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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국현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국현
ㆍ작성일 2022-09-13 08:45
ㆍIP: 118.xxx.134
콩심은데 콩이나야 할터인데,
콩심은데 콩이나야 할터인데,

초보 농사꾼인 나는 밭농사를 경작하면서 비교적 손이 가지않는 콩을 많이 심는다.
콩은 경운기로 밭을 갈아서 로타리하고 비닐로 멀칭해 심어놓으면 수확할 때까지 사람 손이 적게 가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메주콩은 하지를 전, 후로 파종한다.
올해는 예기치 않는 사고로 예년과 달리 6월 1일 발목 핀 제거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5월  말경 콩 파종(직파) 했다.
그리고 퇴원 해서 7월 초에 친구에게 들깨 모종을 얻어 약 300평을 심었다.
콩은 조기에 파종한 관계인지는 몰라도 예년과 달리 키가 얼마나 큰지 그래도 꽃이 피고 열매가 달이기에 잘 되겠다 싶어
꽃 필 때부터 약20일 간격으로
노린재 약을 살포하였다.
지난해 콩 농사는 병원에 입원
한 관계로 약을 살포하지 않았더니 노린재 이놈들이 콩이 영글기도 전에 약 60% 정도 무자비하게 빨아 먹었는지 콩 싸라기만 잔뜩 나와 허탈하기 짝이 없어 올해는 노린재 약을 구입하여 방제를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열매가 맺혔는데 콩알이 차지 않아 걱정했더니 집사람이 콩을 너무 일찍 심으면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리고 요번 태풍에 콩이고 들깨고 모두 넘어져 들깨는 세운다고 세웠는데 콩은 그대로 두어야지 세우면 뿌리 생육에 지장이 있어 성장하는 데 좋지 않는 결과가 온다기에 그대로 두고 오늘 아침에 노린재 약을 살포하였다
노린재 약도 새벽에 살포 해야 이놈들이 이슬 때문에 도망가지 못하고 방제 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확기가 아직은 많이남아 시간이 지나면 알이 차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보면서 기다려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는가.
살아오면서 농사란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은퇴 이후 언양으로 낙향한즉 시 밭농사 경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흘러갔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빠르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오늘이다.
집에 먹는다고 해봐야 집사람과 둘 뿐이고 애들은 붙여주면 먹지도 않는다고 하니 그냥
소일거리로 지어야지 하면서도
농사란 시기가 있는 터라 바쁠 때는 정신없이 바쁘다.
그래도 시간 나면 밭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눈 깜박할 사이에 한 나절이 금방 흘러간다.
아직은 건강해야 할 나인데 어깨도 아프고 무릎도 정상이 아니다.
두 달 전에 무릎이 좋지 않아 사진을 촬영해 보더니 연골은 정상이라면서 초음파검사 결과
무릎에 염증이 생겼다며 주사를 놓아주면서 당분간 무릎을
아껴쓰라는 의사의 당부가 있었음에도 나름 괜찮겠지, 하면서 일도 하고 걷기 운동도 했더니 무리가 왔는지 통증이 심하여 병원에 들렀더니 무릎에 염증과 물이 찿다고 주사바늘로 물을 빼내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에는 무릎이 완치될 때까지는 운동 및 농사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늘 아침 이놈의 노린재 녀석과 싸우느라고 진땀을 빼고 말았다.
그래도 밭에 들리면 심어놓은
무와 배추가 얼마나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해 주는지 요것들이 사람 미치게 애간장 다 녹이고 만다.
이제 조용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가지도 열리지 않고 지난 태풍 영양인지는 몰라도 애호박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난 촌놈이라 그런지 애호박에 된장국을 무척 좋아하고, 부치게 역시 먹으면 입에 찰싹 붙을
정도로 즐겨 먹는다.
오늘 아침에는 가지도 뽑아버리고 서울 호박도뽑아내니까 이놈들도 섭섭한지 얼마나 슬프게 울어 대는지 보내야 했던 내 마음이 아직도 아려온다.
취미생활 겸 농사짓는 것도 한계에 온 것 같다.
11년 전만 해도 체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젠 일하는 기쁨보다 일 한 후 다가오는 아픈 곳이 생겨나니 농사짓는다는 즐거움도 빨리 접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벌초할 때도 증조, 조모님 산소 벌초를 하면서 옆에 계시는 당숙, 당숙모 산소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하지 못했다.
그만치 예초기 짊어지는 것 또한 체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 또한 걱정이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그렇다고
공이나 치러 다니는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친구들과 앉아서 고스톱이나 치면서 즐기는 것 또한 적성에 맞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작은 텃밭이나 일구며 지내야하는 방법 외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로부터 農者天下之大本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다.
즉 농사짓는 일을 하는 것이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란 뜻이다.
조선시대 직업에 따른 신분의계급 역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선비 다음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부류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보니 나도 제법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옛날 같으면 선비 다음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일을 하고 있으니 위로가 된다.
모든것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되겠지만,
그러나저러나 당장 염려 되는것은 일찍 파종한 콩에 알이차야 할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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