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6-17 15:11

ㆍIP: 121.xxx.72

대물림

글/ 염경희

지난날을 돌아보면 눈물부터 흐른다.
잊겠노라고 잊었노라고 가슴을 억누르고 달래며 애써 행복했던 것처럼, 선물 포장하듯 꽁꽁 동여매 놓았던 삶이 용트림한다.

내 육신의 고통보다 숯검정 된 마음보다 걱정이 된 것은 내가 겪는 일들이 딸에게 대물림 될까 봐 늘 조바심이 났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라 결혼 생활도 풍족지 않아 살면서 팔자타령만 수없이 했다. 내 팔자 닮아 아이들도 힘겹게 살면 어쩌나? 가슴속엔 늘 걱정 한 아름 안고 살았다.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이 살아오는 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힘들게 사셨고 자신 역시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게 아니라서 늘 엄마 팔자 닮아서
힘든 거라고 입버릇처럼 했던 것이 아주 많이 죄송했지만, 사람인지라 내 고통 앞에선 주위 환경 탓하게 되고 옆 사람 탓하는 것이 당연지사인 줄 알았다.

지난 오월 어버이날을 떠 올려 보니 참 행복했다.
나한테도 좋은 날이 왔다는 게 고마웠고, 아팠던 지난날이 다 씻기기야 하겠냐마는 분명한 것은 걱정했던 대물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어버이날과 생일이 겹치는 휴일, 작은 딸아이가 밥 한 끼 해준다며 초대해 갔다.
엄마 집으로 가면 엄마가 또 음식하고 움직일 거니까 넘어오라고 해서 가보니 밖에서 맛있는 음식 사 먹어도 되는데 저녁상을 아주 잘 차려 놓았다. 가르쳐 준 적 없는데 어깨너머로 배운 것인지 미역국도 잘 끓였고 잡채, 불고기, 나물, 샐러드 등등 깔끔하게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놓았다.

더 기특한 일이 있다. 선물을 받고는 눈물이 났고, “나에게도 이런 좋은 날이 왔구나” 이제는 아무런 걱정 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두 손녀딸이 소곤소곤 귓속말하며 방으로 들어가더니 큰 손녀딸은 꽃다발, 작은 손녀딸은 종이꽃 편지를 접어서 주었다.

“어머나! 할머니한테 편지 쓴 거야, 고마워.”
하고 받았더니 종이 지갑을 만들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넣어 용돈이라며 건네왔다.
“어머 세상에나, 이게 웬일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이거 할머니 주는 거야!” 했더니
“네 할머니 용돈이에요.” 입학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받는 용돈을 처음 써보는 날이란다.

그동안 수입만 있고 지출이 없던 용돈 기입장에 지출이 기재된 날이다.
큰 손녀딸은 2년 만에 꽃다발 15.000원, 작은 손녀딸은 5개월 만에 할머니 용돈 10.000원이라고 적혔다.

이런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너무 기특해서 눈물이 났다.
엄마 아빠도 모르게 둘이 함께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대견했다. 자식은 늘 걱정거리라 했지만, 요즘 맞벌이 안 하고 외벌이 살림에 단란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감사했다. 나름 힘든 일도 많을 텐데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돌보는 모습 보며 지난날 나는 어떻게 했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는 그랬다. 학교 보내고 학용품 사주고 준비물 챙겨주면 잘하는 것이었지. 놀이동산 한 번 제대로 같이 가 보지 못하면서 지나온 세월이 아주 미안하다. 그래도 딸들이라 그랬는지 엄마에게 불평 한 번 않고 잘 자라 주어 감사하고, 내 팔자 닮아 고달프게 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열심히 사는 모습에 한걱정 내려놓는 심정으로 그동안 가슴앓이는 봄 눈 녹듯 사르르 풀어졌다.

부처님을 믿기에 절에 가면 기도는 늘 한가지였다.
"엄마 팔자 닮지 않게 해 주시고 어릴 적 아픔은 잊고 행복한 가정 만들어 웃으면서 살게 해 주세요. 부처님! 아픔과 고생은 나 하나로 멈추어 주세요."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와서는 작은 사찰에 주일마다 봉사했다. 일요 법회에 나가 법당에 가서 기도는 하지 않는다. 일찍 법당에 올라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내려와 공양간에 들어가 점심 식사 준비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곳은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대부분인데 기도하시는 마음은 한결같이 자식을 위한 기도였다. 자신 역시 자식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자식은 부모를 위해 기도를 얼마만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늘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있다.

옛말에 자식 사랑하는 맘 반만이라도 부모 생각하면 효자 중의 효자라고 했던가?
암만 내리사랑이란 말도 있지만, 소중한 부모님도 자주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도 아울러 해 본다.

어르신들께서는 준비해 놓은 식사를 하시면서 늘 손을 잡아주시며 하시는 말씀은 한결같다.
“어찌 이리 달콤하게 밥을 했어, 참 맛깔나네. 직장에서도 하는 밥 하는 일 지겹지도 않아.”
그럴 때마다 “아닙니다. 맛있게 드시고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아기 엄마는 복받을 거요. 자식들도 잘될 거고.” 그 말이 나에겐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다.

가진 게 많지 않아 몸으로 봉사하는 일을 많이 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배고픔을 달래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모금 주는 일이 최고의 덕이라 생각한다. 어디서든 내 손이 필요하면 앞서서 봉사하고 하나를 얻으면 둘을 베푼다는 마음으로 힘이 닿는 한 열심히 베풀며 살 것이다.

지난 세월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넉넉하지 않아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마음과 정성을 담아 어쨌든 풍성하게 나눌 수 있었다. 움켜쥐지 않고 나누면서 살다 보니 손은 점점 커져서 뭐든 많이 해서 배 불리 먹고 남으면 골고루 나누어 손에 들려 보내다 보니 “손 큰 엄마”란 소리도 많이 들었다. 나누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면서 또 한 가지 배우는 과정이 되었다.

악은 악을 불러오지만, 덕은 꼭 선으로 돌아온다고 믿기에 소중한 딸들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덜어진다고 믿게 되었다. 어르신들은 늘 말씀하시기를 내가 베풀면 내 대에는 아니어도 언젠가 자식 대에서는 꼭 복을 받는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

지금까지 가난과 어려움이 대물림 안 되길 바라며 봉사하고 나누면서 덕을 쌓으려고 애썼다.
쌓는다고 마음대로 쌓아지는 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나를 받으면 둘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

민만규

2022-06-17 15:30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나누고
베풀고
배려하는 작가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세월
자신을 버리고
버티고
살아온 세월에 눈물겹습니다
그 은덕으로
자식이 잘 되고
귀여운 손녀에 손편지와 할머니 용돈이
복이 넝굴채 굴러들어 온거 겠지요
베푼만큼 돌아 온다는 말
사회 정의가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남은 여생
지금같이
늘 행복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아가시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삶의 진솔함을 담은 수필
감명 깊게 잘 감상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참 부그럽다면 부끄러울수도 있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가난은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힘들면 투정도 부려 어머니 마음 아프게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인 건 제가 아주 건강해서 아직까지는 봉사하며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건강은 물려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다녀 가신 걸음에 힘 입어 열심히 달려 볼게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6/17 15:45

정기현

2022-06-17 16:13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뒤돌아 보면 눈물부터 흐른다는
작가님!
이제는 그만 뒤돌아 보세요
지나온 삶보다 앞으로 살아야 하는
삶이 더 의미가 있으니까요
눈물겨운 지난 날
앙다물고 버티며 잘 가꾸어 온
지금, 대물림 걱정없이 화목ㅎㅏ고
잘 키운 딸의 효성과 두손녀의 이쁜 효도에
행복의 눈물이 그 얼마나 값진 셩일 선물입니까
앞으로 작가님을 위한 삶으로
꽃길을 걸어가세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허리는 이제 그만하시지요 내일 곡 오세요 동행님들 꼭 만나야하는 날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6/17 16:21

박희홍

2022-06-17 19:01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대물림” 우리는 일어나지 않는 일에
지레 겁을 먹고 얽매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악은 악을 불러오지만, 덕은 꼭 선으로 돌아온다고 믿기에
필자의 딸들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덜어진다고 믿게 되었다.
어르신들은 늘 말씀하시기를 내가 베풀면 내 대에는 아니어도
자식 대에서는 꼭 복을 받는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
불교의 유회 아니면 전생의 죄업 등을 생각한다면
그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종교이지만)
감명 깊게 지피신 “대물림”에서 크게 깨달아 갑니다..

점점 날씨는 더워지는 유월 하순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올 상반기에 이루시고자 하신 일
다 잘 이루어지는 멋진 나날이었으면 합니다.

건강을 위해 불쾌지수가 오르지 않도록
심기를 잘 보전 하시고 전염병과 식중독 등에
취약한 시기에 건강을 위해 특별히 신경 써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염경희	개구리가 아주 힘차게 우는 밤입니다 애들처럼 설레여서 잠이 안 오나봅니다 내일 문우님들 뵐 생각에 들떠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미리 겁 먹어 속만 끓였나 싶습니다 잘 살고 있어서 너무 다행인 애들이 앞으로도 굴곡 없이 살아나가길 어미로써 비는 맘은 영원하겠지요 좋은 밤 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6/17 22:26

정대수

2022-06-19 08:30

존경하는 염경희 시인님 안녕하세요.
"대물림" 작품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고 우리도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것으로 대물림을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하죠.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되지요.
시인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피나는 노력에 감동입니다.
아울러 여름행사에서 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어제 못 뵌 것 같은데 제가 자리를 일찍 떠서 많이 아쉬운 날이었습니다 다른 선약이 있었기에 부득이하게 같이 하지 못한 점 양해드립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6/19 18:08

인연과 말

추억은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