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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칠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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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황영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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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3-04-07 0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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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초등학생으로 살고 싶다
황영칠
“안녕하세요?
오늘은 천사처럼 예쁜 어린이 여러분들 앞에 서니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한 학기 동안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저는 그동안 교문 앞 등 하교 길에서 ‘사랑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예쁜 손을 흔들며 답하는 여러분들의 친구가 되어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50년 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해서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 장래 꿈을 키우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 왔습니다.
세월은 흘러 41년 동안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우리 학교에서 여러분들의 안전을 지키는 학교 보안관을 하는 동안 어린이 여러분들이 규칙을 잘 지켜주셔서 사고 한 건도 없이 지나온 9년은 무척 보람 되고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영리해서 6년을 열심히 공부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겠지만 저는 초등학교에서 50년을 근무하고 이제야 교장 선생님에게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오늘은 초등학교에 와서 50년 만에 졸업장을 받은 저에게 힘찬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그러나 오늘 저에게 이렇게 기쁜 일이 있는 반면, 오는 12월 31 일로 보안관도 정년이 되어 사랑하는 친구들과 이 자리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저의 마음은 무척 무겁고 아픕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운명이라고는 하지만 보안관 9년 동안 정이 듬뿍 든 여러분들과 헤어지려니 저의 마음이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저는 착하고 바른 여러분들을 만나서 그동안 여러분들을 사랑하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보안관으로서 살아온 한평생 동안 어린이 여러분들은 제 삶의 이유였고 사랑이었습니다.
헤어진 후에도 저는 여러분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사랑하겠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이 글은 초등학교 보안관 정년을 맞이한 2019년 12월 겨울방학식장에서 전교생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었던 글이다.
학교 보안관으로 근무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교직이 끝날 즈음까지도 퇴직 후를 위한 대비책도 없이 방심하고 있다가 막상 교단에서 떠나야 한다는 현실에 두려움이 앞섰다. 그동안 교단에서 어린 새싹들의 꿈을 키우는 즐거움에 빠져 세월이 흐르는 것도 잊고 살다가 막상 퇴직할 날짜가 눈앞에 다가오니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교직 정년을 앞둔 한 달 전에 운명처럼 찾아온 소식은 서울시에서 초등학교 보안관을 채용한다는 공문이 와서 서슴없이 지원하여 마침내 합격 통지서를 받았디.
공교롭게도 교직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초등학교에 보안관 발령을 받았기에 이는 어린이들이 준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9년 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온 세월은 한 마디로 행복한 날들이었다.
처음 선보인 카우보이 차림의 보안관 복장을 한 나의 모습을 본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 선생님들까지도 놀라는 모습을 보고 내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니 나 역시 낯선 나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보안관이란 대한민국에서 처음 생긴 직업이었고 그런 제복은 또한 처음 보는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교직을 택한 것이 첫 번째 행운이었다면 제2의 인생도 어린이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일이 주어 졌기에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시간 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돌이켜 보면 50년을 어린이들과 함께하다가 그들이 주는 꽃다발과 감사장을 받아 들고 내 인생 두 번째 영광스러운 정년퇴직을 맞이하면서 반백 년을 초등학생과 함께 살아온 나는 남은 여생도 어린이 같은 순수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2020년 1월 1일 나에게는 제3의 인생길이 펼쳐졌다.
단단한 각오로 제3의 인생길을 출발하면서 인생 여행 꾸러미 속에 평소에 애송하던 시집과 가곡집, 아이들과 즐겨 부르던 동요 책, 체력 향상을 위한 운동기구와 평생을 함께한 나의 애마 자전거, 절약하여 저축해 두었던 은행 통장 하나, 이 정도면 남은 인생길을 여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사회 초행길이라 적잖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었다.
첫 번째 들른 곳은 노인들의 요람 노인 복지관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는 이미 법적으로 노인이란 계급장을 달았으니 그럴 바에는 아예 노인 회관에 가서 노인 인증장을 받고 노인 학생 이름표를 받아서 가슴에 걸고 명실상부한 노인으로 떳떳이 살아가리라는 다짐을 했다.
이제 노인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세계 최빈국이었던 어려운 시절 허리를 졸라매고 보릿고개의 허기진 고통을 이겨내며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라를 일으켜 세운 영광의 훈장이라는 생각으로 노인으로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아가리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경로회관에서 수 많은 노인들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각자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나도 여기서 제3의 인생 열정을 불태우면서 농축된 삶을 시에 담아보고, 멋진 가곡으로 목청을 돋우며, 어린이들과의 추억을 동요에 담아 부르면서 남은 삶을 예쁜 단풍처럼 붉게 물들이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비장한 각오로 출발한 나의 제3의 인생 초행길은 평생 처음 겪는 낯선 코로나의 방해로 당초 계획을 당분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수정한 여정에 맞춰 외출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었다. 노인 복지관에서 하던 교육은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여 하루 4시간 수업을 초등학생처럼 시간표에 따라 안방에서 전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다.
짬 나는 시간에는 아내에게 요리와 살림살이 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가사 공부에도 열정을 쏟았다. 살림살이 공부를 하게 된 까닭은 먼 훗날 우리 부부 둘 중 누군가 먼저 서둘러 다시 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난다면 외롭고 슬퍼도 쓰러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꿋꿋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언젠가 찾아올 외로운 내일의 슬픔을 이겨내자고 약속하면서 아내와 서로 마주 보며 두 손 맞잡고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2022년 봄
평소에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적어 두었던 시 다섯 편을 ‘대한문인협회’ 에 도전하고
2월에 등단하여 선배 시인님들에게 배우면서 1년을 공부하고 2023년 봄 행사에는 수필 작가로 등단 허락을 받고 나서 새롭게 시작한 제3의 인생도 ‘대한문인협회’를 통하여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아울러 2022년부터 장애인직업훈련기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 형 직업을 얻어서 활동함으로써 나이는 들어도 아직 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나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데 대한 보람과 긍지에 가슴이 뿌듯하다.
어린 시절 각시 방 이불처럼 핑크 빛으로 물들었던 뒷 동산 진달래꽃을 입술이 파랗도록 따먹고 허기진 배를 채운 다음 옹달샘 물에 비친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가는 샘물을 배불리 마시고 나서 산 너머 울어 대는 소쩍새 소리 따라 끝도 없이 내달리던 시골 소년의 머리엔 세월이 선물로 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활동 사진처럼 돌아가는 지난 세월 속에 사랑했던 아이들과 뒷 동산 진달래꽃이 그렇게 예쁜 줄을 이제야 알았네.
먼 훗날 이 세상 소풍길 마치고 먼 길 떠날 때 나의 묘비에 적힌 나의 시를 읊으면서 붉은 석양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떠나리라. 나이는 들어도 흰 머리 날리며 붉게 타는 석양을 향해 아내와 나란히 서서 기도하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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