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5-04 15:53

ㆍIP: 121.xxx.72

계모에 떠밀려 시집가다

글/ 염 경희

노란 개나리꽃이 피면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라 꽃향기에 취하기보다는 엄마가 살아오신 삶이 뼈저리게 아픕니다. 외할아버지는 그 시절에 관공서를 다니셨기에 살림이 궁색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외할머니를 얼마나 위하셨는지 출근 전에 불 때서 아침에 쓸 물 데워 놓고 요강 비우는 일에 걸레까지 빨아 놓은 후에 출근길에 나설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는데 서른 살을 채 넘기자, 세상을 뜨셨다고 했습니다.

엄마 말씀에 의하면 너무 아껴서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고 혀를 끌끌 차시면서 지난날을 되새김하셨습니다. 그 후 4남매를 혼자 키우다가 어느 날 여우같이 생긴 아낙과 남자아이 하나가 외할아버지 뒤를 쫓아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계모였는데 그렇게 가정만 돌보던 할아버지도 남자기에 어쩔 수 없이 여우에 홀린 듯 갑자기 돌변했다고 합니다.

거짓말로 포장된 계모 말만 믿고 자식들이라면 끔찍이 생각했던 모습은 없고, 밥상머리에서도 데리고 들어온 남자아이만 챙기는 게 어린 엄마 눈에도 보였답니다.
외할아버지 출근하면 데리고 온 자식은 화롯불에 뚝배기로 쌀밥 지어 먹이고, 전실 자식들은 꽁보리밥에 물 말아 먹게 했다고 하면서 콩쥐팥쥐나 다를 게 없었다면서 눈이 붉어지는 걸 애써 참는 모습에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였습니다. 눈물을 보이면 엄마도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실까 봐 억지로 태연한 척 말꼬리를 돌려 더 이상 아픈 기억을 멈추게 했습니다.

명색이 공무원 집안에 한양 아기씨였는데 한순간에 계모에게 설움 당하는 신세가 되어 14살에 등 떠밀려 첩첩산중 시골 마을 빈곤한 집에 시집왔다고 했습니다.
갈 데가 있다고 해서 따라나선 것이 시집온 꼴이었다면서 계모에 대한 원망을 줄줄이 털어내셨습니다.

와보니 싸리문 안으로 보이는 초가집에 방 두 칸, 식구는 할머니와 아버지 두 식구가 살고 있었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몰라 할머니가 조석은 다 하시고 겨우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걸레질 정도만 하면서 시집살이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서울 집에서 사는 동생들과 멀어지고 엄마는 낯선 곳에서 몰래몰래 울기만 했답니다. 가끔 오고 가는 버스만 바라보면서 할머니가 들에 나가시고 아버지도 나가시면 엄마는 개나리꽃이 만발한 울타리 안에 숨어서 돌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셨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네모 칸을 그려 놓고 돌 하나 던져 놓고 깽깽 발로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가끔 지게를 지고 오가는 동네 아저씨들이 어린 여인네의 놀이에 빙그레 웃으며 지나가기도 했고, 그럴 때면 얼굴이 달아올라 홍당무가 되어 개나리 울타리 밑으로 숨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친구들과 동생들과 뛰어놀고 싶었을까?
친구 하나 없고 어린 나이에 계모에 떠밀려 산골에서 귀양살이 아닌 귀양살이를 한 셈이지요.
수줍고 부끄러워서 싸리문 밖에도 마음대로 못 나가 보고 동네 사람들 들에 나갔을 때 조용해지면 살그머니 싸리문 빗장 열고 멀리 보이는 한양 가는 버스만 바라보다가 마음만 실려 보내고 이내 싸리문 열고 집에 들어와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려고 오가는 사람들 눈길을 피해 사방치기(돌 가지고 노는 놀이)를 개나리꽃에 가려진 굴뚝으로 옮겨 서녘 해가 질 때까지 했답니다. 14살에 시집온 엄마의 시름 달래기였던 사방치기는 나도 어릴 때 많이 했던 놀이입니다.

그 여인이 백발이 되어 구순을 훌쩍 넘겨 백수에 가깝습니다. 아침이면 낡은 염낭 주머니를 쫙 벌려 10원짜리 동전을 세고 계십니다. 이제는 돌을 가지고 놀던 기억은 잊어버리시고 경로당에 가실 준비를 하십니다. 아직은 정신이 또랑또랑하셔서 최고 맏언니인데 계산도 일등으로 잘하신답니다. 화투를 치는 속도도 빠르고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안 하시고 사리 판단이 명확한 할머니라고 이장님이 칭찬하시니까 기분은 좋았습니다.

아픔을 감내하고 건강하게 견뎌 오신 울 엄마!
앞으로 사시는 날까지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하고 두 손을 모읍니다. 요즘 우리나라 복지가 잘 되어 있어 경로당에 필요한 지원도 많고 이장님과 부녀회장님의 봉사가 남달라 동네 어르신들이 불편 없이 놀이하면서 지내신다고 하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며칠 후면 어버이날이 다가옵니다.
좋아하시는 음식 정성껏 장만하여 친정 동네 울 엄마가 다니시는 경로당을 방문하여 같이 지내시는 어르신께 조촐한 파티를 열어 드려야겠습니다.

정대수

2022-05-04 21:20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 시인님 안녕하세요.
부모님 세대의 험난한 삶은 사람을 강하고 용감하게 만드나 봅니다.
그랬기에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겠지요.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므로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저는 두 분께서 하늘 나라로 가셔서 이제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버이 날에 조촐한 파티는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살아 계실 때 자주 뵈어야 한다고 하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다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후회를 하면 이미 때는 늦지요.
마음 진한 감동적인 글 배독하며 지난날을 돌아보았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염경희	존경하는 작가님 잘 지내셨지요 오월에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달입니다 이모저모로 지갑도 얇아지구요 어머니가 계시지만 자주 찾아뵙지 못해 송구할 뿐입니다 노력해야지요 얼마나 같이 하시겟어요 다녀가신 걸음 감사합니다	5/6 09:19

염규식

2022-05-05 23:37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의 곱게 펼치신 삶의 희노애락
감동으로 배독합니다 우리의 어머니의 삶은 지금세대의 어머니와는
비교조차,논할 수가 없죠 배운바 학문운 없어도 사랑으로 자녀 잘 되기를
눈물로 사랑으로 일구신 세월이었죠
효도하십시요 저도 막내로서 효자소리 들어면서 자랐지만
가시고 난 지금 못해준 것만 기억납니다-좋은 작품 배독합니다 ****별 네개입니다 ㅎㅎ

과정 나열이 너무 길고 가정사 전달이 목적이 아니고,
1.수필작품의 작가의 의도가 독자에게 전달되어야합니다 ,2.어떠한 결론을 독자에게 전달할것인가?
3.기승전결을 꼭 명심하셔요
작가님 수고 많으셨어요---*


염경희	존경하는 시인, 작가님!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꼭꼭 짚어 주시니 앞으로 잘 명심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기승전결 잘 알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움 가득, 행복 가득, 건강한 하루 되세요	5/6 09:21

민만규

2022-05-07 16:18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모친께서 참으로 한 많은 세월을 보내셨군요
그래서 가난은 내림이라 시인님께서도 어렵게 성장하셨고요
현대판 콩쥐 팥쥐를 보는 듯 합니다.
그시절 우리들 어머니께서는 혹독한 가난에 시달리셨지요
불행했던 과거사가 있기에 영광된 오늘이 있나봅니다.
가슴 아픈 사연의 수필 아픔으로 감상했습니다.
문운이 창대하시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염경희	안녕하세요!! 참 고생 많으셧지요~` 그래도 지금처럼 학대하고 몹쓸 짓 않고 보냈기에 다행입니다 친부모들도 학대를 일삼는 일이 많잖아요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햇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았기에 애들에겐 되물림 안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앗습니다 지금은 건강하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찾아주심에 고맙습니다	5/8 21:44

동행

세월이 흘렀어도 마음만은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