와 함께한 밥상에 웃음꽃이 피었다. 손수 지은 막걸리 한 잔 부딪히며 지나 온 이야기 털어 놓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젊어서 막걸리 마신 이야기 털어 놓으시는 엄마 얼굴에는 자식 키우시느라 버렸던 어여쁜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환했다.
훈훈한 인심이 살아 있는 목욕탕에 다녀오면서 그래도 아직은 살맛이 나는 세상이라는 걸 느꼈고 어디서든지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가는 밤
저 눈만큼 엄마의 마음에도 편안함이 가득 쌓여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고, 사시는 날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계셔주기를 기도하는 밤이다.

황영칠

2023-12-31 17:12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목욕탕 따뜻한 온도 보다 더 따뜻한 모녀 간의 훈훈한 정을
느낍니다. 역시 엄마를 끝까지 보살피는 것은
며느리 보다가는 딸인가 봅니다.

며느리도 자식 이라고 는 하지만 뱃속에서
ㅋ운 자식 만큼이나 할까요?

작가님의 효심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3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눈앞에 선 합니다
작가님을 통하여 어머님 생각을 해 봅니다.


염경희	아닙니다 저도 엄마를 모시고 있을처지가 못됩니다 오고 싶어하셔서 며칠 모셔와 맛난 밥 해 드렸습니다 어제 모셔다 드리고 오늘 출근했습니다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 16:14

정연석

2023-12-31 18:52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염경희 작가님
어머님과 소중한 시간 보내신 내용을
리얼하게 글로 멋지게 쓰셨네요
연세드신 어머니 케어하는게 참으로 힘들죠
저도 어머님이 시골에 계시는데 집에 자주
안온다고 하시고
집에 가면 왜 그렇게 빨리가느냐고
혼자있는 것을 힘들어 하십니다
옆에서 돌봐드려야하는데 직장을 다니니
케어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가님 글을 읽으니 갑자기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작가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사나 서재에서 자주 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염경희	엄마는 아직 건강하신데 오빠가 몸이 안 좋아 요양원에 있어서 엄마 마음이 많이 아파요 불효자식이지요 뭐~~~ 집에서 누가 케어 할 사람이 없어서 요양원에 있는데 가슴이 저도 많리 아픕니다 우리나라 요양시설 잘 되어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우리모두 건강하게 관리해 요양원가는 일 없기를 바람합니다	1/2 16:18

이환규

2024-01-02 13:53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어머님이 94세 군요
저의 어머님도 91세신데, 거동이 불편하여 지금은 요양원으로 모셨어요
제가 30년을 모시고 살았는데 막상 요양원으로 모시려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안 사람이 일을 하다 보니
홀로 있는 집안에서는 너무 위험하고
또 아무것도 할수가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이제 요양원으로 가신지 1년이 넘었는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려나 했는데
아직도 쉽지가 않은가 봅니다
30년을 모시고 요양원으로 모셨는데
역시 부족한 불효자 인가 봅니다


염경희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일을해야 하는 세상이다보니 집에서 케어하기가 힘듭니다 또 환자들도 거기가 안심 되구요 마음은 늘 아프지만 서로 살 길이니까 요양원 괜찮습니다. 너무 가슴아파 마셔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 16:20

최하정

2024-01-02 21:27

안녕하십니까
염경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좋은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민만규	최하정 작가님 작가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작가의 마을에 입주하심을 또한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1/3 08:01

염경희	고맙습니다 올 한해 연심히 달려봐요 우리 함께~~ 좋은 글을 많이 집필하시고 곰감하는 공간을 만들어가요	1/4 12:12

민만규

2024-01-03 07:57

인향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목욕탕에서 효녀가 났네요
잘하셨습니다
큰 박수를 보냅니다

작가님의 글쏨씨가
일취월장 합니다
수필로도 별을 딸 수 있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름다운 모녀간의 사랑에
흐뭇합니다

어머니의 속울음 시가
모자간의 사연을 담으셨군요

사랑의 온기가 느껴오는
따뜻한 글
감명 깊게 잘 감상했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집필하시고
문운이 창대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염경희	극찬을 해 주셨군요 늘 감사합니다 올해에도 하시고자 하는 일 모두 이루세요 함게 가는 길 행복합니다	1/3 22:45

최하정	민만규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좋은 칭찬과 응원의 말씀 진심으로 감사히 여깁니다 작가님도 올해 명품같은 글 집필하시고 건강하십시오.	1/3 23:14

염경희	찐 펜이 오셨습니다 양로원에 가지 말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를 바람합니다 올해도 좋은 일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1/4 12:13

청춘아! 쉬어 가렴

나눔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