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3-30 16:14

ㆍIP: 121.xxx.72

내 사랑 봄이

글/ 염 경희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도 벤치에 앉아 강아지 노는 모습을 보며 강아지하고 뭐라 뭐라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청년도 아가씨도 곱게 옷을 입혀 사랑으로 돌보며 운동시킨다. 어떤 사람은 안전을 위해 입 가리개를 하지만 또 어떤 이는 목줄도 안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강아지가 변을 보면 변 봉투에 담아 가면 좋으련만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양심과 상식이 배어있는 사람은 애완견 용품 가방을 메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주면서 다닌다. 공공장소이니만큼 상식을 벗어나지 말고 안전한 애견 문화를 지켜주면 인상 찌푸리는 일이 없을 텐데~~

나도 몇 년 전까지 애완견을 돌보며 살았었다.
모든 식구가 안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밖에서 길러야지. 집안에서 누가 키우냐고? 야단들이었지만 눈도 안 뜬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큰아이가 첫 직장 다닐 때 일이다.
직장 상사가 무조건 한 마리씩 분양해 주었다며 무릎 담요에 싸서 데리고 왔는데 큰일이었다
시어른의 날카로운 시선과 애들 아버지 반대로 난감했다.
나 역시 강아지가 안 되긴 했지만, 중간에서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큰애가 출근하고 나면 작은애가 몰래 방에서 데리고 있었는데 젖도 안 떨어졌으니 어미 품을 찾아 울어댔고 우유에 사료를 불려 먹이면서 돌보았다.
그때는 작은애가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느라 집에 있었기에 어린 강아지를 돌볼 수 있었다. 자라면서 오줌똥을 아무 데나 싸서 밖으로 쫓겨내기도 하고 혼쭐도 많이 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자라가면서 어찌나 눈치가 빠르고 재롱이 많고 영리하든지 금방 대소변을 가리면서 화장실을 다녔다.

우리 집에 와서 14년을 함께 살았다.
이런저런 역경이 있어 헤어질 위기도 많이 있었지만 3년 전까지 데리고 있었다.
퇴근하면 제일 먼저 반겨주고 발걸음 소리, 차 소리를 알아들어 현관문만 열면 뱅글뱅글 돌면서 재롱을 부려 하루 피로를 확 풀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새벽에 출근할 때도 식구들은 쿨쿨 잠만 자도 현관에서 혼자 배웅해 주었던 이쁜 녀석!

둘이 살게 되면서 혼자 보내게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봄(반려견 이름)이도 낮에 혼자 있을 때는 잠만 자고 밥도 안 먹고 있다가 퇴근해야 들어가야 그때 마음 놓고 밥을 먹었다.
화장실 문이 닫혀 있으면 끙끙거리며 문을 긁어댔고, 방문이 닫혀 나갈 수가 없을 때는 옆에 와 잠을 깨웠다.
어찌나 이쁜 짓만 하던지, 우울하고 속이 상해 눈물을 흘릴 때면 옆에 와서 눈치만 보면서
눈물이 그렁대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말을 걸면 그때야 뛰어오르며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위로라도 해주듯 갖은 재롱을 떨었다.

출근을 안 할 수도 없고 매일 같이 혼자 두는 게 마음이 아팠다.
그때는 또 서울로 대학교에 다녔던 시기라 늦은 차편 때문에 친구 집에서 잘 때가 종종 있었다. 늦깎이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4년 동안 과 대표를 맡아 봉사했던지라 동기들만 놔두고 일찍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3년 전 어느 여름날 오전 근무 마치고 부랴부랴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혹시 몰라서 봄이 밥하고 물을 넉넉하게 준비해 놓고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국 고령 친화 산업 포럼”에 참석해야 했다<고령사회 남·북한 복지 협력 활성화방안>에 대한 특강이었다.
늦은 강의와 동기들과의 뒤풀이가 있어 그날도 집에 올 시간이 넘어 친구 집에서 잤는데 아침 먹고 내려가라는 친구 말을 뒤로하고 서둘러 왔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데 집에 와보니 안 보였다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가슴이 철러덩 내려앉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간 당황스러웠다.

급하게 서둘러 가면서 엘리베이터에 따라 나온 걸 몰라 계단으로 나가서 잃어버린 건가?
관리실에 가서 CCTV라도 봐야 하나? 다시 불러보았더니 어디서 기척이 들려왔다. 옷 갈아입고 옷방 문을 제대로 안 닫아 입으로 밀고 들어갔다가는 당겨 열을 수가 없으니 갇혔다.

더운 날에 밤새도록 갇혀 물도 못 먹고 밥도 못 먹고 볼일도 못 본 걸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봄아 미안해 미안해” 더위 먹어 혀는 축 늘어졌고 “이런 게 학대지 뭐가 학대야”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데리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었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봄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지인한테 전화했다.
그 집은 주택이라 마당도 있고 애완견 호텔처럼 집도 몇 군데 지어놓은 걸 본 적이 있어서 부탁했다. 우리 봄이 안에서 자란 애지만 밖에서라도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누구 부탁인데 안 들어주냐면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서둘러 봄이 물건을 챙겨서 보낼 때 너무 미안하고 아파서 끌어안고 얼마나 울었던지,
말은 못 해도 봄도 애원하는 눈물을 흘리며 빤히 쳐다보는데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보내 놓고 미안하고 미안해서 자꾸 눈물이 났다.
봄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잘살고 있을 거란 믿음으로 몇 자 적어본다.

봄아! 평생 끝까지 지켜주리라 약속했는데~ 눈만 봐도 서로 맘을 읽고 서로를 위로하며
모진 세월 견뎠는데 핑계 아닌 핑계로 너와의 이별을 택했다.
너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보고 싶은데 어디 있는 줄 알지만
분명 나를 기억하고 알아볼 텐데 너에게 또 상처를 줄 수 없기에 참고 있단다.
말은 못 해도 엄마에게 할 말이 많겠지. 인간이라면 떼를 쓰고 울 텐데~

봄아! 안전한 곳으로 가서 살고 있으니 참 다행이야. 공기 좋고 마당 넓은 집,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기죽지 말고 맘껏 뛰어놀렴.
새엄마도 사랑이 많으니까 봄이 많이 사랑해 줄 거야.
우리 봄이 사랑한다. 아프지 마, 환경이 조금 바뀌었으니까 건강하게 지내. “봄아 사랑해”

전화로 건강하다는 말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밖에서라도 살기를 바랐는데 새엄마의 사랑으로 따뜻한 방에서 지낸다니 너무 다행이다.
밥과 간식은 사 보내지만 이제 얼마나 살겠는가? 나이가 있으니 사는 날까지 큰 병 안 걸리길 바랄 뿐이다.
인연 맺어 14년을 같이 살았으며 이별한 지 3년이 지나가니 17년을 살고 있다.
며칠 전 꿈에서 보였는데 별일은 없겠지, 이제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언제 한번 봄이 보러 가야겠다.

벼르고 벼르다가 한 번 가보지 못한 채 봄을 영영 떠나보냈다.
작년 여름 어느 날 꿈에 집에 와 내 무릎 위에 앉아 내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꿈이었지만 반갑고 기뻐서 쓰다듬으며 아프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참을 둘이 이야기하다가 깨 보니 꿈이었다.

꿈이지만 심상치 않은 생각이 들어 전화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척하다가 “우리 봄이 갔지? 했더니 왜요 조리장님?” 하길래 아니 엊그제 꿈에 왔다고 했다. 그게 언제냐고 물어 오길래 언제 언제쯤이라고 했더니 가면서 잘 간다고 인사 갔었네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만, 차근차근 물어보니까 요즘엔 밖에서 다른 친구들과 자고 있어서 아침 출근 전에 밥을 주러 가니까 하늘나라로 가서 장례 잘 치러 주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 아주 갔다.
몇 년 동안 얼굴 한 번 보러 가지 못하고 보냈으니 얼마나 기다리다가 지쳤으면 꿈에 왔을까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 안 간 이유는 말 못 하는 애에게 또 상처를 줄까 봐서였다.
나이가 들어 노환으로 갔지만 아주 아팠다.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외롭지 않게 잘 있었으면 좋겠다.

정대수

2022-03-30 21:25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봄이라고 해서 저는 봄 이야기를 하나 했는데 반려 가족이었네요.
고깨를 끄덕이며 배독 했습니다.
아무튼 잘 지나고 있다니 안심입니다.
고운작품에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좋은 4월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네네 우리 봄이는 강아지에요 아주 이쁜애였습니다 정떼는게 많이 힘들었습니다 잘 살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감사해요	3/31 17:10

박희홍

2022-03-31 07:19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참 부지런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고운 글향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읽습니다.
곱게 지피신 글향에 마음 두고 갑니다.

시인님
분기를 마감하는 3월 말
하시는 일 마무리 잘하시고 닦아오는 4월도 보다 낫은
일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함 속에
독자의 사랑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염경희	존경하는 시인님! 저도 맨처음에는 못 키운다 생각되었는데 정드니까 어쩔수없더라구요 다녀가심 감사드립니다	3/31 17:17

염규식

2022-03-31 13:38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좋은 글 잘 배독하고갑니다
무엇보다 개이별은 참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제가 개를 좋아해도 안키우죠
3월 마지막이군요 늘 건강하시구요 향필하셔요
*수고하셨어요*


염경희	안녕하세요~~ 저도 이제 반려동물은 안 키울겁니다 말 못하는 애들 보낼때는 너무 가슴이 아파요 비내리는 퇴근길 조심하세요	3/31 17:18

민만규

2022-04-24 08:38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좋은 작품 감명 깊게 잘 감상했습니다 ^^
짧은 댓글 남깁니당 ㅎㅎ
늘 응원합니다 ^^
화이팅입니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아요 머지않아 여기도 이팝꽃이 피겠지요 남쪽 꽃 소식 감사했습니다 사진도 잘 받았습니다	4/24 15:47

말조심

긍정의 말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