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4-01-05 06:50

ㆍIP: 59.xxx.177

청춘아! 쉬어 가렴

글 / 염경희

이만큼 살아오면서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반평생을 넘어 돌아보는 지난날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남들처럼 평탄한 삶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노력한 만큼 기대에 못 미치고 또 다른 어려움이 먼저 앞을 막아설 때면 기댈 곳 하나 없는 처지를 원망만 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면서 목표를 세워 놓고 거의 코앞에 다다르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자신 아닌 타인에 의해 무너질 때 온몸에 맥이 풀려 몇 날 며칠을 허탈함에 허덕이며 몸을 망가뜨렸습니다.

요놈의 신세는 왜 이럴까?
무슨 팔자를 이렇게 타고 태어났을까?
흙수저 말고 금수저 물고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고, 그런 생각하는 자체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부정하고 원망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현실은 또 나의 몫일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하루가 아까운 청춘을 그때는 세월이 빨리 가기를 바랐습니다.
얼른얼른 아이들이 커서 제 자리 찾아가면 다른 길을 택할 것이라고 누누이 마음먹으며 지내온 날들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재촉했던 젊은 날의 청춘은 잃어버렸지만, 지금은 꼭 잡아두고 싶은 청춘입니다.

일 년을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는 것처럼 삶을 나눈다면 지금 살아가고 있는 때는 가을입니다. 새봄에 마른 땅을 개간하여 씨를 뿌리고 천지의 도움을 받아 열매를 하나하나 맺게 한 노력이 가상해서 한 번의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모진 비바람을 잘 견뎌 낸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처럼 부자로 살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 향상되어 풍요롭고,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는 수확의 계절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노력해서 얻은 것을 타인에 의해서 잃어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온전히 내 것으로 간직되고 내 의지로 나눔을 하는 즐거운 삶을 삽니다. 혹시라도 시샘하는 누군가가 있어 상처 날까 봐 늘, 겸손을 바탕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나락들처럼 기쁨을 주는 삶으로 가을의 청춘을 잡고 싶습니다.

이날을 기대하면서 거침없이 달려 온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새벽녘 하늘에 그려집니다.
부모 품을 벗어나면서 기대했던 봄의 청춘은 길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꽃을 피울 기미는커녕 새순이 돋아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들면 밟히고 꺾였던 때가 지금도 가슴 아프게 합니다.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으로 시달려 몸은 비리비리 말라 큰 병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이웃 사람들의 걱정이 컸었고, 마음 놓고 잠조차 잘 수 없었던 날이 지금 생각하니 최고로 헤쳐 나오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지금 그 시절을 견디게 한 딸아이가 시집가서 선물 준 두 손녀가 새근새근 자고 있습니다.
오늘 작은 수술을 하는 날이라 어제 데려다 놓고 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이 되는 두 손녀딸 보면서 내 딸아이 어릴 적 모습이 떠오릅니다. 잘해주기는커녕 어린 마음에 부모들이 상처 준 일들만 생각납니다. 딸아이는 손녀들을 며칠 떼어 놓으면서 가슴이 아파 울고 갔는데 나는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구나! 이런저런 생각에 잊힌 일들이 또렷이 생각납니다.
모진 세월 그래도 잘 참아 두 딸아이가 보금자리 만들어 잘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지금은 가을의 청춘입니다.

이 가을의 청춘을 멈추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수확시기를 잃어 벼렸던 많은 날을 되찾아 이 가을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가득합니다. 팔자타령 했던 시절을 모두 잊고 마음껏 즐기고 싶은 가을입니다. 100세 시대에 내 나이는 젊은 날입니다. 지금부터 하고 싶었던 일, 미루는 일 없이 해서 따뜻한 겨울나기 준비를 단단히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혹한의 추위가 와도 잘 견디게 될 겁니다.

멀리 동녘 하늘이 빨갛게 물들고 있습니다.
청룡의 기를 받아 열심히 달려 마음의 양식을 쌓고 겨울이 올 때까지는 가을이란 청춘에서 많이 머물고 싶습니다. 청춘을 되돌릴 수 없으니 즐기며 쉬어가고 싶습니다.

“청춘아, 쉬어가면 안 되겠니?”란 물음표를 남겨보는 기분 좋은 날입니다.
지금까지 힘겨운 일을 많이 겪고 살아오셨다면 지금의 나이가 제일 좋은 나이라고 합니다.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오붓한 삶의 시간입니다. 이제는 자기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때입니다.
여러분들도 가을이란 청춘에 머물러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황영칠

2024-01-08 04:51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저 역시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흙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것에 대하여 후회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운명이라는 건 누가 저질러 놓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몸부림 치거나 울부짖어도 그냥 거기에 있을 따름이니
울부짖어도 환경은 어찌할 도리가 없던걸요.

그 자리를 피하여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나를 괴롭히는 운명들은 더 코너로
몰아넣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청춘아, 쉬어가면 안 되겠니?”란 물음표를 남겨보는 기분 좋은 날입니다.
지금까지 힘겨운 일을 많이 겪고 살아오셨다면 지금의 나이가 제일 좋은 나이라고 합니다.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오붓한 삶의 시간입니다. 이제는 자기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때입니다.
여러분들도 가을이란 청춘에 머물러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뒤늦게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이제야 철이 드는가 싶은데
저는 너무 늦었지요?
이른 새벽에 공감 되는 글을 읽고 다시 제 자신을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다녀 간 줄 모르고 집을 비110776895

염경희	또 잘렸습니다 오늘도 나를 거부하는군요 늘 공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1/11 21:41

최하정 2024-03-04 23:16	염경희 작가님 요즘 많이 바쁘시지요~~^^ 쉬엄하셔요 좋은글 감동입니다 부지런하게 움직이시는 작가님의 열정에 박수를드립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한밤 되세요

이환규 2024-03-08 10:12	작가님 가을날의 청춘을 잡아두어 맘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청춘아 쉬어 가렴 수필집 출간을 축하 합니다

눈먼 아들 만난 날

동네 목욕탕에서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