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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경희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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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염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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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3-12-28 0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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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행복이다
글 / 염경희
찬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한겨울이 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독거노인들과 빈민촌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기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대기업 회장님을 비롯하여 공공단체, 연탄 나눔과 반찬 나누기 등등 크고 작은 손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한다. 또 나라를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국군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국군장병 위문금도 모금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의례적으로 행하여지는 연말 모금에는 꼭 동참하는 편이다. 단돈 만 원이라도 기부하고 나면 마음은 흐뭇하고 따뜻해진다. 작은 돈이지만 모이고 모여 크게 쓰인다고 생각하면 행복은 배가 되고 기쁜 마음은 두 어깨를 활짝 펴게 만들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엊그제의 일이다.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마당 큰 잔치가 열렸다. 몸담고 있는 대한 문인협회에서 제78회 대한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상식, 2023 연말 문학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날마다 적자로 힘든 상황인데 회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하여 해마다 지극정성으로 베풂을 하시는 이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이 고맙기만 했다.
사시사철 때때마다 식사도 거르며 행사 준비에 노고가 많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지금까지 잘하는 것이 밥하는 일이었다. 신선한 행사장에 음식 냄새가 펄펄 나면 안 되어서 간단히 요기를 때울 수 있는 김밥과 음료, 쪽 케이크를 준비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되는 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솥에 가득 밥을 하면서 김밥 소를 만들며 피곤함은 1%도 없고 콧노래만 흥얼거리게 했다. 누군가를 위한 먹거리 준비할 때가 언제나 행복하다. 물론 직장에서 대량의 식사 준비를 할 때는 짜증이 나고 힘겨울 때가 많지만 소량의 음식을 만들어 좋은 사람들에게 나눌 때는 행복한 마음에서 만든다. 고속도로가 막힐까 봐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 중간에 사고가 있어서 예상 시간보다 거의 1시간 정도 지연되어 식사 때에 못 맞추면 하는 걱정에 편집국장님께 가고 있음을 알리고 안전하게 도착해 도시락 전달하고 나니 마음은 또 행복으로 부자가 되었다.
며칠 전부터 기다려졌던 날이었다. 처음에는 서먹해서 행사에 참석해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겉돌았다. 만 삼 년을 넘겨보니 이제 제법 친숙한 얼굴들이 많다. 먼저 인사 건네주는 사람들도 많아 어색함은 많이 사라진 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회 시인들과 함께 버스에 동승하지 못해 추억을 남기는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점이고, 아직도 지회 시인들과는 서먹한 구석이 종종 있다. 가을 문학기행 때 한 번 버스에 타 보았는데 물에 기름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기애애했던 버스 안의 광경이 못내 아쉬운 마음이 커서 작지만, 흐뭇한 정을 나누고 싶어 언제부턴가 누룽지 굽기를 했다. 요즘 누룽지 구워 지인들과 나누는 재미에 홀딱 빠져 사랑하는 시인들과도 나누고 싶어 열심히 만들었다. 큰 자루로 다섯 자루 만들어 베란다에 두었는데, 두 딸이 보고 기겁하며 “엄마 일 또 만드네.” 하며 한심스럽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는 것인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예. 엄마 이런 일 안 만들면 병 난 거야” 그랬더니 “그래도 그렇지 작은 베란다에 가득 싸 놓았네. 손이 왜 그렇게 크냐며 질색했다.
두 딸 가족 보내고, 비닐 지퍼 백 사다가 나누어 담는 일 역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78회 대한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상식, 2023 연말 문학대상 시상식 때 참석하는 같은 지회 문우님들 하나씩 나누어 주려고 인원수 파악해서 마흔 다섯 봉지 포장해 놓고 보니 큰 상자로 세 박스나 되었다. 담아 놓고 보니 이 또한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그렇게 많던 누룽지가 나누어 담으니까, 각자에게 돌아가는 양은 적지만, 이 추운 날에 따뜻하게 누룽지 차 해 드시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이지만 작은 나눔에서 얻어지는 행복이 주는 에너지는 삶에 큰 밑거름이 되어 마음의 곳간을 채워 주니 이 또한 큰 행복이다.
큰살림을 좌지우지하다 보니까 손이 커진 탓도 있고, 늘 잔반 처리할 때 죄책감이 있었기에 남는 밥을 버릴 때는 마음이 더 안 좋았다. 자랄 때는 배부르게 먹지도 못했던 밥인데, 밥 대신 밀가루와 보릿겨 반죽해서 호박잎 위에 빵과 보리 개떡 만들어 쪄 먹던 시절은 잊고 낭비하는 것 같아 죄인이 된 것처럼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급식으로 빵이 나오면 빨간 양동이 들고 교무실에 가서 빵 배급받던 때가 있었는데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다. 양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거동도 불편하여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이웃들이 있다. 또 직장 따라 가족과 집을 떠나 지내는 가장들이 많다. 집에서 안식구가 챙겨 준 것을 가져와 일주일 동안 숙소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가는데 그 모습들이 애잔해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고 남은 밥을 이용해 누룽지를 구워 나누어 준다. 규칙상 잔반 처리가 다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선의의 나눔을 하는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 이르기를 복 중의 복을 짓는 일은 공양 복이라고 배웠다. 지역 작은 사찰에 가면 법당부터 들러야 하는데 으레 공양 간에부터 들어가 공양 짓는 일을 한다. 사소한 일로 얻어진 별명이 밥 엄마인데 맞는 말이다. 몇십 년을 밥하는 일을 했으니까 당연한 호칭이고 귀에 익숙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의 수고가 누군가의 따뜻한 밥 한 끼에 보탬이 된다면 나눔을 하면서 명예로운 퇴직의 그날까지 직장 생활에 충실해지고 싶다.
요즘, 행복 찾기에 여념이 없는 날들이다. 행복은 누구의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친구와 둘이 함께 줌을 통해 작은 독서 모임 하다가 꼭 해 보고 싶었던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을 알고 얼마 전에 시작했다. 서툴지만 공부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여러 종류의 강의를 들으면서 자아 성찰하는 시간이 아주 고맙다. 오늘 새벽 6시에 무료 강의 ”절대 행복 이론“이란 주제의 강의가 있어서 일찍 일어나 들었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오늘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 대해 유익한 강의를 해 주신 강사님께 기회가 된다면 또 강의를 듣고 싶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함께 공유하고 배우다 보니 꼭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면서 훌륭한 선생님도 만나고 여러 방면에서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어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불현듯 세계적인 학자 Albert Einstein, 이 한 말이 생각난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살면서 다른 미래를 바라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노력 없이 변화가 있기를 바라면 안 된다는 말, 어떤 과정에서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와 기쁨이 되고 행복하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하고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 성취하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통해서 받는 행복도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면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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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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