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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칠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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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황영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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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3-11-21 0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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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용문사
高松/황영칠
단풍 놀이 나서는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오는 주말에 온다는 소식에 두 달 전에 잡아 놓은 용문사행 일정이 이번 주 금요일이어서 참으로 신의 한 수라 생각한다.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으나 소나기가 아닌 이상 우산을 쓰고 산사를 찾는 시인의 모습은 오히려 더 시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작년 11월 중순에 혼자 당일치기 여행으로 찾았던 용문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는 용문사라고 적힌 문을 들어서니 빛깔 고운 단풍이라고는 자취를 감추고 낙엽이 지고 을시년스러운 분위기였으나 금년에는 길가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단풍이 빨간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것이 한결 더 정겨웠다.
작년에 혼자 방문하였을 때에 비하면 금년에는 시인들과 함께 문학 탐방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선 여행길이라 외롭지 않았다.
용문역에 두 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왕십리역에 12시 30분 차를 타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떠나는 기차 꽁무니만 보고 결국 한 시 차를 기다리는데 동료가 보낸 단톡방에는 이미 덕소를 지나고 있다는 문자가 내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마음을 급하게 먹는다고 차가 일찍 오는 것도 아닌데 세상을 살 만큼 살아왔으면서 안달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용문역에 개찰구를 나서기도 전에 빨간 단풍처럼 차려 입은 예쁜 중년 여인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한다.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는 고향 친구와의 상봉으로 착각하는 동안 미리 와서 기다리는 시인님들과 반가운 만남의 인사를 나누었다.
용문역을 나서면 용문사 입구에 자리 잡은 음식점에서 나온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어서 별도 요금 없이 6km정도 떨어진 용문사를 음식점 승합차를 타고 가서 음식점에서 식사만 하면 다시 돌아올 때 용문역까지 무료로 태워다 주니 얼마나 편리한 교통수단인가!
승용차를 별도로 가지고 가지 않아도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한다.
필자가 작년 이맘때쯤에 왔을 때도 이 차량을 이용한 일이 있다.
시인 세분과 함께 용문사를 찾은 기분은 과거에 비하여 사뭇 다르다.
오후 3시 가까운 시간이라 모두 허기진 판에 모두 산채비빔밥과 감자전 한판 그리고 그 유명한 지평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지평막걸리는 서울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널리 알려진 막걸리다.
지평막걸리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의로 62번길 25에 이종환이란 분이 지평 양조장을1925년에 세운 것이 지금까지 사업이 번창하게 유지되고 있단다.
1925년에 세워진 지평양조장 건물은 지금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지금 생산되는 제품의 종류는 4가지로 알려졌다. 우리가 찾는 용문사는 용문산 품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고찰이다.
용문산은 높이 1,157m. 양평(楊平) 북동쪽 8km, 서울 동쪽 42km 지점에 위치한다. 광주(廣州)산맥계에 속하나 독립된 한 산괴로서 산체(山體)가 웅대하여 동서 8km, 남북 5km에 걸치고, 용문산을 주봉으로 하여 동북동 5.5km의 도일봉(道一峰:864m), 동쪽 4.5km의 중원산(中元山:800m), 남서 3.5km의 백운봉(白雲峰:940m) 등 지봉(支峰)이 용립(聳立)하여 연봉을 이루고 있다.
또한 용문산이 치맛자락에 품고 있는 용문사. 용문산관광단지에 있는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로 양평군 용문면의 용문산 자락에 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일설에는 경순왕(927~935재위)이 친히 행차하여 창사하였다고도 한다. 고려 우왕 4년(1378) 지천대사가 개풍 경천사의 대장경을 옮겨 봉안하였고 조선 태조 4년(1395) 조안화상이 중창하였다. 용문사에는 대웅전, 산령각, 칠성각, 요사채, 일주문, 템플스테이 수련관, 다원 등이 있다.
지난해에 비하여 고운 단풍이 제법 남아있었는데 작년에 느꼈던 쓸쓸하면서 아늑한 가을의 풍경이 주는 커피 맛 같은 기분은 나지 않아서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산사를 찾는 관람객이 거의 없어서 을시년스러운 감이 나던 용문사를 찾았던 한 중년 여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분도 역시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지난날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늦가을 산사를 찾아서 어쩌면 젊은 날에 사랑하는 임과 함께 늦가을에 산사를 찾았던 추억을 다시 캐내어 곱씹어보려고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날 적어둔 수필이 나의 작가 등단 작품으로 남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월에 출품작으로 내어놓은 수필의 제목이 ’가을과의 이별 여행‘ 이었다 용케도 동행한 정 작가님의 등단작도 용문사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묘한 인연이다.
용문사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유명한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가 산사를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내려다 보고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여러 가지 전설이 얽혀 있는 수령이 천여년 이나 되는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건강하며 해마다 많은 은행을 수확한다고 한다.
여기서 용문사은행나무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본 내용을 소개한다
1962년 12월 7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42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14m로 수령은 1,100년으로 추정된다. 가지는 동서로 28.1m, 남북으로 28.4m 정도 퍼져 있다.나무의 나이를 추정하는 근거는 용문사의 창건연대와 관련하여 산출하고 있다. 용문사는 649년(진덕여왕 3)에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따라서 은행나무는 절을 세운 다음 중국을 왕래하던 스님이 가져다가 심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것이 자랐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이 나무는 은행나무 중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큰 나무로서 조선 세종 때 당상직첩(堂上職牒) 벼슬이 내려졌다 하며, 마을에서는 굉장히 신령시하여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이 나무를 베고자 톱을 대었을 때 톱자리에서 피가 나오고 맑던 하늘이 흐려지면서 천둥이 쳤기 때문에 중지하였다는 이야기와 정미의병이 일어났을 때 일본군이 절을 불살라버렸으나 나무만은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나라에 큰 이변이 생길 때마다 큰 소리를 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종이 승하했을 때 커다란 가지 한 개가 부러졌고, 8·15광복, 6·25전쟁, 4·19, 5·16 때에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楊平 龍門寺 銀杏─]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은행나무 아래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운명과 함께하신 은행나무를 큰 어른으로 생각하면서 마음과 옷깃을 여미면서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트 모양의 노란 종이에 가족의 안녕이나 부모님의 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대학시험의 합격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비는 마음을 적은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기도가 매달려 있었다.
나도 잠시 우리 가족의 안녕과 건강 그리고 오늘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어지러운 정치 현상을 보면서 안정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용문사 대웅전 경내를 돌아보면서 지난날 칠십여년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잘못이나 실수 뿐만아니라 이웃에게 준 상처를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서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는 다짐을 해 보았다.
용문사 탐방을 마치고 집까지 가려면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져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차창을 지나가는 가을 풍경을 바라보니 이렇게 하여 또 한 해가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쓸쓸하기도 했다.
인생을 살 만큼 살아온 네 명의 시인들이 다녀온 용문사의 하루는 한 편의 시와 같았다.
네 명의 시인 중에서 두 분은 남양주시 와부읍에서 하차하고 집이 서울인 둘은 좀 늦은 시간에 서울에 도착하여 각자 자신의 보금자리로 헤어졌다.
저녁 여덟 시가 다 되어 도착한 집에는 작년 용문사를 다녀온 시간에 된장국을 끊여 놓고 기다리던 아내의 모습과 조금도 변함이 없는 아내가 역시 된장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11월을 맞이한 용문사는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시인 넷 이 다녀온 11월의 산사에 세월과 인생과 사랑과 시가 단풍을 더욱 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인들의 입에서 스님의 염불처럼 가을 시가 흘러나와 늦가을 용문산을 노래한다
다시 찾은 용문사
시인 넷이 찾은 용문사에
커피 색깔 늦가을이 내려앉는다
기다림에 지친 단풍잎이
빨간 입술로 길손을 유혹한다
찬 서리 시샘에 고개 떨군 들국화에
늦게 찾은 미안함에 살며시 입맞춤하고
용문사 은행나무 천 년의 절개 앞에
숙연한 마음으로 얼굴을 붉힌다
시인들의 발길 앞에 가을을 깔아 놓은 오색 낙엽은
한잎 한잎 시어가 되어 가을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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