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3-04 14:46

ㆍIP: 121.xxx.72

반딧불과 모깃불

글/ 염 경희

어느 여름날이 생각난다.
어둠이 내려오면 마루 한구석에선 자그마한 불꽃이 꺼질 듯, 말 듯~
간간이 스치는 바람을 이겨보려 안간힘을 쓰고,
마루 밑에선 진회색 연기만이 매콤한 냄새로 온 집안을 감쌌다.
그 연기와 냄새는 저녁이면 찾아드는 불청객(모기)을 퇴치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밤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집집마다 모깃불을 놓았다.

지금처럼 TV가 없는 시절이라 긴긴밤을 보내기엔 지루한 밤이었기에
안마당엔 평상이나 멍석 위에 모여 앉아 이른 저녁 탓에 출출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찐 감자를 까먹고 옥수수를 한 알 한 알 뜯어 먹으며 정담을 나누었고 누워서 하늘을 보면
하늘은 어느새 꿈을 꾸게 해주곤 했었다.
유난히도 별이 크게 보일 때면 어느새 우주인이 된 양 별 여행을 떠났다

얼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마루 한구석에서 아슬아슬 춤을 추던 불꽃이 꺼질 때는
등잔불에 기름이 다 달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가끔 아주 작은 빛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지금은 볼 수 없는 그것이 반딧불이었다.
“ 와~~ 반딧불이다” 잡아보려 애써보지만 잡히질 않고 이내 사라졌다.
그때는 자주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었는데
1970년대 초반 전기보급이 되고 도시화가 되면서
먼 옛날 아름다운 추억 속의 반딧불이 되었다.
반딧불이 별똥이라 생각했던 우주의 꿈에서 전기보급과 동시에 깨어난 것이다.

유년 시절에는 되돌아보니 풀뿌리 하나, 돌멩이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생활에 쓰였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들에 무성하게 자라난 쑥대는 모기향이 되었고, 흐르는 시냇가에
제멋대로 굴러다니던 커다랗고 잘생긴 돌은 아궁이가 되어
밥을 끓여 먹고 넓적한 돌은 빨래판으로 사용했다.

생활 조건이 지금처럼 좋지는 않았어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 간의 대화는 더 자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보화시대로 바뀌면서 스마트폰이 생겨
가족 간의 대화는 단절되고 혼밥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
밥상머리에서도 한 손에 수저를 들고 한 손엔 폰을 들고 고개는 숙인 채
손놀림만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에는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4~50 여 년 전 하늘을 보며 별을 세고 우주의 꿈을 꾸던 그 여름밤이 많이 생각난다.
그때는 생활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추억을 소환하여 여행을 떠난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품에 안는다.
아늑하고 소박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마음이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간다.

염규식

2022-03-05 18:02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아직 늙지도 젊지도 않은 작가님
너무 노숙한 티를 내는것 아닌가요 아직 젊으신 분이 ㅎㅎ농담입니다
누구나 작가님 처럼 어린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지요 말 그대로 추억이죠
요즘아이들이 불쌍도하죠 추억도 없고 낭만도 없고 ----
작가님의 고운 작품으로 잠시 과거로 회상할 시간 이었습니다--
*수고많으셨어요*


염경희	존경하는 작가님!! 제가 너무 늙은 티 냈나요?? 시 서재보다 진솔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곱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3/6 18:47

정찬열

2022-03-06 17:35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그간도 무탈하시지요
요즘 앗차하면 오미크론에 가족이
한사람이라도 전이되면 온가족이 불안해지니
예사일이 아닙니다.

참! "반딧불과 ah깃불"글을 배독하며 내심
아니 아직은 젊은 작가님으로 보았는데
생생한 비이비부우머 세대의 이야기를
흥미 진지하게 써놓아서 고개가 갸웃 해집니다.

대부분의 농촌 실정이 70년대 무렵에 전깃불이
들어 왔으면 대체로 빠른 것이지요
그리고 저녁이면 평상이나 멍석에서 모깃불을
피워두고 온가족이 밤을 세운일이 너무나 당연해서 말입니다.

잊지 못할 그추억 정감으로 잘 배람 했습니다.
항상 가내 건안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염경희	존경하는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귀한 걸음 감사드려요 궁금하시지여? 저도 베이붐세대 새내기로 저 보다 더 전 세대를 경험하고 몸소 살았었기에 이제는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도전했어요. 진솔한 삶이 성공의 비결이란걸 느끼면서 시도 쓰고 글도 쓰고, 노후는 웃음 지으며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3/6 18:54

유순호

2022-03-06 19:25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등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반딧불과 모깃불’
“들에 무성하게 자라난 쑥대는 모기향이 되었고, 흐르는 시냇가에
제멋대로 굴러다니던 커다랗고 잘생긴 돌은 아궁이가 되어
밥을 끓여 먹고 넓적한 돌은 빨래판으로 사용했다.“
너무나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여름이면 쑥불 피워 모기 쫒고 반딧불 날아다니던
작가님의 글에서 추억을 더듬어 잠시 향수에 젖어 보았습니다.
엊그제 일 같은데 그 어린 시절이 다시 올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서려오네요.
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는 천연모기퇴치 쑥불 연기가
그리워집니다.
작가님의 글밭에서 향수에 젖어 잠시 쉬어갑니다.
작가님! 아무쪼록 문운 창대하셔서
계속 좋은 작품 올려주시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염경희	존경하는 유순호 시인님!!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오셔서 정담을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망설임끝에 도전은 했지만 걱정이 큽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저의 일기장을 펼쳐보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움 가득한 날 되세요	3/7 16:03