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3-21 14:29

ㆍIP: 121.xxx.72

꿈은 이루어진다

글 / 염 경희

꿈을 잃어버린 아픔이 이런 것이구나!
어린 마음이 억장이 무너지는 울음을 울어야 했었다.
상급 학교 입학 한 달 만에 자퇴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결국, 스스로 모든 책과 문구를
사랑채 아궁이에 넣고야 말았다.
하나씩 재가 되어 사라지는 걸 보면서 하늘이 뚫어져라 목청을 높여 울어보기는 아마도 처음이었다.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오빠들이 너무나도 밉고 싫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오빠들은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출도 해보았다. 하지만, 엄마 얼굴이 떠올라서 혼자 애쓸 엄마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방황을 접고
엄마 품으로 돌아와 두 모녀가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낮에는 밭일하고 해가 기울어 달밤이면 엄마와 둘이서 새벽시장에 내다 팔 상추, 쑥갓, 부추 등을 밤늦도록 다듬고
묶어서 다음날 동이 트면 십 리도 넘는 산길을 넘어 용주골이란 색시 촌에 내다 팔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나를 색시 촌 골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 두었고
생각해보면 젊은 아가씨들이 훤하게 몸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민망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어린 나는 나름대로 돈벌이를 찾아 헤매게 되었고
이웃집 언니를 따라 기술을 배우러 양장점에 갔더니 보모에 가정부 일을 해야 했고 기술은 배울 수가 없었다.
어린 나이에 밤잠 설치며 아기를 돌보고 시간 맞추어 연탄불 갈고 그 집안 기일 음식까지 해야 했다.
더 늦기 전에 그 집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쳐나와 시집간 언니 집에 찾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언니를 만났을 땐 두 발이 물집이 생겨서 피가 나고 언니를 보자마자 대문 앞에서
복받친 설움에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언니가 미용기술 배우라는 말에 얼마나 기뻤는지 미용사가 된 듯 꿈을 꾸었지만
언니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걸 눈치채고 언니에게 짐이 되기 싫어 생산 공장에 입사했다.

돈을 벌어서 엄마도 도와주고 틈틈이 모아 야간학교라도 다니려 했지만,
나의 몫으로는 동전 하나 모을 수가 없었고 어찌하다 보니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기르며 태워버린 책들과 가방이
나를 괴롭혔다.
학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학력란에 거짓 기재를 해야 하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학구열에 불씨를 댕겼다.
이렇게 화끈거리게 하는 이 순간을 잊지 말자. 다시 공부를 시작하자.
우선 내 아이들 공부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나 같은 아픔을 내 새끼한테는 물려주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두 아이 공부시키면서 틈틈이 책을 보며 작은 아이 졸업만을 기다렸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온 삶, 하늘이 무심하지는 않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특채임용의 기회를 얻어
나라의 녹을 먹는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특채 조건은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직장에 제출하는 조건이었다.
단체 급식소에서는 자격증 소지자가 필요했던 초기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시 출·퇴근하면서
펜대나 굴리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의식주(衣食住)에서 식을 책임지는 일원으로 새벽 4시면 일어나
집 식구들 식사 준비해 놓고 5시 출근해 온종일 종종거리다 보면 두 다리는 퉁퉁 부었다.
그래도 퇴근하면 또 집 식구들 저녁 식사 준비하고 요리학원 다닐 여건도 못 되고 해서
비디오 틀어 놓고 밤늦게까지 요리 연습을 해서 요리가 완성될 때마다 심사위원 대신 두 딸아이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아 당당한 요리사가 되었다.
시부모를 모시면서 직장생활 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주저앉을 수 없었다.
두 딸을 지키고 책임져야 하는 의무, 그리고 나 자신과의 약속과 꿈을 실현하기 위한 일이었으니까~

작은 딸아이의 졸업과 동시에 난 검정고시를 위해 교재를 준비했고 틈틈이
책과 씨름하여 검정고시에 합격하면서 스스로 불 아궁이에 태워버린 책가방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렇게 청운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4년의 대학 생활은 또 다른 기쁨이었고 새로운 학연을 맺어 지난날의 아픔을 웃음으로 풀어내고
가슴속에 꽉 박혀 있던 바윗돌 하나 빼놓던 날!
하얀 스카프에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기쁨에 벅차하던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난날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에 감사를 하며 이제는 아픔을 기쁨으로 노래할 줄 아는 성숙함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씨줄에는 사랑과 행복, 날줄에는 건강과 웃음을 엮어서 은하수에 뿌리고
황혼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멋지게 익어간다는 확신을 하고 필자는 자연과 더불어 노래하는 글쟁이로 살고 싶다.

박희홍

2022-03-21 15:59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불굴의 정신으로 올곧게 살아온
작가님의 삶에 축하와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다들 지난날의 우리 삶이란 것이 그랬지요.
비슷한 처지에서 공부한 저를 보는 듯합니다.

시와 수필 등 작품활동을 통해
더 빛나는 삶을 영위해 나가시길
진심으로 두 손 모아 빕니다.
늘 건강하시고
기분 좋은 생각 속에
행복한 나날을 영위하시길 빕니다.


염경희	존경하고 존경하옵는 박희홍 시인님! 귀한 걸음 여기가지 하셨군요 감사드립니다 관심 가지시고 지켜봐주시니 제 마음이 뭉클합니다 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3/21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