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4-01-05 18:25

ㆍIP: 59.xxx.177

눈먼 아들 만난 날

글 / 염경희

백수를 바라보는 노모는 지금까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일이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시다. 병원에 간 일이 있다면 다섯 남매 낳고 막내딸을 끝으로 산아 제한에 동참하여 인공적 피임을 한 것이 시간이 흐르자, 문제가 생겨 제거 수술을 한 것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안면마비 증상 때문에 한의원에서 침 치료받고, 한약을 복용한 적은 있다. 그 외에는 지금 아주 약한 혈압약 한 가지 복용한다. 식사를 평생 소식을 하고 있어서인지 잔병치레하는 일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신다.

15여 년 전에 당뇨병 합병증으로 아들은 요양원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다. 맨 처음에는 집에서 아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번갈아 돌봤는데 출가하면서 돌 볼 처지가 못 되어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젊은 나이에 병들어 요양원에 들어간 자식은 백수의 노모에게 불효하는 것이다.

노모는 밤이나 낮이나 자식 걱정이다. 부모 형제가 있어도 각자 바쁘게 살고 있으니 누구 하나 자주 들여다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눈먼 자식을 밥만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니니까 집에 데리고 있을 수도 없다.
요양원에서는 장애 등급이 있기에 병원비도 많이 안 들고 전담 간병인이 있어서 화장실 문제라든지, 씻는 일을 도와주어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는 편이다.
요양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어쩌면 어설프게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삶의 질이 좋다. 노모에게 가끔 말씀드린다. 본인도 자기가 거기 있어야 모든 식구가 걱정 않고 생활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아주 편하다고 한다. 요양원에 있어야 시집간 자식들도 결혼생활 잘하고 직장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노모는 올겨울 들어 부쩍 아들을 그리워하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도 그렇겠지, 10여 년 전에 얼굴 한번 보러 갔다 와서는 아직 한 번 간 적이 없고, 주말마다 장애인 핸드폰으로 더듬거리며 전화를 걸어 노모와 통화만 했다. 자식 전화번호를 몰라 전화가 걸려 와야지만 안부를 묻는 처지다. 전화번호를 알려 드렸는데 직접 전화 걸기가 힘들었나 보다. 아마 눈이 안 보여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안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며칠 전에 나 자신도 멀리 있다고 신경을 안 쓴 것이 너무 미안해서 노모와 다녀왔다.
당뇨병이 깊어져 인슐린주사를 맞는 날이 있어서 병원에 확인해 보고 서둘러 요양원에 갔다. 먼저 있던 요양원이 부도 맞아 갑자기 임진강변에 있는 요양원으로 옮겼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그쪽에는 주변이 요양원으로 그득했다. 마치 요양원 촌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면회 접수를 해 놓고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노모의 잡은 손은 떨고 계셨다. 아닌 척 담담한 척했지만 목소리까지 떨렸다. 헤어진 지 강산이 한 바퀴 돌도록 주일마다 목소리로 안부만 묻다가 직접 얼굴을 보려니 얼마나 생각이 많겠는가? 면회 접수하고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요양보호사와 함께 왔다. 노모는 다리가 풀려 의자에 더듬더듬 앉으셨고, 눈먼 아들은 목소리만 듣고 선 듯 나가 서질 못했다. 눈이 안 보이고 검은 형체와 목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볼 뿐이다. 아들의 손을 덥석 잡고 가슴이 미어지는 속울음을 토해낸다. 참았던 눈물을 소리조차 시원하게 못 내고 꺼이꺼이 토해 낼 뿐이다. 눈먼 아들도 노모의 손을 잡고 고작 할 수 있는 말 한마디 건넨다. “엄마 왜 이렇게 말랐어, 뼈만 남았네” 하며 말끝을 흐린다. “ 나는 괜찮다, 너는 어떡하느냐? 보고 싶은 사람 하나 못 보고 여기 갇혀서 답답해서 어떡하느냐? 울다 울다가 기가 찬 노모는 면회실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선 듯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아들은 손만 내밀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모자의 울음소리에 요양원 원장도 달려오고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식당 아줌마 모두가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젊어서 혈기만 믿고 몸 관리 안 해서 요양원 신세가 되었다며 뒤늦은 후회만 하는 아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날 오후에 인슐린주사 맞으러 가야 한다고 간호사가 데리러 왔다. 노모는 꼬깃꼬깃한 쌈짓돈 쥐여주며 ”보호사한테 맛난 것 사다 달라고 해서 먹어라‘ 하시며 “내가 언제 또 오겠느냐 마지막이지” “엄마 내가 드려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받아요.” 하면서 거절했다. “나는 나라에서 다달이 돈 나오니까 실컷 쓴다. 하면서 아쉬운 이별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룸미러로 보니 계속 눈물을 훔치셨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요양원에 있어야 서로가 안심되고 각자 일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복지와 요양시설은 잘되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 계기였고, 요양시설에 안 가려면 열심히 몸 건강관리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글을 마치면서 시 한 편 올린다.

어머니의 속울음 / 염경희

헤어진 지 강산이 한 바퀴 돌도록
주일마다 목소리로 안부만 주고받던 모자 상봉

심 봉사가 심청이 만나 눈 떴을 때보다 더
가슴이 미어지는 노모의 속울음에
엄동설한 얼어붙은 임진강도 울고 있다

눈먼 자식은
백수를 바라보는 노모의 손을 더듬거리며
“엄마 왜 이렇게 말랐어, 뼈만 남았네”

참았던 속울음을 꺼이꺼이 토해내며
눈먼 아들을 끌어안고
“이 일을 어떡하느냐, 보고 싶은 사람 못 보니
답답해서 어떡하느냐?”

기가 차올라 노모의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도
선 듯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심정
자식 또한 속울음을 울 수밖에

심 봉사는 그리워하던 딸을 만나 눈을 떴건만
너를 만나러 어미가 왔는데
너는 왜 두 눈 번쩍 뜨지 못하냐며
토해내는 속울음에 바람도 숨죽였다

꼬깃꼬깃한 쌈짓돈 쥐여주며
“입에 맞는 것 사 먹어라
언제 또 오겠느냐, 이제 마지막이지”
모자의 절절한 만남은 요양원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박희홍

2024-01-07 15:13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인향 염경희 작가님

집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걱정거리를 앉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온 식구가 매달릴 수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있고
복지에 대한 정부의 도움이 충분하지 않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덜 슬퍼할 일을 그렇지 못함이
가족들과 부모님은 한이 되겠지요.

뭐라 위로를 말씀을 전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더는 건강을 해치지 않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염경희	시인님 안녕하셔요 들여다보면 한 가지 사연은 다 있다고 합니다.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모두가 힘들지요 특히 울 엄마는 자식을 요양원에 보냈으니 어떨지 압니다. 그래도 씩씩하게 견뎌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젊어소ㅓ 잃어버린 건강때문에 생이 다하는 날까지 지내야하는 신세 안타깝지만 현 실정이 그러니 도리가 없습니다. 그냥 사는 날까지 더 괴로움만 없기를 바랍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1/11 21:46

황영칠

2024-01-08 05:03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마음이 무너지는 글을 쓰셨군요
아들의 건강도 건강이지만 어머니의
무너지는 가슴은 또 어떡합니까?
누구나 말 못할 사정은 다 있지요.
길거리에 웃고 다니는 사람들
가정사정을 보면 모두 아픈 사연이 있으면서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지요.
그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
실감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염경희	맞습니다. 엄마 가슴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일주일마다 장애인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안부 묻는 자식입니다. 정이 깊은 사람인데~~~ 더는 아프지않기를 바랄뿐입니다. 감사합니다.	1/11 21:48

장계숙

2024-01-09 12:34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집집마다 힘든 상황들을 마주하며 사네요.
가족중 누군가 건강하지 않다면
가족들은 모두 행복할 수 없더군요.
좋은 것을 봐도
마음이 기뻐도
죄인이 된것 같고...
어머니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요.
당뇨병은 합병증이 전신으로 오기에
암 보다 무서운 병입니다.
당뇨병성 망막염은 힘든 병이라 가슴 아픕니다.
실은 제가 안과에서 6년 일했답니다.
그래도 마음을 이길 병은 없으니
늘 곁에서 용기와 힘을 주셨음 좋겠어요.
이런 글을 감상하면 늘 가슴 미어집니다.
사는 일이 왜 이리 불공평한가 싶고
착한 사람들에게 더 상처를 남기니....
늘 밝은 미소로..
밝은 목소리로 ...
홧팅! 을 외쳐주셔요.
어머니도 잘 위로해 주시구요.
작가님의 마음도 잘 돌보셔요.
인생 희노애락 고행의 길입니다.


염경희	네 시인님 말씀대로 용기를 주고 엄마도 잘 챙겨야겠습니다. 늘 찾아오시는 시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뇨병은 너무 무섭습니다. 상처가 아물지않고 더 악화되는 고질병입니다. 저더 잘 챙기며 살겠습니가 감사합니다.	1/11 21:50

민만규

2024-01-12 10:27

오잉
풍류가 이 글 읽고 댓글을 달았지 싶은데
댓글이 없넹^^
댓글이
잠시 크루즈 여행 갔는지?
초대장을 받았는데
소풍 보냈는지 ?
알쏭달송 어사무사하네요
우쨌든 그건 그렇고 지나간 일이니께 차치하고
감동적인 글 눈물비로 적십니다
모친께서는 날마다 눈물비로 지내실테지요
속울음 눈물비 말입니다

글솜씨가 나날이 일취월장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수필집 원고는 출판사에 내셨는지요
멋진 출간 기대합니다

멋진 하루 열어가시길요


염경희	아~~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지금이라도 다녀가셨으니 다행입니다 안 오시나 했지요 많이 춥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기다려 주세요 곧 넘길겁니다 많이 사랑해 주셔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15 15:13

최미봉

2024-01-19 05:49

눈물에 소리는 거이거이 하지만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저도 마음에 눈물이 읽는 내내 고였어요
부모 마음은 같을 거예요
어머님한테 효녀세요 함께 다녀오시고
어려움을 담고 계시는 가족들
함 내시고요
수필집 퇴고 중에 계 사나요?
응원합니다


염경희	네 다 정리해서 원고 넘겼습니다 미흡하지만 용기냈습니다 사랑 많이 해 주세요	1/29 08:38

정연석

2024-01-29 21:09

존경하는 작가님
'눈 먼 아들 만나는 날' 글을 읽으며
마음이 참담하고 아픔니다
건강관리가 행복의 핵심임을 알게 되었고요
자식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부모의 마음이 가장
아프다는 것이 진실이지요
나이 들면서 먹는 약이 자꾸 늘어나는 상황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추운 날시에 건강하시고
매일매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2월 한 달은 정신없이 바빴기에 이제 답글 드립니다 집안에 환자 있으면 모두가 아파요 일을 안 하면 안되는 시대이니 요양원에 맡기는 수 밖에 없지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2 19:35

홍성기

2024-02-21 15:50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가슴아픈 사연 잘 읽었습니다
눈이 안보이는 가족을 두셨다니
더욱 더 애절하네요
특히 노모님의 심정은 어찌 다 헤
아릴 수 있겠습니까?
작가님의 글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심에 감사드리며
고르지 못한 요즘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평안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작가가 등단하심을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집필하셔서 많은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3/2 19:37

배정숙

2024-02-21 23:29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눈 먼 아들 만나는 날
짠한 마음 가슴 뭉클한 사연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부모 앞에 자식이 아프면 얼마나 가슴이 미워질까요
그나마 요양 병원 요양원 시설이 잘되어서
노모가 돌보지 않아도 되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건강이 최고입니다
가슴 뭉클한 사연 배독하고 살며시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작가님.


염경희	존경하는 시인님!!! 감사합니다. 이제야 인사 드려요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를 잘 아시는 분이니까~~~ 늘 건행하셔요.	3/2 19:38

정병근

2024-03-10 17:04

수필서재에 처음 와봤습니다
찐팬 토끼 작가님께서 수필집을 발간 하셨다기에
방문 했었는데 '눈먼 아들 만난 날' 읽고서
아들을 바라 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읽으니
어쩜 이런 사연이 있는가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힘 내시라는 말 외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
잔 배람합니다 존경하는 토끼 작가님~^^*


염경희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오셔서 이 토끼에게 관심을 주셨습니다 자주 불 밝혀 두겠습니다. 고운 꿈 꾸셔요	3/10 21:33

민만규

2024-03-22 10:13

인향 염경희 작가님
첫 수필집 <청춘아! 쉬어가렴 >출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 듬뿍 받으시고
베스트셀러로 대박 나시길 응원합니다
수필집에
대구 바람쟁이 풍류 시도 실어 주셨는데
축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2수필집 기대합니다
문운을 빕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늘 고마운 시인님!!!! 2집도 준비 해봐야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4/12 09:29

청춘아! 쉬어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