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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국현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국현
ㆍ작성일 2022-09-11 10:33
ㆍIP: 118.xxx.134
추석날 고향고향
"추석날의 고향"

매년 명절 행사로 찿아 가는 조상님 산소에 갈 채비를 하고 바구니에 술과 음식을 챙겨 준비한다.
산소에 갈려면 승용차보다 농업 전용 화물차가 편하게 느껴져 대부분 화물차를 이용한다.
조상님들의 산소가 있는 곳 내가 태어나고 보낸 아늑하게 느껴지는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이 나의 고향이다.
고향이란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울리는 그리움이 메아리처럼 다가온다.
세벽닭이 울 때 할아버지의 기침 하시는 소리가 들려오고 때를 맞추어 부엌에서는 어머니의 술상 준비하는 소리가 난다.
먼동이 터면 마당한 편 채전밭에는 상추, 쑥갓, 머위 같은 나물들이 서로 다정하게 아침 인사를 나누며 영롱하게 반짝이는 이슬 머금고 흘러가는 가을이 아쉬운듯 갈바람에 숨을
죽이며 이별을 준비하고, 삐약 삐약하며 어미 닭을 따라다니는 노란 병아리들은 밤새며 지나간 허기 달래기 위해 먹이를 찿아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멍멍이 녀석도 한결 배가 고픈 모양으로 아침 먹는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며 아양스러운 모습으로 꼬리 흔들고 안주인 눈치 보면서 부엌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
사랑채 부엌에서 쇠죽 끓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집 제 큰 일꾼인 암소 녀석도 배가 출출한지 입맛 다시며 큰 눈으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먹음직한 쇠죽 냄새를 맡으며 우두커니 서 침을 흘리고 있다.
뒤 뜰 대나무밭에서 초록빛 향기 품으며 장독대 아래 우물에는 거울처럼 맑은 깨끗한 샘물이 솟아올라 푸르스름한 이끼낀 바위위에 비단개구리들의 놀이터가 되어 아침이면 이놈들이 노는 소리가 요란하기만 하다
고향에서 나는 소리는 고요하면서 치자꽃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그 모양은 동그란 원으로 되어있어 만지면 만질수록 부드럽고 미끄럽다
다정하게 피어나는 따끈따끈한 정이 물안개처럼 피어올라, 할아버지가 주신 끝없는 사랑이 있고 부모님의 포근한 품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향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다녀도 무겁지 않고, 피곤하지 않으며, 실정도 나지않는 모양이다.
뒷동산에는 나뭇잎들이 가을맞이를하느라 곱게 물들어가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나는 어느덧 푸른 하늘 뭉게구름이 되어 둥실둥실 흘러가고 있었다
황금 들판에는 메뚜기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춤추면서 널뛰기를하듯 이리저리 날아다고, 벼가 고개를 숙일무렵 물을 빼기 위해 논가로 만든 도구(물곬)에는 빡빡머리 아이들이 노르스름한 미꾸라지 잡느라고 얼굴에 반은 뻘칠로 되어있다.
벼수확이 끝나고 난 논에는 우렁이 고둥을 한 양동이잡아, 저녁에 국을 끓여 가족들과 오손도손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아이들이 불어주는 풀피리 소리에 수정같이 흐르는 맑은 냇물에 놀고있는 가제, 송사리, 중태기, 빠꾸마치, 들은 아낙들의 빨랫방망이 소리에 놀라 기겁(氣怯)하며 도망친다.
발갛게 익어가는 고추잠자리가 우물가에서 술래잡기를하면
한가하게 놀고 있던 어린이들과 멍멍이들도 덩달아 깡통
차기 술래잡기를하며 뛰어놀고 있다
어린 시절의 고향을 생각하면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행복이
넘쳐 강물처럼 변해 버린다.
어른들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인 재산은 없다고 해도, 가끔 떠오르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아픈 기억들이 숨겨진 상처들
이 나타나 괴롭혀도, 더욱 소중한 것은 내가 태어나고 어른들로부터 받은 아낌없는 사랑의 아름다운 시절이 모든 것을 감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석은 오늘도
그 옛날 아름다운 기억을 생각하며 조상님들께 술잔을 드리며 큰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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