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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경희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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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염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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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2-12-26 1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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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글 꽃 문학
글 / 염경희
올 한해는 어떤 기쁨을 나누었을까?
혹여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불편한 언어로 적을 만든 일은 없을까?
코로나-19로 인해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족 간에도 경계선을 긋고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 놓고 발길이 묶여 그리움만 더 안겨드린 날들이었다.
그래서 서로가 마음이 더 격해지고 모든 게 여유롭지 못하다.
기침만 조금 해도 쳐다보게 되고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피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자연을 노래하고 삶을 그리며 소통하다가 만난 4인방으로 구성된 글꽃문학스터디!
대구 바람쟁이, 부산 춤꾼, 밀양 그림쟁이, 이천 글쟁이, 이렇게 다양한 끼를 가진 4인방이 아침저녁으로 안부 물으며 정을 나누던 차에 대구 바람쟁이님께서 번개팅 제안을 해 오셨다. 두말할 것 없이 너도나도 만장일치가 되었고, 절묘하게 프로그램이 짜여 1박2일 부산 투어로 정하고 날짜를 잡아 속전속결 진행되었다
3년 동안 발이 묶여 제대로 콧바람 한번 쏘여보지 못해 답답하던 차에 글꽃동행 번개팅은 이천 글쟁이 마음을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했다. 대구행 고속버스 첫차 미리 예매하고 하루하루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역시 여행은 삶의 에너지이고 설렘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걸 새삼 느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꽃단장하고 콜택시 불러 터미널로 나서는 발길이 어린아이 소풍 가는 날 좋다고 하는 모습이었다. 첫차에 몸을 싣고 대구에 가는 내내 글 꽃 동행님들 만날 생각에 눈이 피곤한데도 잠이 들지 않아 파란 가을 하늘 뭉게구름에 꽃마리를 모아 줄을 세워 놓고 어느 것이 예쁜가 심사하여 고이 핸드폰에 저장했다. 뒷걸음치는 가로수들도 필자처럼 바람 든 듯 출렁이며 춤을 추었고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인 나락들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버스는 휴게소를 지나쳐 달리고 달렸다.
한 번쯤은 쉬어도 되는데 무정차로 달리니까 앞자리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볼일이 급하신지 앉았다, 일어났다 안절부절못하시는데 말씀을 안 하시고 기사님 처분만 바라시다가 끝내 화난 말투로 “기사님! 기사님은 화장실도 안 가세요.”
그러시니까 한 남자분이 “한번 쉬어 갑시다.” 하니까 “다음 휴게소에 들어가겠습니다.”
버젓이 차 안에 “2시간에 15분 휴식 취하기”란 문구는 써서 붙여 놓고 안 지키면 졸음운전으로 인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본인들이 안 지켜 아주 아쉬웠다. 사실, 나도 많이 참고 있었기에 휴게소 들어간다는 소리가 속으로는 너무 반가웠다.
달리고 달려 대구 복합터미널 도착이라는 안내가 나오고 대구 바람쟁이 시인님께서 5분대기조로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 길로 밀양으로 고고~싱, 타고 간 버스가 1시간 정도 지연되어 밀양에서의 약속 시간이 촉박했다.
부산 춤꾼 시인님과 밀양 그림쟁이 시인님은 벌써 둘이 만나 데이트 중이라고 인증사진 보내면서 약을 올리고 있었다.
4인의 끼쟁이들이 만나 간단하게 국수 한 그릇씩 먹고
밀양 박물관, 퇴로저수지, 위양저수지, 밀양영남루, 밀양 연극촌 탐방하고 부산으로 출발, 넷이 만나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지만, 글 꽃 동행답게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기장 앞바다에 도착한 줄도 몰랐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바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찝찔하면서 향긋한 바다 냄새에 “와 좋네, 와~~바다다.” 야단법석인 애들 같은 어른들의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경치 좋은 횟집 찾느라 돌고 돌다가 부산 광안리로 가자고 의견을 모으고 차를 부산으로 돌렸는데, 도로가 어찌나 밀리던지 안전을 책임지는 대구 바람쟁이 시인님 고생 많이 하셔서 죄송스럽기만 했다. 두 남자와 두 여자 혹여 쌍쌍 커플이라 오해 소지도 있을 수 있으니까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우리는 순수한 글 꽃 스터디 모임이다.
부산 광안리 대교의 화려한 불빛이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다
발 디딜 틈 없는 뭇사람들과 함께 밤이 깊어져 가는 줄 모르고 아주 신선한 회 한 접시에 소주잔 부딪히며 웃음꽃을 피웠다. 2차는 당연히 노래방이 빠지면 안 되니까 건한 취기에 나폴리 음악실에 방 하나 잡아 각자의 끼 발산을 했다. 광안리의 화려한 밤바다와 사람 냄새나는 벅적거림이 흥을 더 돋워 주었으며, 노래하고 춤추고 동영상 찍으며 깔깔거리던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빙그레 웃음이 난다. 어쩌면 끼들이 그렇게도 다분한지, 예술가 소질이 충분했다.
아참! 아쉬웠던 것은 관광 도시라 미리 숙박 예약을 못해 아주 후진 모텔 방에서 잤는데, 금방 주저앉을 것 같고 곰팡내가 심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으니, 그것도 추억이라 생각하면 좋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동백섬에 들렀는데 부산지역 시인들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후줄근한 천에 시를 넣어서 시화전을 열었는데, 바람에 펄럭이는 품새가 볼품이 없었다. 우리의 멋진 시화를 보다가 보니까 눈에 차지 않아 이 글을 쓰면서 대한 문인협회 김락호 이사장님과 관계자분들이 진심으로 감사했다.
동백섬을 돌아 해운대 해안 길 산책하고 부산 달맞이길 드라이브하면서 예쁜 카페에서 모닝커피 마시고, 점심은 부산에 사시는 염*식 시인님과 김*주 시인님이 함께 자리해 주셔서 정담을 나누었다. 매운탕과 회를 맛있게 먹고 대구 복합터미널에서 이천행 버스를 타야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만나면 반가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헤어지려니 아주 아쉬웠다.
글 꽃 동행님들 덕분에 오랜만에 대구도 가보고 처음으로 밀양 구경도 해 보았다. 돌아오는 길이 내내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좋던 날씨도 주룩주룩 비가 내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동행님들 목소리처럼 들렸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나누고 소통한 시간을 고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자주는 못 만나도 일 년에 두 번 정도 좋은 만남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참 좋은 글 꽃 스터디 모임이었다.
여기서 잠깐!
글꽃문학스터디였는데 그냥 끝나면 스토리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이슬 양이 살랑살랑 보드랍게 몸에 퍼져 있으니 끼는 더 살아나고 시도 한 수씩 읊어야지 않겠는가? 대구 바람쟁이 시인님의 멋진 시 한 편 올려보자.
스터디의 斑爛(반란) / 대구 바람쟁이
호화로운 광안리 대교가 출렁이는 파도 위에
쏟아지는 별빛을 주렁주렁 매달고
더덩실더덩실 춤사위로
글꽃문학 동행님들을 반기고
휘황찬란한 광안리 횟집 타워는
근엄한 자태 바다의 왕자 감성돔이 평정하고
기생오라비 이슬 씨는
한잔 술에 흥을 베고 술 상위에 눕는다
건하게 취기가 오른 글 꽃 나그네들
나폴리 음악실에 초대되어
저마다 끼 발산에 황홀 지경에 푹 빠져 허우적거린다
아름다운 동백섬의 터줏대감 동백꽃은
글꽃 친구들의 등장에 수줍은지
녹색 잎새로 얼굴을 가리고
길게 늘어진 수평선에
글꽃문학스터디 그들이 왔노라고 고한다.
*글 꽃 문학 공부를글꽃문학스터디를 하자고 먼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 시인님!
부족하면 서로 채워주고 잘못된 부분 짚어주며 언제까지라도 동행이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버스 안에서 지은 시 한 편 올려본다.
번개팅 / 이천 글쟁이
설렘으로 지새운 밤
새벽이슬 맞으며 달려간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 어이할까
선남선녀 맞선보는 날도 아닌데
볼우물엔 미소 반 수줍음 반이다
차창 밖으로 뭉게구름 따라오고
논두렁에 널브러진 콩잎은
바람난 처자 치맛자락 나풀거리듯 하다
파란 하늘에 피어난
송이송이 구름 꽃송이는
글 꽃 동행의 웃음꽃이고
부산 앞바다 출렁이는 파도 같다
괭이갈매기 끼욱끼욱 노래하고
은빛 포말 위에 쏟아지는 별과 함께
글꽃문학스터디의 밤은 깊어져 가겠지!
광안리 대교가 호화찬란한들
향기에 취해 끼를 발산하는 글꽃문학스터디에 비할까
달콤한 소주 한 잔에 시 한 자락씩 엮어
광안리 앞바다에 띄우고
황홀한 추억은 첫 페이지로 장식한다.
우리의 첫 번째 추억의 밤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두 번째 추억의 밤을 기약하며 4인방이 함께한 시간 고이 간직하며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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