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연석
ㆍ작성일	2023-11-05 17:20

ㆍIP: 121.xxx.91

아름다운 세미원(洗美苑)을 추억하며

白松 / 정연석

양평에 가면 세미원이라는 자연정화공원이 있다. 세미원(洗美苑)이란 이름은 “觀水洗心(관수세심)하고, 觀花美心(관화미심)하라”는 옛 성현의 말씀에서 유래한 말이라 한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라는 뜻”이다. 세미원을 물과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이라고도 하는데 꽃 중에서도 부용(연꽃)이 세미원의 주종이 되는 꽃으로 정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세미원 연꽃박물관은 연꽃이라는 단일한 테마로 연꽃과 관련한 생활용품, 고서, 음식 등의 유물이 전시된 세계 유일의 박물관으로 경기도 양평군에서 2009년 1월에 개관하였다. 연꽃은 불교가 이 땅에 정착되면서 불상의 좌대나 광배에 조형된 연꽃 문양을 시작으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그리고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의 일상생활 속에 화려한 모습으로 담겨져 있다. 이런 선조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연꽃과 관련한 유물들을 한데 모아 세미원 연꽃박물관을 열게 되었으며, 팔당호 한쪽에 연꽃단지와 여러 종류의 식물정원으로 생활의 풍요를 가꾸던 조상들의 지혜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명소가 되었다.

세미원 정문 불이문(不二門)을 넘어 빨래판 돌길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둥근 돌담으로 둘러진 장독대 분수가 나타나며 물줄기로 한 여름에도 더위를 식혀줄 정도로 시원하다. 가지런하게 놓인 장독대와 잘생긴 소나무가 어우러져 정겨운 풍경이 만들어 지고, 장독대를 지나면 꽃이 만발한 페리기념 연못이 도열한다. 이 연못은 미국의 연(蓮)과 수련(水蓮) 연구가로 유명한 故 페리 슬로컴 선생이 개발하여 기증한 연꽃들이 자라고 있다.

옆에 있는 백련지를 지나 세심로를 걸으면 왼쪽엔 강물이 오른쪽엔 연꽃이 유혹하고 잠시 걷다 보면 세한정을 만날 수 있다. 세한정(歲寒庭)에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모형이 걸려 있는데, 세한도는 서예의 대가 추사 김정희(秋史金正喜)가 조선 헌종 10년(1844년)에 그린 국보 180호로 지정된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화(文人畵)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한도 속에는 제자 이언적과 사제 간에 얽힌 끈끈한 정이 흐르는 발문(跋文)이 있고, 이에 얽힌 일화(逸話)가 전해오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지만, 세한도의 그림 자체만으로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작품이다.

한 채의 집과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어 겨울의 썰렁한 분위기가 보여주는 묵화(墨畫) 작품이지만, 왼쪽에 한문으로 쓴 글들이 이 작품을 그리게 된 유래를 설명하고 있어 세한도의 진가와 명성을 드높여 주고 있다.

세한도(歲寒圖)는 헌종 10년(1844) 추사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당시 역관(譯官)인 제자 이언적(李彦迪)이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들을 구해와 제주까지 찾아가서 전해준 제자에게 사제지정(師弟之情)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감사의 답례로 그려 준 작품이다.

세한도란 제목은 논어 자한편(論語子罕篇)에 “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에서 따온 제목으로 “추워진 연후에라야 소나무 잣나무의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뜻”이다. 여기서 세한도의 집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추사 자신을, 송백(松柏)은 제자 이언적의 고고한 의리를 상징한 것이다.

세한정(歲寒庭)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면 배 위에 다리를 놓아 강물을 건너갈 수 있는 배다리를 만난다. 낡은 배 조각이나 널조각을 걸쳐 놓아 강을 건너가게 한 다리로 효심이 깊은 정조대왕이 화성(華城)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장조)를 모신 융건능(隆健陵)에 행차할 때 놓았던 열주주교(列柱舟橋)를 형상화하여 2012년 개통하여 놓은 다리라고 한다.

배다리를 넘어가면 상춘원을 만나게 되는데, 상춘원은 세미원에서 운영하는 거대한 온실로 석창포를 재배하여 석창원으로 불리다가 상춘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고 한다. 두물머리 상춘원에는 화초, 사군자, 동백, 매화, 정자, 분재 등 볼거리가 많이 있으며,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평면에 펼쳐 놓은 작품도 있고, 요즈음 캠핑카와 개념이 비슷한 움직이는 정자 “사륜정(四輪亭)”과 18세기 궁중 온실인 “창순루(蒼荀樓)”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세계 최초의 “과학영농온실”도 있는데 그 구조가 매우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춘원을 나와서 두물머리 나루터 쪽으로 걸어가면 수령이 4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를 만나게 된다. 고목의 살점은 곳곳에 파여 나가고 시멘트를 발라서 응급치료를 해놓았는데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티나무 주위에 놓여있는 벤치나 대리석에 앉으면 시야가 탁 트인 강물과 강 건너 남종 쪽의 푸른 산과 조화를 이룬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마음도 한결 평온해지며 긴 여행의 종착역에 도착한 느낌이 든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양수리(兩水里)에 나루터가 있던 곳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강원도와 충청도의 물길이 만나서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로 흘러가는 물줄기의 중간 나루터로서 매우 번창했다고 한다. 그러나 육로의 발달과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어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이고 고기잡이와 선박 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의 기능이 사라졌다.

두물머리는 TV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이며 웨딩사진 촬영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세미원은 두물머리의 자연과 현대의 정원을 조화시켜 만든 아름다운 곳으로 산책하면서 눈도 즐겁고 머리가 맑아지는 힐링의 장소이며, 연인들의 사랑이 싹트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곳곳에 포토존이 있어 추억을 담기에도 충분하다.

유난히 많이 심어놓은 연꽃이 화려하게 피는 계절에는 연잎과 연꽃이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운 모습에 발길을 멈추게 한다. 두물머리에 서면 강 반대편 남종면쪽 산들이 강물과 어우러지고 뒤돌아보면 멀리 운길산 산자락이 잡힐 듯이 보인다. 좀 아쉬운 것은 옥에 티처럼 아름다운 산수화를 반토막 낸 서울과 홍천을 잇는 도로가 머리 위로 지나가고 도로에는 차량들이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내면서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다.

지난 여름 연꽃이 피었을 때 아름답고 멋진 모습에 매료되었는데 가을에 다시 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 세미원의 가을 단풍도 아름다웠을텐데 많이 아쉽고 다음을 기약해야할 것 같다.

황영칠

2023-11-06 08:46

존경하는 정연석 작가님
양수리 세미원을 역사적인 유래와 곁들여서 세세하게
풀이해서 잘도 엮어 놓으셨습니다.
수년 전에 아내와 한 번 찾았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이제 충분한 역사적 자료를 들어서 안내하셨으니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미원의 연꽃을 계기로 양수리 일대에는 연꽃을 강가에
많이 심어 두었더군요.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쓰신 시인님의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관람을 하고 출출하면 민물 장어가 일미 이지요.
동행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연석	존경하는 황영칠 작가 님 아침 일찍 작가 서재를 찾아오셔서 좋은 말씀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세미원은 연꽃이 핵심이지만, 추사 김정희 세한도 또한 마음에 다가오는 곳입니다 배 다리를 건너서 양수리 끝자락 느티나무 아래에서 정담을 나누면 금상첨화 이지요 양평은 고향 가는 중간 지점이여서 멀리서 바라보곤 하지만 자주 찾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역사적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으며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관광지를 갈 때 사전에 인터넷 검색을 하고 현장 관광하고 돌아와서 글로 쓰기도 합니다 1월 관광이 밖에서는 추울듯하여 실내 전시회를 감상하는 것도 생각해봅니다 작가 님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시샘하는지 비가 내리고 가을을 멀리 보내려 합니다 건강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11/6 11:28

장계숙

2023-11-06 17:34

세미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 의미를 상세히 알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볼 수 있다니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멋진 곳을 여행 하면서 이렇게
정성스런 결과물을 보여주시니
앉아서 다녀온듯 호사를 누립니다.
감사히 다녀갑니다.
좋은 글로 자주 뵙길 응원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정연석	장계숙 시인님 저의 서재에 오셔서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미원은 양평에 있는 종합공원입니다 연꽃, 세한도 학습관, 배다리, 느티나무, 포토존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하였습니다 양수리 넓은 강폭과 어우러져 탁트인 시야도 관광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내륙에서는 바다가 없어서 넓은 강을 보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시인님 날씨가 추워집니다 건강 챙기시고 떠나려는 가을 붙잡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1/6 21:31

홍성기 2023-11-07 15:55	존경하는 정연석 작가님 아름답게 쓰신 글 "아름다운 세미원(洗美苑)을 추억하며" 많은 감동으로 잘 읽었습니다 세미원은 저도 자주 찾아가는 곳이라 더욱 마음에 다가왔답니다 지금은 없어진 배다리가 너무 흔들리고 부서진 곳이 만아 철거되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세한도에 대한 일화 등 아주 자상하게 서술해 주셔서 그림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정연석 2023-11-07 18:05	존경하는 홍성기 시인 님 작가 서재에 오셔서 좋은 말씀을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세미원은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 정이 들었습니다 몇 번 다녀왔는데 마음 비우고 걸을 수 있는 명소인 것 같습니다 명인 명시 시인선 선정 축하 드리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노력하는 시인이 되도록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배정숙 2023-12-10 14:47	존경하는 정연석 작가님! 아름다운 세미원의 역사를 자세하게 서술해 놓으셨군요 햇살이 눈부신 봄날에도 연꽃이 활짝 피워 반기는 날에도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반기는 세미원 가족과 친구와 찾아갈때도 늘 반기는 세미원은 언제나 새롭지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감동으로 배독하며 머물다 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인생 멋지게 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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